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방영한 tvN <응답하라 1994> 제 11회 '짝사랑을 끝내는 단 한가지 방법'은 쓰레기(정우 분)이 성나정(고아라 분)에게 마음이 있음에도 불구, 정작 그녀에게 오빠 이상으로 다가갈 수 없었던 이유가 명확히 드러난 한 회였다.

 

 

 

 

왜 쓰레기가 나정이를 향한 이성의 감정을 억지로 누를 수밖에 없는지는, 첫 회에서부터  친남매가 아님에도 불구, 친남매 이상으로 의지하곤 했던 쓰레기와 나정이의 다정한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짐작 가능했다.

 

쓰레기의 말에 따르면, 쓰레기의 부모님과 나정의 아빠 성동일의 관계는 절친 그 이상의 단어로도 표현이 안 될 정도로 깊고도 짚은 사이였다. 쓰레기의 아버지가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을 때, 유일하게 보증을 서준 이는 나정이 아빠뿐이었고, 쓰레기의 아버지가 심장 수술을 받았을 때, 자식들이 공부한다고 미처 찾아가보지 못했을 때, 든든한 힘이 되어준 이도 나정이 아빠였다고 한다.

 

 

 

 

이렇게 부모님 친구의 자식, 이웃사촌이란 차원을 넘어, 양쪽 부모님 또한 서로의 자식을 친자식처럼 여길 정도로 가족처럼 허물없이 지내온 분위기 속에서, 나정을 동생이 아닌 여자로 생각한다는 것은 쓰레기로서는 쉽게 꿈꿀 수 없는 높고도 견고한 벽이었다.

 

해태(손호준 분)의 입방아로, 나정이가 하숙집에 기거하는 남자들 중 마음에 두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 만천하에 밝혀지는 순간, 나정의 부모님인 성동일과 이일화는 각각 칠봉이(유연석 분)과 빙그레(바로 분)을 꼽았다. 쓰레기는 아예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았다.

 

쓰레기를 '아들'로 생각하는 성동일과 이일화에게 쓰레기는 사위감에 있어서 나정이 아빠 동일의 소싯적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일찌감치 제외된 듯한 해태만큼의 존재감도 없어보였다. 나정이의 고백에 선뜻 대답만 하지 못했을 뿐, 매일 나정 생각에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쓰레기에는 다소 섭섭한 일. 하지만 쓰레기는 쓴 웃음을 지어보이며 힘겹게 마음을 잡는다.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냉혹한 현실인 것을.

 

 

 

 

"성님, 만약 나정이를 친구로 만났다면, (이성으로) 좋아했을 건가요?"

 

해태의 의미심장한 돌직구에 쓰레기는 잠시 주춤거린다. 하지만 쓰레기의 대답은 명확했다. "어"

 

작년 겨울. 첫 눈이 오던 그 날. 나정이가 오빠 좋아한다고 고백했을 때, 아니 그 이전부터 자신을 향한 나정의 마음을 슬그머니 눈치챘을 때, 당장이라도 나정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쓰레기를 단순 하숙생이 아닌, 정말로 친아들로 생각하고 있고, 쓰레기 부모님 또한 나정을 친딸처럼 생각하는 굳건한 분위기 속에서의 오빠, 동생 그 이상의 관계 진전은 아직도 학교와 가족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20대 초반이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와 맞딱뜨려야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나정을 칠봉이나 해태처럼 대학 친구, 차라리 친구의 동생으로서 만났다면, 그녀를 향한 쓰레기의 서성거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막 풋풋한 연애를 시작해 훗날 결혼이란 결실을 맺은 삼천포(김성균 분)와 조윤진(도희 분)처럼 남들 앞에서 자유롭게 팔짱도 끼고, 애정표현도 서스럼없이 하는 그런 알콩달콩 사랑을 했겠지.

 

그러나 나정의 부모에게조차, "쓰레기는 사윗감이 아닌 우리 아들."이라고 대놓고 못박힌 쓰레기에게 청춘이라면 누구나 누릴 권리인,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소박한 연애를 꿈꾸는 그 자체가 언감생심, 사치였다.

 

 

 

 

차라리 쓰레기가 나정에게 별 마음이 없었다면, 쓰레기를 향한 미련은 쉽게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했을 뿐, 쓰레기의 눈빛은 계속 나정을 향해있었고, 세상 그 누구보다도 그녀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결국 나정을 향한 자신의 뜨거운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던 쓰레기는 나정과 함께 하기 위해 그 중요한 세미나도 뛰쳐나갔다. 그리고 자신의 숨길 수 없는 감정을 꿰뚫어 돌직구를 날린, 그의 사랑에 있어서 최대 라이벌 칠봉에게, 그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직구를 던진다. 나정이를 좋아한다고, 나정이 마음 받아들일 것이고 내 마음도 이야기할 거라고. 고민만 하다가 좋아하는 여자 다른 남자에게 빼앗기면 어떻게 하냐고.

