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첫 방영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야구를 소재로 한 오피스 드라마이다. 야구를 다룬 국내 영화는 꽤 있었지만, 대부분 야구 선수, 경기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스토브리그>는 선수, 경기가 아닌 프로야구 구단을 운영하는 프런트 단장, 직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만년 꼴찌 '드림즈'에 새롭게 부임한 젊은 단장 백승수(남궁민 분)은 드림즈의 프랜차이즈 선수 임동규(조한선 분)을 다른 구단으로 트레이드 시켜야 드림즈의 리빌딩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백승수의 이런 계획은 임동규는 물론 구단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친다. 어떻게 드림즈를 대표하고, 실력도 출중한 선수를 감히 내칠 수 있느냐가 임동규의 트레이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요지다.
하지만 백승수는 자신의 계획을 반대하는 직원들을 향해 즉각 프레젠테이션을 실행한다. "왜 임동규는 드림즈를 나가야 하는가?" 백승수는 이와 같은 주장에 야유를 보내고 빈정거리는 직원들 앞에서 크게 4가지 이유를 강조한다. 첫째 새가슴. 임동규의 타율은 얼핏보면 굉장히 높아보이고 가치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승타가 팀 내 3위로 그보다 타율이 낮은 선수보다 떨어지는 함정이 숨어 있다.
두번째 스탯 관리의 결정판. 흔히 거포 타자 임동규의 유일한 약점은 더위에 약하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프로야구의 순위는 여름에 결정된다. 순위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는 힘을 쓰지 못하다가 꼴찌가 확정된 후에 급격하게 늘어나는 홈런수. "임동규는 더위에 약한 선수가 아니라 순위 경쟁에서 힘을 못내는 선수인겁니다. 우린 꼴찌가 확정된 다음에 홈런을 뻥뻥 때리는 임동규 선수가 왜 그렇게 절실히 필요한 것입니까?" 그간 프로야구 구단에서 일한 경험이 전혀 없던 백승수가 야알못(야구를 모르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임동규의 문제점을 정확히 분석하고 지적하는 백승수의 ppt에 말을 잇지 못한다.
이어 등장하는 세번째 변화하는 구장, 타 구단에 비해 좁은 구장을 가지고 있지만 임동규 외에 홈런을 치는 타자가 적어 만년 꼴찌는 물론 피홈런 1위 팀이라는 불명예를 모두 안고 있는 드림즈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구장 펜스 7미터 연장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만약 구장 펜스가 넓어지면 그간 좁은 구장의 이점을 톡톡히 받아온 임동규의 이후 기록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 "(만약 펜스 연장 작업이 끝나면) 임동규의 홈런은 비거리(친 볼이 날아간 거리)를 감안하면 12개가 빠집니다. 임동규는 사실 거포가 아닌 중장거리형 타자입니다. 정교한 타자들 소수와 극단적인 거포 한 두명이 있는 우리팀에서 펜스를 넓힐 경우 가장 애매해지는 타자는 임동규입니다."
네 번째는 임동규가 드림즈를 나갈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 '인성'이다. 임동규는 과거 드림즈의 또다른 간판이자 국가대표 1선발급 에이스 투수 강두기(하도권 분)와 잦은 갈등을 벌였고 임동권의 강권에 의해 드림즈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던 강두기가 팀을 떠나야 했다. 강두기가 팀을 나간 이후에도 임동규 선수는 자신의 구미에 맞는 선수단을 꾸려가기를 원하고 있고 이는 드림즈를 망치고 팀의 변화를 방해하는 최대의 '적'이다.
그리고 백승수는 임동규는 향후 드림즈의 10년을 책임질 수 없는 노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림즈에는 임동규를 대체할 수 있는 유망주들이 대거 포진해 있음을 근거로 들며 임동규 트레이드를 통한 '세대교체'를 통해 팀내 유망주들을 1군 무대에서 경험을 쌓게하여 키워야함을 강조한다.
이렇게 임동규의 약점과 그가 팀에서 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면밀히 분석한 근거자료에도 불구하고, 드림즈 프런트 직원들은 임동규를 대체할 수 있는 간판 스타가 없다는 이유로 임동규의 트레이드를 결사 반대하다. 그러자 백승수는 기다렸다는듯이 임동규 그 이상의 프랜차이즈 스타 강두기가 드림즈에 돌아올 것을 시사하며 모두를 놀라게 한다. 강두기의 복귀는 이미 그의 소속팀 바이킹스 단장 김종무(이대연 분)과 오랫동안 논의된 이야기이며, 애초 팀 승리 기여도가 높은 강두기를 드림즈로 보내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바이킹스도 백승수의 논리적 설득에 무너져 고등학생 유망주 지명권을 받는 대신 강두기는 물론 김관식 선수까지 넘기기로 결정한 것. 역시나 임동규보다 팀 내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으며 실력은 물론 인성까지 좋은 강두기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임동규의 트레이드를 반대했던 구단 내 반발도 불만섞인 비아냥도 금새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스토브리그>는 야구 드라마이다. 그러나 지난 14일 방영한 <스토브리그> 2회에서 보여준 백승수의 프레젠테이션은 평소 야구를 좋아하지 않고 잘 모르는 사람도 흥미롭게 지켜볼 요소가 다분했다. 자신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임동규 트레이드' 계획에 반대하는 직원들을 향해 임동규가 팀을 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간결하고 치밀하게 정리한 일목요연한 분석과 논리정연한 근거, 누구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설득'시키는 백승수의 전략은 프레젠테이션의 진수를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토브리그>는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에 <스토브리그>는 야구 드라마이면서도, 야구 드라마 같은 오피스 드라마이며 패배가 익숙하고 썩어 들어가는 팀을 성장시키기 위해 주인공이 더 악랄해지고 진흙탕을 뒹구는 추악하고 치열한 싸움을 보여줄 것을 시사한다. 팀과 임동규의 약점을 속속들이 드러내고 도려내고자 하는 백승수의 명쾌한 프레젠테이션만으로도 다음 전개가 기대되는 드라마. 야구 드라마이지만 평소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흥미를 가지고 지켜볼 수 있는 오피스 성장 드라마 <스토브리그>에 자꾸만 관심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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