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영화제가 열리지 않은 것이 ‘사실상’ 확정된 2016년. 올해 열리는 유일한 메이저 영화 시상식인 제37회 청룡영화상은 이병헌, 김혜수, 정우성, 하정우, 손예진 등 한국 최고의 영화배우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음에도 불구, 어느 때보다 대중들의 관심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모든 이슈를 잠재워버리고 현실이 영화를 압도해버리는 시국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언제나 그랬듯이 은밀하고 교묘하게 정치적 행보를 보여주었던 청룡영화상의 선택은 <내부자들>과 <곡성>이었다. 




지난 25일 열린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내부자들>을 두고, 몇몇 사람들은 청룡영화상 최초로 다큐멘터리가 작품상을 받은 이례로 꼽기도 하다. 하지만 “<내부자들>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곡성>이었더라.”는 인터넷에 떠도는 웃픈 한줄평처럼, 영화 밖 현실은 <내부자들>과 <곡성>을 합친 것 이상으로 충격적이고 국민들을 비탄에 빠트리게 한다.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병헌은 “요즘 현실이 <내부자들>을 이긴 듯한 상황.”이라는 수상소감을 남기며 현 시국을 간접적으로 언급 하기도 했다.  청룡영화상 이전 열린 각종 영화상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휩쓸며 청룡영화상에서도 작품상 수상이 유력해보였던 <동주>는 신인남우상(박정민), 각본상을 수상하며, 2관왕을 차지했다. 


그 외 김민희의 여우주연상 수상을 제외하면, 예상했던 후보가 상을 받았던 시상식이라는 평이다.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 스캔들 이후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김민희는 이날 시상식 역시 불참했음에도 불구,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았다. <아가씨>에서 보여준 연기에 대한 이견보다 사생활 논란으로 얼룩진 김민희의 대리수상은 그래서 더욱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긴다. 


흔히들 청룡영화상을 두고 ‘파격’ 혹은 ‘공정’으로 평가하곤 한다. 실제 독립영화 <한공주>에 출연했던 천우희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35회 영화제와, 다음 해에도 독립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여주인공 이정현이 같은 상을 받았던 청룡영화상은 상업 영화 위주로 상을 주었던 메이저 영화 시상식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이변’의 연속이었다. 또한 청룡영화상의 라이벌 격인 대종상영화제가 비리와 공정성 논란과 더불어 사실상 파행으로 얼룩진 것과는 다르게 별다른 잡음없이 매년 행사를 성대히 치루었던 청룡영화상은 상대적으로 더 돋보이게 되었다. 


그러나 김민희의 여우주연상 시상을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무난과 안정을 택한 청룡영화상은 특유의 영리한 행보만 돋보일 뿐, 사람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하는 이변도 감동도 없었다. 이변이라면 이변이라고 할 수 있는 <내부자들>도 작품성보다는 영화상을 주최하는 조선일보 측이 박근혜 정부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시선도 있다. 2년 전 열렸던 35회 영화제에서도 청룡영화상은 주최측인 조선일보의 최고 정적 중 하나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변호인>을 최우수 작품상으로 선정했고, 작년의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은 일제강점기 시대 독립군의 활약을 다룬 <암살>이었다. 그리고 올해 청룡은 본의 아니게 대한민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어느 정도 담아내는 데는 성공한 픽션같은 허구 <내부자들>에게 손을 들어주었다. 여기에, <내부자들>만 놓고보면 도저히 상식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 시국을 암시적으로 보여주는 또다른 거울 <곡성>을 통해 영화보다 더 그로테스크하고 끔찍한 현실의 퍼즐을 끼워맞춘다. 


유명한 철학자이자, 영화에도 관심 많았던 철학자 질 들뢰즈는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긴 적이 있다. 이미 들로즈의 예언은 대한민국에서 현실이 되었고, 오히려 영화를 압도하는 실제 세계에 참다못한 수많은 국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참다 못한 수백만명의 시민들은 추운 겨울 거리로 뛰쳐나와 박근혜 퇴진과 사회개혁을 외친다. 아예 작정하고 재벌-보수언론-검찰과의 검은 커넥션을 파헤친 <내부자들>은 애초 현실을 염두에 두었고, 역시나 영화 속 장면과 대사들이 실제 ‘내부자들’에 의해 그대로 재현되는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철저히 샤머니즘을 기반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곡성>은 영화 속 곡성이 대한민국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나홍진 감독이 만들어낸 허구의 세상이다. 


