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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샐러리맨 초한지 소름끼치는 정려원의 반전 폐인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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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샐러리맨 초한지>가 날로 재미있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즐겨봤던 <자이언트> 팀이 다시 뭉친 드라마라 기대가 많았는데 <빛과 그림자>와 정면으로 맞붙는 등, 대진운이 썩 좋지 않은 편이라 그렇지, 회가 갈 수록 흥미를 더해가는 <샐러리맨 초한지>입니다. 


극중 샐러리맨 성공신화를 대변하는 유방(이범수 분)이 안정된 대기업을 버리고, 천하그룹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직원들과 의기투합하여 팽성실업을 세우면서 한 연설부터, 우희(홍수현 분)을 통한 회사 내 성추행까지. 그동안 뉴스에서 보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엿볼 수 있는 드라마로 호평을 받긴 하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샐러리맨 초한지>가 보다 시청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게 일조한 것은 단연, 지상 최대 악녀 모가비(김서형 분)의 맹활약 덕분이였죠. 예전에 막장 드라마의 신기원을 창조한 <아내의 유혹>에서 신들린 악녀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퐝찍었던 김서형씨가 오랜만에 진정한 악녀로 변신하여 <샐러리맨 초한지>에 긴장감을 잔뜩 불어넣고 있습니다.

원래 모가비는 천하그룹 진시황 회장(이덕화 분)을 가장 가까이서 모시고 있던 측근 중의 측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시황이 그 어떤 직원보다 모가비를 많이 신임하기도 하였구요. 그러나 가장 가까이에 적이 있다고 진시황이 신약 부작용으로 시력이 저하되는 등 건강이 약화된 사이 천하그룹을 손에 쥐어넣으려는 음모를 꾸밀 줄은 미처 몰랐죠.

뒤늦게 진시황도 자기 눈이 완전히 먼 것처럼 감쪽같이 꾸며, 모가비의 꿍꿍이속을 알게 되었지만, 천하의 진시황 또한 결국 욕망에 이글거려 아무것도 뵈는게 없는 모가비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현재 과연 진시황이 죽었을까, 아니다는 의견이 분분하긴 하지만 일단 공식적으로 진시황은 은밀히 인슐린 주사를 바꿔 처방한 모가비에게 죽임을 당하였고 회사는 모가비의 손 아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모가비가 천하그룹을 차지하자마자, 당연히 천하그룹 경영권 승계 영순위 백여치(정려원 분)은 자동적으로 회사 내에서 쫓게나게 되었습니다. 또한 여치가 가지고 있던 그룹 내 지분에 재산까지 모두 다 모가비에게 털리게 되었죠. 뿐만 아니라 모가비에게 뺨까지 맞으며 달랑 수표 한장 받으며 모욕을 당하기까지 합니다. 그동안 외할아버지 덕분에 지상 최대 호화스러운 생활을 다 누린 여치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죠. 결국 여치는 하루아침에 거리에 나앉게된 충격(?)에 알코올 중독 폐인이 되어갑니다.


 


미치광이처럼 천하그룹에 찾아가 모든 임직원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모가비의 다리 가랑이 붙잡고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고,  결국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 여치를 회사에 일하게 허락한 모가비. 하지만 현재 사람을 시켜 여치의 일거수 일투족 감시를 하고 있는 모가비 눈에 여치는 그저 술에 쩌는 무능력한 폐인일 뿐이죠. 


 


하지만 제 아무리 사람 100명을 풀어놔 감시를 한다해도 모가비는 끝내 여치를 이길 수 없었습니다. 변두리 여관에서 술만 마신 것도, 회사에서 모가비의 바지가랑이 잡은 것도 순전히 모가비의 눈을 피하기 위한 여치의 계략이었거든요. 비록 영문도 모른채 모가비에게 모든 재산을 빼앗기긴 했지만, 무작정 당하기만 할 여치가 아니지요. 
 


