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내, 자식이 큰 일을 당했다는 데, 마치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초연해 질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평소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한 대응을 보여주며, 쌍문동 동네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샀던 봉황당 최무성도 자식의 사고 앞에서는 아버지였고, 사람이었다. 





tvN <응답하라 1988>은 다른 드라마와 달리, 보통 사람들은 알 턱이 없는 상류 계층의 특별한 삶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1980년대를 살았던 다수의 서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 중에서는 복권 당첨으로 하루 아침에 부자가 된 김성균, 라미란 부부 같은 사람들도 있고, 최택(박보검 분)처럼 천재 바둑기사로 유명한 스타도 있지만, 돈이 많아졌다고 해서, 부자들만 모여사는 동네로 이사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어려움을 함께 견뎌낸 동네 주민들과 오손도손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김성균, 라미란 부부는 졸부임에도 불구,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려 들기 보다, 오히려 살림살이가 팍팍한 이웃 주민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자 한다. 그래서 <응답하라 1988>은 쌍문동 동네 주민들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함께 사는 삶'을 보여 준다. 





웃을 때 함께 웃고, 울 때 함께 울고, 분노할 때 함께 분노할 줄 아는 쌍문동 사람들은 지극히 상식적이고도, 보통 사람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그들은 남의 아픔에 공감하고, 따뜻한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 중 누군가가 어려운 일이 닥치면, 하던 일도 마다하고 한걸음에 뛰어 나간다. '오지랖'으로 보여질 수도 있지만, 이웃을 걱정하는 쌍문동 동네 사람들에게는 '진심'이 있었다. 


지난 18일 방영한 13회에서, 아들 택이가 사고를 당했다는 오보 기사를 접한 이후, 이성을 잃고 울분을 터트린 최무성에게도, 건강 검진 결과가 걱정되어 하루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이일화의 곁에도, 항상 그들의 곁을 지키는 가족 외에도 마치 내 일처럼 걱정해주고, 아픔을 나누고자 하는 이웃들이 있었다. 





그들이 이웃 사람들이 받은 고통에 구구절절 공감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남에게만 생기는 비극이 아닌,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아픔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똑같이 자식 키우고 가족을 이루고 사는 사람으로서, 이웃이 안 좋은 일을 당했을 때는 마치 내 일인 마냥 함께 걱정한다. 그리고 단순히 걱정하고 위로하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함께 위기를 헤쳐나가고자 한다. 


매회 가족간의 사랑과 화합을 강조하는 드라마라고 하나, <응답하라 1988>은 누군가가 처한 고통과 아픔을 개인 혹은 가족의 문제로만 다루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나가야할 숙제로 풀어낸다. 그래서 <응답하라 1988>은 가족 드라마이면서, 동시에 공동체를 지향하는 드라마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부제를 통해 아버지들의 애환을 극적으로 그려냈다고 하나, 결국 그들도 사람이었고, 때로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위에서 여기저기 벌어지는 일들을, 오롯이 개인이 각자 알아서 해결하고 극복해야할 사사로운 문제로 규정하기 보다, 그들의 아픔에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귀 기울여주고, 다시는 그런 아픔이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것. 지금 우리에게는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사람들이 보여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Posted by 너돌양

대학병원 정신과 펠로우인 지해수(공효진 분)와 정신과 의사인 조동민(성동일 분), 투렛증후군을 앓고 있는 박수광(이광수 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답게 SBS <괜찮아 사랑이야>에는 숱한 정신과 상담 사례가 등장한다. 심지어 남자 주인공인 장재열(조인성 분)도 침대가 아닌 화장실에서 누워야 잠이 오고, 몇몇 색깔에 집착하는 강박증 환자로 등장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장재열의 진짜 문제는 겉으로 드러난 강박증 증세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빼닮은 한강우(도경수/EXO 디오 분)라는 가상의 존재를 만들고 마치 옆에 있는 친구인마냥 천연득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종종 주먹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그리고 의붓 아버지 살해사건으로 13년 동안 옥에 갇힌 형 장재범(양익준 분)은 동생 재열을 진짜 범인으로 지목한 상태다. 