 

그렇게 쓰레기는 난생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졌다. 부모님 때문에, 나정이 부모님 때문에, 어릴 적 죽은 나정이 오빠 훈이 때문에, 오빠로서 나정이를 평생 지키겠다는 스스로의 약속 때문에 억지로 꾹꾹 눌러왔던 속내를 시원하게 털어놓았다. 그렇게 쓰레기는 솔직해짐으로서, 자신의 오랜 짝사랑을 훌훌 털어내었다.

 

 

 

 

하지만 그 시각 나정은 자기 혼자서만 짝사랑을 하고 있지 않다는 진실을 미처 알지 못한다. 여전히 나정은 자신을 좋아한다는 쓰레기 오빠의 답변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지만, "쓰레기 성님도 너한테 마음이 있다."면서 진실을 전하는 해태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다.

 

정말로 힘겹게 쓰레기가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었음에도 불구, 기막힌 운명의 장난에 선뜻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쓰레기와 나정. 그리고 칠봉이 

 

 

 

 

 

 

그러나 서두르지도 조급해할 필요 없다. 시간이 갈 수록 더욱 짙어지고 명확해지는 그들의 감정선 그 자체에 귀 기울뿐. 그렇게 <응답하라 1994>는 조금씩 용기를 내며 서서히 사랑에 솔직해지는 쓰레기의 변화로 오랜시간 머리와 가슴 속을 떠나지 않는 진한 여운을 남기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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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현재 드라마, 영화 통털어 가장 부러운 캐릭터가 있다면 단언 성나정이 아닐까.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지만, 의도치 않게 묻어나는 섬세함에 가슴설레게 하는 남자 쓰레기(정우 분)에 이어 여심을 사로잡는 자상함이 몸에 벤 젠틀남 칠봉이(유연석 분)까지.

 

 

 

 

지난 8일 방영한 tvN <응답하라 1994> 7회 '그 해 여름'은 칠봉이를 위한 한 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쓰레기와 더불어 성나정의 남편 유력 후보라고 하나, 그동안 칠봉이의 존재감은 그리 두드려지지 않았다. 칠봉이가 본격적으로 나정이에게 호감을 표시하기 전까지, 칠봉이는 그저 나정이 아빠 성동일이 눈독 들이는 야구 유망주, 나정이네 '신촌 하숙'에 기거하는 빙그레(바로 분)의 사촌에 지나지 않았다.

 

나정이를 서서히 좋아하고 있다고 하나, 선한 인상의 강남 훈남일 뿐인 칠봉이가 지난 1화부터 급격히 쌓아올렸던 쓰레기의 엄청난 벽을 올라서기까지는 상당히 벅찬 감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쓸데없는 걱정도 들었다. 나름 쓰레기와 함께 희대의 삼각관계를 구성하는 핵심 멤버인데 일방적으로 쓰레기에게 밀리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말그대로 쓸데없는 기우였다. 90년대를 주름잡았던 김민종, 손지창의 '더 블루' '그대와 함께' 전주곡에 맞춰 매끈한 근육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성나정 앞에 나타난 칠봉이는 세상 모든 성나정의 마음을 흔들어놓기 충분했다. 아빠가 유명 야구 코치임에도 불구, 농구만 사랑했던 성나정에게 대학 최고 유망 투수 칠봉이는 이상민 오빠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게다가 칠봉이는 나정이에게 찝적대는 야구부 선배에게 '사구'를 날리며 나정이를 지키는 용감무쌍한 기사도 정신도 보여주었다. 물론 그 뒤의 엄청난 쪼인트는......

 

그러나 그렇다고 칠봉이에게 쉽게 마음을 내줄 성나정이 아니다. 알다시피 그녀의 마음 속에는 이제 이상민이 아닌 쓰레기로 가득찬 지 오래다. '쓰레기'라는 다소 불결한 오명을 달고 살 정도로 무심하면서도 유독 이일화, 성나정 모녀에게만 살가운 경상도 사나이. 역시 이일화, 성나정을 제외한 여자 마음 모르는 쓰레기 아니라고 할까봐, 역시 그는 7화에서도 거한 대형 사고를 치고야 말했다.

