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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릎팍도사 여자가 반할 수밖에 없는 열정의 박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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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팍 도사에 2011년 새해 첫 손님으로 박칼린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이건 무조건 본방사수를 해야겠다는 다짐이 들더군요. 작년에 '박칼린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굉장한 히트를 기록했던 '남자의 자격' 합창단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제 막 사회에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여자로서 여자로서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그것도 그녀가 진출할 당시에는 여자들에게 녹록지 않았던 뮤지컬계에서 인정받으면서 이제는 유명인사가 된 분인지라, 도대체 어떻게 그 자리에 올라갔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박칼린은 이름에서 느껴지는 그래도 혼혈입니다. 무뚝뚝한 한국인 아버지와 여장부 스타일의 행동파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어머니를 둔 지라 어렸을 때부터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글로벌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어쩌면 그녀의 저돌적인 면과 카리스마넘치는 정열은 그녀의 어머니를 고스란히 이어받았다고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지금같은 글로벌 시대에는 부럽기만한 일이겠지만, 혼혈에 그렇게 관대하지 않은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한국인 아버지를 두었지만, 상당히 이국적으로 생긴 그녀의 학교 생활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본인은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서 자라왔던터라 당연히 한국이 자기 고향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린 시절 한 중학생 오빠에게 들었던 '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다행히 아버지의 배려와 설명으로 극복되었고, 애써 밝게 살아왔지만 그 때부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남모를 고민과 아픔이 있지 않았나 싶네요.

하지만 박칼린은 혼혈이라면 누구나 다 겪을 수 밖에 없는, 그리고 한국과 미국을 오고다니는 문화적 정서의 차이를 잘 극복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녀가 막 음악감독을 시작하기 전보다는 남녀평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유리천장에 갇혀살아야하는 여자, 게다가 상당히 어린나이에 혼혈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보란듯이 열정 하나로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박칼린 등장 이후 대한민국 뮤지컬 음악 감독이 대부분 여자로 채워졌으니, 그야말로 박칼린이 뮤지컬계 여풍을 주도한 선구자격이 아닐까 싶네요. 게다가 최근에는 남자의 자격 출연 이후, 학연,지연,주위 청탁이 아닌 오로지 실력으로 합창단원을 선발, 박칼린 특유의 카리스마와 여자로서의 섬세함까지 갖춰진 지휘로 아름다운 화음을 선사하여, 시청자들에게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은 물론 이 시대 각광받는 리더십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주목하는 인물 중 하나로 자리매김까지 하였구요.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잘 본 편이 아니라서 그런가, 무릎팍도사를 보기 이전, 박칼린은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큰 성공을 거둔 여자로서 참 닮고 싶은 부분이 많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였지만, 인간적인 매력은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외국인이라는 핸디캡까지 극복하고 쟁쟁한 남자들을 제치고 그 자리까지 올라간터라 여자라기보다는 '마녀', '카리스마'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사람이였습니다. 그녀가 부산에 잠시 초등학교를 다녔다는 이야기는 얼핏 들었는데 설마 지적이고 고상한 예술 종사자 박칼린쌤이 부산 사투리를 쓴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제가 알고 있던 것보다도 훨씬 더 구수하였고, 재미있었고, 소탈한 사람이였습니다. 그 전까지 박칼린은 웃음이 없는 여자인줄 알았습니다. 그녀의 성공신화를 엿듣고자 애써 무릎팍 도사 본방을 사수했지만, 무릎팍도사의 재미가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요근래 본 무릎팍도사 중에서 가장 큰 웃음이 나올 정도로 그녀의 예능감은 천하의 강호동마저 초토화시킬 정도로 대박이였습니다. 특히나 고상할 것 같은 그녀의 입에서 고 박동진 명창님 흉내낸답시고 양x이라는 소리가 아무렇지않게 툭 튀어놔왔을 때는 아 제가 이 여자를 너무 무섭게 본 것은 아닐까(?), 아니면 지나치게 강해서 피한방울 안나올 것 같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가에 대한 미안함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누구보다도 한국에 대한 애정과 애착이 강했고, 적어도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든, 비난을 받든 그 때만큼은 혼신의 힘을 다하는 열정까지 갖춘 음악인이였습니다. 고 박동진 명창께서 전수자로 만들고 싶어해도, 분명 한국 뿌리를 가지고 있지만 푸른 눈을 가진 미국인이란 이유로 자신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거절당했을 때도, 애써 웃으면서 선생님에게 인정을 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면서 오히려 고 박동진 명창님을 위로하던 대인배였습니다. 늘 언제나 남에게 보여주는 삶보다 자기 스스로 떳떳해왔고, 어느 한국인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돋보였던 박칼린이였습니다. 뮤지컬이 막 시작될 때쯤부터 자리를 잡았다는 이점도 있었지만, 지금보다도 여자 외국인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을 때도, 먼저 부딪쳐보고 깨져보면서, 결국 그녀를 좋게 보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그녀의 지지자로 만드는 힘이야 말로 오늘날 수많은 대한민국 사람들을 매료시킨 마법같은 일이 결코 우연이 아니였음을 일깨워줍니다.

사실 여자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있고, 객관적으로 봐도 남부럽지 않은 직업에, 고상한 매력까지 갖춘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시크릿가드 여주인공처럼 길라임처럼 같은 여자가 봐도 멋있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고 닮고 싶다는 집념까지 들게하는 여자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박칼린의 등장 이후, 여자가 이렇게 멋있을 수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해주고, 그녀를 계기로 다시 한번 앞으로의 제가 살 삶에 대한 이정표를 다시 쓰게된 것 같아 그녀에게 너무 고마울 따름입니다. 늘 인생을 진정으로 즐기면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위 아래의 리더십이 아닌 서로를 동등한 시각에서 바라보면서 눈높이에 맞추는 섬세하고 수평적인 리더십을 몸소 선보이면서, 여성도 지도자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동시에, 그동안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성공한 여성에 대한 기준까지 다시 박칼린입니다. 비록 서로 원하는 분야는 각각 다르지만, 각자 제2의 박칼린을 꿈꾸는 수많은 젊은 여성들에게 진정한 롤모델과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정말 어제 무릎팍 도사 박칼린 그녀보다 한참 어린 후배로서 그녀를 실제로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닮고 싶다, 멋있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던 최고의 방송이 아니였나 싶네요. 여자인 제가, 한 여자 그것도 를 보고 이렇게 가슴이 뛰게하는 건 실로 처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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