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참 불가측하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21c 도래해도 예측이 뻔해지는 드라마가 난무하는 세상에, 유일하게 종영하는 그날까지 결말에 대한 궁금증의 끈을 놓지 않는 전유무이 김병욱PD표 시트콤. 그래요 김병욱PD말대로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속 세상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자체가 예측 불가니까요.

불가측한 세상을 그래도 반영하듯이, 진짜 예측도 할 수 없었던 결말 내기 좋아하는 시트콤. 그 이전부터 쭉 기존 모두다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다는 평탄한 결말에서 벗어나, 시청자가 응원하는 커플 깨트리는 것은 당연지사고 등장인물 누군가가 병으로 죽는 등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시트콤이라고 하기엔 다소 충격적인 결말을 내곤했던 김병욱PD 전작이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사람들에게 잊지못할 악몽을 선사한 결말은 <지붕뚫고 하이킥> 엔딩이지요. 

 


전도유망한 이지훈과, 20 남짓 밖에 안된 기구한 삶을 남의 집 식모살이로 힘들게 버틴 신세경을 각각 총각 귀신, 처녀 귀신으로 만들어놓으면서도 끝내 "이 둘이 진짜 커플이였어."를 보여주고자 했던 김병욱PD와 도무지 그 결말을 이해할 수도 없고, 납득도 할 수 없었던 시청자와의 극한 대립이 이어진 시간들. 결국 <하이킥3> 제작발표회에서 스뎅김 스스로가 <지붕킥> 결말에 대해서 사과할 정도로, 엄청난 파극을 불러 일으켰었죠.  

이미 <지붕킥> 엔딩으로 거한 충격을 안겨주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아예 해피엔딩와 평탄한 엔딩 따윈 아예 기대하지 않게되는 <하이킥3>입니다. 심지어 몇몇 시청자들이 앞서, "그 중 누군가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이적 부인은 윤계상이다."는 예언을 자신들이 알아서 퍼트리곤 하지요.  

자연스레 지금까지 유일하게 <하이킥3> 공식 커플로 시청자들에게 이쁨 받았던 하선-지석 커플도 "얼마 못가 깨진다."는 식으로 별 기대가 안되더군요. 그 이전 스뎅김이 잠시나마 연인으로 지내길 허락하신 커플 모두 결국에는 결별로 끝났기 때문에 "어차피 재네들은 아예 끝까지 이어지지 못할 인연."이라고 시청자들 스스로 못박곤 했지요.

 



드디어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예측한대로 지난 20일에 방영한 116화에서는 하선과 지석이 결별 위기에 도래하게 됩니다. 다들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그리고 얼마 전 박하선이 김포공항에서 출국신을 찍었다는 스포일러가 돌아다녔기 때문에 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뭐 시청자들이 "제발 그 둘을 헤어지지 않게 해주세요" 라고 스뎅김 바지가랑이잡고 애원한다한들, 오히려 오기를 부리고 서지석 혹은 박하선을 죽음으로서 현세에서는 만날 수 없는 슬픈 인연으로 내몰 수도 있는 스테인리스이시니까요.

역시 뛰는 시청자 위에 나는 연출자있다고, 시청자가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상상력을 넘어, 그 이상을 펼치길 좋아하는 스뎅 김. 아예 이번 116화를 두고, 지석 형 계상을 놀리기 위해 이별하는 척 연기하다가, 진짜 이별을 맞이하게된 하선과 지석이 이대로 결별 혹은 해피엔딩일까 고민하는 시청자에게 " 삶은 그 누구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라고 강한 대못을 박았죠. 진짜 아무도 향후 일을 알 수 없는 현실과 달리, <하이킥3>에서는 오직 김병욱PD와 그의 의도에 맞게 대본을 쓰는 몇몇 작가들을 제외하곤 29일까지 전개되는 <하이킥3> 속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죠.

 


시청자가 어떻게 생각하던 말던 적어도 자신이 연출하는 시트콤에서는 절대자적 위치에서 기어코 자기 뜻대로 움직이기 좋아하는 스뎅김이기 때문에 무조건 그가 이끌어나가는대로 복종해야합니다. 싫으면 안보면 그만이구요. 그래서 전작들에 비해 시청률도 많이 떨어지고, 심지어 예전 하이킥 시리즈보다 재미없다는 혹평도 난무하지만, 뭘해도 스뎅김 원하시는대로 하소서라는 지지자들의 결속력은 그 어느 때보다 상당히 높은 편이죠.  

