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참 불가측하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21c 도래해도 예측이 뻔해지는 드라마가 난무하는 세상에, 유일하게 종영하는 그날까지 결말에 대한 궁금증의 끈을 놓지 않는 전유무이 김병욱PD표 시트콤. 그래요 김병욱PD말대로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속 세상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자체가 예측 불가니까요.

불가측한 세상을 그래도 반영하듯이, 진짜 예측도 할 수 없었던 결말 내기 좋아하는 시트콤. 그 이전부터 쭉 기존 모두다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다는 평탄한 결말에서 벗어나, 시청자가 응원하는 커플 깨트리는 것은 당연지사고 등장인물 누군가가 병으로 죽는 등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시트콤이라고 하기엔 다소 충격적인 결말을 내곤했던 김병욱PD 전작이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사람들에게 잊지못할 악몽을 선사한 결말은 <지붕뚫고 하이킥> 엔딩이지요. 

 


전도유망한 이지훈과, 20 남짓 밖에 안된 기구한 삶을 남의 집 식모살이로 힘들게 버틴 신세경을 각각 총각 귀신, 처녀 귀신으로 만들어놓으면서도 끝내 "이 둘이 진짜 커플이였어."를 보여주고자 했던 김병욱PD와 도무지 그 결말을 이해할 수도 없고, 납득도 할 수 없었던 시청자와의 극한 대립이 이어진 시간들. 결국 <하이킥3> 제작발표회에서 스뎅김 스스로가 <지붕킥> 결말에 대해서 사과할 정도로, 엄청난 파극을 불러 일으켰었죠.  

이미 <지붕킥> 엔딩으로 거한 충격을 안겨주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아예 해피엔딩와 평탄한 엔딩 따윈 아예 기대하지 않게되는 <하이킥3>입니다. 심지어 몇몇 시청자들이 앞서, "그 중 누군가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이적 부인은 윤계상이다."는 예언을 자신들이 알아서 퍼트리곤 하지요.  

자연스레 지금까지 유일하게 <하이킥3> 공식 커플로 시청자들에게 이쁨 받았던 하선-지석 커플도 "얼마 못가 깨진다."는 식으로 별 기대가 안되더군요. 그 이전 스뎅김이 잠시나마 연인으로 지내길 허락하신 커플 모두 결국에는 결별로 끝났기 때문에 "어차피 재네들은 아예 끝까지 이어지지 못할 인연."이라고 시청자들 스스로 못박곤 했지요.

 



드디어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예측한대로 지난 20일에 방영한 116화에서는 하선과 지석이 결별 위기에 도래하게 됩니다. 다들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그리고 얼마 전 박하선이 김포공항에서 출국신을 찍었다는 스포일러가 돌아다녔기 때문에 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뭐 시청자들이 "제발 그 둘을 헤어지지 않게 해주세요" 라고 스뎅김 바지가랑이잡고 애원한다한들, 오히려 오기를 부리고 서지석 혹은 박하선을 죽음으로서 현세에서는 만날 수 없는 슬픈 인연으로 내몰 수도 있는 스테인리스이시니까요.

역시 뛰는 시청자 위에 나는 연출자있다고, 시청자가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상상력을 넘어, 그 이상을 펼치길 좋아하는 스뎅 김. 아예 이번 116화를 두고, 지석 형 계상을 놀리기 위해 이별하는 척 연기하다가, 진짜 이별을 맞이하게된 하선과 지석이 이대로 결별 혹은 해피엔딩일까 고민하는 시청자에게 " 삶은 그 누구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라고 강한 대못을 박았죠. 진짜 아무도 향후 일을 알 수 없는 현실과 달리, <하이킥3>에서는 오직 김병욱PD와 그의 의도에 맞게 대본을 쓰는 몇몇 작가들을 제외하곤 29일까지 전개되는 <하이킥3> 속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죠.

