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자면, 글쓴이는 KBS 드라마 <학교2013>을 썩 즐겨보진 않았다. 요근래 방영한 드라마 중에서 드물 정도로 완성도 높고, 현 시대에 꼭 필요한 작품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학교2013>이 그리 썩 보고 싶진 않았다. 아무래도 청무우밭인가 해서 기대감 가지고 내려갔다가 물결에 절어서 지쳐서 돌아온 휴우증 탓이겠지...


<학교2013>는 그간 KBS에서 방영한 학교 시리즈물에서도 비교적 현실반영에 충실한 작품으로 꼽힌다. 참 불행히도, 한창 학교 시리즈물이 방영했을 때보다, 2012-2013년 실제 학교 현장은 좋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살벌해지기까지 했다.  학교를 졸업한 지 거의 10년이 흘렀지만, 현재 학교에 관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그래도 내가 학교다닐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하면서 이따금 충격을 먹기까지 한다. <학교2013>에서 일진 오정호(곽정욱 분)이 교사 정인재(장나라 분)에게 대드는 장면은, 학교 시리즈물 사상 가장 충격의 오프닝이라고 하나, 정작 현재 학교 현장에서 지내고 있는 교사들과 학생들의 반응은 당연하다는 분위기다. 그나마 <학교2013> 학생들은 예의가 있고 착한 편이라고까지 한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던 것일까. 사실 강산도 10년마다 변하는데, 세상도 사람도 그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말로는 '스티븐 잡스' 같은 감각적 재능을 가진 인재를 키우겠다고 하나, 현실은 길은혜 같은 애들이 명문대 들어가 좋은 직장 들어가 잘먹고 잘 사는 패러다임에 충실한 이 나라의 교육은 10년 전과 크게 바뀐 점이 없었다. 오히려 '국제중', '특목고' 이름만 바꾼, 초, 중 입시 열풍이 다시 되살아난 셈이다. 


<학교2013>는 어쩌면 이 '국제중', '특목고'에 진학하지 못하고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아이들의 이야기다. 대다수 2학년 2반 아이들은 딱히 공부에도 관심이 없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전교 수석을 놓치지 않는 송하경(박세영 분)같은 경우에는 외고 입시 실패하고 승리고에 온 것이 인생의 유일한 '치욕'이라고 받아들일 정도다. 


이미 대학에 가면 그 대학의 입시성적에 따라 어느정도 계급이 달려지긴 하지만, 중,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암암리에 특목고생, 비특목고생이라는 분류를 받으며 대학 입시를 치뤄하는 아이들은 자연스레 자신의 적성과 꿈에 맞는 교육이 아닌, 일단 명문고,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한 커리큘럼에 충실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요즘은 사회적 기준이 아닌 아이들의 특별한 재능을 키워준다는 젊은 부모들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긍정적인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은근히, 아니 대놓고 좋은 대학 나온 사람을 더 선호한다. 같은 능력이면 이왕이면 명문대가 좋다는게 현실이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우리들은 인간적으로 정인재같은 선생에게 끌리면서도, 현실은 더 나은 대학에 갈 수 있게 해주는 강세찬(최다니엘 분)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꿈과 적성의 중요성을 인지한다고해도, 일단은 좋은 대학 가보고 말하자 식의 학교 현장에서 정인재같은 교사는 그저 '이상형'일 뿐이다. 





학교가 입시 교육에만 매달려 있으니, 자연스레 대학에 갈 만한 학생들에게만 집중하는 것도 현실이다. 얼마 전 <학교2013> 재방송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게 뭐나면, 강세찬이 아이들 진학 상담을 하는데, 어쩜 그리 10년 전 글쓴이와 같은 반 동료들이 받았던 진학 상담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말이 좋다 2013 학교 이야기이지, 여전히 입시에 매달린다는 점은 <학교2003>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 때보다 학생들이 교사나 어른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거??


그래도 승리고 2학년 2반 아이들은 제대로 복받은 편이다. 아예 학교는 물론 부모, 사회까지 혀만 끌끌 차고 내보낼 생각만 하지 아무도 터치 못한 소위 '일진'들을 진짜 사람 만들어주는 정인재같은 참된 스승을 만났고, 전형적인 입시 위주 교사였던 강세찬도 진짜 학생들을 위한 선생님으로 나날이 변모 중이니까.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한 때 학교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는 일진들이 선생님의 노력으로 마음 잡고 착실한 인생을 살게 되었다는 거. 비교적 현실에서도 가능한 드라마틱한 변화라고 하나, 현재 학교 현실과 비추어봤을 때 이보다 더 낭만적이고 판타지스러운 것도 없다. 





