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의 디오(도경수)가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솔직히 기대보다 걱정이 되었다. 관심가지고 지켜보는 아이돌 중 하나이지만, <괜찮아, 사랑이야>가 디오의 공식적인 첫 연기 필모그래피이고, 글쓴이 또한 아이돌, 특히 ‘SM의 저주’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배우로서 이렇다할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 SM 아이돌에 대한 적잖은 편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장재열(조인성 분)의 순수하고도 열렬한 해바라기로 등장할 줄 알았던 디오에게 맡겨진 첫 역할은 그냥 평범한 미소년이 아니었다. 디오가 맡은 한강우는 형 재범(양익준 분)을 향한 재열의 죄책감이 만들어낸 허구적 존재였다. 그리고 강우는 의붓 아버지에게 학대받았던 재열의 어린 시절과 똑 닮아 있었다. 


3년 전 재범이 재열을 포크로 공격한 이후부터 재열의 눈 앞에 나타난 강우는 그 이후 줄곧 재열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강우가 마냥 귀찮았던 재열이 강우를 친형처럼 받아준 것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은 강우의 처지 때문이었다. 





소설가를 지망하는 강우는 신춘문예 당선을 희망한다. 그런데 신춘문예 당선을 대하는 강우의 태도가 상당히 극단적이다. 만약 당선이 되지 않는다면, 죽고 싶단다. 당연히 재열은 강우의 자살을 막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하지만 강우가 뜻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거듭되는 의붓 아버지의 폭력과 그에게 맞고 사는 어머니의 고통을 더 이상 맨정신으로 지켜볼 수 없었던 강우는 결국 지난 4일 방영한 <괜찮아, 사랑이야> 14회에서 재열의 눈 앞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당연히 재열은 강우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내던졌고, 다행히 재열을 뒤따라온 지해수(공효진 분)와 조동민(성동일 분)과 이영진(진경 분) 등 의료진에 의해 무사히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재열의 환시 속에서만 존재하는 인물. 거기에다가 의붓 아버지의 폭력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애써 밝게 웃고 있음에도, 우수에 가득찬 눈으로 그늘진 슬픔을 드러내는 여린 캐릭터는 섬세하면서도 예민한 감정선을 요한다. 그만큼 연기를 잘 해야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대사만 잘 외우고, 아이돌 특유의 귀엽고 발랄한 표정만으로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고등학생이 아니고, 재열하고만 감정 교류가 이뤄지는 허구적 인물인만큼, 시청자들이 강우라는 인물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그 이상을 보여줘야한다. 특히나 재열의 정신분열을 설명하는 존재인만큼,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강우란 역할이 같는 의미는 상당하다. 





다행히도, 디오는 강우의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있었고, 그 순간만큼은 강우가 되어, 강우에게 집착하는 재열의 슬픔을 극대화한다.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는  요즘 최고의 인기 아이돌이라는 EXO의 디오가 보이지 않는다. 해맑은 미소를 가진 한강우만 존재할 뿐이다. 그동안 연기 도전에 나선 SM 아이돌들이 숱한 연기 논란에 휩싸인 것은, 기본적인 연기력 문제를 놓고 떠나, 워낙 화려한 아이돌 이미지가 강해서 정작 그들 각각이 맡은 역할에 제대로 몰입되지 않았던 이유가 가장 컸을 것이다. 





하지만 디오는 EXO 멤버인 줄 몰랐다는 허지웅 평론가의 말처럼 아이돌이 아닌 오랜 연기 내공을 가졌지만, 이제 막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신인배우처럼, 연기하기 그렇게 쉽지 않은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어떤 역할을 연기한다한들,  예쁘고 잘생긴 SM 아이돌 뿐이라는 편견을 벗어나 연기자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디오. 어쩌면 SM 연기 흑역사를 마감할 수 있는 디오의 차기작 영화 <카트> 또한 기대해봐도 괜찮을 법 하다. 아니다 배우로 활동하는 중에는 EXO의 디오가 아닌 도경수라고 불려줘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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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지난 28일 방영한 SBS <괜찮아 사랑이야> 12회에서 양태용(태항호 분)을 통해 장재열(조인성 분)의 정신분열 증세를 알게된 조동민(성동일 분)은 재열에게 술자리를 제안한다. 







대낮부터 술에 취한 동민과 재열. 동민은 이 틈을 타서 재열에게 넌 예전부터 밝았나고 넌지시 물어본다. 동민의 질문에 대한 재열의 대답은 대략 이러하다. 원래 재열은 그의 환시인 한강우(도경수/ EXO 디오 분)처럼 수줍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하지만 13년 전 의붓 아버지 살해사건이 일어난 이후 재열은 강해지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웃기지 않아도 억지로 크게 웃고, 최대한 밝아 보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고 한다. 그리고 재열은 동민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신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유로우며, 강하다고 말이다. 