 


시청자가 어떻게 생각하던 말던 적어도 자신이 연출하는 시트콤에서는 절대자적 위치에서 기어코 자기 뜻대로 움직이기 좋아하는 스뎅김이기 때문에 무조건 그가 이끌어나가는대로 복종해야합니다. 싫으면 안보면 그만이구요. 그래서 전작들에 비해 시청률도 많이 떨어지고, 심지어 예전 하이킥 시리즈보다 재미없다는 혹평도 난무하지만, 뭘해도 스뎅김 원하시는대로 하소서라는 지지자들의 결속력은 그 어느 때보다 상당히 높은 편이죠.  

과연 이대로 하선과 지석이 결별할지, 혹은 하선이 종영말미에 툭 튀어나와 지석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지, 그건 스뎅김과 몇몇 작가들 빼곤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제아무리 그동안의 복선과 암시를 두고  나름 그럴싸할 결말을 만들어냈지만, 보기좋게 '너의 착각은 틀렸어.'라면서 와르르 무너뜨리는 것을 즐기시는 스뎅김 아니신가요. 

사실 저도 그간 왜 그렇게 흘려가는지 스뎅김의 독특한 취향은 잘 알겠으나, 도무지 공감이 갈 수 없었던 그간 전개에 불만을 품고(?) 한동안 <하이킥3>을 멀리하였습니다. 그런 제가 다시 <하이킥3>에 돌아온 것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결말이 어떻게 나오건 상관없이 최소한 언제라도 다시 스뎅김 품에 돌아올 수 있는 열혈 시청자들이 납득가능 할만한 전개가 보여지고 있다는 것이죠. 

삶을 늘 언제나 불가측하기 때문에 생각지도 않았던 뜬금없는 사고, 사건이 종종 우리 곁을 찾아오긴 합니다. 하지만 지난 113화에서 선보인 '막장 드라마' 특집처럼 정말 개연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찾을 수 없는 우발적인 연발은 오히려 보는 이들을 짜증나게 합니다. 애써 스뎅김은 초스피드 전개로 아예 비웃음거리로 전락시켰기에 망정이지, 족보가 꼬이는 출생의 비밀, 뜬금없는 사고로 인한 기억상실증, 아주버님과 제수 간의 불륜 등등 하나같이 그간 우리네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던 불멸의 요소잖아요. 

지난 막장드라마 특집으로 매번 뜬금없고 예측 불가한 퐌타스틱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는 동시간대 일일연속극을 보기좋게 통쾌 디스한 스뎅김. 하지만 그 누군가에는 스뎅김 또한 막장 연속극 연출가, 작가와 다를 바 없는 뜬금없는 전개와 결말로 악명이 높다는 것. 적어도 막장 드라마들은 막판에 그간 상식과 윤리를 저버린 것에 회개라도 하듯이 확실한 인과응보를 보여주어서 박수(??????)받는데, <하이킥3>은 인과응보는 커녕 그동안 죽도록 고생만 한 신세경을 기어코 처녀귀신으로 만들어버려 신세경의 행복을 바라는 이들의 염원을 폭파시켜버렸잖아요. 

그런데 따지고보면 <하이킥> 시리즈만큼 가장 염세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의도적으로 극한 죽음까지는 내몰진 않지만 실제 우리 속 신세경들에게 허락된 기회라고는 남의집(혹은 3D 업종)에서 죽어라 일하는 것, 좀더 좋아지면 얼마전 <하이킥>에 카메오로 출연한 신세경처럼 외딴 섬나라로 이민 가서 한국 뜨는 것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렇다고 <하이킥> 속 세경이라도 행복해지라고 이지훈 혹은 정준혁하고 연결시키면 매번 드라마에서 지겹도록 보여주는 현실성 제로 신데렐라 스토리와 또 무슨 차이가 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대부분의 시청자에게는 다소 뜬금없는 황당 엔딩에, 순간 저승사자로 보일정도로 섬뜩한 신세경의 모습이 두고두고 비난을 자초하는데 큰 일조를 한 듯도 합니다. 

뭐 이제 그 험한 엔딩을 겪고 면역이 된 <하이킥> 시청자이기 때문에 진짜 이적 부인은 윤계상이다 혹은 모두다 죽는다 정도의 상상 그 이상의 공포스럽다 못해 경악스러운 사상 최악의 결말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진짜 모두 다 죽는 결말이라면 <지붕킥>은 애교 수준인 전국민적인 항의. 심지어 그동안 꾹 참고 스뎅킴을 옹호했던 이들의 거센 분노도 받아들일 각오는 하셔야 겠군요.