 

 

 

 

"그라믄 안돼." "여성들에게 말 함부로 놓으면 안돼." 누가 바람 광팬 아니라고 할까봐. 쓰레기가 강추한 마산 재벌2세들로 알차게 구성된(?) 소개팅 멤버로 과거 정우가 열연한 영화 <바람>의 이유준, 지승현, 양기원이 우정 출연. 보는 이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참으로 명불허전 쓰레기의 무심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박 에피소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더 웃긴 것은 이 엄청난 소개팅에서 성나정의 결혼식에 팔짱 끼고 참석하는 커플이 탄생했다는 것.(역시 돈이 좋아...가 아니라)

 

 

 

 

하지만 이 참으로 배꼽잡을 정도로 기막힌 소개팅은 단순 웃기기 위해 설정된 에피소드만은 아니었다. 김일성 사망으로 "그라믄 안돼" 형제들이 바람 같이 떠난 후, 경리를 비롯한 나정의 친구들은 "그라믄 안돼" 행님들보다 주선자 쓰레기에게 격한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쓰레기를 무지무지 좋아하는 성나정은 "쓰레기에게 동거하는 여자친구가 있다."면서 둘려댄다.

 

 

 

 

성나정이야 그녀가 쓰레기를 좋아하는 것은 쓰레기빼고(어쩌면 쓰레기도 알고 있지 않을까...) 전국민이 아는 사실이니 그럴러리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더 대박인 것은 곧바로 이어진 쓰레기의 반응이었다. 나정이를 그저 동생으로만 귀여워하던 쓰레기가 나정이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예전의 쓰레기라면 '그라믄 안돼' 행님들이 나정이에게  관심을 보이면, 마산의 돈을 다 가지고 있는 알짜배기라면서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면서 격하게 밀어줬을 것이다. 하지만 쓰레기는 웬일인지 나정이의 연락처를 요구하는 '그라믄 안돼' 행님의 부탁이 부담스럽다. 결국 쓰레기는 계속 나정이의 삐삐 번호를 요구하는 행님에게 "(나정이) 남자친구 있다며." 에둘려 정중히 거절한다. 나정을 동생으로만 생각한 과거 쓰레기에게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현재 나정이는 쓰레기를 좋아하지만, 칠봉이도 그리 싫지는 않다. 칠봉이는 나정이를 대학 야구 결승전에 초청할 정도로 그녀를 향한 마음을 굳힌 것 같고, 자다가 나정이를 꼭 껴안고 팔베게까지할 정도로 나정이를 좋아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까지 그녀를 향한 마음에 확신이 없는 듯한 쓰레기는 언제부터인가 나정이에게 치근거리는 남자들(칠봉이 포함)이 눈에 거슬린다.

 

이렇게 <응답하라 1994>는 성나정-쓰레기-칠봉이라는, <응답하라 1997> 못지않은 대망의 삼각관계 구도를 매듭지었다. 쓰레기, 칠봉이 중 누가 성나정의 남편으로 간택될 지는, 제작진의 손에 달려있다. <응답하라 1994> 신원호PD 말에 의하면, 최근 일어난 정우의 열애설에도 불구, 성나정 남편 찾기 결말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명확한 입장을 발표하였다.

 

 

 

 

이 말의 뜻은 애초 쓰레기는 성나정의 남편이 아니었나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정우의 대표작 <바람>에 함께 출연한 배우들을 카메오로 내세울 정도로, <바람>의 광팬인 제작진이기 때문에, 정우의 열애설과 상관없이 쓰레기를 성나정의 남편으로 내정할 수 있다는 말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어찌되었던 <응답하라 1994>는 2013년 여름 못지 않게 햇볕이 따가웠던 1994년의 여름만큼 숨막히는 삼각관계에 돌입하였다.

 

그런데 <응답하라 1994>는 성나정-쓰레기-칠봉이라는 메인 삼각 구도 못지 않게, 조윤진(도희 분)-해태(손호준 분)-삼천포(김성균 분)의 삼각관계 또한 흥미 돋게 한다. 당췌 누가 김재준인지 알 수 없는, 성나정-쓰레기-칠봉이와 달리 윤진이의 남편은 해태로 압축된 듯하나, 삼천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8회 예고편을 보고 있으면, 이 들 삼각관계도 꽤나 큰 혼선이 밀어 닥칠 것 같다.

