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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기준(윤제문 분)은 이도(한석규 분)에게 내가 정기준임을 밝히고, 이도와 피튀기는 치열한 토론을 벌였습니다. 자신의 말이 맞다면서 서로를 설득하기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불꽃튀는 논쟁이었습니다. 

 


정기준은 자신을 숨기기 위하여 수십년간 백정 가리온으로 살면서 제대로 '친서민 코스프레'를 몸소 행하였지만, 그는 오직 사대부가 중심이 되는 조선만을 염두에 둘 뿐입니다. 물론 그 역시도 조선과 백성을 사랑하는 지도자이긴 합니다. 다만 그에게 백성은 글을 통해 자기 수양을 거듭하여 능력있는 사대부들이 보호해줘야하는 어리석고 천한 백성에 불과할 뿐이죠. 비록 몸은 백정이나 상위 1%의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기준은 백성들이 새 글을 알고 똑똑해지면 그동안의 성리학의 엄격한 신분질서가 무너지고, 조선은 혼란에 빠질 것만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정기준은 어떻게해서든지 새 글을 막아야합니다. 그래서 그는 그 첫번째 타켓으로 세종의 여러 아들 중에서 한글 창제에 깊숙이 관련된 광평대군(서준영 분)을 살해합니다.(실제 광평대군은 세종의 한글 반포 전에 요절하였습니다 ㅠㅠ)

 


밀본 정기준에게 가장 아끼는 광평대군을 잃은 이도는 미쳐버린 나머지 자신의 편전 안에서 목놓아 절규합니다. 정말 정기준의 말대로 자신이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미워하였던 것이 아니나면서 울부짖습니다. 자기가 사랑하는 이 글자 때문에 아들 광평대군을 포함하여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희생하였습니다. 모두를 위해서 힘겹게 만든 글자가, 급기야 아들까지 죽이자 이도는 혼란에 빠집니다. 이렇게 광평을 죽임으로서 어떻게든 해례(한글)을 막아보자하는 정기준의 첫번째 '꼼수'는 일단 표면적으로는 성공한듯 합니다. 이도 또한 오늘 펼쳐질 <뿌리깊은 나무>에서 한글 창제에 깊숙이 관련되어있는 소이(담이, 신세경 분)과 강채윤(똘복, 장혁 분)을 밀본으로 의심하여(?) 고문을 하고 옥에 가두게 되니까요.

이도에게 어떻게든 새 글을 막을 것이라면서 전면전을 선포한 이후, 바로 세종이 사랑하는 광평대군을 죽이고 이도를 미쳐버리게 만든 이후, 그리고 새 글을 위해 힘을 합하던 자들끼리 의심하게하여 와해시키고자하는 정기준의 전략은 참으로 무섭습니다.  거기에다가 정기준은 늘 자신의 옆에 대기하고 있는 개파이로 상징되는 외래세력까지 끌어모으고자 합니다. 

말로는 조선을 사랑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사대부 정기준입니다. 그는 결코 사대부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새 글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합니다. 그는 성리학의 질서의 조화와 균형을 위해 사대부가 중심이 되어야하고, 오히려 백성들이 글을 알게 되면 백성들의 욕망의 통치 체계를 무너뜨러 더 큰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에 막아야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뿌리깊은 나무>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저 자신들의 권력과 기득권이 무너질까봐 무작정 백성들이 새 글을 아는 것을 반대하기 위해 갖은 꼼수와 무리수를 동원하는 한심한 무리들에 불과합니다.

