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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하이킥 백진희 비호감 만드는 빰 때리기는 지나친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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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에서 가장 연민이 가는 캐릭터는 백진희입니다. 취업난에 시달리면서도 대학 입학과 동시에 빚부터 져야하는 20대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은 것에 그치지 않고, 아는 선배 하선의 집에 얹혀사는 신세까지. 그래서 백진희는 더더욱 비굴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떻게든 취업을 해서 등록금 대출부터 갚아나가야하고, 어서빨리 하선의 집에서 나가 독립을 해야하니까요. 



 


그런데 <하이킥>은 야속하게도 가뜩이나 안쓰러운 백진희를 심각한 짝사랑과 상사병으로까지 몰고갑니다.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윤계상을 향한 처절한 외사랑. 하지만 윤계상은 정작 백진희가 자신을 좋아하는지 조차 모를 정도입니다. 자신을 향해 손찌검을 하는  진희를 두고 "나에게 화나는 일이 있나?" 라고 하선에게 물어볼 정도니까요.(물론 진희가 자는 모습을 보고 방긋 웃었던 계상인터라, 그 또한 남몰래 진희에게 연정을 품고 있어도 하도 어이가 없어서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계상을 향한 진희의 애타는 마음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하이킥>은 감기 몸살임에도 불구하고 수면바지만 입고 계상을 찾아나서고자 고군분투하는 진희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계상을 발견한 진희는 다짜고짜 계상의 빰부터 때립니다. 그리고 왜 때리나는 계상의 질문에, "너무 반가워서 나도 모르게 그랬다." 라고 미안해합니다.

네, 그야말로 짝사랑은 사람을 미치게 합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그 사람의 품에 안기고 싶고, 하루라도 못보면 안절부절 못하다가 끝내 자리에 눕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연모하는 이의 마음을 얻지 않는 이상 쉽게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이 상사병이라고  할 정도니까요. 진희 또한 그러고 싶지 않은데 은연 중에 자신을 이토록 아프게 하면서도 자기 마음 몰라주는 계상에 대한 애증이 튀어나와 자기도 모르게 빰을 휘갈길 수도 있구요. 

 


하지만 아무리 진희의 애절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그리고 현실에서는 하기도 어려운 황당한 시츄에이션으로 과장된 행동을 보여줘야하는 시트콤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의외로 5일 분에서 보여준 백진희의 행동은 시청자들에게 도통 공감을 얻지 못하는 듯 합니다. 심지어 현재 게시판에 가도 "빰 때리기는 진짜 무리수였다." "갈 수록 비호감 되는 백진희 안타깝다." 하면서 백진희의 캐릭터 좀 제대로 잡아달라는 요청이 군데군데 보일 정도입니다. 

 


<하이킥> 시리즈에서 유독 밉상과 비호감 캐릭터가 눈에 띄는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이긴 합니다. 단순히 어려운 경제적 사정으로 남의 집에 얹혀살아서 그 자체가 민폐라는 말이 아닙니다. 가면 갈 수록 주위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고도 한없이 당당하기만한 현대인을 그려내기 위한 설정이라고 하나, 그들이 보여준 몇몇 행동은 과장된 행동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시트콤이라고해도 황당을 넘어서 불편하게 다가올 정도입니다.  전작인 <거침없이 하이킥>과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도 민폐 캐릭터가 은근히 있었지만, <하이킥3>는 등장 인물 중에서 가장 심성이 곧고 착한 박하선마저도 '어장관리녀'라고 불릴 정도로 종종 시청자들을 화나게 할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하이킥3>에서 가장 정상적인 캐릭터는 윤계상, 지석 형제와 강승윤이라고 일컷을 정도이니까요. 

 


가뜩이나 감당하기 어려운 비호감들이 줄을 잇는 <하이킥3>에서 이제 백진희마저 시청자들의 항의를 몰고다니는 민폐 캐릭터로 굳이는 것 같아 불안합니다. 굳이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하선네 집에 빌붙어 살면서 허락도 없이 영욱에게 반찬을 마구 퍼다주는 것까지 거론하지 않아도, 지난 4일 분에 보여준 편지 사건은 제 아무리 백진희를 응원하는 열혈 팬이라고 해도 엄연히 해서는 안될 잘못된 행동이었습니다.

 


다행히 지석이 보냈다는 말이 없었고, 그 편지 사건으로 지석과 하선이 조금씩이라도 가까워지는 것 같아 망정이지, 진희의 생각없는 편지 유포는 하선의 집을 넘어 지석이네 집까지 비웃음을 살 정도로 최악으로 치닫을 뻔 하였습니다. 제 아무리 서로에 대한 오해가 풀렸고,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하더라도 남의 편지를 몰래 읽는데 그치지 않고, 뻔뻔하다 싶을 정도로 밖으로 들고나온 진희의 행동이 이해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런데 <하이킥> 제작진은 편지 사건에 모자라, 아예 이제는 짝사랑에 미친 나머지 진희를 스토커 수준의 실성녀로 몰고갑니다. 그래서 편지와 마찬가지로 그 빰때문에 계상과 진희가 더욱 가까워지는 긍정적인 신호탄이 되었다는 말도 있으나, 이런 식으로 백진희를 계속 비호감으로 몰고가면 <하이킥>에서 유일하게 호감으로 비춰지는 윤계상과 좋은 결말을 맺는다하도, 과연 그 둘 간의 관계에 제대로된 몰입이 가능할까요?

백진희 취업도 제대로 하지 못해 계상의 도움으로 겨우 보건소 인턴으로 취직하고, 남의 집에 빌붙어 살고, 계상을 남몰래 가슴앓이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비굴하고 안쓰럽습니다. 거기에다가 무심하게도, 아무리 <하이킥> 진희를 감싸주고 싶다해도,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비호감적인 행동으로 백진희라는 캐릭터를 궁지에 몰아넣기까지 합니다. 아무리 백진희 자체가 불쌍한 인물로 그려져있다고 해도, 연이어 주위 사람들에게 계속 민폐를 끼치는 행동이 너그럽게 다 이해받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도대체 언제쯤 백진희는 자신을 자꾸만 시궁창으로 끌어내리려는 <하이킥>에서 제대로된 통쾌한 하이킥을 날릴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제 비굴과 동정을 넘은 민폐로 빠져버려 시청자들의 항의까지 받고 있는 진희입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고 답답할 따름입니다.

 


어제 5일 방송분의 지나친 무리수라고 보여질 정도인 빰 때리기 덕분에 계상을 향한 진희의 마음은 충분히 잘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사랑 앞에서 미쳐버린 실성녀 백진희는 되도록이면 자제하였으면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비록 살기 위해서 비굴해질 때도 있지만  자신이 짝사랑하는 계상 앞에서 만큼은 한없이 당당한 발랄하고 귀여운 아가씨 백진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인 듯 합니다. 그래야 하이킥의 새로운 민폐 캐릭터로 욕먹는 백진희도 살고, 본격 러브라인 발동에도 더디게 흘려가는 <하이킥3>도 제 자리를 찾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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