억지로 남은 결말을, 승리고 2학년 2반 학생들은 모두 원하는 대로 자신의 꿈을 이뤘습니다가 아닌, 당시에 직면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을 뿐이지만,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비슷한 학교 현장을 경험했거나, 현재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는 잔잔하면서도 이보다 더 가슴 뭉클하고 긴 여운 남는 결말은 없다. 






그래도 마지막 다들 웃을 수 있었던 <학교2013> 아이들과 달리, 여전히 진짜 우리 학교 현실은 긴 암흑의 터널을 지나야한다. 제 아무리 <학교2013>이 인기가 있었다하더라도, 학교 밖을 넘어 사회를 위협하는 학교 폭력 문제는 한동안 기승을 부릴 것이다.  여전히 학교 현장을 지배하는 헬리콥터 엄마들의 치맛바람은 그칠 줄 모를 것이고, 앞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직장 동료 뒤통수 치는 아나운서가 된다해도, 공부만 잘하고 아나운서만 되면 장땡인 아이가 대접받는 교육은 당분간 지속될 조짐이다. 


하지만 희망이 있다. 비교적 현실에 충실했던 <학교2013>이 지난 16회동안 주구장창 내세운 것은,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었다. 아이들의 거센 반항과 일탈에도 불구, 자신의 교사 직함까지 내려놓으며 끝까지 아이들 편에 서고자 했던 정인재는 끝까지 학교 변두리만 거칠게 맴돌것 같은 아이들을 지켰다. 그리고 학생들을 향한 정인재의 헌신은 단순히 직업 교사 그 이상,그 이하도 아니었던 주변 교사들도 변화시키기까지 이른다. 


물론 우리가 처한 교육 현실은 교사 몇 명만 변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긴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학교의 통제 선상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물론, 부모의 이름으로 아이들을 재단하고자하는 어른들의 각성과 변화도 필요하다. 교사는 물론, 학부모, 학생, 그리고 현재는 학교를 잠시 떠났다고 하더라도 향후 학부모가 되거나, 조부모가 될 이들도 상당히 오랜 시간 인내력을 가지고 지켜봐야할 과제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위기'라고만 말하는 교육이 좋아질 희망은 분명히 있다. 아직 <학교2013> 종례는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진짜 학교와 어른들이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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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요즘 중, 고등학생 사이에서 '붕중주스'라는 것이 은밀히 유행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몸을 '붕붕' 띄워준다고하여 붙인 이 정체불명 액체는 에너지 드링크에 과립형 비타민을 섞여 제조한 것이다. 학생들 스스로가 직접 제조하기 때문에 어느 마트에서나 편의점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붕붕주스'는 카페인이 대량 함유되어있기 때문에 이 '붕붕주스'를 마시면 마치 '환각제'를 흡입하는 기분이다. 그래서 식약청과 언론을 줄곧 '붕붕주스'의 위험성을 알리고, 청소년들에게 이 '붕붕주스'를 멀리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붕붕주스'의 인기는 도저히 멈출 줄 모른다. 


그렇다면 요즘 중, 고생들은 마트에서도 팔지 않는 이 '붕붕주스'를 구태여 손수 만들어 마시는 것일까. 청소년들 사이에서 '붕붕주스'는 '마법의 묘약'과 같다. 마시고 나면 깨어있는 상태임에도 불구 잠시 정신을 잃는 부작용이 간혹 있긴 하지만 한번 마시면 3일 체력을 하루에 몰아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청소년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 그런데 왜 중, 고등학생들에게 이런 정체불명의 음료가 필요했을까. 


지난 18일에 방영한 KBS <학교 2013>의 주요 에피소드는 '붕붕주스'로 요약될 수 있다. 서울 시내 학교에서도 최하위권 성적을 기록하는 승리고에서도 '붕붕주스'를 즐겨마시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같은 반 급우들 사이에서 떠돌아다니는 '붕붕주스' 효력에 혹한 학생들은 곧바로 '붕붕주스' 제조에 들어간다. 


서울대를 목표로, 승리고등학교 내에서 항상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송하경(박세영 분)도 마시는 즉시 엄청난 체력을 준다는 '붕붕주스'를 외면할 수가 없다. 특수목적고에 떨어지고 승리고에 입학한 게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불행이라고 여기는 송하경은 어떻게해서던지 서울대에 가기 위해, 반 친구들 모두에게 비밀로 하고 강남 대치동에 특목고 학생들만 다닌다는 학원에 다닐 정도로 대학 입시에 남다른 공을 들인다. 