 


하지만 결말은 김병욱PD가 원하는 대로 내놓은다고해도, 그 결말을 이루는 과정만큼은 <짧은 다리의 역습>이란 부제가 아깝지 않게 진짜 짧은 다리를 가진 세상의 수많은 이들이 용기를 낼 수 있는 희망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19일에 방영한 115화에서 그 어떤 <하이킥3> 등장인물보다 짧은 다리를 가진 진희의 본격적인 역습 시작 예고처럼 말이죠. 또한 하선과 지석 사랑 또한 역시나 저나 수많은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이별로 끝난다 하더라도, 너무 아픈 사랑은 아니었음으로 여운있는 마무리를 지었으면 하는 아주 소박한 희망을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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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벤쿠버 올림픽 'G세대'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지난 벤쿠버 올림픽에서 예전 선배들과 달리 당차고,  매사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던 20대 초반 금메달리스트들에서 비롯된 이 단어는, 한마디로 승자가 모든 걸 다 독식하는 약육강식 사회에서, 학벌, 외모, 직업 모든 면에서 잘나가는 엄마 친구 아들(딸)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에 딱 들어맞는 드라마 캐릭터는 바로 지붕뚫고 하이킥의 이지훈이다. 부유한 집안 환경에, 대한민국 최고 수재들만 들어간다는 서울대 의대 졸업에, 대한민국 최고 전문직으로 손꼽히는 의사 직업에, 게다가 훈남이기까지한 이지훈은 그야말로 된장녀(?)들이 꿈꾸는 이시대 최고 이상형이다.



서운대에 중소기업 취직도 못하는 주제에(?) 명품만 밝히다가, 결국 집안의 몰락으로 알바를 전전하게 된 정음이나, 부모 잘못만나서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못하고 월 60만원 받고 남의 집 식모로서 근근히 살아가는 세경이나, 부잣집 아들이다만, 공부를 못해서 지천꾸러기가된 준혁이나, 될 것 같지도 않은데 10년째 가수준비란 명목으로 백수로 살아가는 광수나 그런 놈이 뭐가 좋다고 동거까지하는 인나같은 인생을 볼 때, 지훈이같은 분은 감히 그런 애들과 섞일 수도 없고, 섞여서도 안되는 고귀한 태생의 귀족 나으리였다.

하지만, 지훈이가 사랑한 여자는 서운대에 내세울거 외모밖에 없는 전형적인 88만원 세대 정음이였고, 그와 교감이 맞았던 인물은 고교 중퇴 식모 세경이였다. 아마 지훈이의 부모님이나 가족이 알면 까무라칠 일이다. 어떻게 키운 아들인데 그런 류의 여자들과 만날 수 있나고,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지훈이와 정음이를 만나는 것보고 할줄아는게 남자꼬시는 것 밖에 없는 된장녀가 남자 하나 잘 물었네라고 비이냥거리기까지한다. 분명 먼저 접근한 쪽은 지훈인데 말이다.



아무튼 정음이 먼저 자신의 분수를 알고, 이별선언을 했음에 망정이지, 만약 계속 사귀고 있었다면, 현경이 아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둘의 사이를 갈라놓았을 거다. 그리고 행여 지훈이 세경을 사랑한다고 했다면, 아마 세경이는 신애와 함께 길거리에 쫓겨났겠지. 그만큼 지훈이는 잘나고 또 잘났다. 겉모습만 보면.