그러나 무엇을 해도 상상 그 이상인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날 수록 자괴감 느끼는 국민들은 오히려 현 시국을 <내부자들>보다 <곡성>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성적인 접근방식으로는 도무지 설명되지 않은 수많은 의혹 투성이를 두고, 여전히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박근혜 정부와 <내부자들> 그 이상을 보여주었던 박근혜 대통령 주변 인물들과 사회 지도층 인사들. 영화보다 더 절망적이고 참담한 현실 앞에서 영화는 과연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현실이 영화를 대체한 지 오래인 대한민국에서 진짜 ‘내부자들’ 중 하나인 언론사가 주최하는 청룡영화상의 선택은 <내부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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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열린 36회 청룡영화상은 그 어느 해보다 많은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지난주 20일 열린 52회 대종상영화제 때문이다. 남녀 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전원이 불참하는 초유의 사태 속에 진행된 대종상영화제는 전반적인 행사 운영에 있어서도 한국 대표 영화제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미숙함과 소통 부재를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 다음주 열리는 청룡영화상이 더욱 궁금해 졌다. 대종상과 달리, 비교적 잡음없이 안정적으로 영화상을 운영해온 것으로 평가받은 청룡상 이었지만, 아무리 못해도 대종상 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확신이 청룡영화상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켰다. 그리고 이날 36회 청룡영화상이 보여준 행보는 지난주 대종상이 보여주었던 모습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주연상 후보 전원 불참과, 배우 부문 후보에 오른 30명 중 26명 참석. 배우들 참석만 놓고 봐도 대종상과 청룡상은 애초 게임이 되지 않는다. 36회 청룡영화상에는 매년 청룡영화상 진행을 맡아온 김혜수를 비롯하여, 지난주 대종영화상에서는 스케줄을 이유로 불참한 황정민, 유아인, 한효주가 참석하여 눈길을 끌었다. 이날 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중에 스케줄을 이유로 불참은 선언한 이는 정재영, 전도연, 전지현 뿐이었다. 남우조연상, 신인남자,여우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은 전원 참석했으며,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라미란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촬영으로 부득이하게 불참을 통보했다고 한다. 


송강호, 이경영, 김혜수, 황정민, 오달수, 유해진, 이정재, 조진웅, 유아인, 이민호, 박보영, 박서준, 변요한,강하늘 등 올해 한국 영화계를 빛낸 스타 배우들이 총출동한 청룡영화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완벽한 축제 였다. 하지만 이날 청룡영화상이 돋보인 것은, 대종상이 그토록 원하던 스타 배우들의 대부분 참석이 아니었다. 





이날 청룡영화상의 최우수 작품상은 최동훈 감독의 <암살>에게 돌아갔다. 감독상은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이 수상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 주 대종상에서 최동훈, 류승완 감독은 모두 개인 사정으로 불참 했고, <암살>의 전지현이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 외엔, 두 영화 모두 대종상에서 이렇다할 상을 받지 못했다. <암살>, <베테랑>과 함께 천만관객을 기록한 <국제시장>이 대종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포함 10개 부문의 상을 휩쓴 것과 상당히 대비된 행보였다. 또한 대종상에서는 여우조연상(김해숙) 수상에 그쳤던 <사도>가 청룡영화상에서는 남우주연상(유아인), 여우조연상(전혜진), 촬영조명상(김태경 외 1명), 음악상(방준석) 등 4개 부문의 상을 수상하였다. <국제시장>은 남우조연상(오달수), 최다관객상, 미술상(류성희) 등 3관왕을 기록했다. 


주요 부문의 상을 <국제시장>에 몰아준 대종상과 달리, 올해 흥행작에 주요 부문의 상을 골고루 안겨준 청룡상은 당연히 비교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날 청룡상은 올해 대종상은 아예 하지도 않았던 기계적 분배에서 그치지 않았다. 


