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탐욕으로 7년 동안 서로 헤어져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했고, 결국 각고의 노력 끝에 자신들의 진정한 자리를 찾고, 그간 고생을 보상받으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던 남자와 여자. 정확히 <해를 품은 달> 원작 소설의 한 줄 요약 줄거리입니다. 

전체적인 흐름은 결국은 남자, 여자 주인공이 잘 되는 고전 동화(혹은 소설)과 비슷하지만, 그 사랑의 결실을 맺는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을 희생시켜 한편으로는 잔인하게 다가오기도 하지요 . 악행의 시발점인 대왕대미마마와 윤대형 영감이야 당연히 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왕의 서자로 태어나서 죄라면 왕의 여인을 사모했던 것밖에 없는 양명군과 부모 잘못만나 평생 독수공방하고 쓸쓸히 자살로 생을 마감한 중전이 참 안타깝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허나 수많은 피를 보고 가까스로 이룬 훤과 연우의 사랑이 수많은 원작 소설 애독자로부터 박수받은 것은,  그간 서로를 그리워 한 나날들이 얼마나 애뜻했고, 차라리 죽는 것이 훨 나을 뻔함 참담한 그들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죠. 


중간에 여주인공 연우를 장기 기억상실증 환자로 만들어놓은 것을 제외하면, 원작과 똑같은 결말로 마감한 드라마 <해를 품은 달>입니다. 그래도 명색이 몇 년간 시간을 두고 재각본을 했다는데 원작을 뒤집는 어떠한 반전과 소소한 변경없이 밍숭밍숭 끝나버리고 말았죠. 이럴 바엔 아예 애초부터  연우 기억상실없이 원작과 토시 하나 안바뀌고 그대로 갔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네요. 그렇다면 식상하긴 하지만, 적어도 소설에서 느꼈던 아련함과 여운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개연성마저 송두리째 날아가는 참변은 면했을 것이니까요. 

 


첫 회 특별출연한 장영남의 신들린 연기와 매력만점 아역들이 안겨다준 깊은 감동은 어디로 가고 산만하기 짝이 없는 마지막회도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겠습니다. 그러나 뭐니해도 <해를 품은 달>이 가장 뼈저리게 실패한 것은, 드라마 최종회까지 성인 훤과 연우에 대한 시청자들의 강력한 지지와 응원이 뒤따르지 않았다는 것이죠. <해를 품은 달>처럼 대체적인 줄거리가 남녀가 자신들 앞에 놓인 수많은 고비를 극복하고 사랑을 이루는 스토리가 전부다인 멜로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그들의 사랑에 대한 당위성을 설득시키고, 마치 내가 남주인공, 혹은 여주인공이 된 것처럼 그들의 사랑에 흠뻑 빠지게 만들어야합니다. 

허나 내가 연우가 된 것처럼 하나하나 장애물을 극복하면서 결국 훤을 되찾는 과정에 일종의 쾌감을 느꼈던 원작 소설과 달리, 드라마 속 어른 연우에게서는 '연우가 언능 기억을 되찾아 훤과 다시 이어졌음 좋겠어.'하는 바람이 들지 않아요. 그나마 아역 연우였던 김유정의 애뜻한 감정과 억울하게 관에 들어간 슬픈 과거와 연우를 그리워하면서 울부짖는 김수현을 생각하며, '그래 그래도 김수훤을 생각해서 연우와 훤이 이어져야겠지.'를 애써 되새길 뿐이죠.

아역 퇴장 이후 성인 연기자 등장 이후 종영까지 연기력 논란에만 시달리던 여주인공 한가인. 그녀가 받았어야 마땅할 시청자들의 이쁨은 그저 훤과 연우의 사랑의 방해물에 불과한 악녀 중전에게 넘어간 웃지못할 해프닝으로까지 빚어집니다. 원작에서는 연우가 궁에 돌아온 것을 알고, 목매 숨질 때만 불쌍할 정도로 존재감 미비했던 '쩌리'가 드라마에서는 방영 내내 시청자들의 안타까움과 '차라리 훤과 연우가 아니라, 훤과 중전이 잘되었음 좋겠다.'하는 엉뚱한 마음까지 들게하였으니까요. 