그러나, 필자가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가장 정서적으로 결핍되어보였던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지훈이다. 부잣집 아들에 의사라는 직업까지 갖춘 엘리트가 뭐가 불쌍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트콤은 언제나 황정음, 신세경 위주 스토리 전개였고, 하다못해 나머지 조연들도 각자 자신의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중에서도 제일 잘나보이는 지훈에게 초점을 맞춘 에피소드는 필자 기억으로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언제나 지훈은 정음과 세경이가 주축이 된 에피소드에만 주요 배역으로 나올 뿐이였다. 심지어 지훈의 아킬레스건인 폐쇄 공포증이나, 야멸차게 떠난 첫사랑편도 늘 항상 황정음과 함께 스토리를 진행시켰고, 그 목도리관련 에피소드와 이지훈의 과거 모습찾기에는 신세경이 있었다. 결국 지붕뚫고 하이킥의 이지훈 캐릭터는 이시대 여자들이 꿈꾸는 잘난 남자 그 이상, 그이하도 아니였던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지훈이가 그렇게 잘나가기까지의 과정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정음이와 세경이를 통해 아 이 사람이 이래서 성격이 까칠해졌구나, 이래서 엄마같은 사람이 그리웠구나, 이래서 책만 많이 읽었구나. 이 사람이 이런 취향을 가지고 있었구나 그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지, 한번도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성장과정을 거쳤는지, 어떤 아픔은 겪었는지 어떻게 치열하게 공부해서 서울대 의대까지 갈 수 있었는지에 관한 건 알지 못했다. 그저 그는 겉만 보면 성격이 좀 까칠하고 외곬수인것만 흠인 신으로 불리운 엄친아일뿐 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소위 'G세대'라고 불리는 엘리트들이 어떻게 그 자리에 올라갔는지, 그 자리에 올라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과 시련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금메달따고 언론이 공개하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아 집안환경이 그닥 좋지않았구나 발목부상으로 은퇴까지 생각했구나. 쇼트트랙 대표팀에 탈락하고 전향해서 7개월만에 금메달을 땄구나 그저 이런 류의 이야기만 접할 뿐이다. 그나마 이것도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지, 메달을 따지못한 선수들의 이야기는 아예 나오지도 않는다. 요즘들어서 금메달도 노메달도 소중하다면서 박수를 치긴치는데, 사람들의 관심은 누군가를 이겨서, 승자가 된 사람들일뿐이다. 금메달 딴 사람이나 아쉽게 메달을 따지 못하는 사람이나 피나게 노력을 한 것 같은데 말이다. 비록 그들이 흘린 땀의 차이는 있겠다만.

이미 어릴 때부터 경쟁에 익숙한 G세대와 88만원 세대는 이 승자가 모든 걸 다 독식하는 룰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다못해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반장,부반장이 될 권리마저 성적이 상위권에 속하는 학생들에게만 주어진다.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1등만이 모든 걸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은 지금의 10대, 20대는 그래서 이들은 이 숨막히는 룰에 살아남아 G세대가 되기 위해서 발버둥친다. 이제 대학교에서 혼자 밥먹는 학생을 찾아보는건 어렵지 않다. 이제 그들에게 선후배 관계니 끈끈한 동료애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대학교다닐 때 얼마나 많은 스펙을 쌓아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면 그만이다. 결혼식 할 때 하객이 걱정되긴 하다만, 요즘은 돈으로 하객 친구까지 살 수 있다. 그나마 지붕킥 이지훈은 친구들이라도 있었고, 대학교 때 LP판을 돌아다니면서 음악이라도 들을 여유가 있었는데, 지금 대학생들은 겉으로 웃고있어도, 입학과 동시에 취업이라는 압박에 시달린다. 결국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신분의 사다리를 한계단 올라가는 것에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것뿐이다.

결국 이들에게 동기니, 선배니 후배니, 다 그저 넘어트려야할 경쟁상대일뿐이다. 물론 진짜 절친한 친구들이 잘되면 내가 잘된것같이 기뻐하는 경우도 있다만, 일단 내가 잘되야 친구도 있고 후배도 있는거다. 지금같이 모두가 대기업, 공무원, 교사 등 원하는 직업이 한정되어있는 경우에는 특히 심하다. 그런 직장을 가지기 위해서는 내 밑에 누군가가 있어야하는데, 그 사람들을 위해서 양보하면, 결국 내가 비정규직 근로자가 된다. 결국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최고를 향해 앞만 보고 달리는거다. 뒤를 돌아볼 틈은 없다. 가끔 나보다 못한 스펙을 가진 애들이 안타깝고, 부모 잘못만나서 고생하면서 사는 동갑내기들이 불쌍하긴 한데, 그저 그 때뿐이다. 그저 그들에게 허락된 건 어떻게하면 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서 좋은 직장을 가지고, 어떻게하면 일등 신랑감, 신붓감이 되나 그뿐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또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알고 싶어하지도 않고, 또 알지도 못한다. 그저 이시대의 낙오자이고, 불쌍한 애들뿐인거다.