 


그동안 지금보다 더욱 강력하게 상위 1% 사대부가 중심이 되는 조선을 만들기 위해 백정으로 위장하고, 대리인을 시켜 서서히 이도의 은밀한 작업을 방해해온 밀본과 정기준은 이제는 급기야 이도가 가장 아끼는 광평대군을 죽이고 이도의 정신줄을 놓아버리게 만듭니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광평 앞에서는 한 나라의 국왕으로서 애써 가슴 깊숙이 차오르는 슬픔을 꾹꾹 참아보지만, 결국 그동안의 쌓았던 모든 분노와 광기가 폭발해버린 이도는 현재 통제불가능 상태로 보여집니다. 모두를 위해서 만든 글자가 자신의 아들과 신하마저 죽였습니다. 급기야 정기준의 앞에서는 바로 반박을 하긴 했지만,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이도입니다. 그 누구보다도 백성을 사랑했기에, 그 백성들이 똑똑해져서 사대부의 횡포를 막고 나라의 균형을 바로잡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힘겹게 만든 한글입니다. 실제 세종대왕이 백성들이 똑똑해지고, 사대부와 권력의 조화를 이루라는 마음에서 한글을 만들었는지까지의 의도는 알지 못하지만, 어찌되었던 <뿌리깊은 나무> 속 이도는 백성을 위해 더욱 뿌리가 튼튼한 나무 조선을 세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고 글을 만들었습니다.

백성들 스스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만든 글자가 알고보니 백성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위협을 느낀 순간 이도는 자신이 글자를 만든 행위를 잠깐 후회도 하고, 실성도 하면서 서서히 미쳐갑니다. 하지만 이도는 곧 정신을 차리고 어떻게해서든지 조금이라도 백성들이 기득권의 부조리함과 부패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지는 힘 글자를 세상에 내놓을 것입니다.  

정기준은 말로는 조선과 백성을 위해서라지만, 백성들이 아는 게 많아지만 자신들만의 공공연한 상위 리그가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무조건 막기 위해서 갖은 '꼼수'와 '무리수'를 동원합니다. 하지만 제 아무리 광평대군을 살해하고, 이도의 마음을 흔들린다고 한들, 백성이 중심이 되어 보다 깨끗한 나라를 만들고자하는 새롭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은 막을 수 없는 법입니다. 적어도 <뿌리깊은 나무> 속에서 한글은 세종이 백성이 귀찮아 만든 취미생활의 습작이 아닙니다. 이제 한글은 이도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을 넘어 노비 출신 강채윤으로 대변되는 백성의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다만 백성이 중심이 되어야 뿌리가 깊은 조선을 만들 수 있다고 알아차린 이도가 자신의 아들까지 걸고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자신의 몸을 맡겼을 뿐입니다.

 


"사극은 어느 시대를 쓰는지가 아니라 어느 시대에 쓰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뿌리깊은 나무>는 비록 30~40%을 넘나드는 대박 시청률까진 기록하지 못하고 있지만, "뿌나 마니아'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네티즌들에게 이 시대 최고 명품 드라마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한석규, 윤제문 등 눈을 뗄 수 없는 절정의 물오른 연기와 미국드라마 빰치는 긴박하게 흘려가는 전개와 반전의 반전의 거듭하는 섬세한 연출력이 한몫을 했겠죠. 하지만 비록 전제왕권 조선 초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백성을 진정으로 사랑했고 그렇기 때문에 백성이 진심으로 똑똑해져서 그들이 국정 전반으로 나서주길 바라는,  21c 대한민국에도 유효한 지도자상을 제시한 <뿌리깊은 나무>입니다. 진심으로 백성들이 중심이 되어 균형 조화를 이루는 이상국가를 꿈꾸는 왕을 연기한 한석규의 탁월한 내면 연기에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어떻게든 백성들이 글자를 아는 것을 막고자 안달이 난 정기준을 손가락질 하면서, 윤제문의 어디서 많이 봄 직한 실감나는 악역 연기에 더 큰 박수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마치 이건 조선 세종대를 배경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픽션 드라마가 아니라 현재 <뿌리깊은 나무> 시청자들이 살고있는 21c 대한민국 정치판을 보는 듯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해서든지 아바마마의 대의를 위해 죽음 앞에서도 의연한 광평대군의 안타까운 죽음. 아들의 비명횡사에 눈에 핏발을 세우며 절규하는 석규 세종의 아픔이 단순히 드라마 주인공 속 연기가 아닌 우리 시청자들의 고통과 슬픔으로 고스란히 다가옵니다. 그래서 이 시대 최고 연기 본좌 한석규와 윤제문을 앞세운 불꽃 튀는 가상 대결은 드라마가 끝나는 날은 물론, 그 이후에도 오랫동안 우리 시청자들 가슴에 회자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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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강력한 왕권이 아닌 여러 학식있는 사대부들이 주축이 되어 나라를 다스리는 삼봉 정도전과 정기준(윤제문 분)의 대의는 그 전의 시대상을 비교해보면 가히 획기적인 사상이었다. 만약에 이도 세종(한석규 분)이 없었더라면, 아니 이도가 깨어있는 군주가 아니었더라면 정기준이 쿠테타를 일으켜 삼봉 정도전의 뜻에 걸맞는 조선을 세운다고해도 그리 나빠보이지는 않는다. 

