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방영한 MBC <보고싶다> 17회는 이수연(윤은혜 분)에 대한 한정우(박유천 분)의 순애보가 절정을 이루던 한 회였다. 


이수연을 연인으로서 사랑한다기보다, 자신의 물건인양 소유하려고드는 강형준(유승호 분)에 비해, 한정우가 이수연에게 보여주는 마음은 아가페(조건없는 사랑)이다. 


수연이 자신의 여자가 되주길 바랐지만 정우는 자신이 수연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수연에게 자신에 대한 사랑을 강요하지 않았다. 14년 동안 수연을 위험에서 구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했던 정우는 죽은 줄만 알았던 수연이 다시 돌아온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다. 수연이 해리 형준과 정우 사이에서 깊은 갈등에 빠졌을 때, "친구면 어때?" 하면서 애써 마음을 다스리던 정우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오직 수연만을 바라보다가 정작 자신은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정우의 다소 무모한 사랑에 감탄한 하늘은 정우에게 잠시 수연을 허한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강형준의 광기에 지쳐버린, 아니 엄연히 말하면 형준의 추악한 실체를 알게된 수연은 정우의 도움으로 형준의 곁을 떠나 엄마 김명희(송옥숙 분)과 정우가 살고 있는 집으로 향한다. 


"내가 널 위해 강상득을 죽였어."라는 고백에 쇼크를 먹은 수연을 위로한 것은 언제나 그랬듯이 정우의 몫이다. 지난 14년동안 수연은 조이라는 새 이름으로 해리 형준과 살며 아픈 지난 날을 모두 잊었다고 생각했으나, 해리는 수연의 아픈 상처를 보듬아 줄 수 있는 남자는 되지 못했다. 오히려 해리 쪽이 수연의 보살핌이 더 절실해 보였고, 이제 막 날갯짓을 하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아이들끼리의 만남은 오히려 자신에게 상처를 입은 가해자쪽은 물론 자신마저 파멸을 이르게 하는 분노와 증오만 양성한 꼴이다. 





반면 돈만 밝히는 아버지의 탐욕으로 좌절과 낙담이라는 단어를 먼저 배우며 어린 시절 받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정우는, 자신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자기와 돈밖에 모르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노라고 다짐한다. 그래서 정우는 집을 뛰쳐나왔고 자기 스스로 경찰이 되어 자기 손으로 직접 이수연에게 몹쓸 짓을 한 강상득, 강상철 형제를 응징하고 수연도 직접 찾고자 지금껏 '미친토끼'로 열심히 살았다. 가진 돈과 권력으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무작정 남을 짓밟는 것이 아니라 나름 상식적이고도 법이 인정하는 틀 내에서 자신에게 절망부터 안겨준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터특한 정우다. 


그런데 막 출소한 강상득이 허무하게 살해당함으로서 자신이 계획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며 낙담하고 있던 정우는 그토록 애타게 찾던 수연이 다시 돌아와 준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거기에다가 수연이 이제 자기 발로 정우의 품을 선택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마치 천하를 다 자기의 손에 쥔 기분이릴까. 오직 수연을 찾기 위해 그 좋다는 재벌3세도 포기하고 집을 뛰쳐나온 정우에게는 그저 수연 하나만 있으면 만사형통이다. 





그러나 하늘은 정우에게 유독 '사랑'만은 용납하지 않으셨다. 어떻게 보면 아무탈없이 편히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던 정우 스스로가 고난의 길을 택한 것은 순전 '이수연' 때문이다. 이수연을 찾는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이루고, 그 끔찍했던 악몽같은 하루에서 한 발자국도 걸어나오지 못했던 정우는 이제 그 이수연 때문에 다침을 넘어 죽을 위기에 놓여있다. 


다시 14년 전 정우와 수연으로 돌아가 이불 속에서 달콤하고 진한 키스로 서로의 애틋한 사랑을 확인하는 것도 잠시. "내것이 되지 못한다면, 죽여서라도 이수연 데려와. " 할 정도로 이수연 자체에 대한 집착쩌는 형준씨가 쿨하게 다시 만난 정우와 수연의 사랑을 축복할리 없다. 자기네 집에까지 찾아온 한정우 새엄마 황미란(도지원 분)까지 죽인 형준은 그동안 자신의 비밀친구 윤실장(천재호 분)과 함께 감행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수연을 몰아세운다.