 


역시나 원작 소설대로 앙명군과 중전은 훤과 연우의 사랑을 위해 쓸쓸이 죽음으로 퇴장하고, 어렸을 때 철없는 행동으로 세자빈을 흑주술 하였다는 죄명으로 아이 출산 직후 바로 3년간 노비로 살았던 민화공주의 비극과 반대로 그간 7년간 떨어짐을 모두 보상받겠다듯이, 너무나도 행복하게 보이는 훤과 연우. 분명 그간 훤과 연우를 응원했던 시청자(?)들이 가장 미소지으면서 박수쳐야할 대목인데, 왜 그들을 위해 죽었던 양명군 특히 그토록 훤의 사랑을 갈구했으나 끝내 사랑받지 못하고  한이 맺혀 눈도 제대로 못감고 쓸쓸이 생을 마감한 중전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만 드는 걸까요.

시청률은 국민드라마라고 부를 정도로 상당히 높았지만 가장 중요한 감정선마저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한 여주인공. 그리고 막판을 앞두고 힘들게 벌려놓은 것조차 제대로 정리조차 못하는 어설픈 스토리와 연출로 아쉬움만 자아냈던 <해를 품은 달>. 두고두고 아역이 출연한 6회까지가 최고였던 용두사미의 대표적인 예로 기억될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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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MBC 파업에 동참한다는 취지에서 결말을 앞두고 일주일간 결방에 돌입한 <해를 품은 달>. 하지만 힘들게 돌아온만큼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감도 클 법도 한데, 정작 2주간 기다린 시청자들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했던 아쉬운 19회로 기록될 듯 하네요. 


우선, 19회 동안 드라마와 젊은 배우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김영애씨가 맡은 대왕대비마마가 아주 갑작스럽게 윤대형의 독살에 의해 아주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하였다는 것이죠. 원래 주인에게 자리를 돌려주고, 부당하게 자리를 빼앗은 사람을 단죄한다는 <해를 품은 달> 내용전개상, 이 모든 악의 근원이 된 대왕대비마마의 죽음은 필연적입니다. 하지만 대왕대비마마가 누군가요. 훤의 상왕이자 자신의 아들인 성조대왕 이복동생을 제거하면서 그의 편이였던 애꿎은 무녀 한 명도 죽이고, 심지어 자신의 친정을 외척으로 들이기 위해 이제 막 피어오른 어린 소녀에게 못할 짓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친손녀까지 흑주술에 이용하여 평생을 가시방석에 살게하는 파렴치함을 보여주었던 잔악무도한 악녀였죠. 

어차피 결말을 앞두고 죽음을 맞이했어야할 대왕대비마마. 하지만 다시 권력을 장악하겠다는 욕심 하에 자신의 사위를 제거한다고 제정신이 아닌 윤대형(김응수 분)의 계략에 단2분만에 편안한 죽음(????)을 맞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국가와 왕실에 지은 죄가 많아도 명색이 대왕대비마마가 돌아가셨는데, 상복도 안입고 강무를 추는 등 대비 잘 죽었다고 자기네들끼리 박수라도 치는지. 지난 18회동안 극중 조선을 자신의 치맛폭에 넣어 좌지우지했던 악녀의 최후치곤 꽤 단조로운 편이죠.

 


살아있었을 때는 그렇게 공포스럽고 수많은 이들을 떨게했던 왕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던 실질적 권력자였으나, 정작 죽을 때는 자신의 가장 믿을 만한 세력에 의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피를 토하며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을 뿐이죠. 아무리 높은 권력을 차지하고 있던 권세가라고 할지라도 결국 죽음 앞에서는 허무하다. 혹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죄없는 이의 목숨을 앗아갔으나, 결국은 자신의 부하에게 처참하게 죽어간 수많은 독재자들의 비참한 말로를 보여주기 위함인 듯도 합니다. 

그런데 윤대형이 먼저 손을 쓰지 않아도, 결국은 세자빈 시해사건 주동자로 손자 훤에게 죄를 추궁당하며, 불명예스럽게 생을 마감했어야할 대왕대비마마. 비록 의도치 않은 갑작스러운 독살 또한 모양새가 그리 썩 좋지는 않아보이나, 어떻게든 모든 것을 되돌려야하는 훤에게는 한가지 짐을 벗음과 동시에 또 하나의 고민이 생겼습니다.