지훈이는 정음이를 통해, 서울대가 아닌 서운대의 설움과, 그들의 취업난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걸 다 갖췄지만, 자기 중심적 사고에 까칠한 성격까지 갖춘 전형적인 G세대 지훈이 사람다워진건, 지훈이와는 정반대의 인물 정음이를 만나고 나면서부터이다. 물론 지훈이와 같은 G세대가 보면 정말 반듯하게 살아온 인물이 아직 약지못해서 왠 시덥지 않은 여자애를 만나서, 똑같이 한심하게 흘려간다고 혀를 끌끌 찰 수도 있겠다만, 결국 지훈이는 정음이와 세경이를 통해 자신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았던 그녀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을 이해하게되고, 그럼으로서 자신만이 아닌 뒤를 돌아볼 여유까지 생기게 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만약 지훈이 정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는 학교를 숨기고 싶어하는 서운대생의 비애를, 기합을 받아가면서 책을 팔아야함에도, 그저 직장을 다닐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이를 악물고 버터야하는 88만원 세대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지훈이 세경을 알지 못했다면, 그저 그가 앞으로 이 시대의 진정한 주류가 되어,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봉사활동인지, 동정의 차원인지, 아님 이미지 개선 차원인지, 표 의식때문인지, 그들 위주의 체제를 바꾸기 싫어서 그런지, 암튼 실제 세경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급식비 못내는 저소득층 자녀의 목에 급식카드를 걸어주고, 그저 기자들 데리고 가서 선물이나 주면서 그들과 기념촬영하다 오는 것뿐이다.




물론 실제 지훈이같은 잘난 남성들도 연애할 때는 정음이같은 여자애를 만나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하지만 부모의 반대인지, 아님 본인의 의지에 의해서든지, 결국 결혼할 때는 자기와 비슷한 조건의 여성을 찾더라. 그에 비해서 단지 한날 젊은날 불장난의 상대가 아닌 진심으로 정음을 사랑하여 그녀에게 반지를 들고 청혼까지 할려고했던 이지훈은 정음의 휴대폰에 저장되어있는 X자식이 아니라 정말 멋진 남자인셈이다. 그러나 우리 김피디는 끝까지 이지훈이라는 남자를 멋있게 그리지 못했다. 그저 그는 이 시대에서 최고 불쌍하다는 88만원세대 정음이와 저소득층 세경이를 구제하는 백마탄 왕자님이 아니라, 그저 그녀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얻고, 그녀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어장관리남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았다.