허나 결국 조선은 삼봉 정도전이 일부 뜻하는 대로  왕이 아닌 사대부들이 권력을 장악하게 되었다. 하지만 정도전이 원하는 것은 일부 사대부의 독점에 의해 조선이 피폐되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삼봉 선생은 뛰어난 재상이 보다 효율적으로 조선을 잘 다스릴 것이라고 강하게 믿고 있었을 뿐이다. 본인 손으로 태조 이성계를 도와 이씨 조선을 세웠는데 제 아무리 이방원이 자기를 죽였다고해도 조선이 망하길 바라는 정도전이 아니었다. 자신의 권력욕때문에 정도전을 포함 자기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에게 칼을 겨눈 이방원은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이씨 조선을 부정하는 것은 정도전 본인 자체를 부정하는 꼴이다. 

그의 뜻을 이어 밀본의 3대 수장을 맡게된 정기준 또한 조선을 위한 그의 충정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또한 오랜 기간 백정으로 몸을 숨기며 조용히 때를 기다려온 것은 다 백부의 뜻을 받들어 선비가 뿌리가 되는 새로운 조선을 만들기 위함이다. 그가 권력욕이 강해서, 이씨 조선이 아닌 정씨 조선을 만들기 위해서? 물론 재상이 되어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에 대한 욕심이 가장 컸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백부 정삼봉의 밀본 지서에 있는 말처럼 왕은 꽃일 뿐이고, 사대부가 뿌리가 되고 재상이 실질적인 권한을 맡는 정치가 옳다 여겼기 때문이다. 

정기준 역시 백정 가리온으로 수십년을 살면서 천민을 포함한 밑바닥 조선백성들의 애환과 어려움을 몸소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한 때 조말생에 의해서 목숨을 잃을 뻔 하였을 때 그는 강채윤(똘복)에게 "나는 천한 백정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억울하게 죽을 수 있다"는 호소를 한다. 그건 왕 다음으로 가장 높은 지위에 있었던 정기준이 조선의 법이 사대부가 아닌 백성에게는 상당히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있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정기준은 백정으로 일하면서 보통 백성들의 억울함을 잘 알고 있어도, 정작 그들이 '무식'해서 생기는 가장 근원적인 고통은 십분 이해하지 못한 듯 하다. 거기에 한 때 자신이 변장했던 백정들이 글을 통해 양반 혹은 관료로 신분이 상승하는 것까지는 원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정기준은 오직 사대부만이 정권을 장악하는 조선을 꿈꾸웠기 때문이다. 오히려 조선의 뿌리를 지탱해줄 사대부들이 늘어나면 몇몇 사대부들이 독점하여 나눠먹을 수 있던 이권이 줄어듬에 따라 서로 권력 다툼만 일어날 것이고 조선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래서 정기준의 주장하는 뿌리는 그 이전보다는 훨씬 광범위해졌지만 결과적으로는 소수의 기득권층을 위한 나라로 보여진다. 만약에 정기준이 그동안 백정으로 살면서 양반이 아닌 평범한 백성들의 애환을 이해했다면 그들이 평생 무식한 백성이 아니라 글도 배우고, 공부도 하고 똑똑해지기를 원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백정을 포함한 백성들이 억울하게 당한 것은 그들이 평민 이하라기보다는, 글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계속 억울하게 당하고 사는 것이다. 