과연 이대로 하선과 지석이 결별할지, 혹은 하선이 종영말미에 툭 튀어나와 지석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지, 그건 스뎅김과 몇몇 작가들 빼곤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제아무리 그동안의 복선과 암시를 두고  나름 그럴싸할 결말을 만들어냈지만, 보기좋게 '너의 착각은 틀렸어.'라면서 와르르 무너뜨리는 것을 즐기시는 스뎅김 아니신가요. 

사실 저도 그간 왜 그렇게 흘려가는지 스뎅김의 독특한 취향은 잘 알겠으나, 도무지 공감이 갈 수 없었던 그간 전개에 불만을 품고(?) 한동안 <하이킥3>을 멀리하였습니다. 그런 제가 다시 <하이킥3>에 돌아온 것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결말이 어떻게 나오건 상관없이 최소한 언제라도 다시 스뎅김 품에 돌아올 수 있는 열혈 시청자들이 납득가능 할만한 전개가 보여지고 있다는 것이죠. 

삶을 늘 언제나 불가측하기 때문에 생각지도 않았던 뜬금없는 사고, 사건이 종종 우리 곁을 찾아오긴 합니다. 하지만 지난 113화에서 선보인 '막장 드라마' 특집처럼 정말 개연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찾을 수 없는 우발적인 연발은 오히려 보는 이들을 짜증나게 합니다. 애써 스뎅김은 초스피드 전개로 아예 비웃음거리로 전락시켰기에 망정이지, 족보가 꼬이는 출생의 비밀, 뜬금없는 사고로 인한 기억상실증, 아주버님과 제수 간의 불륜 등등 하나같이 그간 우리네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던 불멸의 요소잖아요. 

지난 막장드라마 특집으로 매번 뜬금없고 예측 불가한 퐌타스틱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는 동시간대 일일연속극을 보기좋게 통쾌 디스한 스뎅김. 하지만 그 누군가에는 스뎅김 또한 막장 연속극 연출가, 작가와 다를 바 없는 뜬금없는 전개와 결말로 악명이 높다는 것. 적어도 막장 드라마들은 막판에 그간 상식과 윤리를 저버린 것에 회개라도 하듯이 확실한 인과응보를 보여주어서 박수(??????)받는데, <하이킥3>은 인과응보는 커녕 그동안 죽도록 고생만 한 신세경을 기어코 처녀귀신으로 만들어버려 신세경의 행복을 바라는 이들의 염원을 폭파시켜버렸잖아요. 

그런데 따지고보면 <하이킥> 시리즈만큼 가장 염세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의도적으로 극한 죽음까지는 내몰진 않지만 실제 우리 속 신세경들에게 허락된 기회라고는 남의집(혹은 3D 업종)에서 죽어라 일하는 것, 좀더 좋아지면 얼마전 <하이킥>에 카메오로 출연한 신세경처럼 외딴 섬나라로 이민 가서 한국 뜨는 것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렇다고 <하이킥> 속 세경이라도 행복해지라고 이지훈 혹은 정준혁하고 연결시키면 매번 드라마에서 지겹도록 보여주는 현실성 제로 신데렐라 스토리와 또 무슨 차이가 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대부분의 시청자에게는 다소 뜬금없는 황당 엔딩에, 순간 저승사자로 보일정도로 섬뜩한 신세경의 모습이 두고두고 비난을 자초하는데 큰 일조를 한 듯도 합니다. 

뭐 이제 그 험한 엔딩을 겪고 면역이 된 <하이킥> 시청자이기 때문에 진짜 이적 부인은 윤계상이다 혹은 모두다 죽는다 정도의 상상 그 이상의 공포스럽다 못해 경악스러운 사상 최악의 결말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진짜 모두 다 죽는 결말이라면 <지붕킥>은 애교 수준인 전국민적인 항의. 심지어 그동안 꾹 참고 스뎅킴을 옹호했던 이들의 거센 분노도 받아들일 각오는 하셔야 겠군요.