결국 이지훈은 어느 누구에게도 따뜻한 관심 못받은채, 평생 공부만 하다가, 그 꽃을 제대로 피우지도 못한채, 사랑의 결실도 이루지 못한채, 자신을 흠모하고 있던 자기네 집 이제 갓 20말 넘긴 고교 중퇴 식모와 저승으로 떠나버렸다. 어쩌면 젊은날에 즐길 수 있는 즐거움 다 버리고, 이 세상이 원하는 대로 살아주고, 미친 척하고 이 피터지는 룰에서 혼자 살아남았더니, 기다리는 건, 이제까지 겪었던 룰보다 더 조여오는, 고차원의 정글이고, 그들이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겪은 외로움과 고통은 보듬어주지 않은 채, 그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스펙이니, 집안환경이니, 외모 등 겉모습으로만 그들을 평가하고 또 마음에 의해 움직이는 사랑이 아닌 외향상 조건만 보고 그와 비슷한 상대만 짝지워주면서, 서운대생,저소득층과는 또다른 계급을 만드려는 우리 주류 사회를 비꼬는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고려대 경영학과를 자퇴한 김예슬의 말처럼 G세대도 88만원 세대도 남이 나 때문에 피해를 보던지 간에, 내가 그들의 위로 올라가야 잘 살 수 있다는, 이 시대가 낳은 피해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분의 사다리 맨 끝에 있었던 세경이 그나마 지금 20대들 중에서는 최고 지점에 있는 지훈에게 한 "내가 올라가면 내 밑에 누군가가 있을 것 같아서요" 대사는 가슴깊이 와닿는다. 결국 지금 G세대든, 88만원세대든, 그들 앞에 놓여있는 현실은 내가 이기나, 니가 이기나, 너가 이기면 나는 88만원세대,, 너가 내 밑을 깔아줘야 내가 G세대인셈이다. 그나저나 왜 김병욱 피디는 88만원세대의 대표적인 인물인 정음을 차갑기만 한, 서울대 출신 의사선생님 지훈을 따스한 남자로 만든 연인이나, 제일 밑바닥에 있는 세경을 그의 운명으로 만들었는지, 왜 지훈은 그녀들과 있을 때 한층 멋있게 보이고, 그녀들에게 구제받은 캐릭터가 되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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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지붕뚫고 하이킥을 보기 이전 필자에게 있어서 가장 최고의 시트콤은 '소울메이트'였다. 다른 건 몰라도 사랑에 있어서는 운명을 강하게 믿는 필자인터라 그런지 몰라도, 아무튼 소울메이트는 최고의 여운을 남겨준 연애 시트콤이였다.

하지만 지붕뚫고 하이킥을 보고 난 후 필자는 가장 최고의 시트콤으로 '지붕뚫고 하이킥'을 꼽았다. 심지어 이전 김병욱표 시트콤을 사랑했던 사람들도 지붕킥 중반까지는 그랬다. 허나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서서히 지붕킥에 등을 돌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시트콤 역사 사상 최악의 평까지 듣는 결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그게 최악의 엔딩이였니, 최고의 반전이였니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만.



지붕뚫고 하이킥 김병욱 피디는 이와 같은 충격적인 결말에 대해서 '뒤늦은 자각'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결국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그렇게 목도리를 운운하고 우연적인 만남을 남발한것도, 심지어 마지막 휴양지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든지, 대학로 다방, 욕쟁이 할머니 국밥집 모두 다 그렇게 김병욱이 말하고 싶었던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친절한 복선일 뿐이였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서로 누구 커플 지지자니, 모모 커플이 되어야한다니에만 관심을 집중할 뿐, 이와같은 복선도 본인들 맘대로 해석하거나, 애써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지금 김병욱이 물어준 떡밥 커플이 최고라고 믿고 있었다. 이 커플 구도가 흔들리면 게시판이 위험할 지경이였다. 결국 '뒤늦은 자각'을 이 시트콤의 주된 테마로 만들고 싶었던 김병욱 PD는 급기야 죽도록 고생만 하다가, 결국 사고로 비명횡사하게된 세경이를 지훈이까지 잡아먹은 귀신으로 만들어놨다. 참으로 대단한 운명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뒤늦은 자각, 소울메이트 운운하지 않고, 그냥 지훈과 세경의 신분격차로 인한 불가능한 사랑을 통해, 학력, 스펙, 집안으로 결혼상대자를 구하는 이 빵꾸똥꾸같은 현실에 직격탄을 날렸더라면 차라리 지금같이 세경이가 남자 잡아 먹는 여자라는 누명은 안 받았을 것이다. 결국 세경이는 이와같은 끔찍한 결말을 통해 끝내 시청자들에게 동정을 받지 못한 캐릭터가 되었다. 그리고 진짜 김피디가 말하고 싶었던 실제 세경이들의 자아찾기와 현실의 벽에 부딪쳐 끝내 상처만 받은 그들의 모습은 완전히 안드로메다 행성으로 날려버렸다. 결국 일부 러브라인 지지자들의 전폭적인 성원을 받은 88만원 세대 황정음의 자아찾기만 연신 이어질뿐이었다.

