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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하이킥 백진희 상상에서만 가능한 계상을 향한 처절한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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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멜로 드라마보다 살아있는 감정선과 섬세한 묘사 그리고 은밀한 복선을 자랑하는 <하이킥>의 러브라인이 본격화 되었군요. <하이킥> 러브라인의 특징이 있다면, 유독 짝사랑과 외사랑을 부각시키는 것입니다. 남 몰래 자신이 연모하는 상대를 바라보면서 가슴앓이하는 인물들을 보면서, 비록 시트콤 속 가상의 세계이지만 누가누가 잘됬으면 하고 응원하게 하면서 푹 빠지게 하는 것이 <하이킥>이 가진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역시나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의 러브라인이 본격화되면서 꽤나 보는 이들의 마음 조리게하는 이들이 쏙쏙들이 등장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처절한 외사랑을 외치면서 나도 모르게 그들의 감정에 푹 빠지게 하는 이는 윤지석(서지석 분)과 백진희입니다.

이제 막 윤계상에 대한 감정이 싹튼 진희와 달리, 지석은 <하이킥> 초반부터 박하선을 짝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선은 같은 고등학교 교사인 지석이 아닌 몇 년 째 9급 공무원 준비에 매달리는 공시생 고영욱의 여자친구가 되어버립니다. 그렇다고 하선이 영욱을 좋아하게 되어 연애를 시작한 것도 아닙니다. 짜장면 하나 고르는데 30분 넘게 고민하는 하선의 성격 상 영욱의 저돌적인 고백과 주위 선생님들의 등에 떠밀려 억지 춘향 격으로 영욱을 받아들여야했습니다. 워낙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하선쌤이라고 하나, 영욱과 만나는 과정에도 딱히 그를 좋아하는 구석은 많아 보이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하선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싹 튼 관계인터라 시청자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특히나 좋아하는 하선이 누군가와 연애를 하는 과정을 여과없이 지켜봐야하는 지석의 애절한 짝사랑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자연스레 영욱이 아닌 지석의 감정선에 몰입을 하게 될 수 밖에 없었구요.

 


그러다가 영욱과 하선은 헤어지게 되었고, 이제 지석에게도 기회가 왔습니다. 불같은 성격이지만 유독 하선 앞에서는 소극적이기만 한 지석이 용기내어 하선에게 고백을 했건만, 하선에게 돌아온 답변은 "우리 지금처럼 편한 사이로 지내요."였습니다.

그렇다고 하선이 무작정 지석을 거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3일 방영분에서 함께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 노을에서 하선이 고백한 것처럼, 하선은 지석과 헤어질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두려웠던 것입니다. 하선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어장관리녀'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답답하다 싶을 정도로 솔직하고 순수한 하선이기에 충분히 이해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마음에 와닿지 않은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고, 어설픈 감정이 오가는 과정에서 이별이란 아픔을 맛보게된 하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와 새로 시작하는 것이 겁이 났고, 특히 그 상대가 오랫동안 좋은 감정으로 지내온 지석쌤이라는 점이 하선을 더욱 불안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지석은 계속 자신을 받아들이라고 하지 않은 하선에게, 무작정 밀어붙이기보다 그녀가 자기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 기다리겠다는 따스한 배려가 담긴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처럼 그 편지는 진희에 의해서 하선네 집 사람들은 물론, 심지어 지석의 집까지 돌아다니는 수모를 겪게 됩니다. 누가 보낸 편지라는 것은 몰라 천만다행이지만, 하필이면 지석이 하선을 좋아한다는 것보다 편지 속의 틀린 맞춤법때문에 가족들의 비웃음만 살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불행 중의 다행이 있다면 이번 편지 사건으로 하선과 지석이 유쾌하게 서로를 향해 한발자국씩 다가갈 수 있는 뉘앙스를 풍기게 되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하선과 지석이 점점 가까워지는 와중에 이번에는 그 편지 유포의 주범 진희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진희는 계상의 배려로 간신히 보건소 인턴으로 취직하게된  전형적인 88만원 세대의 얼굴을 한 여성입니다. 처음에는 계상을 싫어했으나, 계상이 자신의 마음 속으로 들어온 순간 금세 사랑의 열병에 앓아 버립니다. 하지만 진희는 역시나 그녀처럼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지석처럼 계상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도 용기내어 고백할 용기조차 낼 수 없습니다. 현실에서 윤계상과 같은 엘리트는 진희같은 처지가 쉽게 넘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요, 또 어렵게 사랑을 한다고 해도 좋은 결실을 맺기도 어렵습니다. 

 


계상 누나인 유선의 주선으로 교사인 하선과 계상이 맞선을 봤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진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남몰래 눈물을 꾹꾹 삼키는 것, 상상 속에서나 계상과의 열애를 그리는 것뿐입니다. 거기에다가 계상 또한 딱히 진희에게 특별한 감정을 보이고 있고 설상가상 진희가 얹혀사는 하선의 사촌동생 지원마저 계상을 연모하고 있기 때문에 지석 못지 않은 처절한 짝사랑과 치열한 사랑 쟁탈전(?)이 예고되기까지 합니다. 

아직까지 지석과 하선의 확실한 관계가 정리되지 않고 있는 불안불안한 상황 속에서 이제는 가뜩이나 불쌍한 아가씨 진희까지 가세하여 더욱 안타까운 짝사랑을 그려내고야하는 <하이킥>입니다. 아직까지는 하선과 지석 빼고는 딱히 응원하는 러브라인은 없지만, 유독 혼자 계상을 그리워하며 남몰래 울고, 그러면서 나홀로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체념하고야마는 진희가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번듯한 직장도 잡지 못했고, 남의 집에 얹혀사는 불안정한 상황에 이제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되는 짝사랑까지. 아마 <하이킥3> 통틀어 가장 연민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진희가 아닐까 싶네요.  특히나 너무나 리얼하다 싶을 정도로 실제 20대들의 애환과 고민을 담아낸 진희인터라 그녀가 처한 고통스러운 상황이 더욱 남일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도대체 언제쯤 진희는 자신의 감정 또한 솔직히 드러낼 수 없는 암울한 현실에서 언제쯤 통쾌한 하이킥을 날릴 수 있을까요? 아직까지는 상상 속에서나 계상과 뜨거운 사랑을 할 수 밖에 없는 그녀가 하루라도 빨리 그녀의 얼어붙은 가슴을 따스히 어루만져주는 누군가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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