 "억울해도 참아."라는 형준이 남긴 메시지처럼 정우 동료 형사 주정명(오정세 분)을 포함 경찰들은 모두 수연을 연쇄사건 범인으로 믿으며, 형준의 집에 도착한다. 하지만 정우는 알고 있다. 수연은 결코 김형사, 강상득, 강상철, 남이사, 황미란을 죽인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그래서 정우는 수연을 용의자로 체포하려는 동료 형사들 앞에서 총까지 들며, 수연을 지키고자 한다. 첫회에서 보았던 그 장면 그대로다. 결국 정우는 총에 맞고 쓰려지고 의식을 잃겠지.


하지만 정우가 수연을 지키다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을 것이라고 낙담하긴 아직 이르다. 드라마 전개상 비극으로 갈 정황이 높아보이지만, 매 작품마다 극과 극 갈등으로 치닿았던 인물들이 서로를 이해하며 용서하는 따뜻한 결말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했던 문희정 작가와 이재동PD이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했던 의외의 결말이 나올 수 있다. 지금으로서 다수의 <보고싶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결말은,,다소 확률적으로 부족해 보일지라도, 정우와 수연이 용케 살아남아 연인으로서 행복한 엔딩을 맞이하는 것이다. 





아직 사랑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고난의 길만 겪었던 선남선녀들이, 자신의 사랑을 지키다가 목숨까지 잃는 설정은, 주인공들에게도 보는 이들에게도 가혹한 설정이다. 절반의 행복으로 비춰질지 모르나 <공주의 남자> 식의 결말도 가슴 아리게 할 것 같고, 아예 애초부터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 두 사람의 사랑이 다시 리부팅한다는 <착한 남자>같은 방식도 그리 나빠보이진 않는다. 자신이 잘못되더라도 어떤 상황에서던지 수연을 지켜주려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순애보를 보여주는 정우가 안타까워서라도, 정우와 수연 커플은 그동안 아팠던 14년의 세월을 모두 보상받는 취지에서 저승에서의 결합 아닌, 이승에서 남은 사랑을 이루는 방향으로 맺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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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방영한 MBC <보고싶다> 14회는 놀라운 충격으로 다가오는 3가지 요소가 동시다발적으로 등장, 시청자들의 등을 오싹하게 하였다. 


역시나 몇몇 네티즌들의 추리대로 14년 전 이수연(윤은혜 분)에게 몹쓸 짓을 한 강상득(박선우 분)을 살해한 유력 용의자로 강형준(유승호 분)이 강하게 올라와있는 상태다. 예전부터 해리 형준이 강상득을 죽지 않았나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형준뿐만 아니라 수연 또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난 14회에 강상득 형 상철마저 강상득과 비슷한 방법으로 살해당하자 형사인 한정우(박유천 분)은 강상득이 살해당하기 전 기절시킨 청소부 아줌마(김미경 분)을 찾아간다. 그리고 청소부 아줌마는 정우에게 강상득 살해범 찾는데 유력한 '힌트'를 제공한다. 





"똑 또각, 똑 또각." 참으로 독특한 발자국 소리 때문에 청소부 아줌마는 얼마전 하이힐을 신고 자신과 경찰서에서 만난 수연이 강상득을 죽인 범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언제나 킬힐을 신고다니는 수연의 발자국 소리는 분명 "똑 똑 똑 똑" 이다. 그런데 한 쪽 다리를 절어서,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강형준의 발자국 소리가 "똑 또각 똑 또각"이다. 이로소 정통 멜로를 표방하고 있지만, 무게있는 스릴러요소까지 다분한 <보고 싶다>는 14회만에 소름끼치는 방식으로 강상득을 죽인 범인을 어느정도 보여주었다. 