반면 정기준처럼 한번도 시장통은 물론이거니와 백성들과 부대끼면서 산 적도 없는(물론 평민으로 위장하여 민심은 두루두루 살폈다) 이도는 이와같은 백성들의 고충을 백정으로 수십년을 산 정기준보다 더 명확하게 간파하고 있었다. 비록 아버지 이방원과는 달리 경연을 자주 열고, 젊은 사대부들을 양성하여 왕을 간언케하였다고 하나 세종의 본심은 여전히 왕 중심으로 돌아가는 조선이었을 지도 모른다. 새로운 문자를 통해 백성들이 글을 알길 원하는 것은, 보다 많은 백성들이 자신이 편이 되어 왕을 강력하게 지지할 수 있는 세상을 원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또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백성들이 (글자를 통해 세상을) 눈뜨게 하기 위해서 훈민정음(한글)을 지은 이도는 세상의 그 어떤 왕보다 훌륭하다. 1400년대 뿐만 아니라 그 후대 역사에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똑똑해지길 원하는 지도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들의 본 뜻도 다 나라를 위해서임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다 본인과 주위 소수의 이익만 챙겨간 꼴로 보여진 적도 많았다. 백성들이 똑똑해지면 자연스럽게 왕과 지도층을 감시하는 눈도 많아질 것이고, 이래저래 자신이 하고자하는 일에 제약도 생기게 된다. 

 


하지만 세종은 다 백성들을 위함에서 글자를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왜 유교의 도리에 맞지 않게 시체를 해부하나는 성삼문, 박팽년의 반발에 "설명할 수 없다"라고 호통을 치다가 결국 소이 말을 따라 기존의 논리에 따른 이해로서는 설득하기 어렵지만, 왜 내가 시체를 해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조근조근히 설명하였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글자를 만들고 싶었고, 이건 다 백성을 위하는 길이다라는 이도의 진심에 그간 이도에 반기를 들었던 성삼문, 박팽년은 물론이고 시체 때문에 혼절까지한 궁녀들까지 눈물을 흘리는 진풍경이 이뤄졌다. "어떻게 왕이 천한 백성도 하지 않는 시체 해부를 할 수 있어요" 라고 경악하면서 반발을 하던 이들이 진짜 백성들을 위해 노력하는 세종의 뜻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 것이다. 

 


허나 사대부가 뿌리가 되어라, 왕이 아닌 선비들 중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 배출된 재상이 힘을 가져야 한다는 사대부들에게 정말 잘 먹히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던 정기준은 정작 자신이 밀본 3대 수장이라는 것을 명확히 밝힐 수 있는 밀본 지서가 없다는 이유로 혜강 선생을 포함한 이신적에게조차도 불신을 받는다. 확실한 증거가 있을 때 정기준 너를 밀본 수장으로 인정할게로 돌아가는 판국이다. 그들 입장으로서는 그동안 수십년을 숨어지내다가 갑자기 "내가 정기준이요" 라고 나타나는 백정 가리온을 단박에 믿을 수는 없다. 

반면 세종은 "왜 중화질서를 배반하는 새로운 글자를 만드나"는 성삼문으로 대변되는 반대파의 공격에 그들마저 절로수긍할 수 밖에 없는 엄청난 글자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성삼문, 박팽년 그리고 그간 왕을 도와 한글을 만들었던 정인지와 궁녀들 또한 해부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도의 깊은 뜻에 감복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반발 속에서도 백성을 위해 글자를 만드는 세종의 야망은 우리의 소리들로 근거를 한 훈민정음을 금세 따라하면서 글자를 터득한 수많은 백성을 통해 그의 진심을 증명할 수 있다. 하지만 오직 몇몇 사대부를 위해 수십년간 칼을 갈아온 정기준의 조선 사랑은 기껏해야 종이 한장에 적혀있고 본인 입으로도 술술 나오는 문구만 적혀있을 뿐인 '밀본 지서'가 아니면 입증할 수 없다.