자신을 감시하는 모가비를 속이기 위해서 여치는 일부로 여관 방 밖으로 엄청난 소주병을 내놓기까지 하였습니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감시원들은 모가비에게 "술에 중독되어 있다."는 보고를 했고, 모가비 또한 아주 단순하게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어버리며 감시원들을 철수시킵니다. 

드디어 모가비의 감시에서 해방된 여치. 그러나 안도하기보다 "내가 순순히 넘어갈 줄 알았나. 너 나 잘못 건드렸다."는 정려원의 의미심장한 굳은 표정과 밑으로 깔린 결연한 목소리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복수의 의지가 한눈에 느껴지면서, 동시에 보는 이들의 소름을 확 끼치게합니다. 

 


"정려원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이 자자할 정도로, 극 초반부터 실감나는 재벌 망나니에서, 믿었던 모가비 실장에게 재산을 다 잃고 복수를 다짐하는 진중한 캐릭터까지 극중 그 어느 캐릭터보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배우로 거듭난 정려원입니다. 특히나 모가비가 붙여놓은 감시원들이 철수하는 모습을 문틈 너머로 확인한 이후, 남몰래 모가비 뒷조사를 하면서 그녀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여치는 "정려원이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였나."하는 환호가 절로 나올 정도로 명연기 명장면이 아닐까 싶네요. 

 


과거 순진하고 철없던 과거를 청산하고 본격적으로 모가비와의 정면전을 통해 잃었던 회사를 다시 찾겠다는 여치의 심기일전과 여치가 알코올 중독에 빠진 것에 슬퍼하며, 진짜 알코올 중독에 빠져 시청자들의 큰 웃음을 자아낸 유방. 그리고 진 회장의 죽음에 모가비가 개입되었다는 것을 눈치핸 항우(정겨운 분). 물론 항우는 애초부터 진시황 복수를 위해 스파이로 잠입한 경우라, 과연 순수히 여치를 도와줄지도 의문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살인범인 것을 알고 있다."는 팩스를 받고 바로 호텔로 온 모가비와 거기서 모가비를 기다리고 있는 유방 도대체 그는 왜 굳이 서울 호텔 1103호에 왜 있던 것일까요? 물론 그 역시 장량(김일우 분)과 손을 합쳐 모가비의 뒷조사를 캐긴 하였죠. 또한 모가비가 다니는 헬스클럽에 일부로 맞딱트리면서, 자신이 언론사에 터트린 남아공 유령회사 비자금 정보에 놀라는 모가비를 째려보는 장량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구요.




그래서 유방과 장량이 모가비에게 팩스를 보내 호텔로 유인했을 수도 있습니다. 허나 지금까지 유방이 모가비가 진짜 진시황 살인자라는 것을 확신할만한 정황까지는 포착되진 않았구요. 물론 드라마 전개에서는 아노지 않았지만, 항우보다 유방이 더 먼저 진시황이 모가비에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지도 모르구요. 그럼에도, 아마 여전히 살아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진시황 회장이 뒤에서 모든 것을 다 조정하며 그나마 믿을 만한 유방과 장량을 시켜 모가비를 겁주려고 하는게 아닐지 상상의 날개가 절로 펼쳐지네요. 

 


여전히 버젓이 살아있을 것 같은 진회장과 서서히 복수의 칼날을 모가비에게 겨누기 시작한 여치와 유방. 그리고 모가비 회장 취임을 탐탐치 않게 여기는터라 다른 루트로 모가비를 협박하거나 혹은 그녀와 임시적으로 손을 잡아 천하그룹을 몰락시키고자하는 반전이 있을 것 같은 항우. 천하그룹을 둘러싼 이들의 숨막히는 2라운드 쟁탈전이 향후 어떤 놀랄만한 깜짝 반전을 안겨줄까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뭐니해도 <샐러리맨 초한지>의 가장 큰 수확이 있다면, 단연 정려원의 배우로서의 재발견으로 꼽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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