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배 강호동의 감동적인 sbs연예대상 수상소감

방송사를 통털어 수상에 관해서 어느 해보다 잡음이 많았던 연예대상이였지만, 그래도 대상만큼은 잘 준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새로운 뉴페이스는 없었습니다. 이경규, 강호동, 유재석 오랫동안 대한민국 예능계를 주름잡던 거물들의 명성 재확인이였을 뿐이였습니다. 다만 kbs의 김병만이 조금 아쉬웠기도 하였지만, 이 세 사람의 올 한해의 각 방송사의 기여도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진행과 리더십을 보면 이들의 이름을 듣기만 해도 거부감이 드는 몇몇 분들을 빼놓곤 충분히 납득이 가는 대상 수상자들이 아니였나 싶네요.

kbs,mbc 연예대상 한 자리를 묵묵히 지키면서, 이경규와 유재석의 대상과 1박2일 멤버들의 상을 축하해주는 모습만 비쳐주었던 강호동은 드디어 sbs에서 3년만에 대상을 수상하며 2010년 마지막 연예대상을 화려하게 빛냈습니다. 당연한 수상이였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작년처럼 공동수상으로 강호동의 대상 의미가 퇴색될까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연예대상도 그렇고 연기대상도 그렇고 다량의 상을 남발하기로 유명한 방송사이잖아요. 아니나다를까, 이번에도 역시 대중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듯이, sbs연기대상에서 늘 해오던 10대 스타상은 물론 베스트 프로그램과 네티즌이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 수상까지 현재 베스트 프로그램 조작설로 고초를 치루고 있는 mbc 연예대상도 이렇게 상을 주었으면 비난을 덜 받지 않았나 싶은 안타까움도 들더군요.

하지만 이 시대 진정한 대인배 강호동은 설령 자신의 3년만의 sbs 연예대상을 공동대상으로 받는다고해도 너그럽게 웃어줄 그런 남자였습니다. 전날에도 2년연속 mbc 연예대상을 수상한 유재석을 끌어안고 진심으로 축하해주던 강호동이였습니다. 전날 mbc 연예대상의 주인공인 유재석 역시 이번에는 3년만에 대상의 영광을 얻은 강호동의 수상에 웃으면서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게다가 이제 갓 약관의 나이를 넘긴 천하장사 강호동을 연예계로 이끈 이경규는 묵묵히 대상을 받고 기뻐하는 강호동 옆을 지켜주었습니다.

올 한해 스타킹과 강심장으로 sbs 간판 예능을 성공적으로 이끈 강호동의 대상수상은 가히 미스코리아에서 영광의 진을 수상하는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올 한 해 스타킹과 강심장에 출연했던 출연진들에게 둘러싸인 히로인 강호동은 오랜만에 받아든 sbs 예능대상 트로피에 감격을 하면서도, 역시 명언의 대명사답게 대한민국 시상식 역사에 길이 남을 명 수상소감을 읊조립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평소 강한 이미지와는 사뭇 반대되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였습니다.

대한민국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이 자리에 있는데 부족한 제가 가장 마지막에 상을 받았다면서, 이 순간은 호동이가 스타킹이 된 것 같다면서 겸손하게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표시한 강호동은 스타킹, 강심장 제작진과 이승기를 비롯한 출연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 말머리에는 얼마 전 이경규 선배가 대상을 수상하고 소감으로 어린 후배들에게 길잡이 역할이 되는 개그맨이 되겠다고 했다”며 “나는 빨리 가는 것보다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가 더 중요하다. 무소의 뿔처럼 따라가겠다”고 밝히면서 이경규에 대한 한없는 존경심을 표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대인배 강호동의 진가가 드러나는 것은 역시나 자신의 강한 라이벌로 지목받는 유재석을 언급할 때였습니다. 강호동이 방송을 하며 많은 칭찬을 받았는데 가장 큰 찬사는 유재석의 라이벌이란 소리를 들을 때라고 합니다. 혼자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 재석아 함께 가자면서 늘 강호동과 함께 대상을 다투고 본의아니게 과도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유재석을 추어올려 무대 밑에서 강호동의 대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던 유재석은 물론 그 방송을 보던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약간 부끄러운 마음까지 들게하였습니다.


살면서 경쟁은 꼭 필요하긴 합니다. 선의의 경쟁은 서로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키는 자양분과 촉매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자아 발전을 위한 경쟁이 아닌 경쟁을 위한 경쟁으로 흘려가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저같은 소인배들은 아무리 립서비스라고해도 경쟁자를 추어올려주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동안 경쟁자란 그저 밟고 이겨야할 존재라고 여기고 앞만 보고 달려온게 우리들의 삶입니다. 1등이 모든 걸 다 독식하는 사회였고, 또 1등과 2등과의 차이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들의 인생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사람들을 지상 최대 대결구도로 만들어놔서 서로 편을 나눠서 헐뜯고 싸우는 무의미한 행위들을 지속해나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역시 그들은 그릇부터 달랐습니다. 상을 받는 것이 확실해야 시상식에 참석하고, 자신의 예정된 수상이 끝나거나, 다른 후보가 자신을 제치고 상을 받으면 바로 홀라당 자리를 빠져나가는 일부 스타님들을 여러 본 보아온 사람으로서 자신이 상을 못받을 것을 잘 알면서도 남들 상 받는거 지켜보면서 웃으면서 진심으로 축하하고, 심지어 자신의 강력한 라이벌인 유재석에게 함께 가자고 제안을 하고, 역시나 무대 밑에서 박수치면서 강호동을 환호하는 유재석을 보니 왜 그들이 오랫동안 서로 사이좋게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mc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지 절로 고개가 끄떡여지더군요.


몇 년동안 그 나물의 그 밥이 다 해먹는다는 연예계라고 하지만, 사실 연예계처럼 약육강식, 약자도태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도 없을 것입니다. 시청률을 위해서 만든 프로그램이 2달만에 폐지하는 것은 더 이상 놀랄일도 아니고, 한 때 잘나갔던 신동엽도 이제는 폐지전문 mc라는 오명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대한민국 예능계의 현 주소입니다. 이런 연예계에서 오랫동안 최고 mc 자리를 양분하면서도 언제 어디서나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낮은 자세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 강호동과 유재석이야말로 진정한 스타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대상 수상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들었던 가장 큰 찬사는 유재석의 라이벌이라고 자기 스스로를 낮출 수 있는 강호동의 너그럽고 푸근한 마음씨가 부러울 따름입니다. 어쩌면 강호동의 말처럼 저같은 소인배와는 달리 자신의 강력한 라이벌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 이 시대 진정한 대스타 강호동과 유재석이기에 대상 줄 사람은 정작 따로 있었는데도 구태어 공동대상으로 전날 연예대상에 이어 빈축만 사게된 어떤 방송사의 연기대상보다는 의미있고 빛나는 대상 수상을 남길 수도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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