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들에게 출산서약서까지 받아내는 출산장려

이제 대한민국 정부는 애많이 낳기 총력전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요즘 어디를 가도 동생이 필요해요. 아이를 낳아야 행복해집니다 이런 광고문구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구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는 미래의 엄마가 될 여대생들에게 출산을 강요하고, 출산서약서를 받아내는 웃지못할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가가호호 아이둘셋은 있는 집 이야기가 아니구???

필자는 일단 결혼도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도 잘 모르지만, 진짜 괜찮은 남자를 만나게 되서 결혼을 한다면, 딱 3명만 낳을 계획이다. 이미 필자 엄마가 아이를 봐주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해놨기 때문입니다. 사실 요즘들어 우리 남매보다 더 공부를 잘해서 의사나 판사될 수 있는 똘똘한 동생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가 3명을 낳아야지 마음 먹은건 지금 현 정부 이전보다 훨씬 전의 생각이다. 괜히 현정부의 열성적인 홍보가 한 여대생을 감화했다고 좋아라하지마시고.

지금 봇물듣이 쏟아지는 출산 장려 홍보물들을 보면 앞으로 세금 낼 사람의 인구를 확보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정부가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정부가 하는 일에 참 관심이 많은 필자가 봤을 때는 딱 한가지입니다.
'저런다고 사람들이 애 낳을까?'
딱 80년대까지는 통했을겁니다. 하지만 대졸자가 넘쳐나서 고학력 실업자가 즐비한 지금 과연 아이 낳아 애국합시다. 우리에게는 귀여운 동생이 필요해요 라는 허공에 찬 구호가 먹히느냐 말입니다.

만 적어도 얼마전 성신여대에서 열린 출산 장려강의에 참석한 여대생들에게는 먹힌 것 같습니다.행사를 진행하기 전에 성신여대 재학생들을 상대로 한 다출산 최우수조건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에서 많은 재학생들이 의료비,육아비,교육비의 완화라고 응답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출산을 하면 직장에서 자신들의 자리가 위협받는다는거고, 무엇보다도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앞으로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교육많이 한다고 아이가 천재되는 것도 아닌 걸 잘 알고, 또 나라가 점점 이상해지지 않는 이상 앞으로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보육을 맡길 수 있는 시설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이 나라가 어떻게 흘려갈지에 대해서 아이낳아 애국하자 의도는 없는데, 아이들의 올바른 인격형성 차원에서 3명을 계획한(물론 돈이 많아야 3명 낳는거고 없으면 1명도 못낳는거고) 필자도 고민이 많습니다.

그러나 출산 장려 행사에 참여한 여대생들이 서약한 출산 서약서에서는 오직 적극적 출산, 낙태 방지 등 구시대적 발상만이 들어있을 뿐입니다. 여성 개인의 문제로 끝날게 아니라 전국가적 문제이자 그에 따른 근본적 제도 개혁이 뒷받침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여자 하나 희생해서 애낳아라라는 식입니다.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그 대학 재학생의 말처럼 취업과 승진에서 결혼과 육아로 인해 여성들이 겪는 불이익이나 사회적 환경의 고려없이 그저 여대생들에게 아이를 낳아라하는 건 이제 어떠한 사회적 해결책도 없이 그저 출산의 문제 해결을 여성들에게만 떠넘기는 것 같아, 미래 출산자예정자이자 여대생으로서 찜찜한 느낌이 듭니다.

아이를 많이 낳을 수록 좋은 건 압니다. 저도 아이를 셋 낳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여성 개인의 의사에 맡겨야합니다. 정부는 그저 여성들이 아이를 셋이상을 낳아도 안심하고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고, 저렴한 보육비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앞으로 미래 우리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걱정없이 잘 살 수 있도록 장기적인 시각으로 출산 정책을 마련하는 선에서 끝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저 출산 장려 광고 많이 하고 여대생들에게 출산 많이 하겠다는 서약서 받아내고, 만5살에 조기취학시켜주면 되는 줄 아는 나라에서는 도저이 출산율이 올라가지는 않을거같습니다.

그나저나 아무튼 이번 출산 서약서는 다시한번 대한민국의 여대생이란 존재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을 하게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걸 낸 사람은 아주 극소수이긴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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