그래도 약간의 강박증이 있는 것을 제외하곤, 잘 생기고 인기 소설가로 돈 잘 벌고, 여자 많이 만나면서 잘 사는 줄 알았던 재열이 드디어 사고를 치고 말았다. 





지난 27일 방영한 11회에서 운전 중 순간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강우의 환상을 본 재열은 급히 핸들을 돌리다가 결국 사고를 낸다. 재열의 신속한 대처능력으로 재열, 해수가 다치는 교통 사고는 면했다. 하지만 그의 오랜 친구 양태용(태항호 분)은 재열의 정신분열을 목격하게 된다. 


재열의 눈에만 보인다는 한강우는 재열의 또다른 자아로 해석할 수 있다. 소설가 지망생인 강우는 의붓 아버지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있다. 처음에는 자신을 귀찮게 따라다니는 강우에게 차갑게 굴었던 재열. 하지만 이제는 강우가 진심으로 걱정된다. 





이미 중학생 시절 ‘방어기제’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었던 재열에게 강우는 자신의 끔찍한 악몽과 죄책감(의붓 아버지 살인사건)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하는 일종의 방어기제다. 그런데 재열이 해수와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한 이후 강우의 그림자가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해수와 사귄 이후 재열은 이전과 달리 한층 밝아졌고, 한결 편안해보인다. 이쯤되면 마음의 상처와 병에는 ‘사랑’이 가장 특효약인듯하다. 왜 드라마 제목이 <괜찮아 사랑이야>인지 절로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해수와의 달콤한 사랑만으로는 재열의 오랜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재열은 강우가 실존 인물이라고 굳게 믿고 있으며, 예기치 못한 순간에 발생하는 그의 분열증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재열의 이상증세에 큰 충격을 받은 태용은 결국 동민에게 재열의 분열증을 알린다. 이미 재범과의 아미탈 인터뷰를 통해서 재열이 13년 전 의붓 아버지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일 수 있다는 단서에 접근한 동민은 본격적으로 재열의 근원적인 아픔에 접근하고자 한다. 





조인성과 공효진의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한 시청자들에게 정신병을 가진 남자주인공의 존재는 다소 난해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괜찮아 사랑이야>의 장재열은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남자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다는 까칠함과 마음의 상처를 넘어, 정신분열까지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재열은 멋있고, 수많은 여자들이 좋아할 법한 요소를 고루 갖춘 이상향에 가까운 남자다. 그리고 해수와 사랑을 나누는데 있어서 아무런 지장이 없다. 





심각한 정신적 이상증세를 가지고 있지만,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일상 생활을 즐기는 장재열. 마치 성공한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의 즐거운 일상을 보는 것 같은 <괜찮아 사랑이야>에 재열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노희경 작가의 의도는 분명해보인다. 


겉으로는 화려해보이지만, 실상은 남부럽지 않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아등바등 거리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현대인에게 마음의 병은 더 이상 감추어야할 치부가 아니다. 





부인이 끔찍한 범죄를 당한 이후, 오랜 세월 그 아픔을 홀로 삭혀온 중년 남자의 고백을 들은 이영진(진경 분)은 “괜찮다.”는 남자의 말에 “괜찮은 일이 아니다.”면서 응수한다. 영진의 말을 들은 남자는 그제서야 참아온 눈물을 펑펑 흘린다. 사실을 자기 아내에게 몹쓸 짓을 한 괴한들을 죽이고 싶다면서 말이다. 


사랑하는 이들의 따뜻한 위로와 포옹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큰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는 하나, 2014년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끔찍한 사건들이 줄줄이 일어나는 지금, 단순히 “괜찮다.”라고 넘어갈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 





어쩌면 장재열, 장재범도 아닌 제3자가 범인일 수 있다는 13년 전 살인사건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재범의 억울함과 재열의 정신분열을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13년 전 사건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는 일이다. 