제아무리 대의를 위해서라고하나 손자가 할머니에게 지난날 잘못을 낱낱이 추궁하며 들추어내며 죄를 묻는 것은 조선시대 가장 최고 덕목인 효에 어긋나는 일이죠.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걸리는 것은 동생 민화공주입니다. 할머니에게 죄를 묻기 위해서는, 그 때 함께 연우 죽이기에 동참한 민화공주도 함께 처벌해야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요상하고도 비상한 할머니가 향후 성조대왕 그리고 훤에게 세자빈 죽음 책임을 묻게하지 않기 위해 철없는 민화공주를 흑주술에 끌어들인거구요. 

하지만 정작 세자빈 시해사건 주동자이자 가장 큰 죄를 물어야하는 대왕대비마마는 이미 윤대형으로부터 아주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였고,  이제 흑주술에 가담한 인물 중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죄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이는 왕의 동생 민화공주밖에 없습니다.  어떻게보면 잔꾀나 음모에 대해서는 훤보다 비상한 할머니가 생각보다 일찍 죽어서 흑주술의 진실이 빨리 밝혀질 수 있어서 다행인가 싶기도 하고, 그러자니 임신까지한 동생 민화공주가 걸리고,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진 훤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흑주술 최대 책임자(?)가 빨리 죽었으니, 과거 연우 시해사건은 묻는 대신, 윤대형의 역모죄만 물어 중전과 윤씨 일당을 궁궐에서 내쫓음과 동시에 동생 민화공주까지 살릴 수 있는 물고가 트이기도 했구요. 

이렇게 따지고 본다면, 마냥 허무하게 다가오지 않는 대왕대비마마의 급독살입니다. 차라리 지금 이 모든 악의 근원인 대왕대비마마가 죽어주는게 모두를 위해서는 나을 수도 있구요. 허나 주인공 훤과 연우. 그리고 양명의 최대 적이자 넘기 힘들지만, 그들 손으로 응징해야 더 큰 쾌감을 안겨주는 대왕대비마마를 둘러싼 당연한 인과응보가 결말을 앞둔 급전개에 휘말려 허무하게 무너진 것이 아닐까 찜찜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18회 동안 중심잡은 극악무도한 악녀연기로 <해를 품은 달>을 호령한 김영애의 졸속 퇴장과 더불어, 원작과 달리 허염과 그리 애뜻한 관계로 보여지지 않았던 설(윤승아 분)의 생뚱맞은 죽음. 설의 지고지순한 순애보만으로도 충분히 눈물이 나긴 하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가장 슬프고도 감동적인 장면이 어설픈 전개와 연출과 개연성 부족으로 씁쓸하게 무너져 안타까움만 전해진 19회가 아닐까 싶네요. 그래도 마지막 한 방을 앞두고 자꾸만 산으로 흘려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는 <해를 품은 달>을 끝까지 버티게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아직까지 장녹영 무녀를 맡은 전미선씨와 날이 갈수록 실감나는 공포연기로 시청자를 흐뭇하게하는 중전 김민서가 살아있다는 것이죠. 

 


연우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미쳐버려 자신을 흑주술 제물로 바치면서까지 연우를 죽이려고했던 중전이 보낸 살을 피까지 토해내가면서 온몸으로 막아낸 장무녀 전미선. 그리고 대왕대비마마 앞에 놓인 허무한 죽음 앞에서도 소름끼치는 열연으로 대미를 장식했던 김영애. 아마 존재만으로도 여심을 설레게하는 남자주인공 훤 김수현과 극 초반 뛰어난 연기력으로 사랑받았던 아역들을 제외하고 오늘날 <해를 품은 달>을 있게한 일등공신이 있다면 대왕대비마마 역의 김영애, 도무녀 장씨 전미선씨가 아닐까 싶네요. 안정된 연기력과 신들리는 존재감으로 자칫 중간에 좌초될 우려가 있는 극의 중심까지 잡아주었던 배테랑 연기자 분들이 있었기에 <해를 품은 달>도 살고, 여주인공의 다소 부족한 연기도 어느정도 커버가 가능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까지 <해를 품은 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김영애씨는 윤대형 김응수의 독살에 단 2분만에 떠나게 되었고, 이제 남은 인물은 전미선씨 밖에 없네요. 그녀 역시 연우를 살려준다고 피토하면서까지 살을 막아냈기 때문에 몸 상태가 말이 아닐 것입니다. 과연 오늘 밤 마지막회 장무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그래도 전미선씨는 연우를 지키기 위해 고생했으니까 그녀만큼은 급전개에 휘말려 허무하게 <해를 품은달>을 아쉽게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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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회가 지나도 도저히 뻣뻣한 나무 자태를 내던지지 못하는 한가인 덕분에 실패한 로맨스의 표본으로 자리매김할 17회와는 달리, 비교적 안정적이고도 스릴있는 전개로 오랜만에 흠뻑 드라마에 빠질 수 있었던 만족스러운 <해를 품은 달> 18회 입니다. 


