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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전망대

20대들은 왜 보수화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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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꺄르르님의 20대 애널리스트와 인터뷰 한 글을 읽어보고 그럼 그렇지 하고 말았다. 원래 그들은 그렇다. 그동안 나도 그런 삶을 꿈꾸어왔기 때문이다. 세상이 어떻게되든지 나만 돈 잘벌고 나만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남들 부러워할만한 인생을 살면 그럼 된거 아닐까? 인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사회에 대한 관심도 애써 무시해왔다.

아무리 세상은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진다고해도 나만은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아마 지금 비록 취업이 안된다고해도 나는 열심히하면 되겠지라고 믿으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88만원 세대들도 아직 이런 믿음이 있을거다. 그래 세상은 노력하면 안되는게 없어. 나만 잘살면 되는거야.

하지만 지금 세상은 20대들에게 너무 가혹하다. 기성세대들이 현재 대학을 나왔어도 번듯한 직장에 취직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20대들을 안타까워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너네는 고생을 모른다고 어떻게 쉬운 일만 찾나고 뭐라하기도 한다. 아예 대통령 각하께서는 지방대,인문대를 나오면 기술이나 배우라고 충고까지 하실 정도다. 대기업만 찾지 말고 지방 중소기업에 가서 경력을 쌓으라고 한다. 또 일부 386출신 선배들은 너네들은 당해도 싸다고 한다. 너네가 너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다고 거리에 나서지 않고 계속 학교 도서관에 쳐박아 있어서 토익공부나 하고 인턴을 해도 결국 너네에게 돌아오는 건 88만원주는 일자리와 너네들 아빠 직장짤리고 그 자리에 우리가 들어가는 것밖에 없다고 한다. 어느 하나도 지금 20대를 걱정해주는 선배들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아마 그들의 눈에는 그저 지금 20대는 철없고 나약하고 패기없고 편한 일만 할려고하는 이미 기성화 되어있는 존재들일뿐이다.



물론 그 중에서도 정말 똑똑하고 잘난 애들은 20대의 억대 연봉 애널리스트처럼 성공한다. 필자도 몇 년 전에는 금융계에 취업하고 싶었다. 나를 유독 아끼던 경제학과 교수님의 권유도 있었다. 내 성격도 딱 금융계에 맞단다. 하지만 난 포기했다. 일단 학벌도 안되고 무엇보다도 체력이 안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능력 부족이었다. 지금 금융계는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들이 희망하는 곳이다. 서울대,연고대 출신들이 깔렸고 외국 아이비리그 출신들도 즐비하다. 그 곳에서 인서울 듣보잡 출신인 여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어보였다. 그러나 그건 핑계다. 그 교수님도 울 학교 나왔는데 그 잘난 남자들 틈에서 이름을 떨쳤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저 평범한 학생일뿐이였던 나는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보통 88만원 세대들이 소망하는 안정적인 직업을 준비를 하고 있다. 아주 특출나지 않는 이상 대부분 부모님들이 특히 딸들에게 원하는 것은 비슷하다. 교사나 공무원해서 너보다 몇 단계 위의 남자한테 시집 잘가서 튀지 않게 모안나게 안정적으로 굴곡없이 잘 살아라. 그나마 요즘 여대생들은 행운이다. 십여년전만해도 여자들은 대부분 대학졸업과 동시에 취집이였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가고 싶었던 금융권 진출(?)을 포기하고 난 대신 금융권에 종사하는 남자를 만나서 대리만족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꼭 이를 악물고 공부하고 그 다음 직장잡고 그래서 그런 남자를 만나야지.
하지만 아까 그 글을 읽고 난 이제 그런 남자들은 못만날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그 남자는 금융권 종사자 중에서도 탑이다. 그런 사람은 소수다. 아무리 금융권이라도 애널리스트를 하는 사람은 그 중에서도 난 사람들이다. 그가 너무 바빠서 그런건 아니다. 단지 그가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때문이다.

그 애널리스트는 20대에 애널리스트를 하고 억대연봉을 받고 있는 능력자인만큼 세상을 보는 눈이 정확하고 깨어있는 사람이다. 요즘 들어서 20대에 그런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데 말이다. 하긴 내 주위에 그런 엘리트가 없어서 신기해보일지도 모른다. 서울대연고대 애들은 대부분 그럴거다. 분명 세상을 보는 매의 눈을 가지고 있으나 자기 스스로 보수화하고 지금 가고 있는 합리화하고있는거 뿐이다. 그네들은 충분히 그 길을 갈 수 있고 또 성공할 확률이 높으니.
어짜피 아무리 세상이 어려워져도 나만 잘먹고 잘살면 그만이다. 나도 요즘들어 가끔 이 생각이 든다. 나 혼자 이런 생각을 품으면 뭐해. 정작 세상이 날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나만 잘 풀리면 되는거아녀?



비록 남들이 인정하는 엘리트는 아니지만, 나도 세상을 알고있었으나 그저 눈과 귀를 막고 내 스스로 합리해나가고 있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들어가서 적당한 남자 만나서 만족하면서 살아야겠소라는 기성세대의 관점의 소망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세상과 타협하면서 돈 많이 벌면서 살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아직도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꿈을 포기한건 아니다. 단지 돈이 인생의 목표가 되서는 안된다는 걸 알은거지.