며칠 전, 의붓아버지 살인사건 당시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를 통해 이미 13년 전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었던 동민은 재열과의 대화를 통해 강우라는 환시를 만들어서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는 재열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진단하고자 한다. 그리고 재열을 만나기 전, 당시 살인 사건이 일어난 장재범(양익준 분)과 재열이 살던 옛 집을 찾아간 동민은 사건이 일어난 당일 재범이 진짜 의붓 아버지를 죽인 범인인 엄마(차화연 분)이 범행을 저지르는 모습을 목격했을 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운다. 아니나 다를까, 동민의 예상대로 재열은 13년 전 엄마가 불을 지르는 모습을 명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주 똑똑히 말이다. 







13년 전, 엄마가 저지른 화재 때문에 의붓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재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 재범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재열이 아무 죄 없는 재범을 가해자로 몰고간 것은 순전히 엄마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화재 사건 이후 해리장애에 빠진 엄마는 자신이 불을 저지른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재열은 엄마를 위해 재범을 희생시킨다. 


하지만 그 이후 재열은 형에게 깊은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재열은 자신의 대부분의 재산을 재범에게 주려고 하고, 자신에게 강한 앙심을 품은 재범이 공격을 해도 피하기보다 기꺼이 맞아주려고 한다. 그럼에도 재열은 억울한 옥살이를 한 형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태용의 증언에 따르면, 재열에게 강우의 환시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정확히 3년 전. 출소한 재범이 재열이 DJ를 보던 클럽파티에서 포크로 재열을 공격하던 그 날이었다. 13년이 지난 지금도 재범과 당시 사건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내지 못한 재열에게 강우는 그를 보호할 수 있는 일종의 방어기제다. 동민의 말대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지 못할 정도로 착하고 여린 재열은 이렇게 강우라는 자신의 또다른 자아를 만들며 자신이 경험한 큰 충격에서 자유로워지고자 한다. 


그러나 지난 날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재열의 부단한 노력과는 달리, 재열은 여전히 13년 전 사건에서 한 발자국도 자유롭지 못한다. 자신의 적성을 최대한 살려 글을 쓰고,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며 화려한 생활을 즐기는 등 당시 끔찍했던 사건을 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악몽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재열은 결국 자신의 어린 시절을 꼭 닮은 강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강우를 통해 오랜 세월 쌓아온 자신의 아픔을 속으로 삭힌다. 







재열은 자신은 물론 엄마, 형까지 불행하게 만든 13년 전의 그 일을 정말로 잊고 싶어한다. 그러나 잊고 싶다고 잊혀지는 사건이 아니다. 재열뿐만 아니라 재범은 물론 엄마까지 이들 세 모자의 시간은 여전히 13년 전 그 사건에 머물러있다. 재범은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한 엄마와 재열은 원망하며 그들을 향한 복수를 꿈꾼다. 의붓 남편의 거듭된 폭력에 결국 두 아들을 사지로 내몰게 된 엄마는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도 단 하루도 편하게 잠을 들지 못한다. 이렇게 사건 발생 당시 제대로 치유되고 해결되지 못한 비극의 잔재는 13년이 지난 지금도 당사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주변 사람들까지 괴롭히는 악순환으로 작용한다. 


재열이 스스로를 망가뜨리면서까지 13년 전 사건의 진실을 외면하고 침묵을 유지한 것은 해리장애에 걸려 당시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엄마 그리고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다. 그러나 강우라는 환시를 통해서 자신의 상처를 보호하려는 재열의 이상증세는 결국 재열은 물론 그의 주변 모든 사람들을 다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 애써 밝게 웃어보이다가 결국 속이 곯아 버릴대로 곯아버린 재열에게는 전문적이고도 체계적인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가 시급하다. 다행히 재열의 옆에는 그의 아픔을 어루만질 수 있는 지해수(공효진 분)와 동민이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강우라는 환시를 만들 정도로 재열을 힘들게한 13년 전 사건의 진실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그래야 재열은 물론, 재범, 엄마 모두 비로소 13년 전 사건에서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고, 새출발을 할 수 있다. 단순히 위로만 제시하는 것이 아닌, 마음의 상처를 유발한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고자하는 <괜찮아 사랑이야>의 남은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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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대학병원 정신과 펠로우인 지해수(공효진 분)와 정신과 의사인 조동민(성동일 분), 투렛증후군을 앓고 있는 박수광(이광수 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답게 SBS <괜찮아 사랑이야>에는 숱한 정신과 상담 사례가 등장한다. 심지어 남자 주인공인 장재열(조인성 분)도 침대가 아닌 화장실에서 누워야 잠이 오고, 몇몇 색깔에 집착하는 강박증 환자로 등장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장재열의 진짜 문제는 겉으로 드러난 강박증 증세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빼닮은 한강우(도경수/EXO 디오 분)라는 가상의 존재를 만들고 마치 옆에 있는 친구인마냥 천연득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종종 주먹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그리고 의붓 아버지 살해사건으로 13년 동안 옥에 갇힌 형 장재범(양익준 분)은 동생 재열을 진짜 범인으로 지목한 상태다. 