 

 

 

 

역시나 칠봉이 유니폼의 이름을  능수능란하게 가릴 정도로 꼼꼼하시고, 밀당에 능한 tvN <응답하라 1994> 제작진은 역시 지난 8일 방영한 7회 '그 해 여름'에서도 성나정(고아라 분)의 남편 김재준이 누군지 보여주지 않았다. 하긴 <응답하라 1994>의 가장 최고의 무기를 쉽게 내줄 제작진이 아니다. 제작진들은 어떻게해서던지 20회까지, 김재준이 누군지 쉽게 답을 내주지 않을 것이고, 어떻게해서던지 제작진이 한 회씩 던져주는 힌트에 김재준이 누군지 기어이 맞추고자 하는 몇몇 시청자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응답하라 1994>의 진정한 밀당은 아리송송한 수능 언어 영역 문제 답안 맞추는 것만큼 고난도의 성나정 남편 찾기가 아닌, 서로 간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가며 나란히 발 맞추어 걷기 시작한 성나정, 쓰레기, 그리고 칠봉이의 어설프고도 떨리는 감정 그 자체가 아닐련지.

 

 

 

 

1994년과 달리, 20대를 대상으로 한 청춘 드라마가 완벽히 실종된 지금, 90년대 추억을 빌려, 어느 시대에나 유효한 첫사랑 이야기로 2013년대의 시청자들의 마음을 살살 녹이는 <응답하라 1994>의 풋풋한 밀당이 좋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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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젊음은 서툴고 투박해야하며, 사랑은 해맑고 촌스러워야한다. 그것이 내 스무살 사랑이 설레고 가슴 뛰게 기억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다. 내 나이 스물 나는 지금 서툴고 촌스러운 사랑을 시작한다. -<응답하라 1994> 3화 '신인류의 사랑' 성나정(고아라 분) 대사 중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에서든지 전화를 하고, 인터넷까지 할 수 있는 2013년 시각에서 오직 누군가가 남긴 메시지만 확인할 수 있는 '삐삐'는 답답한 고물로 다가올 지도 모른다. 사실 글쓴이는 85년생으로 94년 당시 초등학생(그 땐 국민학교)였기 때문에 한 번도 '삐삐'를 사용한 적이 없다. 


때문에 글쓴이는 '삐삐'에 대한 추억이 전혀 없다. 당시 '삐삐'를 갖고 싶어했던 것 같은데 국민학생인터라 (지금은 초등학생 대부분도 부모님과 원활한 연락을 위해 휴대폰을 사용하지만) 삐삐를 가질 수 없었던 글쓴이는 뒤늦게 회사 업무차 삐삐를 마련한 아빠의 삐삐를 부러운 눈으로 신기하게 바라 보았던 것 같다. 그게 90년대 중후반 비교적 어렸던 글쓴이의 '삐삐'에 대한 유일한 기억인 것 같다. 


때문에 지난 25일 방영한 tvN <응답하라 1994> 3화 '신인류의 사랑'에서 주로 등장한 '삐삐'에 관한 에피소드는 한번도 삐삐를 가져보지 못한 글쓴이 이하 세대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다가오는 소재였다. 

하지만 1994년 '삐삐' 2013년 '스마트폰' 시대마다 사용했던 수단만 다를 뿐, 그것들이 존재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같다. 아무리 시대가 변한다한들, 결코 변하지 않고 사라지지 않을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우리는 그 관계를 유지하고 개선하고, 때로는 끝내기 위해 통신수단을 사용해왔었고, 앞으로도 스마트폰을 대신할 새로운 무언가가 나온들, 우리 신인류들은 그것을 통해 또 다른 사람을 만나고, 설레고 가슴 뛰게 하는 사랑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동안 농구선수 이상민밖에 몰랐던 성나정이 드디어 진정한 첫 사랑을 시작하였다. 그녀의 첫남자는 '쓰레기(정우 분)'. 친오빠라고 오해받을 정도로(?) 쓰레기와 허물없이 지냈던 나정에게 어느 날 문득 쓰레기가 남자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나정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누구에게나 무심한 쓰레기에게 아직까지 나정은 그저 귀여운 동생인 것 같다. 


이상민에게 홀딱 빠져있어, 쓰레기가 어떤 여자를 만나던 무슨 선물을 받던 관심없던 나정이 드디어 처음으로 쓰레기에게 접근하는 여자들을 집중 견제하기 시작한다. 현재 쓰레기에게 접촉하는 여자는 같은 학교 음대생. 나정이가 술집가시라라고 부르는 것을 가정할 때, 그 당시에도 굉장히 섹시하고 매력적인 여성인 둣하다. 