간혹 변기덕(김영춘 분)처럼 평소 공부에 별반 관심없지만 벼락치기로 시험을 잘 보기 위해 '붕붕주스'를 먹는 경우도 있다. 아마 이런 케이스가 대부분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그 몸에도 좋지 않은 '붕붕주스'를 그럼에도 마시는 이유는 비교적 동일하다. 성적이 우선인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좀 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몇 날 며칠 잠도 안자고 시험공부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독약'을 꿀꺽 마시는 것이다. 


결국 시험을 더 잘보려는 욕심에 붕붕주스를 마신 송하경은 그 부작용으로 복도에 졸도한다. 그런데 붕붕주스라는 생소한 이름의 음료를 마시고, 정신을 잃는 경우는 드라마 속 꾸며진 과장된 설정이 아니라, '붕붕주스'를 생활화한다는 요즘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풍경일뿐이다. 


극 중, 남몰래 특목고생들만 다니는 학원까지 다니는 하경의 서울대 입학을 향한 굳은 의지는 '꼭 저렇게까지 살면서 좋은 대학을 가려할까.'하는 일종의 회의감을 들게 한다. 그러나 송하경은 어린 나이에 이 험난한 세상을 잘 살아가는 법을 일찍이 터특했을 뿐이다. 말로만 학력을 철폐한다고하나, 결국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름난 명문대 출신들이 그렇지 못한 학생들보다 성공할 확률이 더 높은 세상. 그래서 강남 대치동에서 잘나가는 학원 강사를 하다가 고액 과외가 탄로나 잠시 승리고에서 교사 노릇을 하게된 강세찬(최다니엘 분)은 학생들에 언제나 현실을 주입시킨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꿈을 찾아가라는 정인재(장나라 분)의 말이 지극히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들릴 정도다. 


그러나 그 좋은 중, 고등학교 6년을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입시에 모두 바치면서 명문대에 들어갔다고해도, 그들의 고통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그 지긋지긋한 대학 입시만 끝나면 모든게 해결될 줄알았는데, 명문대 입시는 그나마 남들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통로로 진입할 수 있는 문턱만 간신히 넘었을 뿐, 대학생이 되도 학생들은 어쩌면 고등학교 시절보다 더 처절하고 피터지게 공부하여야한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우연히 '붕붕주스'를 마시게 된 학생들은,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어쩔 수 없이 '붕붕주스'를 꿀꺽 마신다. 심지어 각종 야근에 지친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붕붕주스'는 단기간에 체력을 보강하는 음료로 각광받는 추세다.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자만이 모든 것을 다 누리는 신자유주의, 무한 경쟁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붕붕주스'와 같은 정체불명의 환각제를 청소년, 대학생들에게 권하는 시대로 만든 것이다. 


내 옆에 앉아있는 동료보다 더 높은 성적을 받아 명문 대학,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붕붕주스'를 들이켜 마시는 청소년들의 건강을 위해 '불량식품'이라고 강하게 규제들어갈 수 있을까. 게다가 이 음료는 애초 시중에 팔지 않기 때문에 판매 금지 시킬 방법도 묘연하다. 그저 과거처럼 어른들 말씀 잘 들어 공손히 '붕붕주스'를 멀리하는 청소년들의 의식변화만을 기대해야할 판국이다. 


그러나 다수의 학생을 제치고 높은 성적을 거둔 학생만이 대우받고, 또 그나마 안정된 미래가 보장되어있는 사회에서 일종의 지름길이 될 수 있는 '붕붕주스'는 끊을래 끊을 수 없는 '마약'과 같다. 오늘 하는 투표가 '붕붕주스'를 마시는 학생들의 위험한 행보를 막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구태여 '붕붕주스'를 마시지 않아도 숨통 트이며 살 수 있는 사회에 아주 약간의 기대를 걸고 투표장으로 향한다. 그저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과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은 굳이 '붕붕주스'를 마시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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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서울 강북 어딘가에 위치한 승리고등학교는 인문계임에도 불구, 서울 시내 178 고교 중에서도 성적이 제일 떨어지는 학교로 소문났다. 송하경(박세영 분) 등 특목고,자사고(요즘 명문대 진학은 대부분 이런 학교에서 주로 나온다) 입시에 떨어져 울며겨자먹기로 승리고에 진학한 몇 명 아이들을 제외하곤 공부에 별반 관심없고, 심지어 학생이라 믿기 어려운 수준의 사고치는 아이들도 상당수다. 그 중에서도 2학년 2반은 승리고등학교의 최고 골칫덩어리다. 참다 못한 이사장은 장학사 출신에 전에 교장으로 있던 학교를 단숨에 서울 일반고교 중 1위로 만들어낸 유능한 임정수(박혜미 분)을 교장으로 초빙한다. 


