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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온난화 캠페인보다 위력적인 무한도전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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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예고 글자만 내보낸 나비효과가 멀까 하고 기대를 하면서 오랜만에 빵터지는 오프닝과 여행장소 선정에 마음 푹 놓고 웃었지만, 막상 끝날 때는 집에 켜놨던 거실 형광등까지 꺼놓으면서 심각하게 뚤여져라 TV만 보고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북극의 얼음을 녹이고 그 얼음이 몰디브를 물바다로 만드는 것은 물론 우리들의 삶의 터전까지 위협받는다는 누구나다 알고있는 사실을 이렇게 간접적으로마나 실감을 하다보니 앞으로는 우리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조금 더 신경을 쓰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절로 생기더군요. 


처음에 몰디브 최고급 리조트, 북극 얼음호텔로 여행을 보내준다고 했을 때, 설마 멤버들이 정말 북극과 몰디브를 간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멤버들 역시 의심을 하면서도 그래도 워낙 MBC에 수많은 기여를 한 공로가 큰 터라 몰디브와 북극 정도는 보내줄 거라고 내심 기대를 했는가봅니다. 결국 석사 하하와 지식인 길의 불꽃튀기는 지식 대결 속에 하하가 대승을 거두고 길은 쓸쓸히 나홀로 국내여행 길에 오르고 맙니다.

그런데 북극과 몰디브에 간다는 사람들이 김포공항에 모이더니, 마침내 어디 팔려가는 사람들처럼 봉고차에 탑승할 때는 역시 무한도전다웠습니다. 특히나 정형돈은 한 프로그램 촬영차 심각한 발목부상을 당했음에도 휠체어를 타고 무한도전 연습과 촬영에도 참가해 시청자들을 짠하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정형돈이 요즘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건지도 모릅니다. 예전에 웃기는 것빼고는 다 잘한다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이제는 웃기고 성실하기하기까지한 방송인 올해 무한도전은 정말 정형돈의 선전이 돋보이는 한 해가 아니였나 싶네요. 반면 박명수는 딸 민서의 감기몸살을 핑계로 연습에도 참여하지 않았는데 당일 저녁 이휘재의 결혼식에는 선그라스까지 쓰고 쫙 빼입고 나타나 눈총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분명 달력모델 우승하고 인터뷰에서 열심히 하겠다고 한게 불과 전날인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개그맨은 알겠지만 조금더 분발하셔야겠네요.



아무튼 비행기 안과 별 차이 없는(?) 봉고차 속에서 너무나도 친절하신 스튜디어스의 안내를 받으면서까지 도착한 곳은 일산 MBC 옆 공터였고, 유재석,노홍철,하하가 묶게될 몰디브 리조트는 1층에, 박명수,정준하,정형돈이 간 북극호텔은 2층에 자리잡은 그야말로 조그마한 세트장이였습니다. 맨처음 북극 얼음 호텔에 짐을 푼 박명수 일행은 북극 호텔 정체에 크게 실망하면서도 모든 곳이 얼음으로 치장된 호텔 내부를 보고 제작진들에게 경의를 표했습니다. 이윽고 도착한 유재석 일행은 TV까지 갖추어진 특급 리조트 시설(?)에 옷까지 여름옷으로 갈아입고 몰디브 관광객처럼 오렌지 카라멜 율동도 따라해보고 맛있는 열대 과일을 먹으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게다가 40도가 넘는 더운 날씨인터라 우리의 습관처럼 에어컨도 빵빵하게 키고요. 하지만 두 호텔 투숙객의 행복한 시간은 여기까지였습니다. 



유재석이 덥다고 킨 에어컨의 실외기는 하필이면 201호 북극 얼음호텔 내부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밑에서 에어컨을 키자마자 실외기가 돌아가서 뜨거운 바람이 나오더니 급기야 히터 한개가 켜지고 맙니다. 열이 들어오니 얼음은 점점 녹기 시작하고 위기를 느낀 정준하는 1층과 연결되어있는 전화로 에어컨을 꺼달라고 요청하지만, 오히려 1층에서는 자신들의 리조트 안에 들어오는 물을 보고 박명수,정준하가 일부로 물을 내려보낸다고 항의를 합니다. 계속 얼음은 녹아가고 리조트에 물은 계속 들어오지만, 왜 자신들에게 닥친 위기가 뭔지 모르던 각 호텔 사람들은 서로 언쟁만 높아가고 급기야 각자 불바다, 물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취해갑니다. 