 


하지만 결말은 김병욱PD가 원하는 대로 내놓은다고해도, 그 결말을 이루는 과정만큼은 <짧은 다리의 역습>이란 부제가 아깝지 않게 진짜 짧은 다리를 가진 세상의 수많은 이들이 용기를 낼 수 있는 희망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19일에 방영한 115화에서 그 어떤 <하이킥3> 등장인물보다 짧은 다리를 가진 진희의 본격적인 역습 시작 예고처럼 말이죠. 또한 하선과 지석 사랑 또한 역시나 저나 수많은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이별로 끝난다 하더라도, 너무 아픈 사랑은 아니었음으로 여운있는 마무리를 지었으면 하는 아주 소박한 희망을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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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하이킥> 시리즈라고 하나, 유독 <지붕뚫고 하이킥>과 너무나도 닮은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입니다. 

물론 <하이킥3>에는 1편인 <거침없는 하이킥>도 있습니다. 1편처럼 학교가 무대가 되어, 교사인 하선과 지석의 애정 구도를 만들고, 고등학생인 종석이 지원을 짝사랑하는 것. 그 또한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다뤘던 소재이긴 합니다. 그러나 <하이킥3>는 어두운 사회적 단면을 강조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러브라인이 <지붕뚫고 하이킥>을 연상시키게 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지난 11일에 임시 가사 도우미로 출연한 신세경은 그냥 웃고 지나칠 카메오가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누구입니까. <지붕뚫고 하이킥>의 최고 수혜주이자, 아직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회자되고 있는 비극적인 엔딩의 여주인공. 그런 그녀가 잠시 <하이킥>에 되돌아 왔을 때, 네티즌들의 의견은 <지붕뚫고 하이킥>에 대한 결말 만큼 뜨거웠습니다.

신세경을 통하여 지난 <지붕킥>에서 그녀를 둘러싼 에피소드를 단 몇 십분만에 압축하여 여전히 <지붕킥>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 그 때 추억을 새록새록 기억하게 한 회였습니다.  마지막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하여 진짜 멈춰버린 <지붕킥> 속 세경과 지훈과 달리, <하이킥3>에서는 세경의 멀미만 멈추어버린 채 무사히 인천항까지 배타고 가서 계상에게 고맙다고 편지까지 보내는 아주 해피한 결말을 맞게 됩니다.  결말 외에도 차이점이 있다면 <지붕뚫고 하이킥>에서와 달리 <하이킥3> 속 신세경은 우울한 감정을 쏙 뺀 엉뚱하고 발랄한 20대였습니다. <하이킥3> 신세경 또한 타이완으로 배타고 이민 갈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고, 잠시 윤계상이 지불한 음식값과 오갈 곳이 없어 신세지게 된 것이 미안하여 임시 식모 노릇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붕킥>에서 본 것처럼 신세경이란 인물에게 딱히 짠하거나 동정이 가는 공감대는 형성하지 못했습니다. 하긴 그녀는 오직 잠시 얼굴만 비추는 카메오에 불과했고, 결정적으로 <하이킥3> 속 세경은 무사히 이민을 갔고, 그곳에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잘 살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과거 <지붕킥> 결말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한국을 떠난 이후에도 행복하게 살고있는 세경을 통해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는 동안, <하이킥3> 속 세상은 다시 <지붕뚫고 하이킥>을 연상시키는 소재를 방영하여 눈길을 끕니다. 

물론 <지붕뚫고 하이킥> 때와 내용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붕뚫고 하이킥>을 보신 분은 아실겁니다. <지붕킥>에서 황정음은 졸업 학점을 채우기 위해 지훈이 일하는 병원에서 잠시 봉사활동을 하게 되는데, 그 곳에서 자신을 마누라라고 하는 할아버지와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정음이 할머니로 분장하여 그 할아버지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열게 됩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당시 정음의 남자친구였던 지훈이 보고 흐뭇하게 웃고 나중에 정음의 손을 잡아주는 장면이 나오죠. 

반면 <하이킥3> 백진희는 인턴으로 일하는 보건소 일을 하다가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와 정이 들게 됩니다. 자신에게 친절히 대해준 진희가  고마운 할아버지는 진희에게 씨앗을 선물하고 그 씨앗을 보건소 화분에 심은 진희는 잘 자라는 씨앗을 보고 "무엇이든 잘 자라만 줘라."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고, 그 모습을 보고 계상은 진희를 보고 귀엽다는 듯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그런데 유독 <지붕킥>의 이지훈과 닮은 윤계상이라서 그런것일까요. 할아버지에게 씨앗을 받고, 그 씨앗이 잘 자라고 있다면서 아이처럼 좋아하는 진희를 바라보는 계상의 눈빛이 흡사 정음을 바라보는 지훈과 참 많이 닮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정음과 지훈은 오직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손만 잡았지만 진희와 계상은 아직 서로를 향해 어떤 마음을 가진 것도 모른 채 자라나는 씨앗을 보면서 활짝 웃고만 있다는 것이죠.