잘 알려졌다 시피,  청룡영화상은 대한민국 대표 보수 언론 조선일보가 후원하고, 계열사 스포츠조선이 주최하는 영화상이다. 몇 년전만 해도, 대종상만큼은 아니지만 조선일보 계열사가 주최하는 이 영화상에 대한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상으로서 심사에 공정성을 기한다고 한들, ‘조선’이 후원한다는 이유로 어딘가 모르게 미심쩍게 다가오는 부분이 없지 않았던, 청룡영화상의 인식이 확 바뀌게 된 것은, 지난 2011년 32회 청룡영화상이었다. 


그 해 7백만명 관객을 기록하며, 2011년 최다 관객을 기록한, 김한민 감독 <최종병기 활>이라는 쟁쟁한 후보가 있음에도 불구, 당시 청룡의 선택은 270만명 관객을 기록한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였다. 최우수작품상, 감독상을 포함 각본상(박훈정)까지 연출, 시나리오 완성도와 관련된 상은 모두 부조리한 사회 현실을 냉철하게 꼬집은 <부당거래>의 몫으로 돌아갔다. 


뿐만 아니라, 이 날 <베를린> 촬영차 해외로 출국한 류승완 감독을 대신하여, 단상에 오른 <부당거래> 제작자 강혜정은 외유내강 대표는 “세상의 모든 부당거래에 반대하고, 그런 의미에서 11월 22일에 있었던 (한미) FTA에 반대한다.”는 수상소감을 전하며 큰 박수를 받았다. (놀랍게도 강혜정 대표는 올해 청룡영화상 또한 차기작 준비로 시상식에 불참한 류승완 감독을 대신해 감독상을 대리 수상하였다.) 그 해 <최종병기 활>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류승룡 또한  “공정성 있는 심사를 내년엔 미국인들이 하지 않겠죠.” 라는 한미FTA를 빗댄 뼈있는 수상소감을 전하기도 하였다. 


당시 한미FTA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였던 조선일보가 후원하는 시상식에서 오고간, 의미심장한 수상소감은 보수적 색채가 짙었던 청룡영화상을 다시 보게하는 결정적 계기였다. 그 이후 청룡영화상이 다시 주목받은 것은 지난 2014년 35회 청룡영화상이었다. 





이날 청룡영화상의 최우수 작품상은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에게 돌아갔다. <변호인>은 조선일보가 그토록 날선 비판의 날을 세우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 당시의 사건을 그린 영화다. 후원사 조선일보에게는 다소 껄끄러운 내용일 수도 있지만, 의외로 <변호인>은 심사위원 대부분에게 선택을 받으며, (네티즌들만 최우수 작품상으로 <명량>을 선택했다.) 당당히 최우수 작품상의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35회 청룡영화상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주인공은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변호인>도 아니요,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청룡같은 메이저 영화상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깜짝 수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공주> 천우희였다. 


“유명하지도 않은 제가 이렇게 큰 상을…” 당시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천우희는 자신의 이름이 수상자로 호명되기 바로 직전까지, 청룡에서는 자기가 상을 받을 것이라고 정말로 예상하지 못한 듯 했다. 그렇다. 이미 35회 청룡영화상 전에 있었던 34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천우희였지만, 독립영화 출연에 그것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유명하지 않았던 그녀가 보통 흥행에 성공한 상업영화 위주로 주요 부문의 상이 돌아가는 청룡에서 신인여우상도 아닌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가능성은 극히 적어보였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그 해 청룡은 천우희를 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많은 대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렇다고 35회 청룡영화상이 <한공주> 외에도 그 해 개봉한 수많은 독립 영화들에게 열렬한 관심을 보였던 것은 아니었다. 독립영화를 향한 청룡의 선택은 오직 <한공주>,<도희야>뿐이었다. 그럼에도 천우희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청룡의 선택은 영화의 흥행여부, 상업영화, 독립영화 이런 기준을 놓고 떠나, 오직 작품성과 배우의 연기력으로 상을 수여한다는 청룡의 공정성을 조금이나마 믿게하는 기폭제로 작용하였다. 


