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방영한 SBS <괜찮아 사랑이야> 12회에서 양태용(태항호 분)을 통해 장재열(조인성 분)의 정신분열 증세를 알게된 조동민(성동일 분)은 재열에게 술자리를 제안한다.
대낮부터 술에 취한 동민과 재열. 동민은 이 틈을 타서 재열에게 넌 예전부터 밝았나고 넌지시 물어본다. 동민의 질문에 대한 재열의 대답은 대략 이러하다. 원래 재열은 그의 환시인 한강우(도경수/ EXO 디오 분)처럼 수줍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하지만 13년 전 의붓 아버지 살해사건이 일어난 이후 재열은 강해지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웃기지 않아도 억지로 크게 웃고, 최대한 밝아 보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고 한다. 그리고 재열은 동민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신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유로우며, 강하다고 말이다.
며칠 전, 의붓아버지 살인사건 당시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를 통해 이미 13년 전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었던 동민은 재열과의 대화를 통해 강우라는 환시를 만들어서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는 재열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진단하고자 한다. 그리고 재열을 만나기 전, 당시 살인 사건이 일어난 장재범(양익준 분)과 재열이 살던 옛 집을 찾아간 동민은 사건이 일어난 당일 재범이 진짜 의붓 아버지를 죽인 범인인 엄마(차화연 분)이 범행을 저지르는 모습을 목격했을 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운다. 아니나 다를까, 동민의 예상대로 재열은 13년 전 엄마가 불을 지르는 모습을 명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주 똑똑히 말이다.
13년 전, 엄마가 저지른 화재 때문에 의붓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재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 재범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재열이 아무 죄 없는 재범을 가해자로 몰고간 것은 순전히 엄마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화재 사건 이후 해리장애에 빠진 엄마는 자신이 불을 저지른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재열은 엄마를 위해 재범을 희생시킨다.
하지만 그 이후 재열은 형에게 깊은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재열은 자신의 대부분의 재산을 재범에게 주려고 하고, 자신에게 강한 앙심을 품은 재범이 공격을 해도 피하기보다 기꺼이 맞아주려고 한다. 그럼에도 재열은 억울한 옥살이를 한 형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태용의 증언에 따르면, 재열에게 강우의 환시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정확히 3년 전. 출소한 재범이 재열이 DJ를 보던 클럽파티에서 포크로 재열을 공격하던 그 날이었다. 13년이 지난 지금도 재범과 당시 사건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내지 못한 재열에게 강우는 그를 보호할 수 있는 일종의 방어기제다. 동민의 말대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지 못할 정도로 착하고 여린 재열은 이렇게 강우라는 자신의 또다른 자아를 만들며 자신이 경험한 큰 충격에서 자유로워지고자 한다.
그러나 지난 날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재열의 부단한 노력과는 달리, 재열은 여전히 13년 전 사건에서 한 발자국도 자유롭지 못한다. 자신의 적성을 최대한 살려 글을 쓰고,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며 화려한 생활을 즐기는 등 당시 끔찍했던 사건을 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악몽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재열은 결국 자신의 어린 시절을 꼭 닮은 강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강우를 통해 오랜 세월 쌓아온 자신의 아픔을 속으로 삭힌다.
재열은 자신은 물론 엄마, 형까지 불행하게 만든 13년 전의 그 일을 정말로 잊고 싶어한다. 그러나 잊고 싶다고 잊혀지는 사건이 아니다. 재열뿐만 아니라 재범은 물론 엄마까지 이들 세 모자의 시간은 여전히 13년 전 그 사건에 머물러있다. 재범은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한 엄마와 재열은 원망하며 그들을 향한 복수를 꿈꾼다. 의붓 남편의 거듭된 폭력에 결국 두 아들을 사지로 내몰게 된 엄마는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도 단 하루도 편하게 잠을 들지 못한다. 이렇게 사건 발생 당시 제대로 치유되고 해결되지 못한 비극의 잔재는 13년이 지난 지금도 당사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주변 사람들까지 괴롭히는 악순환으로 작용한다.
재열이 스스로를 망가뜨리면서까지 13년 전 사건의 진실을 외면하고 침묵을 유지한 것은 해리장애에 걸려 당시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엄마 그리고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다. 그러나 강우라는 환시를 통해서 자신의 상처를 보호하려는 재열의 이상증세는 결국 재열은 물론 그의 주변 모든 사람들을 다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 애써 밝게 웃어보이다가 결국 속이 곯아 버릴대로 곯아버린 재열에게는 전문적이고도 체계적인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가 시급하다. 다행히 재열의 옆에는 그의 아픔을 어루만질 수 있는 지해수(공효진 분)와 동민이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강우라는 환시를 만들 정도로 재열을 힘들게한 13년 전 사건의 진실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그래야 재열은 물론, 재범, 엄마 모두 비로소 13년 전 사건에서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고, 새출발을 할 수 있다. 단순히 위로만 제시하는 것이 아닌, 마음의 상처를 유발한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고자하는 <괜찮아 사랑이야>의 남은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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