그래도 <지붕킥>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커플될 사람의 윤곽이 드러났지만, <하이킥3>은 중반이 넘어도 결말은 고사하고 당장 커플이룰 사람조차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긴긴 실타래만 돌리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전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이적과 박하선이 최종 커플이 될 확률이 높다는 말이 나돌 정도니까요. 아무리 자기가 만든 작품이라고 하나, 자기 표절에 대한 부담감때문에 <지붕킥>의 몇몇 장면을 차용할 수는 있어도, 쉽게 <지붕뚫고 하이킥>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하이킥3>의 결말이 <지붕뚫고 하이킥>과 반대로 모든 사람이 행복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아보입니다. 엄연히 말하면 <지붕뚫고 하이킥>도 세경과 지훈. 그리고 중간에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내 잠시 아파하던 정음과 준혁 빼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다 행복하게 잘 살게 되었습니다. 다만 <지붕킥>에서 가장 애정많고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세경과 지훈이 갑자기 멈춰서버렸기에 그들의 비극이 더욱 가슴아프게 다가온 것일 뿐이구요. 누군가의 행복이 누군가의 비극인 것 처럼 현재 너무나도 엇갈린 사랑을 하고 있는 <하이킥3> 인물 또한 <지붕킥> 준혁과 정음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이어지지 못한 아픔을 꽤 오랫동안 간직한 채 덤덤이 살아가겠죠.

그래도 <하이킥3>에 희망이 있다면, 몇몇 시청자들이 원하는 커플은 끝내 이뤄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뭔가 될 지는 모르지만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 씨앗처럼 궁극적으로는 본인들이 진정 원하는 열매를 성취할 것 같은 긍정적인 예감이 약간은 든다는 것입니다. 과연 <하이킥3>의 마지막은 어떻게 마무리 될 것인가요. 표면적인 해피엔딩에 회의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하나의 새로운 씨앗이 자랄 수 있는 역설을 보여주는 김병욱이기에 기대되는 <하이킥3>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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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그 어떤 멜로 드라마보다 살아있는 감정선과 섬세한 묘사 그리고 은밀한 복선을 자랑하는 <하이킥>의 러브라인이 본격화 되었군요. <하이킥> 러브라인의 특징이 있다면, 유독 짝사랑과 외사랑을 부각시키는 것입니다. 남 몰래 자신이 연모하는 상대를 바라보면서 가슴앓이하는 인물들을 보면서, 비록 시트콤 속 가상의 세계이지만 누가누가 잘됬으면 하고 응원하게 하면서 푹 빠지게 하는 것이 <하이킥>이 가진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역시나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의 러브라인이 본격화되면서 꽤나 보는 이들의 마음 조리게하는 이들이 쏙쏙들이 등장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처절한 외사랑을 외치면서 나도 모르게 그들의 감정에 푹 빠지게 하는 이는 윤지석(서지석 분)과 백진희입니다.

이제 막 윤계상에 대한 감정이 싹튼 진희와 달리, 지석은 <하이킥> 초반부터 박하선을 짝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선은 같은 고등학교 교사인 지석이 아닌 몇 년 째 9급 공무원 준비에 매달리는 공시생 고영욱의 여자친구가 되어버립니다. 그렇다고 하선이 영욱을 좋아하게 되어 연애를 시작한 것도 아닙니다. 짜장면 하나 고르는데 30분 넘게 고민하는 하선의 성격 상 영욱의 저돌적인 고백과 주위 선생님들의 등에 떠밀려 억지 춘향 격으로 영욱을 받아들여야했습니다. 워낙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하선쌤이라고 하나, 영욱과 만나는 과정에도 딱히 그를 좋아하는 구석은 많아 보이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하선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싹 튼 관계인터라 시청자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특히나 좋아하는 하선이 누군가와 연애를 하는 과정을 여과없이 지켜봐야하는 지석의 애절한 짝사랑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자연스레 영욱이 아닌 지석의 감정선에 몰입을 하게 될 수 밖에 없었구요.