쓰레기에게 "자기야 사랑해"를 강요하는(?) 여자친구의 존재에 눈이 뒤집어진 나정은 쓰레기 앞에서 그녀의 흉을 늘어놓는다. 그녀는 쌍커풀하고, 코도 세우고, 심지어 그녀의 그 곳은 자연산이 아니다.하지만 헤어질 때까지 여자친구의 머리 색깔이 샛노랗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던 쓰레기에게 나정이 늘어놓는 여자친구 험담은 그냥 장난인 것 같다. 하지만 나정이 왈 "장난 아니거든!!!!!"


쓰레기가 속해있는 의대와 같은 날 강촌으로 MT를 떠난 날. 엄마 이일화가 해준 대형 잡채에 즐거운 MT 날 내내 속이 좋지 않았던 나정이는 계속 쓰레기만 찾는다. 그가 의대생이기 때문에 그를 찾는다고 에둘려 댔지만, 사실 나정이는 쓰레기 오빠가 보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는 쓰레기 오빠의 연락은 오지 않고, 결국 나정은 쓸쓸히 잠을 청한다. 


다음 날, 쓰레기 오빠에 대한 속상한 마음을 한가득 안고 산책길에 나선 나정은 우연히 강촌 MT촌을 벗어난 쓰레기를 발견한다. 나정이가 남긴 삐삐 메시지를 확인했는지, 못했는지. 아무튼 그는 오늘 화이트 데이라 여자친구 만난다면서 집에 늦을 것 같다고 일화에게 전해달란다. 그리고 나정이 추울 것 같다고 그가 입고 있던 외투도 벗어 나정이에게 입혀준다. 하지만 오직 나정을 동생으로만 대하는 쓰레기의 배려가 진화될 수록, 나정이의 마음만 아프고 힘들 뿐이다. 







MT에서 돌아온 저녁에도...속이 안좋다고 쓰레기가 입혀준 외투를 칭칭 감고 방에 틀여박혀 앉아있던 나정은 갑자기 하숙집으로 돌아온 쓰레기의 이른 귀가에 기분이 묘해진다. 게다가 쓰레기가 여자친구 준다고 하던 사탕 바구니가 고스란히 나정의 몫으로 돌아온다. 바로 쓰레기의 삐삐 메시지를 확인해본 나정.참으로 기쁘게도 쓰레기 여자친구과 헤어졌던다. 나정 그제서야 꽉 멕혔던 속이 뻥 뚤린다. 그렇게 나정은 자신의 방 벽지를 도배한 상민 오빠의 존재를 서서히 지워가며, 그 빈자리를 온전히 쓰레기로 채워가고 있었다...


상대방이 먼저 메시지를 남기고 난 이후에야 확인할 수 있는 '삐삐'를 통해 마음을 주고 받는 1994년 당시 청춘들의 모습. 2013년 청춘들이 봤을 때 생소하고도 낯선 풍경이다. 


하지만 쓰레기 오빠의 메시지만 오매불망 기다리다 지쳐 잠든 나정에게 짝사랑의 아련한 감정을 발견하고, 재혼하는 엄마에게 애써 쿨한 척 자신의 복잡 미묘한 마음을 숨기며, 정다운 축하 인사를 건네는 칠봉이(유연석 분)의 대사에 울컥할 수 있었던 것은 시대가 변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 '사랑'에 관한 가장 보편적이고도 익숙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의대생이긴 하지만, 여타 드라마처럼 재벌 3세도, 실땅님도 아닌 하숙집 오빠를 사랑하는 명문대 여학생의 이야기는 오랜 세월 자극적인 조미료 맛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다소 밍밍하고 평범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제 막 풋풋한 첫사랑을 시작하는 나정에게서 1994년 혹은 2013년에 살고 있는 우리 누군가는 살면서 한번 이상은 품어보았을 법한 짝사랑, 첫사랑의 아픈 기억을 조금씩 떠올려가며, 잠시나마 설레고 가슴 뛰며 위로받으며 그렇게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을 쌓아올리고 있었다. 





PC 통신으로 사랑을 찾고, 삐삐로 마음을 전하는 X세대나 스마트폰, 태블릿PC로 중무장한 2013년이나 '신인류의 사랑'이 가슴뛰고 설레는 이유는 삐삐도 스마트폰도 최첨단의 유행도 아니다. 

1994년과 2013년을 관통하는 인류의 보편적인 짙은 공감대 형성. 평범하고도, 투박하고, 서툴고 촌스럽지만 순수한 성나정의 쓰레기를 향한 첫 사랑이 2013년을 살고 있는 또 다른 인류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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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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