그리고 올해 있었던 36회 영화상에서, 청룡은 지난해 천우희 못지 않은 깜짝 행보를 이어나간다. 물론 지난 26일 청룡영화상을 수상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은 지난해 여우주연상 천우희와 달리 굉장히 유명한 배우이며, 가수로서 한 시대를 풍미한 원조 한류 스타이다. 그럼에도 이정현의 수상이 주목받는 것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이 현 사회를 전면으로 비판하는 문제작에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배우가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력만으로 상을 준 청룡의 남다른 감각이 다시 돋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이정현이 보여준 연기력은 압도적이었고, 그녀의 수상 또한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올해 청룡의 선택이 돋보인 것은 여우주연상 뿐만이 아니다. 이날 이민호, 박서준, 변요한, 강하늘 등 쟁쟁한 스타들을 제치고 신인 남우상을 받은 이는 다름아닌 독립영화 <거인>의 주인공 최우식이었다. 지난주 대종상에서는 후보에 조차 들지 못했던 최우식의 신인상 수상은, 이어 <거인>을 연출한 김태용 감독(탕웨이 남편이 아니다)이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겹경사를 맞게 되었다. 이날 각각 신인남우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거인>의 최우식, 김태용 외에도 또다른 독립영화 <소셜포비아>의 홍석재 감독과 변요한이 각각 신인감독상, 신인남우상 후보에 오르기도 하였다. 


주연상 후보 전원 불참, 대리수상 불가를 표명 하였음에도 불구, 정작 지켜지지 않는 원칙, <국제시장> 몰아주기 등 엄청난 사건들에 가려지긴 했지만, 지난주 대종상에서 두드러진 또다른 문제는 시상은 커녕, 후보에서도 독립 영화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물론, 신인여우상(이유영)을 수상한 조근현 감독의 <봄>, 장건재 감독의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제외하고, <거인>, <소셜포비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이광국 감독의 <꿈보다 해몽>, 임흥순 감독의 <위로공단>, 진모영 감독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 올해 주목받았던 상당수 독립 영화들이 대종상에 아예 출품조차 하지 않았던 이유가 가장 크겠다. 대종상 관계자는 대종상은 모든 영화에 문이 열려있음에도 불구, 그렇지 않았던 젊은 감독들이 자초한 것으로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청룡과 달리 독립 영화 감독들이 대종상에는 아예 출품조차 하지 않는 속내는 따로 있었다. 극영화로서 빼어난 완성도를 보였다고 한들, 흥행에 성공한 상업영화가 아니면 상을 받기도 어렵지만, 후보에 드는 것도 어려운 영화상. 그것이 현 대종상을 바라보는 젊은 영화인들이 가지는 보통의 시선일 것이다. 


물론 36회 청룡영화상 또한 여우주연상, 신인남우상, 신인감독상을 제외하곤, 여전히 흥행에 성공한 영화를 높게 평가 하고, 많은 상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청룡은 올해 흥행한 영화 모두에게 상을 골고루 나눠주는 분배의 차원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상으로서 자리 매김할 수 있는, 엄밀히 말하면 조선이 주최하고 후원하고 있음에도 불구, 조선일보가 지향하는 정치적 논리에 따르는 것이 아닌, 오직 영화 완성도와 배우의 연기력만으로 평가하는 영화상으로서 이미지를 한단계 격상할 수 있는 시상을 꾀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성공적’이었다. 


“난 청룡영화상이 정말 좋다. 참 상을 잘 주죠?”


<차이나타운>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무관에 그친 김혜수에게 이 날 청룡영화상은 두고두고 아쉬운 영화제로 기억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암살>이 최우수 작품상에 호명된 이후, 김혜수는 오랫동안 자신이 진행을 맡은 청룡상을 두고 이런 평을 남긴다. 


자신이 상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 청룡의 공정성을 높이 평가하는 김혜수의 대인배 면모가 돋보인 멘트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혜수가 남긴 한마디는 36회 청룡 영화상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한 명언으로 남을 수 있었다. 역대 최악의 파행을 빚은 대종상 덕분에 얻은 반사이익도 어부지리도 아니었다. 지금의 대종상은 흉내조차 내지도 않는, 보다 공정성있는 영화상으로 발돋움하고자하는 청룡이 행한 일련의 노력들이 오늘날 스타 배우들이 알아서 잘 참석하고, 상도 잘 주는 영화상으로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오래된 역사와 물리적 힘을 앞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닌, 권위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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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이 선택한 올해의 영화는 양우석 감독, 송강호 주연의 <변호인>이었다. 그리고 대종상에는 없었던 독립 영화들이 여우주연상, 신인감독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하였다. 