역시 '소울메이트'에서도 동욱과 수경은 현실적으로는 이루어지기 힘든 현실이었다. 부유한 집안에서 풍족하게 자란 동욱은 이미 상류층 자제인 유진과 정혼한 사이였고, 수경은 그저 그런 평범이하 집안의 교열기자일뿐이었다. 물론 세경보다는 그래도 번듯한 전문직을 가진 수경이 훨 낫다만, 수경의 소울메이트라는 동욱은 이미 옆에 수경의 직장동료인 유진이있었다. 이건 이미 지훈이는 세경이 아닌 정음을 택한 상황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록 유진이 불쌍하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수경이가 나쁜 여자라고 말하는 시청자들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시청자들은 늘 언제나 운명처럼 마주치는 동욱과 수경을 보고 마치 본인들이 진짜 운명과 마주치게 된 건처럼 흐뭇해하였고, 심지어 외국에서도 만나게될 동욱과 수경의 열린 결말을 보고, 환호를 하였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소울메이트 2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자칭 운명적인 교감을 나눈다는 지훈과 세경은 그저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그닥 애절한 인연도 아닌 것 같고, 그저 세경이는 준혁이가 그녀만 바라보고 있는데, 애써 그 마음을 무시하고, 임자있는 지훈이를 잊지도 못하는 답답한 캐릭터일뿐이다. 하긴 대한민국은 대체적으로 남자가 좋다고하면 따라가는게 일반화되어있고, 열번찍어 안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속담까지 나올정도니, 지나치게 지밖에 모르는 세경이가 짜증나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람 마음 정리하는게 그리 쉽더나. 세경이는 애써 지훈이를 가질려고 하지도 않았고, 스스로 그녀의 마음을 정리하였으며, 서서히 준혁을 받아들이는 듯 했다. 단지 세경이는 떠나기 전 자신이 후회하지 않도록 솔직한 고백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어요가 진짜 우연치않게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게 된 것밖에 없는 기구한 팔자를 가지고 있는 것 밖에는.



아무튼 지붕뚫고 하이킥은 기획의도였던 세경의 자아찾기도, 실제 세경이들을 돌아보게하는 것도, 심지어 김피디가 그렇게 좋아하던 뒤늦은 자각이니 운명론적 사랑의 아름다움이라는 것도 모두 다 실패하였다. 지붕뚫고 하이킥 제작진에게 마지막 엔딩은 그저 소울메이트였던 지훈과 세경이 영원히 같이 있게되는 걸 그릴려고했는지 모르나, 다수의 시청자들은 평생 남의 집 살이만 하다 억울하게 죽은 처녀귀신의 한풀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결국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가장 연민의 대상이자, 누구보다도 시청자들의 응원을 가장 많이 받았던 세경은 끝내, 그녀가 행복해지길 바랐던 많은 시청자들을 배반한 희대의 악녀 캐릭터로 전락하고 만 셈이다.

물론 시청률로서는 단연 지붕뚫고 하이킥이 소울메이트보다 몇 배 더 높은 성과를 나타내었다. 하지만 소울메이트는 몇 년이 지나도, 2탄을 바라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상당히 깊은 여운을 남긴 수작이였다. 허나, 처음에는 높은 시청률과 함께 요즘 보기 드문 웰메이드 작품이라는 찬사까지 받았던 지붕뚫고 하이킥은 용두사미의 극단적인 예를 보여준 망작이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그렇게 운명적이고 신분을 초월한 애뜻한 사랑을 그리고 싶다면,  처음부터 세경이와 지훈이를 엮어주고, 차라리 둘이 로미오와 줄리엣같이 나란히 죽는 드라마 가을동화식 사랑이야기가 훨 낫겠다는 생각도 들더라. 그렇게 되면 세경이도 이렇게 다른 여자에게 향해서 떠나는 멋진 남자 잡아먹는 귀신이라는 소리도 안듣고, 지훈이도 자기감정 하나 제대로 모르는 어장관리남 소리는 안들으면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름다운 커플이 되었을건데 말이다. 아무튼 필자는 그저 필자를 울리고 웃기면서도 또 가장 많은 공감을 했던 역대 최고의 시트콤 소울메이트 2만 나오기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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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