동생 민화공주(남보라 분)이 연우 세자빈 시해사건에 관련되어있다는 것을 알게된 훤(김수현 분). 친동생이면서도 허연우의 오빠 허염의 아내라는 짖궃은 운명. 네, 아마 성조대왕(안내상 분)도 시해사건에 자신의 딸이 개입되어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세자빈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덮었던 것 같아요. 명실상부 조선의 1인자임에도 불구하고, 서슬퍼런 어머니의 등쌀에 사랑하는 동생의 처참한 죽음을 제 눈으로 똑똑히 봐야했던 트라우마가 있는 힘없는 왕. 그렇기 때문에 성조대왕의 재위 기간은 늘 모든 것을 다 가졌다는 왕임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하나를 지키기 위해서 하나를 버리는 고통스러운 고민을 이어나간 나날들이었어요. 

비단 왕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 또한 어느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하는 것은 맞아요. 거기에다가 임금이란 자리는 한 여인의 지아비와 한 아이의 아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만 백성의 어버이잖아요. 조선이란 전제군주 국가에서 최고 지도자 자리를 올랐으니, 본인과 가족보다 국가를 위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에요.

 


하지만 불행히도 그 권위가 왕 개인과 국가를 위해서가 아닌, 한 가문의 번영과 탐욕에 의해서 좌지우지되고, 왕은 그저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허수아비로 전락한 상황. 이는 왕뿐만 아니라, 조선 백성들 모두에게도 크나큰 비극일 뿐이죠.  

자신과 조선을 지키기 위해 동생을, 세자를 지키기 위해 양명군을, 허연우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허염을, 공주를 지키기 위해 세자빈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왕. 그도 그러고 싶어서 그랬던 것은 아닐 거에요. 하지만   어머니와 어머니 외척을 이길 수 없는 막강한 힘이 없었기에 자신의 인생을 체념할 수 밖에 없었던 임금. 제 아무리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왕이라고하나, 결국 자신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아끼는 수많은 이들을 죽음과 다를 바없는 참담한 고통을 안겨줘야하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하는 왕의 자리가 결코 부럽거나 행복해보이지 않아요. 

할머니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조선과 아버지 밑에서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했던 소녀마저 잃어야했던 세자. 그도 역시 조용히 살고 싶으면 모든 것을 체념한 채 아직까지 정정하게 살아있는 할머니와 형식적인 장인 어른의 꼭두각시 놀음이나 잘 해야겠지요. 그러면 자신과 자신이 가장 아끼는 이들은 괴롭겠지만, 일시적으로 나라는 평안할 것이니까요. 하지만 어느 한 가문에 의해서 놀아난 나라의 백성들이 과연 아무 걱정없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까요? 지나치게 왕의 사사로운 감정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뉘앙스가 아쉬운 <해를 품은 달>이지만, 꼭 세자빈의 원한 뿐만 아니라, 백성들을 위해서 자신의 왕의 직함을 걸고 반드시 내쳐아할 악의 축이잖아요. 

세자의 안위를 위해서 세자 또한 용상에 오르면 자신과 같은 길을 걷으라고 아비로서 충고하는 힘없는 왕. 하지만 세자임에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괴로워했던 세자는, 자기는 결코 아버지와 같이 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자신의 전부를 걸더라도 지킬 것은 지키겠다. 소자의 조선은 그리 될 것이다라고 말이죠.

