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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단비. 예능이라기보단, 웃기는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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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저녁에 방영되는 프로그램은 무조건 재미있는 오락이라는 법은 없습니다. 가면 갈수록 각박해지는 현실을 위로받고자  펑 터지는 오락만 찾기에는,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 어디가에는 어린 나이에 뱀을 목에 두르고 낡은 배도 아닌 대야를 타면서 목숨걸고 원달러를 외치면서 구걸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텨가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가끔 일밤 단비를 보면 이게 예능 버라이어티인지 아님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건지 모호한 느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만약 단비가 황금시간대라고 하는 일요일 저녁 버라이어티가 아닌 다큐멘터리였으면 볼만 했을 겁니다. 다큐멘터리치곤 재미도 있고 이른바 보통 예능에서는 보기 힘든 연예인들까지 나오는 호화 캐스팅이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잘 만든 다큐멘터리라고도 보기도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태생이 예능인지라, 오락적 요소를 추가한다고,  다큐멘터리로서의 필수 요소를 망각할 때도 있거든요.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더라도 프로그램이 좋으면 호평은 받을 건데 꼭 그런 건 아니거든요. 물론 단비가 마니아들만 본다는 시청률치곤 좋은 반응을 얻고는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단비는 꼭 챙겨보자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단비가 강적 해피선데이 때문에 묻히게 된 비운의 명작이라고만 평가받기에는 뭔가 부족한 점이 많거든요.




아무리 프로그램이 좋아도 시청률이 나오지 않으면 과감히 조기종영당하는 현실인지라, 그리고 일단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오락이기 때문에, 이번 단비 캄보디아편은 나름 웃겨볼려고 애를 쓰더군요. 그나마 김용만, 정형돈, 윤두준의 몸을 아끼지 않는 허접 개그가 이제는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겨줘야하는 사명감을 가진(?) 예능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이 프로그램의 한줄기의 단비를 준 것 같네요. 또한 서울에서 김씨 찾기를 연상시키는 앙코르와트에서 길잡이 찾기는 단순히 그들을 안내하는 분을 찾는데 목적을 두는 것보다는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앙코르와트 사원을 소개하는데 주요 목표가 있다는 것도 알아요. 어떻게 해서든지 이제 더 이상 눈물은 커녕 웃음과 재미도 없는 공익 예능의 탈을 벗고 새롭게 변신할려는 그들의 노력은 가상합니다. 다친 다리를 이끌고도, 능숙하게 못을 박고 쏘꼰의 새 배의 예쁘게 그림을 그려주는 등  부상투혼을 보여준 예능 첫 출연 이지아씨도 훈훈했구요.






하지만 여전히 사연의 주인공을 모셔두고 '언제 가장 슬펐어요' 라는 질문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네요. 화면으로만 봐도 쏘꼰네 가족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다 압니다. 어렸을 때는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수상가옥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고된 현실을 지금 눈으로 보니, 그런 나라에 태어나지 않았다는 거, 그런 삶을 살지 않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긴 그들을 더욱더 비참하게 그려내야 도움의 손길도 많이 올테고, 단비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시청자들이 그 프로그램을 꼭 봐야하는 이유가 더욱더 명백해지긴 하겠죠. 지금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래서 우리들이 필요해. 그러니까 단비 꼭 봐야합니다. 이런식으로 말이죠.




물론 단비가 상당히 좋은 취지를 갖고 있고, 어느 누군가는 그러한 사람들의 현실을 알려야합니다. 그러나 단비가 단순히 남자의 자격이나 패밀리가 떴다 때문에 밀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요즘 사람들이 애써 그런 현실을 외면한다고 단정짓기에는 오히려 일요일 저녁시간대보다 더 열악한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는 '아마존의 눈물'이 단비 시청률보다 4~5배 더 나오는 터라 점점 더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사람들을 탓할 수도 없게 되었죠. 저는 아직 '아마존의 눈물'을 보지는 않았지만, '단비'도 굉장히 좋은 프로그램이라고는 생각합니다. '단비'를 통해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나라의 사정도 알 수 있거든요. 하지만 그동안 마냥 슬프기만 했는데, 자신들때문에 활짝 웃게되는 사람들로 보여줄지는, 그래서 그들의 행동을 자화자찬하는 자막을 내보내야하는지는. 오히려 단비는 그런 편집때문에 박수를 칠려다가도, 머뭇거려지는 것 같습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정통 다큐멘터리처럼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게 나을 것 같기도합니다.  





하지만 일회성 이벤트이긴하다만, 단비덕분에 카메라 앞에서 펑펑 울고, 덕분에 모터달리고 튼튼한 새 배를 가지게 된 쏘꼰과 그 가족들이 잠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무엇이 진정 그들을 위하는 일인지는, 그녀의 딱한 사정을 듣고 뭐라고 위로를 해야할지 몰라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단비출연자들이나 제작진들이나 보고있는 저나 모르는 건 마찬가지이겠죠.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나마 좋은 일 하고 있는 웃기는 다큐멘터리 단비가 시청률 때문에 예능의 본분을 망각했다는 이유로 조기종영 당하지 않게 기도하는 것 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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