그래도 약간의 강박증이 있는 것을 제외하곤, 잘 생기고 인기 소설가로 돈 잘 벌고, 여자 많이 만나면서 잘 사는 줄 알았던 재열이 드디어 사고를 치고 말았다. 





지난 27일 방영한 11회에서 운전 중 순간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강우의 환상을 본 재열은 급히 핸들을 돌리다가 결국 사고를 낸다. 재열의 신속한 대처능력으로 재열, 해수가 다치는 교통 사고는 면했다. 하지만 그의 오랜 친구 양태용(태항호 분)은 재열의 정신분열을 목격하게 된다. 


재열의 눈에만 보인다는 한강우는 재열의 또다른 자아로 해석할 수 있다. 소설가 지망생인 강우는 의붓 아버지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있다. 처음에는 자신을 귀찮게 따라다니는 강우에게 차갑게 굴었던 재열. 하지만 이제는 강우가 진심으로 걱정된다. 





이미 중학생 시절 ‘방어기제’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었던 재열에게 강우는 자신의 끔찍한 악몽과 죄책감(의붓 아버지 살인사건)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하는 일종의 방어기제다. 그런데 재열이 해수와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한 이후 강우의 그림자가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해수와 사귄 이후 재열은 이전과 달리 한층 밝아졌고, 한결 편안해보인다. 이쯤되면 마음의 상처와 병에는 ‘사랑’이 가장 특효약인듯하다. 왜 드라마 제목이 <괜찮아 사랑이야>인지 절로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해수와의 달콤한 사랑만으로는 재열의 오랜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재열은 강우가 실존 인물이라고 굳게 믿고 있으며, 예기치 못한 순간에 발생하는 그의 분열증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재열의 이상증세에 큰 충격을 받은 태용은 결국 동민에게 재열의 분열증을 알린다. 이미 재범과의 아미탈 인터뷰를 통해서 재열이 13년 전 의붓 아버지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일 수 있다는 단서에 접근한 동민은 본격적으로 재열의 근원적인 아픔에 접근하고자 한다. 





조인성과 공효진의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한 시청자들에게 정신병을 가진 남자주인공의 존재는 다소 난해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괜찮아 사랑이야>의 장재열은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남자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다는 까칠함과 마음의 상처를 넘어, 정신분열까지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재열은 멋있고, 수많은 여자들이 좋아할 법한 요소를 고루 갖춘 이상향에 가까운 남자다. 그리고 해수와 사랑을 나누는데 있어서 아무런 지장이 없다. 





심각한 정신적 이상증세를 가지고 있지만,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일상 생활을 즐기는 장재열. 마치 성공한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의 즐거운 일상을 보는 것 같은 <괜찮아 사랑이야>에 재열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노희경 작가의 의도는 분명해보인다. 


겉으로는 화려해보이지만, 실상은 남부럽지 않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아등바등 거리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현대인에게 마음의 병은 더 이상 감추어야할 치부가 아니다. 





부인이 끔찍한 범죄를 당한 이후, 오랜 세월 그 아픔을 홀로 삭혀온 중년 남자의 고백을 들은 이영진(진경 분)은 “괜찮다.”는 남자의 말에 “괜찮은 일이 아니다.”면서 응수한다. 영진의 말을 들은 남자는 그제서야 참아온 눈물을 펑펑 흘린다. 사실을 자기 아내에게 몹쓸 짓을 한 괴한들을 죽이고 싶다면서 말이다. 


사랑하는 이들의 따뜻한 위로와 포옹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큰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는 하나, 2014년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끔찍한 사건들이 줄줄이 일어나는 지금, 단순히 “괜찮다.”라고 넘어갈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 





어쩌면 장재열, 장재범도 아닌 제3자가 범인일 수 있다는 13년 전 살인사건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재범의 억울함과 재열의 정신분열을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13년 전 사건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는 일이다. 


다행히 재범과 재열 형제에게는 그들이 오랜 세월 울분을 기꺼이 들어주고, 받아줄 수 있는 사랑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물론 자신의 말을 들어준다고 장재범의 원한이 쉽게 사그라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잠깐이라도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그 누구보다 필요하다. 다 안다고 하지만, 사실을 잘 모르는 이야기를 조심스레 풀어내는 노희경. 그래서 <괜찮아, 사랑이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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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