승리고를 강북의 최고 명문고로 만들기 위해 강남 대치동에서도 톱강사로 소문난 강세찬(최다니엘 분)을 교사로 임명하고, 오랜 세월 승리고의 골칫덩어리였던 학교 폭력을 뿌리뽑기 위해 칼을 뽑았다. 그래서 전에 학교에서 하던 그대로 담배피다가 교육청을 통해 신고 들어온 학교 일진 오정호(곽정욱 분)를 단박에 퇴학조치 내리려고 했는데 요즘 보기 드물게 열의있고 이상적이기까지 한 2반 새 담임 정인재(장나라 분)이 자신이 알아서 올바르게 단속 잘 하겠단다. 


정인재는 기간제 교사다. 그런데 그녀가 정규직이 아님에도 불구, 담임을 맡게된 것은 지난 학기까지 2반 담임이었던 선생이 병가를 냈기 때문이다. 30년 이상 체벌로서 아이들을 다루어온 그 선생은 이제 체벌이 금지되자 더 이상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할 지 방도를 모르겠단다. 하기사, 요즘은 아이들의 심기를 건드리면 교사가 아이들에게 맞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시대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비정규직임에도 불구, 인재가 2반 담임이 되었다. 


하지만 애초 공부에 관심없고, 게다가 선생 머리 꼭대기 위에 올라앉아있는 아이들은 도통 인재 말을 듣지 않는다. 요즘 웬만한 선생같으면 누가 수업 중에 휴대폰을 보던, 잠을 자던 애써 모르는 척 하고, 수업만 하고 문 밖을 나갈 것인데, 첫 담임에 의욕이 앞선 인재는 끝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정호와 대치한다. 하다하다 안되니 정호와 육탄전까지 벌이게 되고, 끝내 인재는 난생처음으로 학생의 빰을 때리게 된다. 일진 정호에게 위협받았음에도 불구, 그럼에도 정호를 사랑으로 돌보겠다는 인재. 참으로 요즘 보기 드문 박애주의자 교사다. 





지난 3일 KBS에서 첫 방영한 <학교 2013>는 과거 인기를 끌었던 <학교> 시리즈물의 연장선이다. 그런데 지금 학교 현실은 과거 <학교> 시리즈가 방영했을 때보다 더 악화되었다. 학교 폭력과 교내 왕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체벌금지로 인해 몽둥이를 들지 못하는 교사들의 권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항간에는 '학생인권조례'가 학교의 무림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은 때려야 말을 듣고, 퇴학도 시켜야하는데 요즘의 학교는 '가해자의 인권'만 강조하니 더욱 학교폭력이 심화되는 것이 아니겠나고. 


어떤 면에서는 학교의 문제아를 본보기로 퇴학시켰다는 임정수의 교육방침이 합리적이기도 하다. 임정수 같은 교사들은 대학같은 대학 갈 몇 명 외에는 하등 관심이 없다. 실제 승리고의 학생 지도방침도, 공부하는 애들 방해하지 않기 도와주는 것이다. 어쩌다 교육청을 통해 불량 학생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한, 대다수 선생들은 일진이 약간 장애가 있는 특수학생을 괴롭히던 말던 모르쇠로 일관한다. 승리고의 목표는 교내에 만연한 학교 폭력 문제를 쉬쉬 엎으면서 명문대 진학률을 크게 끌어올리는 것. 그래야 승리고의 명성을 높일 수 있고, 또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많이 보내는 것이 입시지상주의 우리 나라 교육의 최대 지향점이니까 말이다. 


요근래 학교 내에서 왕따를 당한 몇몇 학생들의 연이은 자살로 그동안 풍문으로 듣던 학교 폭력 문제가 수면 위에 떠올랐을 때, 이미 교문을 벗어난 지 오래인 수많은 어른들은 너무나도 달라져버린 학교 현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10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글쓴이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했던 이야기다. 물론 그 때도 암암리에 같은 학생을 괴롭히는 일진이 있었고, 왕따도 있었고, 흡연하는 학생도 상당수 있었다.  