이 때 국내여행을 한다는 길은 호텔에서 불바다, 물바다를 경험하는 멤버들을 제쳐놓고 길의 스타다큐에 동참하는 김태호PD의 동행 아래 일산에 있는 한 번지를 찾아갑니다.하지만 아무리 길을 가는 일산 시민들에게 길을 물어보아도 그 주소지의 정확한 번지를 아는 분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저역시 몇 년 살았던 제 동네라도 그렇게 번지 수를 물어보면 잘 모를 겁니다. 결국 물어물어 한 시간만에 길은 장항동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 도착합니다. 거기서 길은 평상시대로 밥먹고 샤워하라는 미션을 수행합니다. 그 때 각자 녹아지는 얼음과 넘치는 물로 고생을 하고 있던 멤버들이 나비효과라는 이름 아래 생방송으로 길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거 그냥 마음놓고 편히 볼 수 있는 길의 스타다큐가 아니였습니다. 

길이 냉장고 문을 오래 열어두자 갑자기 북극 얼음호텔 히터가 한 개 더 켜지고 맙니다. 또한 길이 권장 샤워시간인 3분을 훌쩍 넘은 10분 넘게 샤워를 하자 히터가 더 한 개 켜지구요. 게다가 길이 설거지 한다고 틀어놓는 물, 양치, 면도 하면서 틀어놓는 물 모두 다 탄소 배출로 간주되어 북극 얼음호텔에는 더더욱 히터가 강하게 틀여지게 됩니다. 또한 1층의 몰디브 사람들 역시 히터 켜지는 개수가 늘어날 수록 물에 잠기는 속도가 급속도로 높아져 갑니다. 길이 그 행위를 멈출 때마다 꺼지는 히터고 더이상 흘려내리지 않는 물이긴 하지만요. 



하지만 길은 자신에게 고마운 사람들에게 도시락을 준비하라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선택된 대중교통과 자동차 중에서 당연히 자동차를 선택하고, 나갈 때 집안의 보일러조차 끄지 않고 나가 북극 호텔과 몰디브 리조트 사람들의 고통은 더더욱 커져만 갑니다. 이제 2층의 북극 사람들이 자신들을 괴롭히기 위해 물을 흘려내린다고 오해하던 몰디브 사람들도 이제 북극 사람들도 피해자임을 드디어 자각하고 서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문은 굳게 잠겨져 있습니다. 뭔가 뾰족한 해결책도 없이 그냥 자포자기 상태입니다. 휴식을 위해서 북극과 몰디브에 놀려왔는데 이게 무슨 변고입니까. 하긴 몇 년 전 쓰나미에 희생된 관광객들을 생각하면 마냥 저건 예능 속 상황이야 꾸며진 일이야라고 마음 놓고 지켜볼 수만 없습니다. 분명 저건 상황극이지만 계속 녹아지는 얼음과 차오르는 방안에서 고통스러워하는 그들을 보고 저역시 그동안 제가 무심코 쓰던 물과 전기가 우리 지구를 아프게 하고, 북극곰의 눈물을 만들지 않았나 죄책감에 휩싸였습니다. 
 
나머지 6멤버들이 지금 어떤 상황이 아는지 모르는지 길은 자신에게 고마운 사람들을 언급하면서 여유롭게 제작진이 정해준 장소로 장을 보러 갑니다. 이번에는 처음에 제작진이 알려준 번지가 아니라 새로 변경된 주소로 찾아갔습니다. 그러니까 길은 도로 주소명만 보고 금방 목적지를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 길은 멤버들을 위해서 장을 보고, 별 생각없이 물건을 담을 일회용 봉투를 사는 도중 멤버들의 고통은 점점 커져만 갑니다. 장을 보고 또다시 제작진이 가르쳐준 주소대로 찾아가는데, 호수로 000 였던터라 헤메지 않고 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주소는 다름아닌 길이 한 시간을 헤매다 찾아가서 샤워하고 우유를 마신 그 오피스텔이였습니다. 가만, 이 장면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나요? 신동엽이 평창동에서 길을 헤메는 장면이 연상되지 않나요?

다시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온 길은 무한도전 멤버들을 생각하면서 맛있는 도시락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요리하는 길이 참 더워보입니다. 쉬지도 않고 돌아가는 보일러와 보지도 않는데 켜져있는 컴퓨터, 그리고 대낮에 환하게 켜져있는 조명. 그 와중에 북극 호텔의 히터는 5개 모두 쌩쌩 돌아가고 맙니다. 몰디브 리조트 또한 계속 차오르는 물로 난장판이 되어버린지 오래고 그 와중에 노홍철과 유재석은 탈출을 감행하지만 밖의 날씨는 너무나 춥습니다. 상상도 못할 재난으로 집도 잃고 오갈데도 없는 사람들이 되어버렸습니다. 북극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꾸 SOS를 요청하지만 대답없는 너일뿐이고, 탈출시켜달라는 말이 삽질로 변해버립니다. 네 정말 정준하는 계속 삽질만 하고 있습니다. 아주 멤버들은 지금 길의 행동 하나하나에 짜증이 물씬 밀려들어옵니다. 그러나 유재석의 말대로 길의 행동은 우리가 별 생각없이 늘 하던 일들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일회용 봉투를 구입하면 50원을 내야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잘 시행되지 않고 저희 아버지 회사 여직원들도 아버지께서 여직원들에게 늘 양치할 때 물 틀어놓지말라고 이메일을 보내도 계속 그렇게 양치질을 한다고 합니다. 저역시 밥먹을 때마다 컴퓨터를 끄지 않고 그냥 켜놓은 상태로 방치를 해놓기가 일쑤이구요. 그 와중에 우리 귀여운 북극곰은 결국 쓰려져갑니다. 참으로 재난 영화에 나올 법하지만 앞으로 우리 앞에 닥칠 지 모르는 조만간 현실이 되어버릴 끔찍한 상황의 연속입니다.



