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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해를 품은 달 한가인 대신 하품달 살리는 김수현과 중전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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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한가인 분)이 기억을 찾았음에도 좀처럼 나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은 더딘 전개. 오죽하면 <해를 품은 달>이 아니라 하품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루한 15회였습니다. 거기에다가 14회에서는 기억 회복과 더불어 조금 나아질 듯 했던 한가인의 연기가 다시 원상복귀됨은 물론, 한술 더떠 윤승아까지 동공 연기 대결에 가세하여 그나마 한가인의 연기력 발전에 기대를 걸었던 시청자들의 분통을 터트리게 하였으니까요. 


 


그나마 지난 15회에서는 분량이 대폭 축소된채 연우 찾기 수사력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만 주던 훤(김수현 분)이 드디어 월이 연우라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예전에 연우 죽이기에 가담했던 이들이 연우가 다시 궁에 돌아왔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극의 전개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구요. 

 


이미 원작을 통해서 어느정도 짐작이 가긴 합니다. 허나 기억을 되찾은 여주인공이 코에 점 하나 찍고,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은 이들에게 복수를 시작한다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하는게 보통입니다. 그런데 중전을 조롱하는 연우에게 속이 시원하다고, 잘했다고 박수쳐야하는 상황인데도, 이상하게 연우의 복수극에는 통쾌, 후련, 안타까움은 고사하고 손에 땀을 쥐게하는 박진감 조차도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오히려 그녀가 돌아온 이후 흠찍 놀라면서 이제서야 자신의 악행을 반성하며 눈물을 흘리는 중전마마(김민서 분), 그리고 전미선과 김수현의 불꽃튀는 밀당(?)과 이제야 모든 사실을 알아버리고 그동안 연우를 알아보지 못한 죄책감이 설어있는 훤의 오열과 절규. 이들의 대한 연기 칭찬(?)만 남을 뿐이에요. 아니, <해를 품은 달>은 아역 출연 이후 늘 지금까지 극의 내용과 숨겨져있는 복선 찾기보다 '(한가인,윤승아 빼고)배우들 연기 잘한다.' '000연기 못한다."  그 뿐이었죠. 

 



원래 <해를 품은 달>은 연우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이야기에요. 그렇기 때문에 <해를 품은 달> 홈페이지 등장인물 소개란에서도 연우 소개가 먼저 나올 정도이니까요. 그래서 우스개 소리이지만, 향후 mbc 내 <해를 품은 달>을 넘는 드라마가 나타나지 않으면 주인공 한가인이 모두를 대표하여 연기 대상을 받을 수 있다는 악몽(?)서린 말들도 들리고 있구요. 

 


반면 원톱 여주인공 연우와 로맨스를 이루는 캐릭터로서 소설에서도 중심을 이끌어나가는 훤은 그렇다치고, 중전 마마는 그저 심약하고 존재감 미미한 조연일 뿐이에요. 다만 한 남자를 놓고 두 여자가 대결하는 삼각관계에서 여주인공과 대결하는 악녀가 반드시 존재가 필요한 대한민국 드라마 전형적인 공식상 드라마에서만큼은 중전의 비중이 한껏 올라가긴 하였죠. 


 


그래봤자, 중전의 역할은 연우와 훤과의 사랑의 방해물이자 훼방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에요. 물론 예전 쌍팔년도 드라마처럼 무작정 중전을 심보 고약하고 질투심 많은 악녀로 몰고갈 수는 없던터라 그녀 역시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개연적인 스토리가 필요하겠으나, 그래도 <해를 품은 달>에서 중전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코 월을 넘을 수 없고 또 넘어서도 안되는 서브 여주인공에 그쳐야합니다.