 


또한 세종의 글자는 몇몇 기득권층의 거센 발발을 제외하면 결과적으로는 당대 백성들을 위함이라기보단 21c를 살고있는 후대의 국민들까지 널리 이롭게 하였다. 허나 일부 선택받은 사대부가 뿌리가 되어야한다는 정기준의 밀본은 그 뒤 정도전 선생의 본래 취지와는 맞지 않게 변절되어 소수 권력욕에 눈이 먼 선비들에게 약용되어 결국은 조선을 망치는 원인이 되었다. 그래서 결국은 사대부만 뿌리가 되어야한다는 정기준과 몇몇 선비가 아닌 모든 백성들을 뿌리로 바라본 이도와의 싸움에서 이도가 웃게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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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손톱만큼의 재주를 뽐내다가 그나마 유지되고 있던 집안까지 몰락당한 한 남자의 원한은 처절했습니다. 백부(정도전)의 뜻을 받들여 재상이 나라의 뿌리가 된다는 밀본의 3대 수장이 된 정기준은 대은은 어시은(깊게 은둔하는 것은 시끌벅적한 시장 속에서 세상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는 것)을 몸소 행하였습니다. 조선에서 가장 천한 신분인 백정으로 살게 된거죠. 반촌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도담댁(송옥숙 분)과 윤평(이수혁 분) 등을 제외하고는 그가 정기준인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다만 반촌에서 유일하게 도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가리온(윤제문 분)으로만 알고 있었죠. 

역시 조선을 세운 정도전의 생질답게 이도를 무너뜨리기 위한 정기준의 음모는 치밀했습니다. 아버지 정도광이 이방원의 명을 받은 조말생(이재용 분)세력에게 목숨을 잃은 이후 정기준은 그 뒤로 가리온으로 변장하여 해부학, 의학 등 여러가지 기술을 섭렵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도의 측근 세력인 이세영 대감을 도우면서 세종의 눈에 들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반촌에서 고기를 담당하는 백정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어난 집현전에서 일어나는 살해사건의 은밀한 부검을 맡게됩니다. 

 


결국 세종(한석규 분)은 자신을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된 두 남자를 자신의 치마 폭으로 끌어들이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애초부터 집현전 살해사건의 수사를 맡게된 강채윤(장혁 분)이 똘복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부검을 맡으면서 궁궐에 들락나락거리는 가리온마저도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정기준이었으니까요.  이렇게 가다가는 셜록홈즈가 울고갈 강채윤에 의해서 가리온으로 숨긴 밀본 수장 정기준은 잡을 수 있어도, 나중에 강채윤에게 칼맞아 죽을 위기입니다. 

 


자신이 밀본의 수장 정기준이 밝혀진 순간 밀본 지서에 담긴 정기준의 초상대로 얼굴이 굳어진 가리온과 다르게 너무나도 해맑게 웃으면서 가리온에게 다가가는 이도를 보니, 아직까지 이도는 가리온이 정기준인 것까지는 짐작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 누군가에 의해서 가리온이 정기준이에요라는 식스센스급 충격 반전을 듣게되면 "강채윤이 똘복이다"라는 것보다 더 큰 배신감에 휩싸이겠지요. 가리온이야말로 강채윤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오랫동안 암암리에 믿고 의지해온 인물이니까 말이죠. 

거기에다가 정기준과 강채윤은 세종 이도를 노린다는 점에서 목표 지점이 같습니다. 물론 조선 선비들에게 남몰래 추앙받는 귀하신 사대부 정기준과 노비의 아들로 태어난 똘복이 이도를 공격하는 바는 현저히 다릅니다. 백부와 자신의 이상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스스로 천한 신분으로 변한 정기준과 아버지를 죽은 웬수에게 원한을 갚기 위해 신분을 세탁한 강채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기준은 똘복이에게 밀본을 다시 움직일 수 있는 지서를 받아내야하고, 똘복이는 아버지의 유서가 절실합니다. 조선의 선비를 일으켜세울 은밀한 지서와 아버지의 유서. 분명 제3자가 볼 때 무게감은 다르지만 정기준과 똘복이에게는 이도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명분이기도 한 아주 중요한 요소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결국 두 사람은 그 어느 누구보다 뜻을 함께하는 동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두 사람은 이도에 의해서 강채윤은 가리온을 의심하고, 가리온은 또 강채윤을 예의주시하게 되는 적과 적의 관게로 되어버리고 맙니다. 