지난 17일 열린 35회 청룡영화상에서 <변호인>은 최우수 작품상, 남우주연상(송강호), 여우조연상(김영애), 임시완(인기스타상)을 수상하며, 총 4관왕에 올랐다. 


특히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는 <변호인> 속 명대사를 빌려, “권력이든 뭐든 모든 것은 국민 여러분으로부터 나오듯 배우 송강호라는 존재 자체도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으로부터 나온다는 것 잊지 않겠다”는 명 수상소감을 전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지난 11월 21일 열린 51회 대종상영화제(이하 대종상)에서 최우수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하며, 올해 청룡영화상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에서 <변호인>과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었던 <명량>은 감독상(김한민), 한국영화최다관객상을 수상하였다. 


한편 대종상에 이어 배우 김영애가 <변호인>으로 여우조연상을, <해무>의 박유천이 34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이하 영평상), 대종상에 이어, 청룡영화상에도 신인남우상을 수상하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올해 열린 35회 청룡영화상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저예산, 독립영화에 대한 적절한 안배를 꼽을 수 있다. 주요 수상 내역 어디에도 독립영화가 수상 명단에 포함되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냈던 51회 대종상과 달리, 여우주연상, 신인감독상에 <한공주>의 천우희와 이수진 감독, 신인여우상에 <도희야> 김새론을 시상하며, 한국 독립 영화를 조금이나마 껴안는 모습을 보인 것. 


비록 수많은 독립 영화 중에 <한공주>, <도희야> 단 두 작품만 수상 명단에 포함되었지만, 대종상과 더불어 한국의 주류 영화제로 꼽히는 청룡영화상이 신인감독상, 신인여우상 뿐만 아니라 여우주연상까지 대중적인 흥행을 기록한 상업 영화가 아닌 독립 영화에서 선정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지난 4월 개봉 이전에 이미 18회 부산국제영화제, 43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평단 및 관객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고, 극중에서 인상깊은 열연을 한 천우희는 지난 34회 영평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천우희의 이번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은 다소 이변이라는 반응. 2009년 30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여우상에 <똥파리> 양익준, 김꽃비, 작년 34회 청룡영화상에서는 <마이 라띠마>의 박지수를 신인여우상에 선정하는 등 대종상과 달리 독립영화에서 두각을 드러낸 재능있는 신인 배우들에게 종종 상을 안겨주긴 했지만, 여우주연상과 같은 대표적인 수상부문에 독립영화가 포함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예년부터 독립 영화를 조금씩 껴안는 모습을 보였던 청룡영화상이지만, 올 청룡영화상이 이례적으로 독립영화의 여주인공에게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긴 건,  대형 블록버스터의 물량 공세 속에서도 꾸준히 힘을 발휘하는 한국 독립 영화의 약진에 대한 영화계의 일종의 제스처로 해석할 수 있다. 





<인터스텔라>,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등 할리우드 유명 감독, 배우들이 총출동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치고 관객수 1위를 기록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가 저예산, 독립 영화도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모범 사례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상황과 더불어. 뛰어난 작품성과 완성도를 가지고 있지만 독립 영화라는 한계점으로 인해 일반 관객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영화들이 많은 2014년 한국의 영화 시장에서 올 한해 한국 독립 영화를 대표하는 <한공주>, <도희야> 두 수작이 청룡영화상 주요 수상부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다.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됨과 동시에 전혀 수상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으로 단상에 올라선 천우희는 펑펑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작은 영화에 유명하지 않은 제가 이렇게 큰 상을 받았다는 것에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그러면서도 <한공주>처럼 작지만 큰 힘을 가진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과 가능성이 더 열리길 바란다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작은 영화도 잘 만들었으면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고, 큰 상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열린 지금.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한공주>가 보여준 저력이 ‘기적’ 혹은 ‘이변’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그 어느 때보다 독립 영화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천우희의 수상 소감이 단순히 그녀의 개인적인 바람으로 그치지 않길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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