우습게도 적어도 <해를 품은 달> 드라마에서만큼은 여주인공 월에 비해서도 그닥 많이 나오지 않고, 그저 표독스럽게 보여야 할 악녀일뿐인데도 오히려 중전이 월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지지를 받는 진풍경(?)이 발생합니다. 오히려 훤을 진정으로 사랑하지만 훤에게 버림받은 중전의 처지가 불쌍하다면서 차라리 월이 아닌 중전과 이어지는 것이 어떻겠나는 말도 있구요. 어디까지나 필자의 엉뚱한 상상일 뿐이지만 어차피 여주인공 때문에 이미 원작과는 다른 길을 간지 오래인데 차라리 주상전하와 중전이 뒤늦게 사랑을 깨닫고 연우는 걍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거품처럼 사라져주는 인어공주식 결말도 그리 나쁘지 않을 듯 하네요.  

 


그러나 이런 생뚱맞은 반전은 드라마에서라도 악의 축은 척결해야한다는 권선징악을 원하는 선량한 시민들과 원작 소설과 그 속의 연우를 사랑했던 수많은 애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뭐니해도 <해를 품은 달>은 여성 원톱 사극 드라마로 큰 인기를 끌었던 <장희빈 시리즈>, <대장금> 못지 않게 여주인공이 메인이 되고, 멋진 남자 주인공과 이뤄지는 여성 시청자들의 대리만족까지 이끌어내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남은 4회 동안 어떻게든 진짜(?) 여주인공 연우와 훤의 애뜻한 감정을 불어일으켜  이 둘 커플에 대한 지지도를 한 껏 올려야합니다.  그래서 제작진들도 지지부진했던 극의 전개 또한 자꾸만 연우에게 초점을 맞추면서, 연우와 훤이 다시 만나 서로를 품는 대단원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구요. 
 
오랫동안 기억을 잃어버린채 큰 눈만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던 연우가 드디어 자신이 억울하게 죽임으로 내몰았던 비극적인 과거를 알고, 눈물을 흘리는 슬프고도 또 슬퍼야하는 상황. 그러나 더욱 슬프게도, 한 때 잘 지냈던 민화 공주의 배신을 뒤늦게 알고 참담한 눈물을 쏟아내는 월보다 자신의 앞에 '떡' 등장하여 조롱하는 연우에 놀라 겁에 질러 부르르 떨며 소리를 지르는 공포연기를 실감나게 표현한 중전. 그리고 뒤늦게 월의 존재를 알고 젖먹던 힘까지 쥐어잡고 오열하는 훤이 더 빛나고 그들의 감정에 더 많은 공감이 가게 되네요. 오로지 연우만을 사랑해야하고, 거기서 여성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야하는 훤은 그렇다치고, 연우의 감정에 몰입되어야하는 <해를 품은 달> 시청자에게 중전은 얄밉기만하고,  연우와 훤의 사랑을 위해 하루 빨리 조용히 사라져야줘야하는 존재로만 각인되어야하는거 아닌가요? 

도대체 왜 가장 주목받아야하는 여주인공보다, 남자주인공, 그리고 여주인공과 적대시되는 인물이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래도 지난 회에 비해서는 좀 나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한가인에게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그녀가 연기하는 '월' 혹은 '연우'가 가진 애잔함과 슬픔이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지지 않은 듯해요. 반면, 원작과는 달리 중전의 캐릭터가 살아나면서, 과거 악행은 둘째치고 훤을 정말 사랑하지만 그에게서 외면받아 더욱 독기를 품게되는 비련한(?) 중전에게 더 측은한 마음이 커지게 됬구요. 그나마 오로지 연우만 그리워하는 훤의 연정이 김수현에 의해서 잘 살아나, 그래도 훤의 감정으로 '훤'과 '연우'가 잘되어야한다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죠. 

 


그동안 기억 상실에 걸린 캐릭터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뒤늦게 기억을 찾았다고하나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전개가 연우에 대한 감정 이입을 방해하는 큰 요소로 작용하긴 했어요. 하지만 한가인의 지나친 김수현의 나이 차이는 고사하고 김수현, 김민서보다 나이도 많고 연기 데뷔를 일찍한 선배가 그들보다 감정 몰입이 잘되는  절호의 기회와 압도적인 분량을 받았음에도, 미미한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것은 남은 4회동안 한가인이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과제 중의 과제가 아닌가 싶네요. 뭐니해도 그녀는 <해를 품은 달> 여주인공이자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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