“시간을 돌려서 뭘 바꾸고 싶으셨어요. 가족의 행복, 이미 잃어버린 건강, 못다 이룬 아련한 사랑. 뭐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길 바라요. 이미 아시겠지만 모든 일은 그만큼의 대가가 따르니까요”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시간을 돌리는 시계 오남용으로 20대 아나운서 준비생에서 70대 할머니가 되어버린 김혜자(김혜자 분)는 요즘들어 부쩍 '등가교환의 법칙'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극중 김혜자의 말에 따르면 '등가교환의 법칙'이란 물건의 가치만큼 돈을 지불하고 사는 것처럼, 뭔가가 갖고 싶으면 그 가치 만큼의 뭔가를 희생해야 한다는 이치를 담고 있다.
<눈이 부시게> 속 김혜자가 이 어려운 용어를 누구보다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그녀야 말로 '등가교환의 법칙'이 가진 위험함을 몸소 깨달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연히 시간을 돌리는 시계를 손에 얻게된 혜자(한지민 분)는 시험을 잘보기 위해 조금 더 늦잠을 자기 위해 연신 시간을 돌렸고, 그 결과 급속도로 노화가 찾아왔다.
할머니가 되어서야 비로소 등가교환의 법칙을 실감하게 된 혜자는 많은 것을 돌리고 싶어 했다. 교통사고로 다리 한쪽을 잃은 아버지(안내상 분)의 건강, 가족 뒷바리지에 지친 엄마(이정은 분)의 행복. 오랫동안 꿈꾸어 왔던 이준하(남주혁 분)와의 못다 이룬 아련한 사랑. 하지만 실버 홍보관(노치원)에서 만난 할아버지(전무송 분)이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시계를 되찾고 싶어하던 혜자는 어느 순간 시간을 돌리는 시계 찾기를 포기한다. 자신의 시계를 훔쳐간 것 같은 할아버지 또한 자기 만큼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만큼 간절한 무언가가 있길 바라면서 말이다.
시계 찾기를 단념한 혜자는 준하에게 당신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혜자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준하는 늘 그렇듯이 아무렇지 않은 듯 내색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혜자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 준하는 서서히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미국 L.A.에 사는 아들을 찾고 싶다는 샤넬 할머니(정영숙 분)에게 모든 진실을 털어놓기에 이른다. 애타게 찾던 아들과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샤넬 할머니는 결국 한강에 몸을 던지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유독 이준하 앞에서 거친 발작 증세를 보이는 할아버지의 정체가 수상해 보인다. 왜 그는 준하 앞에서만 소스라치게 놀라며, 발작을 일으키는 것일까. 도대체 왜 그는 시간을 돌려서 뭘 바꾸고 싶어 하는 걸까. 바로 지금 여기의 삶을 충실히 살지 못하고, 언제나 후회하기 바쁜 우리들에게 여러모로 많은 깨달음을 안겨주는 드라마 <눈이 부시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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