지금 북극과 몰디브는 어떤 상황인지, 더우면 덥다고 에어컨부터 키고, 추우면 춥다고 보일러키고 자신의 피부미용을 생각해 하루에도 10번 10분 이상 샤워하는 길, 아니 우리 어리석은 중생들은 멤버들을 위한 도시락을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역시나 차를 끌고 제작진이 알려준 또다른 목적지로 향해갑니다. 2개의 키를 전달받은 길은 목적지에서 1층,2층으로 구성된 세트를 보고 큰 웃음을 짓습니다. 길은 아마 멤버들이 그 세트 안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가봐요. 하지만 길이 세트 가까이 다가가니 멤버들이 길을 보고 화를 냄과 동시에 빨리 문 열여달라고 호소를 합니다. 문을 열고 안을 들어가보니 상상도 못할 쓰나미같은 처참한 상황이였습니다. 멤버들은 나갈 때도 보일러를 틀여놓고, 운전하는 도중 기어 중립을 지키지 않은 길에게 항의를 합니다. 사실 그건 길에게만 하는 항의가 아닐겁니다. 우리 모두 죄인입니다. 정말 그 방송을 보고 북극곰과 지대가 앝은 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면목이 없더군요. 우리는 아무생각 없이 조금 덥다고 틀여놓는 에어컨과 조금 편하자고 달리는 자동차가 온실효과를 낳는 주범인지는 알고있고 나름 조심을 한다고해도 그 정도로 우리가 너무 생활 에너지 절약에 무심하고 있었다는 부끄러움이 듭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배출하는 탄소 가스가 지구를 덥게하고 해수면을 상승시킨다는 내용은 이미 여러차례 매체를 통해 접해본 이야기입니다. 북극곰이 우리들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었고 세계적인 휴양지 몰디브가 100년안에 물에 잠길거라는 소식까지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배우 황정민과 오윤아를 앞세운 녹색성장이라는 슬로건 아래 환경부가 주도하는 생활에너지 절약 캠페인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제 무한도전 나비효과처럼 눈물이 쏟아지는 동시에 엄청난 경각심을 불어일으켜, 바로 집에 켜져있는 형광등까지 커지게 할 만큼의 캠페인은 보지 못했습니다.



길이 우리가 지금까지 쓰고 있던 주소번지를 찾기 위해 한시간이 걸렸는데 새주소로 찾으니 금방 찾았더라  역시 행정안전부에서 진행하고, 신동엽이 홍보대사로 출연하고 있는 새주소 알리기 캠페인의 내용입니다. 저역시 그 광고를 보고 새주소를 시작한다는 건 대충 알고있었는데, 정말 새주소가 편리하고 길 찾기가 쉽다는 것까지 새삼 느끼게 된건 어제 무한도전을 보고 나서였습니다.


요즘 한식의 세계화니 새주소니 그리고 지구 온난화 방지 예방책까지 정부차원에서 논의가 끊이지 않고, 많은 돈을 들여 광고 형태로 제작하거나 기사화하여 국민들에게 알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공감 형성대는 정부가 들인 예산과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미미했습니다. 그러나 어제 무한도전 나비효과가 다시한번 에너지 절약을 해야겠다고 새삼 느낌과 동시에 새주소의 편리함까지 알려주니 어쩌면 정부가 해도 안되는 일을 일개 방송이 해낸 셈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정부가 무한도전에 고마워해야할 것 같습니다. 지난주 방송에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님이 무한도전 스튜디오에 직접 오셔서 감사패까지 수여하였는데, 이제는 환경부, 행정안전부 장관님까지 나오셔야 하겠습니다. 또한 무조건 각자 이야기만 늘어놓아 적대적인 대치상황으로 치닿게 하지말고, 서로 대화를 통해 돌파구를 해결해야겠다는 중요성을 일깨워주기도 한 방송이였습니다. 말로만 선진국끼리 세계 협력을 운운하며 서로 이익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 실제 지구를 위해 서로 양보할 건 양보하고 진실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우리가 전환점을 넘긴 건 맞지만, 돌아오지 못할 지점은 넘기지는 않았으니까요. 정형돈 말대로 요즘 무한도전이 예능답지 못해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전 요즘 무한도전이 어느 때보다 고맙고 이 시대 최고 예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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