그리고, 죽은 줄 만 알았던 형준 엄마 강현주(차화연 분)이 놀랍게도 살아있었다. 자신을 정신 병원에 감금시킨 한태준(한진희 분) 때문에 정신이 온전치 않은 현주는 아들의 정체를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한태준만 찾는다. 강형준을 집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태준은 현주를 자신의 집 안으로 들이는 모략을 꾸미고 집 전체 철통 방어 태세에 돌입한다. 그리고 태준과 미란(도지원 분)은 딸 아름(이세영 분)에게 강현주의 존재를 정우를 낳아주신 친 엄마의 언니라고 소개했나보다. 그런데 아름이 정우에게 현주의 존재를 알리면서, 우연히 정우 옆에서 태준의 집에 자신의 엄마 현주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된 형준은 강한 '멘붕'상태에 빠진다. 





하지만 형준이 강상득을 죽인 유력 용의자, 형준 모 강현주가 살아있다는 것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현주의 등장으로 어쩌면 정우와 형준이 삼촌과 조카가 아닌 친형제라는 설이 강하게 제기되기 때문이다. 첫 회부터 삼촌과 조카로 설정된 정우와 형준은 지난 14회까지 알고보니 형과 동생이라고 볼 만한 요소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정우 이모라는 부모의 말을 듣고, 현주를 보고 정말로 정우와 닮았다는 아름의 대사 이후, 갑자기 <보고싶다>는 족보가 뒤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급습한다. 만약에 현주가 정우, 형준 모두를 낳았다면 이보다 더 충격적인 막장스토리는 없을 것이다. 알고보니 정우도 태준 자식이 아닌, 할아버지 자식이었다면 모를까 태준 아버지의 후처였던 현주가 정우 할아버지, 정우 아버지 모두 다 취했다는 식이라면.....형준 모자에 대한 태준의 복수심은 동정을 얻을지도 모르나, 그동안 막장 요소 다분해도 요즘 보기 힘든 명품 드라마였던 <보고싶다>의 좋았던 이미지에 제대로 자살골 넣는 형국이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딸에게도 현주의 정체를 속이고픈 태준, 미란의 말을 곧이 듣고, 좀 닮았다고 정우 이모로 간주해버리는 아름의 말만 듣고 정우가 현주의 자식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저 문희정 작가의 낚시질이기만 바랄 뿐이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자기 아들보다 어린 이복 동생을 해치려고 드는 못된 어른 때문에, 자라나는 아이들이 큰 상처를 받고, 복수를 시도하는 줄거리만으로도 이미 <보고 싶다>는 충분히 개연성있고 극적이다. 





지난 13회 강상철을 병원 지상으로 떨어트리면서 한 형준의 대사처럼 정우와 수연, 그리고 형준은 태준의 탐욕에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이다. 태어나는 순간, 자신을 해치려드는 태준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야했던 형준은 그 과정에서 다리를 절게되고 엄마 현주와 생이별을 경험한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의 제대로된 보살핌을 받아보지 못하고 자신을 위협하는 세력에게서 스스로 몸을 피해야했던 형준은 자연스레 자신을 불행으로 치닫게 한 태준을 원망하고 복수를 꿈꾼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힘들 때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준 수연에게 강한 집착을 보인다. 이제 수연이 자신이 아닌 정우를 사랑한다고, 자신의 키스를 거부하는 수연에게 손찌검을 하고 폭력을 휘두르기까지 한다. 그리고 만약 조이가 다시 이수연으로 돌아갈 경우, 태준이 자신을 찾아 죽일 수도 있다고 계속 자기 곁에 있으라는 용의주도함까지 펼친다. 형준의 말이 맞긴 하지만, 결국은 수연을 계속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려는 형준의 집착이 만들어낸 산물일 뿐이다. 


반면 수연을 형준 못지 않게 사랑하는, 아니 더 사랑하는 것 같은 정우는 자신의 마음보다 수연의 마음을 존중한다. 14년 동안 수연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헤매고 다닌 정우였건만, 막상 그토록 기다리던 수연이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나니, 정우는 다시 수연으로 돌아가기 싫다는 조이 수연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벅찬 가슴을 추스리고 수연에게 더할나위없는 '좋은 친구'가 되어주기로 결심한다. 


