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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학교2013. 아직 종례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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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자면, 글쓴이는 KBS 드라마 <학교2013>을 썩 즐겨보진 않았다. 요근래 방영한 드라마 중에서 드물 정도로 완성도 높고, 현 시대에 꼭 필요한 작품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학교2013>이 그리 썩 보고 싶진 않았다. 아무래도 청무우밭인가 해서 기대감 가지고 내려갔다가 물결에 절어서 지쳐서 돌아온 휴우증 탓이겠지...


<학교2013>는 그간 KBS에서 방영한 학교 시리즈물에서도 비교적 현실반영에 충실한 작품으로 꼽힌다. 참 불행히도, 한창 학교 시리즈물이 방영했을 때보다, 2012-2013년 실제 학교 현장은 좋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살벌해지기까지 했다.  학교를 졸업한 지 거의 10년이 흘렀지만, 현재 학교에 관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그래도 내가 학교다닐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하면서 이따금 충격을 먹기까지 한다. <학교2013>에서 일진 오정호(곽정욱 분)이 교사 정인재(장나라 분)에게 대드는 장면은, 학교 시리즈물 사상 가장 충격의 오프닝이라고 하나, 정작 현재 학교 현장에서 지내고 있는 교사들과 학생들의 반응은 당연하다는 분위기다. 그나마 <학교2013> 학생들은 예의가 있고 착한 편이라고까지 한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던 것일까. 사실 강산도 10년마다 변하는데, 세상도 사람도 그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말로는 '스티븐 잡스' 같은 감각적 재능을 가진 인재를 키우겠다고 하나, 현실은 길은혜 같은 애들이 명문대 들어가 좋은 직장 들어가 잘먹고 잘 사는 패러다임에 충실한 이 나라의 교육은 10년 전과 크게 바뀐 점이 없었다. 오히려 '국제중', '특목고' 이름만 바꾼, 초, 중 입시 열풍이 다시 되살아난 셈이다. 


<학교2013>는 어쩌면 이 '국제중', '특목고'에 진학하지 못하고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아이들의 이야기다. 대다수 2학년 2반 아이들은 딱히 공부에도 관심이 없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전교 수석을 놓치지 않는 송하경(박세영 분)같은 경우에는 외고 입시 실패하고 승리고에 온 것이 인생의 유일한 '치욕'이라고 받아들일 정도다. 


이미 대학에 가면 그 대학의 입시성적에 따라 어느정도 계급이 달려지긴 하지만, 중,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암암리에 특목고생, 비특목고생이라는 분류를 받으며 대학 입시를 치뤄하는 아이들은 자연스레 자신의 적성과 꿈에 맞는 교육이 아닌, 일단 명문고,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한 커리큘럼에 충실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요즘은 사회적 기준이 아닌 아이들의 특별한 재능을 키워준다는 젊은 부모들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긍정적인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은근히, 아니 대놓고 좋은 대학 나온 사람을 더 선호한다. 같은 능력이면 이왕이면 명문대가 좋다는게 현실이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우리들은 인간적으로 정인재같은 선생에게 끌리면서도, 현실은 더 나은 대학에 갈 수 있게 해주는 강세찬(최다니엘 분)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꿈과 적성의 중요성을 인지한다고해도, 일단은 좋은 대학 가보고 말하자 식의 학교 현장에서 정인재같은 교사는 그저 '이상형'일 뿐이다. 





학교가 입시 교육에만 매달려 있으니, 자연스레 대학에 갈 만한 학생들에게만 집중하는 것도 현실이다. 얼마 전 <학교2013> 재방송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게 뭐나면, 강세찬이 아이들 진학 상담을 하는데, 어쩜 그리 10년 전 글쓴이와 같은 반 동료들이 받았던 진학 상담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말이 좋다 2013 학교 이야기이지, 여전히 입시에 매달린다는 점은 <학교2003>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 때보다 학생들이 교사나 어른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거??


그래도 승리고 2학년 2반 아이들은 제대로 복받은 편이다. 아예 학교는 물론 부모, 사회까지 혀만 끌끌 차고 내보낼 생각만 하지 아무도 터치 못한 소위 '일진'들을 진짜 사람 만들어주는 정인재같은 참된 스승을 만났고, 전형적인 입시 위주 교사였던 강세찬도 진짜 학생들을 위한 선생님으로 나날이 변모 중이니까.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한 때 학교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는 일진들이 선생님의 노력으로 마음 잡고 착실한 인생을 살게 되었다는 거. 비교적 현실에서도 가능한 드라마틱한 변화라고 하나, 현재 학교 현실과 비추어봤을 때 이보다 더 낭만적이고 판타지스러운 것도 없다. 





억지로 남은 결말을, 승리고 2학년 2반 학생들은 모두 원하는 대로 자신의 꿈을 이뤘습니다가 아닌, 당시에 직면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을 뿐이지만,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비슷한 학교 현장을 경험했거나, 현재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는 잔잔하면서도 이보다 더 가슴 뭉클하고 긴 여운 남는 결말은 없다. 






그래도 마지막 다들 웃을 수 있었던 <학교2013> 아이들과 달리, 여전히 진짜 우리 학교 현실은 긴 암흑의 터널을 지나야한다. 제 아무리 <학교2013>이 인기가 있었다하더라도, 학교 밖을 넘어 사회를 위협하는 학교 폭력 문제는 한동안 기승을 부릴 것이다.  여전히 학교 현장을 지배하는 헬리콥터 엄마들의 치맛바람은 그칠 줄 모를 것이고, 앞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직장 동료 뒤통수 치는 아나운서가 된다해도, 공부만 잘하고 아나운서만 되면 장땡인 아이가 대접받는 교육은 당분간 지속될 조짐이다. 


하지만 희망이 있다. 비교적 현실에 충실했던 <학교2013>이 지난 16회동안 주구장창 내세운 것은,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었다. 아이들의 거센 반항과 일탈에도 불구, 자신의 교사 직함까지 내려놓으며 끝까지 아이들 편에 서고자 했던 정인재는 끝까지 학교 변두리만 거칠게 맴돌것 같은 아이들을 지켰다. 그리고 학생들을 향한 정인재의 헌신은 단순히 직업 교사 그 이상,그 이하도 아니었던 주변 교사들도 변화시키기까지 이른다. 


물론 우리가 처한 교육 현실은 교사 몇 명만 변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긴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학교의 통제 선상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물론, 부모의 이름으로 아이들을 재단하고자하는 어른들의 각성과 변화도 필요하다. 교사는 물론, 학부모, 학생, 그리고 현재는 학교를 잠시 떠났다고 하더라도 향후 학부모가 되거나, 조부모가 될 이들도 상당히 오랜 시간 인내력을 가지고 지켜봐야할 과제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위기'라고만 말하는 교육이 좋아질 희망은 분명히 있다. 아직 <학교2013> 종례는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진짜 학교와 어른들이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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