 


그러다가 영욱과 하선은 헤어지게 되었고, 이제 지석에게도 기회가 왔습니다. 불같은 성격이지만 유독 하선 앞에서는 소극적이기만 한 지석이 용기내어 하선에게 고백을 했건만, 하선에게 돌아온 답변은 "우리 지금처럼 편한 사이로 지내요."였습니다.

그렇다고 하선이 무작정 지석을 거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3일 방영분에서 함께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 노을에서 하선이 고백한 것처럼, 하선은 지석과 헤어질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두려웠던 것입니다. 하선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어장관리녀'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답답하다 싶을 정도로 솔직하고 순수한 하선이기에 충분히 이해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마음에 와닿지 않은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고, 어설픈 감정이 오가는 과정에서 이별이란 아픔을 맛보게된 하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와 새로 시작하는 것이 겁이 났고, 특히 그 상대가 오랫동안 좋은 감정으로 지내온 지석쌤이라는 점이 하선을 더욱 불안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지석은 계속 자신을 받아들이라고 하지 않은 하선에게, 무작정 밀어붙이기보다 그녀가 자기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 기다리겠다는 따스한 배려가 담긴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처럼 그 편지는 진희에 의해서 하선네 집 사람들은 물론, 심지어 지석의 집까지 돌아다니는 수모를 겪게 됩니다. 누가 보낸 편지라는 것은 몰라 천만다행이지만, 하필이면 지석이 하선을 좋아한다는 것보다 편지 속의 틀린 맞춤법때문에 가족들의 비웃음만 살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불행 중의 다행이 있다면 이번 편지 사건으로 하선과 지석이 유쾌하게 서로를 향해 한발자국씩 다가갈 수 있는 뉘앙스를 풍기게 되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하선과 지석이 점점 가까워지는 와중에 이번에는 그 편지 유포의 주범 진희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진희는 계상의 배려로 간신히 보건소 인턴으로 취직하게된  전형적인 88만원 세대의 얼굴을 한 여성입니다. 처음에는 계상을 싫어했으나, 계상이 자신의 마음 속으로 들어온 순간 금세 사랑의 열병에 앓아 버립니다. 하지만 진희는 역시나 그녀처럼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지석처럼 계상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도 용기내어 고백할 용기조차 낼 수 없습니다. 현실에서 윤계상과 같은 엘리트는 진희같은 처지가 쉽게 넘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요, 또 어렵게 사랑을 한다고 해도 좋은 결실을 맺기도 어렵습니다. 

 


계상 누나인 유선의 주선으로 교사인 하선과 계상이 맞선을 봤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진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남몰래 눈물을 꾹꾹 삼키는 것, 상상 속에서나 계상과의 열애를 그리는 것뿐입니다. 거기에다가 계상 또한 딱히 진희에게 특별한 감정을 보이고 있고 설상가상 진희가 얹혀사는 하선의 사촌동생 지원마저 계상을 연모하고 있기 때문에 지석 못지 않은 처절한 짝사랑과 치열한 사랑 쟁탈전(?)이 예고되기까지 합니다. 

아직까지 지석과 하선의 확실한 관계가 정리되지 않고 있는 불안불안한 상황 속에서 이제는 가뜩이나 불쌍한 아가씨 진희까지 가세하여 더욱 안타까운 짝사랑을 그려내고야하는 <하이킥>입니다. 아직까지는 하선과 지석 빼고는 딱히 응원하는 러브라인은 없지만, 유독 혼자 계상을 그리워하며 남몰래 울고, 그러면서 나홀로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체념하고야마는 진희가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번듯한 직장도 잡지 못했고, 남의 집에 얹혀사는 불안정한 상황에 이제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되는 짝사랑까지. 아마 <하이킥3> 통틀어 가장 연민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진희가 아닐까 싶네요.  특히나 너무나 리얼하다 싶을 정도로 실제 20대들의 애환과 고민을 담아낸 진희인터라 그녀가 처한 고통스러운 상황이 더욱 남일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도대체 언제쯤 진희는 자신의 감정 또한 솔직히 드러낼 수 없는 암울한 현실에서 언제쯤 통쾌한 하이킥을 날릴 수 있을까요? 아직까지는 상상 속에서나 계상과 뜨거운 사랑을 할 수 밖에 없는 그녀가 하루라도 빨리 그녀의 얼어붙은 가슴을 따스히 어루만져주는 누군가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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