어릴 때부터 '살인자의 딸'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수연에게 먼저 다가가 감싸안는 따스한 성품을 가진 정우이긴 하다. 그러나 돈 때문에 자신을 이용하고 버릴 수 있는 아버지에게 상처를 받고 집에 뛰쳐나오긴 했지만, 정우에게는 친부모보다 자신을 더 아끼고 사랑해줄 줄 아는 수연 엄마 명희(송옥숙 분)이 있었다. 정작 자기 자식은 14년 동안 행방불명임에도 불구, 자기 자식 아닌 정우와 은주(장미인애 분)을 사랑과 헌신으로 키워낸 명희다. 때문에 정우는 14년 전 수연을 지켜내지 못했던 죄책감에 이수연과 둘러싼 모든 것에 흥분하는 '미친토끼'가 되었지만 막상 수연을 찾고나니 그는 수연의 곁에 있고 싶어하면서도 그저 수연이 다시 돌아준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해한다. 울고 싶어하는 수연을 위해 일부로 자는 척까지 해주는게 정우다. 이게 바로 강한 집착으로 일관된 형준과 다른 정우의 사랑법이다. 





하지만 우리 시청자들은 왜 형준이 수연에게 강한 집착을 보일 수 밖에 없는지 이유를 알기에, 요즘들어 문득 드러나는 폭력성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처럼 <보고 싶다>는 물질적 풍족 유무를 떠나, 어릴 때 어른들의 따스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이 커서 얼마나 극단적인 폭력성을 띄고, 어떻게 스스로를 불행에 몰고갈 수 있는지 심리학적으로 풀어내는 명품 드라마다. 한정우처럼 친아버지가 천하의 악질에, 평생 잊지 못할 큰 상처를 받았다해도, 명희와 같이 남의 자식도 친자식처럼 거두고 보살피는 좋은 어른을 만나면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는 드라마가 <보고싶다>이기도 하다. 





만약에 형준도 재벌가 후처 자식이 아니라 평범한 집안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랐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자기 아닌 다른 남자를 좋아한다고 폭력을 휘두르거나, 과거 자신에게 악행을 벌인 누군가에게 복수의 칼을 겨누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청소부 아줌마처럼 법이 자신이 당한 억울한 피해를 제대로 보호해주지 않는 한 말이다. 


이처럼 <보고 싶다>는 단순 멜로 드라마를 넘어 프로이트식 아동 심리학적 접근 방식으로 자신의 이익 때문에 점점 타락해져가는 사회 속에서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상처받은 아이들을 통해 '상식'을 잃어버린 시대의 변화를 촉구하는 강렬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요즘같은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이 좋은 드라마가 자칫 '정우, 형준 친형제설'로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등이 오싹거린다. 어디까지나 글쓴이의 진한 오지랖으로 끝나길 바랄 뿐이다. 적어도 문희정 작가는 엄청난 화제성을 위해 잘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작가가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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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보고 싶다>의 세 남녀 주인공들은 정신적으로 심하게 결핍되어 있는 상태다. 


그나마 조이 이수연(윤은혜 분), 해리 강형준(유승호 분)에 비하면, 한정우(박유천 분)이 행복하다고 싶을 정도로 조이와 해리는 극도의 불안상태에 앓고 있다. 그래도 조이는 다시 이수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따스한 엄마 품이 있지만, 해리에게는 그마저도 없다. 


해리 형준은 한정우 아버지 한태준(한진희 분)의 이복 동생이다. 한정우보다 어린 형준이 정우의 삼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노인이 되어도 성욕이 감퇴하지 않았던 할아버지 덕분이었다. 정우의 할아버지는 자신의 아들보다 약간 어린 여자 강현주(차화연 분)을 후처로 들였다. 그리고 현주와 그녀가 낳은 아들 형준의 몫을 단단히 챙겨두었다. 


그러나 태준은 현주와 형준을 자신의 새어머니와 동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아버지가 남겨둘 상당한 재산을 그들 모자와 나눠갖는게 싫었다. 그래서 태준은 사람을 시켜, 아버지를 독살시키고 현주 모자를 위협한다. 그리고 본 저택에서 약간 별채로 떨어져있던 형준의 방에 무시무시한 사냥개를 데리고 간다.그 당시 형준의 나이 겨우 초등학생 안팎이다. 그런데 형준보다 2살이나 더 많은 아들을 가지고 있는 이복형 태준은 그깟 돈 좀 더 벌고자 어린 동생을 사냥개로 협박한다. 