하지만 인문계라서 그런지 대놓고 교내에서 학생에게 폭력을 가하는 이는 없었다. (모르지 남학생들 사이에는 있었을련지도) 더군다나 제 아무리 일진이라도 학생이 선생에게 대드는 경우, 그리고 선생이 학생에게 맞고 있는데 말리기보다 휴대폰 동영상으로 찍기 바쁜 학생들도 거의 없었다. 아니 생각조차 못했다. 그 당시에는 체벌이 허용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만, 굳이 선생에게 맞지 않아도 나보다 어른인 교사에게 대든다는 것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도 10년 전 만해도 사회가 이렇게 살벌하진 않았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성적지상주의다. 이놈의 학교는 수십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공부잘하는 학생만 좋아한다. 그래도 예전에는 교사들이 공부못하고 말잘 안듣는 학생들에게 많은 신경을 써줬다고 하는데, 지금 학교의 관심은 몇 명 명문대에 보내는 것뿐이다. 원래 학교라는 곳이 가정과 더불어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것에 주력해야하는데, 요즘의 학교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하나의 과정일뿐, 민주시민으로서 응당 갖춰야할 예의도, 도덕, 윤리도 가르치지 않는다. 그저 국어, 영어, 수학 등 대학수학능력시험 주력 과목만 집중할 뿐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입시교육에 특화된 학원이 더 낫다는 목소리가 있다. 그건 우리 때도 그랬으니. 학교에서는 잠을 자고, 학원 수업에 집중하는 아이들. 게다가 대치동 학원 강사들의 스펙이 일반 학교 교사들보다 높은 편이다. 요즘은 워낙 임용고시자체가 되기 힘들어서, 신입 교사들의 스펙도 짱짱하지만 입시 교육에만 집중하는 학원 강사를 따라가기에는 어려운 법이다. 


그런데 이 나라 교육은 아이들과 가정이 엄청난 사교육비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으니, 학교가 그 일을 대신 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그래서 그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우리의 학교는 점점 입시사관훈련소로 화려한 변모를 꿈꾸는 중이다. 






이제 대놓고 '공부 잘하는 학생만 최고' 라는 학교에서 그렇지 못한 학생들, 특히나 부모가 제대로 돌볼 여력이 없는 학생들은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타락의 길에 빠진다. 또 몇몇 부모들은 행여나 자신들의 자식이 학교 폭력 문제에 연루되면, 학교와 피해 학생에게 사죄를 하기보다, 그저 귀한 우리 아이 감싸기만 급급하다. 그리고 약해서 자신의 자식에게 맞은 피해 학생의 부족함만 탓한다. 오직 학생 개개인의 성적에만 관심있고 학교 폭력에는 쉬쉬하기 급급한 학교와 오히려 가해자들이 기세 등등한 현실에 맞물려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거나,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학교 현장을 비춰볼 때, 일진 학생이 대놓고 선생을 물리적으로 압박하고, 장애가 있는 학생에게 '삥'을 뜯는 살벌한 모습을 과감히 보여주는 <학교 2013>은 과장되지도 왜곡되지 않는 정확한 우리 학교의 현주소다. 아니, 오히려 많은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드라마이보다니, 실제 상황보다 더 순화된 감도 없지 않다. 적어도 <학교2013> 속 일진들은 정인재의 말처럼 아예 몹쓸 망나니들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그 아이들은 하다못해 학생부장 엄대웅(엄효섭 분)의 말을 곧잘 잘 듣는 편이니까. 그리고 정재인처럼 아무리 학생이 자신에게 먼저 폭력을 휘둘려도 '사랑으로 다스리겠다'는 세상에도 없는 착한 선생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하긴 첫 선생 발령 받으면 다들 사랑으로 아이들을 다독이겠다고 결심하다가 한해 한해 쌓이면 체념 혹은 돌변하는 것이 다반사라고 하지만 말이다. 


현재 가상의 승리고 2학년 2반은 그 어떤 선생이 담임을 맡는다고해도 도저히 통제 불가능이다. 이건 열의만 넘치는 선생 하나 담임을 맡긴가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또 비단 승리고 2학년 2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학교 전체의 문제다. 과연 우리 학교를 어찌하면 좋을련지요. 하지만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다. 


다시 보수 교육감 시대가 도래하여, 학생 인권조례가 폐기되고, 선생들에게 처벌이 허용되고 강제 자율학습과 학생 기록부로 학생을 압박한다 하자. 그런다고 날이 갈 수록 교사에게 대드는 강도가 높아지는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이미 대학은 물론 미래 자체를 포기한지 오래라, 고작 몽둥이와 퇴학이 무서워 온순하게 말 잘듣는 양으로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민주시민으로서 응당 갖춰야할 기본적인 인성과 예의를 가르치기보다 오직 학생들의 성적과 입시 결과에만 관심있는 우리나라 교육의 패러다임 전체가 바뀌지 않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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