그 이후 무려 8년의 생활을, 여전히 강성한 외척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그들을 반드시 내치겠다는 일념 하에 조용히 칼을 갈아온 훤. 그래서 기어코 자신이 사랑했던 허연우도 되찾았지만 그의 마음 한 켠은 아파옵니다. 허연우를 살리자면, 자신의 친동생 민화공주를 내쳐야하는 잔인한 선택. 네 그렇기 때문에 대왕 대비마마가오직 허염과 결혼하고픈 마음으로 이성을 잃어버린 철없는 민화공주를 전면에 내세운거죠.  그래야 자신도, 자신이 아들보다 아낀 친정도 무사할 테니까요.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버린 훤. 이 때 세자시절 훤이 나타나 훤을 꾸짖습니다.

"그때의 그 다짐을 잊은 것이냐. 사람이 제 자리에 있게끔 만들어주는 것. 자격 없는 자가 차지한 자리를 자격 있는 자리를 찾아주는 것. 군주로서 네가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그새 잊은 것이냐"

작년에 큰 인기를 끌었던 <뿌리깊은 나무> 청년 세종과 중년 세종의 치열한 대면이 오버랩되는 장면이기도 했어요. 다만 <뿌나>의 한석규와 송중기는 서로 침도 뱉어가며 욕지거리를 하면서 실랄하게 싸웠지만, <해를 품은 달>에서는 어른(?) 김수현이 여진구에게 일방적으로 질책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지요.

그간 연우 아역인 김유정이 종종 나타나긴 하였으나, 훤의 아역인 여진구의 전면적인 재등장은 실로 오랜만이었죠. 아직 청소년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성인연기자보다 안정적인 발성과 굵으면서도 듣기 편안한 목소리. 안내상에게 밀리지 않는 엄청난 존재감과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과하지 않은 감정을 실어 보는 이들을 한껏 몰입시키는 연기. 그래요, 시청자들이 사랑한 <해를 품은 달>은 이런 것이였어요. 다른 이들을 짓밟더라도 자신의 부귀영화만 꿈꾸는 나쁜 어른들과, 자신의 안위를 위해 애써 침묵하는 소심한 어른들에게 당당히 맞서고 부끄럽게하는 대견한 아이들을 응원하고 싶은 흐뭇한 나날들이었죠. 

 


다행히도 탐욕스러운 어른들의 잔인한 장난에 헤어나올 수 없는 큰 상처를 입은 세자 훤은 어머니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처럼 헛되이 무너지지 않았어요. 과거 해맑았던 웃음기는 연우의 죽음과 함께 사라졌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걸면서까지 어떤 이의 제대로된 자리를 찾아주겠다는 의젓함과 대견함이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해주네요. 

그렇기 때문에 연우 또한 제 자리를 찾아 중전이 되어야하고, 반면 아버지 덕분에 자격이 없음에도 그 자리를 꿰찬 보경과, 허염의 아내가 된 동생 모두 제 자리를 찾아야겠지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피를 흘려야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왕의 목숨은 물론, 그가 사랑하는 허연우까지 영영 죽을 수도 있지요. 거기에다가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딸까지 내칠 수 있는 윤대형의 역모와 선뜻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자하는 양명군까지. 허연우에게 진정한 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벌여지는 끔찍한 핏바람만 남아있는 상태.

분명 꼭 해야하는 일이고, 어떻게든 훤의 대단한 결심을 응원해줘야하는데 이상하게 원작 소설과는 달리 도저히, 연우 아니 한가인 한 사람을 위해서 모든 이를 희생시키는 훤이 이해가되지 않는 참담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네요. 
그나마 다행 중의 다행이라면 한결 의젓해지고 더욱 멋있어진 여진구가  극의 긴장감을 살리는 동시에, 다시 한번 시청자들에게 도저히 공감가지 않았던 핏빛전조의 당위성을 설득시켰다는 것이죠.

 


원작 소설대로라면,  대왕대비 일당들 때문에 억울하게 관 속까지 들어간 성인 허연우만 보더라도 모든 시청자들이 하나같이 연우가 어서빨리 중전이 되어야한다고 기원해야하는 판국에, 엉뚱하게 곧 각각 중전과 허염 아내 자리에서 내쳐질 보경과 민화공주에 대한 연민만이 가득한 드라마 <해를 품은 달>, 그나마 오늘날 <해를 품은 달>을 있게한 돌아온 아역들이, 어느 누군가가 바톤터치를 잘못 받아 자꾸만 산으로 가는 <해를 품은 달>을 구원투수 격으로 다시 살려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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