어찌보면 난 내 스스로가 어떤 존재인지 알면서도 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있음을 알면서도 그걸 애써 무시해왔다. 
그래 뭐 미련하게 공부하면 합격해서 그냥저냥 시키는 대로 일하면서 나아닌 다른 사람에 대한 걱정없이 하루하루 무사히 살면 되는거다. 가끔 티비나 영화나 공연을 봐주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친구들이나 애인과 콩다방,별다방에서 수다 떨고 술 좀 마시면서 스트레스 풀고 가끔 돈모아서 명품백 하나 들어주고 그러다가 적당한 짝 만나면 결혼해서 어찌하다 아이도 낳고 사는거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내가 어찌 할 수 없는거아닌가? 알아서 잘 돌아가겠지. 그래도 잘사는 놈은 잘산다. 하지만 그저 독서실에 앉아서 묵묵히 책을 보면서 기약없는 시험 합격을 막연히 바란다고 내 인생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20대들이 보수화된건 그들 잘못이 아니다. 그들은 사춘기때 IMF를 겪으면서  그들의 아버지들이 헌신해왔던 직장에서 짤리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그 후부터 그들은 한창 꿈을 끼울 때 생존하는 법을 어른들을 통해서 혹은 언론의 힘을 빌여서 아님 자기네들 알아서 터특해왔다. 그래서 일찌감치 공부를 정말 잘하는 아이들은 자기네들이 원래 하고 싶었던 꿈을 접고 의대,법대,교대를 들어간다. 그냥 평범하게 잘한 애들은 대학교 초년부터 도서관에 앉아서 토익공부를 하거나 공무원 준비를 한다. 이미 어른들을 통해서 안정적인 직장만이 살길이라는 걸 요구받아왔고, 또 그들도 1997년 이후부터 그걸 절실히 느끼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오로지 그들에게 강요된 건 공부요, 좋은 대학가는 것 밖에 없었다. 웃긴건 분명 똑똑했음해도 정석대로 가는게 답은 아니잖아요 하면서 독특하게 살아왔던 친구들의 일부도 결국 시간이 지나니 남들과 똑같은 직장을 준비하더라. 아무리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어도 세상이 그들의 꿈을 키워줄 아량도 부족하다. 나 혼자 잘났다고 발발 거려도 다른 이들은 전혀 나의 생각에 동의해주지 않고 그들만의 삶을 알아서 살아간다. 왜 그렇게 살아. 그냥 남들처럼 편하게 살면 안되겠니? 공무원 얼마나 좋아?



누가 그러더라. 노량진에서 떠도는 영혼들은 표정만 봐도 무기력하다고. 그런데 오로지 원하는게 안짤리는 안정된 직장, 신붓감 1순위 그리고 약간의 가식이 들어가 보이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대민봉사 정신을 가지고 있을련지도 모르는 그들에게 도대체 무슨 패기를 요구하는지 모르겠다. 그들에게 그런 꿈을 강요한 사회가 누군데 말이다.

잘난거 쥐뿔도 없으면서 이런 말 하는 내 자신도 표리부동하다는 걸 안다. 안정된 삶을 꿈꾸는 거 좋다. 돈많이 버는 직장을 다니는 것. 그건 아무나 못하는 특출난 능력이다. 하지만 이왕 대학교 나온 지식인답게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사회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자아에 대한 성찰을 시도라도 해보면 안될까? 하긴 억대연봉을 받는 그 애널리스트에게는 현재 그럴 시간도 힘들어보이긴하다만. 요즘 번듯한 직장 하나 못잡고 힘들게 살아가는 많은 20대들에게는 망상이고 잡념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지금 20대들의 삶은 피폐하다. 지금 살아가는 것도 막막한데 어찌 다른 걸 생각해보겠습니까.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요즘 20대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인물들이 나와서 가끔 20대들의 심기를 불편하긴하지만, 그저 시트콤이야하면서 그냥 웃으면서 본다. 세경이가 젤 불쌍하긴 한데 내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그런 사람들까지 생각하기 싫다. 정음이가 지훈이랑 연결되서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고 펑펑 큰 웃음을 줬음한다. 아마 어떤 20대 여자들은 자기도 정음이처럼 지훈이같은 잘웃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엘리트 남자를 물어서 일 안하고 큰 걱정없이 명품백두르면서 살고 싶어도 할거다. 세상은 그런 여자들은 된장녀라고 명하면서 잡아 죽일듯이 달려든다.

한 때 그런 삶을 동경했지만, 물론 아직 취업준비생인 나보다 훨 잘난 사람이지만 그의 삶이 별로 부럽지 않아보이는건 뭘까? 하지만 그에게 약간의 존경심이 드는 이유는 적어도 그는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질 줄 알고 현실에 대한 정확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예전의 나처럼 그걸 애써 감추고 있지만 말이다. 근데 그게 더 무서운거다.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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