다행히 재범과 재열 형제에게는 그들이 오랜 세월 울분을 기꺼이 들어주고, 받아줄 수 있는 사랑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물론 자신의 말을 들어준다고 장재범의 원한이 쉽게 사그라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잠깐이라도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그 누구보다 필요하다. 다 안다고 하지만, 사실을 잘 모르는 이야기를 조심스레 풀어내는 노희경. 그래서 <괜찮아, 사랑이야>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Posted by 너돌양

지난 24일 방영한 tvN 드라마 <갑동이> 12회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놀라운 반전이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바로 일탄경찰서 강력계 계장으로 하무염(윤상현 분)의 든든한 조력자였던 차도혁(정인기 분)이 하무염이 그토록 찾던 갑동이였다는 것이죠

 

차도혁 역을 맡은 정인기가 그동안 친근하면서도 선한 이미지로 사랑받은 배우였기 때문에 연쇄 살인마로의 변신이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갑동이 찾기가 많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 만큼, 아직 8회 정도 남은 시점에서의 갑동이 정체 공개는 향후 전개에 대한 우려를 자아낼 법도 합니다.




 

하지만 갑동이는 찾았지만, 갑동이 찾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네티즌 수사대에 따르면, 갑동이는 차도혁 외에도 더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거든요. 이미 <갑동이> 초반에 “갑동이는 여러 명일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한 때 갑동이를 열렬히 추종했던 류태오(이준 분)처럼 자기가 갑동이라고 주장하는 무서운 존재들도 꽤나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구요

 

그러나 갑동이가 여러 명 더 있다는 근거는 차치하더라도, 12회만에 진범을 공개한 <갑동이> 제작진의 속내가 궁금할 법도 한데요. 사실 <갑동이>를 관심있게 지켜보신 시청자 분들이라면 <갑동이>는 갑동이 찾기 외에도 여러가지 이야기가 참 많은 드라마라는 점을 잘 아실거예요




 

<갑동이>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갑동이가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일탄부녀자연쇄살인사건’과 깊게 관련되어있습니다. 아버지가 억울하게 갑동이로 몰려, 어린 시절 동자승으로 살아야했던 하무염은 여전히 자신의 아버지를 갑동이로 믿고 있는 양철곤(성동일 분)을 뼛속까지 증오합니다

 

아무래도 <갑동이>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드라마인만큼, 마찬가지로 같은 사건을 영화한 <살인의 추억>이 자연스럽게 연상되곤 하는데, 아마 하무염은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맡았던 박두만의 20년 뒤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흥미로운 점은 <갑동이>에서는 잔인한 연쇄살인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와 갑동이를 동경하여 모방 범죄도 서슴지 않고 일으키는 추종자도 등장합니다. 갑동이로 의심받다가 결국 갑동이가 되어버린 의외의 피해자도 존재하구요. 그래서 <갑동이>를 끔찍한 살인 사건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아픔, 범죄 사건을 다루는 미디어의 양면성, 무죄추정원칙을 지키지 않고 무조건 범인잡기에만 급급한 현실을 꼬집는 드라마로 보는 시선도 있지요

 

갑동이 트라우마에 걸린 이들의 아픔을 설득력있게 다루는 내용도 일품이지만, 배우들의 열연도 나날이 화제를 모으는 <갑동이>인데요, 호환마마도 무서워 도망간다는 양철곤 역의 성동일, 자신의 정체를 꽁꽁 잘 숨긴 차도혁 역의 정인기, 여전히 정체가 의심스러운 한상훈(강남길 분)과 전조(장광 분)까지. <갑동이>에는 적지 않은 연기지존들이 드라마를 탄탄하게 빛내고 있지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싸이코패스의 절정을 보여주는 이준의 탁월한 표현력은 수많은 시청자들의 오금을 지리게 하였지요. 그동안 재미있고 친근한 아이돌로 큰 사랑을 받았던 이준의 재발견이라고 할까요. 갑동이 찾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오늘날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큰 사랑을 받는 <갑동이>의 인기비결에는 단연 천의 얼굴 이준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이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요

 

앞서 말했지만, <갑동이>는 갑동이 찾기가 전부가 아닌 드라마입니다. 갑동이 때문에 모든 것이 망가진 사람들의 가슴아픈 이야기. 그래서 갑동이 진범이 드러나도 계속 다음회가 궁금해지는 미스터리 감성 추적극 tvN <갑동이>는 금, 토 오후 8 40분 방송입니다


CJ E&M 블로그 Enjoy & Talk (http://blog.cjenm.com/2838)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Posted by 너돌양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