애초부터 세종은 강채윤이 똘복이라는 것을 알기전 까지에도 강채윤을 믿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도가 강채윤을 공식적인 수사관으로 임명한 것은 그에게 실질적인 수사까지 맡긴게 아니라 자신을 숨긴 적에게 혼란을 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였을 뿐이죠. 그 뒤 강채윤이 똘복이고, 똘복이가 자신을 죽이고픈 집념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게됨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목을 내치기보다 똘복이 하고 싶은 대로 자기 갈 길을 가라고 똘복의 수사 야욕에 활활 불을 지펴주기도 하였죠. 

정기준을 대하는 세종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린 시절 정기준에게 뼈아픈 모욕을 당하고도 정기준을 자기 사람으로 두고 싶어했던 이도입니다. 지금은 그 정기준으로부터 자신이 아끼는 학사가 3명이나 죽었으니 정기준을 향한 미움이 더 커졌겠지만, 자신의 최대 강적 정기준을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바람은 예나 지금이나 같을 듯 합니다. 아마 세종은 자신을 죽이기 위해 칼을 갈고 있는 강채윤 혹은 정기준으로부터 자기가 만든 한글의 우수성을 평가받고 싶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반면 정기준은 복수를 위해 쓰디 쓴 돼지의 쓸개를 빨면서 온갖 괴로움을 참고 견디는 고난을 극복할 수는 있었지만 정작 백성들의 진짜 애환을 이해하고자하고 심지어 자신까지 끌어들이려고 했던 이도의 넒은 마음까지는 이해하지 못한 듯 합니다. 오로지 백부의 뜻을 받아 어떠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선을 사대부의 나라로 만들려고 했던 정기준입니다. 물론 그의 백부 삼봉 정도전 선생은 요동 정복을 위해 중국 명나라와 맞서다가 미움받았다고하나 중화사상에 충실하기 보다 사대부의 나라를 만드는 집념에만 몰두한 정기준 선생이 향후 사대부의 권위까지 흔들 수 있는 새로운 문자 창제에 두팔 벌려 환영하지는 않을 듯 합니다. 

애초부터 가리온이 참 수상해보이긴 하였습니다. 그동안 여러 영화, 드라마에서 인상깊은 역할을 선보인 윤제문인터라 뭔가 비중있는 인물로 그려질 것 같았고 조말생의 밀본 수사일지에 담긴 정기준의 초상화부터, 이도와 엇비슷한 나이대까지 고려하면 확실히 가리온이 정기준임을 암시하는 부분이 많이 나오긴 하였습니다. 그러나 워낙 소탈하고 믿음직스럽게 가리온으로 분장한 윤제문의 치밀한 연기력 때문에 '가리온'이 '정기준'이 아니었으면 하는 일말의 믿음이 결국 윤제문이 정기준이였구나하는 크나큰 허탈감과 배신감을 안겨준 듯 합니다.


 


우리 시청자들이 가리온에게 느끼는 배신감도 만만치 않은데 과연 이도가 사실을 안 순간 느끼는 분노는 어느 정도일까요. 하지만 뛰는 강채윤과 정기준 위에 날아다니는 이도가 있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멍때리면서 강채윤 혹은 정기준에게 당하고 있을 한반도 역사상 최대 천재 군주 이도가 아니겠지요. 어쩌면 이도가 정기준과 사대부들의 크나큰 방해를 물리치고 결국 한글(훈민정음)을 반포하고 역사상 최고 군주로 길이길이 남은 것은 자신의 목을 노리는 강채윤, 정기준을 동시에 궐 안에 끌어모아 서로를 견제하게 하여 각각을 무력화시키고야 마는, 세종의 넒은 포용력에서 나온 최대의 무리수 덕분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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