하지만 태어나는 순간, 언제라도 자신과 엄마를 헤칠 수 있는 한태준을 향한 경계심을 놓치지 않았던 형준은 필사적으로 방문 유리창을 깨고 극적인 탈출에 성공한다. 그러나 형준은 그 와중에 다리를 심하게 다친다. 그래도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이모 정혜미(김선경 분)을 찾아갔는데, 그녀는 다친 형준을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게하기보다 허름한 판잣집에 방치해둔다. 혹시나 형준이 태준 일당에게 발각되어 납치라도 당하면, 그동안 현주와 혜미가 힘들게 지켜온 엄청난 돈이 다 공수표로 돌아올까봐. 그래서 형준 엄마 현주는 애써 다친 형준을 외면한다. 그 또한 태준에 의해 병원에 감금되면서 형준이 보고 싶어 울고 또 울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가장 힘들고 외로울 때 엄마에게 외면받은 형준은 돈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잠시 버린 엄마의 심경을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엄마와 혜미가 원망스럽다. 그래서 어른 정우와 해리, 조이를 처음으로 대면시켰던 형준 이모 혜미의 사고사가 단순 익사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아빠뻘되는 이복형제의 잔인한 공격에 다리를 다치고, 설상가상 엄마에게까지 버림받은 형준은 그 아픈 다리로 이를 악물고 성공을 향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 그리고 그는 상당히 어린 나이에 몇 조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부띠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형준의 성공 뒤에는 다리 다친 아들을 방치하면서까지 아들의 미래를 위해 돈을 지킨 형준 엄마의 '헌신' 덕분이기도 하지만. 


함께 사는 해리의 유일한 친구이자 연인 조이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장소에 형준은 엄마 현주를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엄마가 그리우면서도, 그럼에도 자신을 버렸던 엄마가 원망스러운 형준. 어릴 때부터 자신의 존재를 못마땅하게 여긴 태준의 사악한 눈칫밥을 먹고 자라야했던 형준이, 여타 아이들처럼 엄마의 사랑을 듬뿍받으며 안정적으로 자랐을리 없다. 그저 다른 보통의 아이들보다 돈을 엄청 쌓아낳고 사는 재벌 집안에서 태어났을 뿐이지,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더 불행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형준이다. (물론 이보다 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수연도 있다)





어릴 때 엄마의 사랑을 마음껏 받지 못했고, 또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아픔이 있어서 그런지, 해리는 지금 자기 옆에 있는 조이 수연에게 사랑 그 이상의 집착을 보인다. 분명 해리는 조이를 사랑한다. 그러나 조이 근처에 CCTV를 달아놓으며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해리는 조이를 연인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결코 뺏길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이라고 간주하고 있는 것 같다. 옛날 자기 엄마처럼 행여나 조이가 자신의 곁을 떠날까봐. 그런데 해리가 우려했고 걱정했던 일들이 연달아 터진다. 


과거 끔찍한 일이 있었던 이수연이었던 과거로 돌아가기 싫었던 조이는, 그럼에도 그토록 보고 싶었던 엄마 명희(송옥숙 분)과 만나게 된다. 14년 동안 미우나 고우나 서로를 품었던 엄마와 딸 사이니까. 하지만 해리에게 있어서 더 무서운 것은, 자꾸만 조이의 마음이 한정우에게 향한다는 것이다. 한정우만 보면 자꾸 그 날의 악몽이 떠오른다면서, 한정우를 거부하던 조이. 그러나 자꾸 한정우와 조이의 만남은 잦아지고 해리의 가슴은 자꾸만 초조해진다. 행여나 조이가 자기 엄마처럼 자신의 곁을 떠날까봐. 


지난 14년동안 정우가 자신을 얼마나 찾아 헤맸는지 알게된 조이는 자신의 가슴 한 켠에 어느덧 한정우라는 존재가 강하게 자리잡혀있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과거 이수연으로 돌아가기 싫었던 조이는 애써 정우 곁을 달아나 해리와 함께 사는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고열로 쓰려진 해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럼에도 해리는 괜찮다면서 걱정하는 조이를 안심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조이 앞에만 서면 14년전 그 때 어린 아이로 돌아가는 해리의 본성이 슬슬 나오기 시작한다. 


 "조이. 실은 너무 아파. 아픈 거 잊고 자고 싶어. 네 손 마술 해줘"


해리는 알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조이가 한정우와 만났다는 사실을. 그래서 해리는 불안하다. 어쩌면 지난 14년동안 수연은 자신을 곁에 두고도 계속 한정우를 그리워한 줄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엄마를 원망하면서도 또 한편으로 보고싶고 그리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해리는 자신을 안심시키는 조이의 손을 꼭꼭 잡고 어린 아이가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는 것처럼 눈물을 펑펑 흘린다. "조이 네가 안 오는 줄 알았어. 너무 무서웠어". 해리를 달래기 위해 아이스팩을 가져오겠다는 조이의 말에도 해리는 그녀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요지부동이다.  "아무데도 못가. 아무데도 못가!"


해리에게 조이는 사랑하는 연인이자 동시에 자신을 새로이 탄생하게 한 엄마 그 이상의 존재다. 하루빨리 수술이 필요한데도 허름한 판잣집에 형준을 방치해두었을 때, 유일하게 형준에게 말을 걸어주고, 형준이 갇혀있는 집이 불이 났을 때 형준을 구해준 것도 수연이다. 그래서 형준은 엄마 외에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모성애를 심어준 조이 곁에서 떠나지 않으려고 한다. 어릴 때 제대로된 사랑을 받지 못하던 형준이기에 자신이 아끼는 이를 어떻게 사랑해야하는 지도 모르는게 형준이다. 그래서 형준은 계속 조이의 주위를 맴돌고 관찰하고, 행여나 조이가 자신의 곁을 떠나 한정우의 품에 안길까봐 전전긍긍 중이다. 만약 조이가 형준을 떠난다면 사람을 시켜 정우를 죽일 수도 있는게 해리의 사랑법이다. 


어찌보면 <보고싶다>의 세 남녀 주인공 모두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 도통 어려운 극단적인 캐릭터 성향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정우와 수연 메인 커플의 러브라인의 방훼꾼이자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반동인물 해리는 심각한 애정결핍을 앓고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 중에서 가장 불쌍한 이는 해리다. 어릴 때 이복형에 의해서 다리를 다치고, 엄마에게 버림받아 그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게되고, 그 이후 엄마에게 받지 못한 모성애를 듬뿍 줄 수 있는 조이를 만나는가 싶었는데 그 여자마저 자신의 조카(?) 한정우에게 뺏길 절제절명의 위기다. 아마, 해리에게 있어서 그 어떤 악몽보다 조이가 자신이 아닌 한정우를 선택한다는 것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용납할 수 없는 최악의 비극일 것이다. 


하지만 <보고싶다>가 흘려가는 정황상 한정우와 이수연의 강한 연결고리는 피할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곧 조이와 헤어지게 될 해리가 안쓰럽긴 하지만, 그럼에도 한정우와 이수연이 이어졌음 하는 바람이 크다. 그래서 벌써 자신의 슬픈 운명을 눈치채고 조이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해리의 몸부림이 섬뜩하면서도 안타깝다. 그 누구에도 진정한 사랑을 받은 적이 없기에, 그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었던 그의 불쌍한 운명이 말이다. 

(잡소리: 고등학교 다닐 나이부터 성인 연기에 도전해서 그런지, 이미 성숙해진 비주얼에 비해 연기력에 있어서 아쉬움만 남겼던 유승호의 연기가 제대로 물올랐다. 이 드라마가 마음에 드는 것은 감각적인 연출, 섬세한 극본도 극본이지만, 일단 박유천, 윤은혜, 유승호 세 남녀 주인공 연기 모두 훌륭하다. 그래서 비정상적인 캐릭터인 한정우, 이수연, 강형준 모두에게 몰입되는 건지도) 


*여러분들의 성원으로 너돌양이 2012 Daum View 블로거 대상 문화연예 후보에 올랐습니다. 

성원에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욱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

http://v.daum.net/award2012/p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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