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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공익예능의 진수를 보여준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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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쓰바사 선수 아버지의 영정이 보일 때, 마지막 10라운드에서 최현미 선수와 쓰바사선수가 링위에서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흘리면서, 진정한 리얼 공익은 이런거구나 라는 걸 절실히 느꼈다.


며칠 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2010/01/25 - [TV전망대] - 무도와 일밤. 공익예능을 다루는 결정적인 차이점) 이번 무한도전 복싱 편은 한동안 시들해졌던 복싱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는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주었다. 심지어 무도 '주먹이 운다'편이 끝나고 무도 게시판에 악플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이번 최현미, 쓰바사 선수의 경기가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미 두 선수의 운명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난생 처음으로 객관적인 자세에서, 우리 나라 선수, 일본 선수 모두를 응원한 한일전이였다. 아마 이번 무한도전을 보신 분들. 특히 저번주 방송을 보신 분들은 아마 대다수가 필자와 같은 생각일거라고 믿는다. 그동안 우리나라 선수가 일본선수와 싸운다고 한다면, 무조건 한국이 이기는 것이었다. 한국이 지면 분하고 원통하고 한국이 일본을 이기면 그날밤은 유쾌상쾌통쾌 그 자체이다.



지난주 최현미 선수의 세계 챔피언 방어전 상대가 일본 선수. 게다가 최 선수와는 다르게 스폰서가 빵빵하다고 '잘못'알려져있었을 때, 그 때까지만해도 그 일본 선수는 최현미 선수가 반드시 이겨야할 상대였다. 하지만 쓰바사 선수의 사정도 최현미 선수와 피차일반이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서 매사 최선을 다하고, 그래도 승부에 대해서 어느누구보다 성숙된 자세를 가지고 있는 그녀를 본 순간. 아무리 나의 조국 선수라도, 무조건 최현미 선수만 응원할 수는 없었다. 비록 이미 누가 챔피언 벨트를 차지했는지는 알고있었으나. 쓰바사 선수 말대로, 조금더 세계 챔피언 타이틀에 대해서 집념이 강한 선수가 그 영광을 차지하길 바랐다. (아마 결과를 이미 알고 있어서 편하게 응원했을 지도 모르죠. 아마 생방송이였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도)




이미 승부의 결과는 알려져서 그런가. 누가 그 경기에서 최종 승리했는지는 자막이나 어떠한 나레이션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당당히 챔피언 벨트를 달고 있는 최현미 선수의 자랑스러운 모습만 내비출 뿐이었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마인드같으면 매우 분한 표정(?)을 보여야하는 쓰바사 선수는 어느 누구보다 의연했고, 최현미 선수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돌아가신 남편의 영정까지 들고 현해탄을 건너와서 응원하러 올정도로 딸의 챔피언 등극을 누구보다 간절히 기도했고, 자신이 딸이 최현미 선수에게 맞아 왼쪽 눈이 큰 멍이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쓰바사 어머니 역시 마찬가지로 최현미 선수의 우승을 축하했다. 전직 챔피언들의 말대로 자기 스스로 상대선수보다 조금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에, 깨끗이 결과에 승복해서 그런 것일까? 아무튼 링 위에서는 서로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치고 박고 했지만, 링 밖에서는 서로 따뜻하게 포옹하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리는 동시에 박수가 저절로 나왔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오직 감동과 눈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그들은 시청자들을 재미있게 해줘야한다는 예능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다소 어이없는(?) 해설과 전직 챔피언 출신 해설위원 유명우씨 덕분에 해설에 소외되었을 때 자신의 주특기인 삐지기 상황극으로 시청자들에게 잔웃음을 선사한 박명수. 특유의 현란한 몸짓으로 관객들의 분위기를 한껏 띄운 노홍철, 지방 콘서트를 막 끝내고 올라오는 길에서도 길거리 홍보하는 길을 같은 시간대 방영하는 천하무적 야구단에 출연하는 걸로 잘못 오인한 시민의 말한마디를. "그래 넌 거기가 더 잘어울려"라고 재치있게 응수한 김태호 피디. 천하무적 야구단 멤버로 오인받아도 이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홍보를 하고 바로 최현미 선수 코치를 맡은 길. 목이 쉬어라 연습하고, 덕분에 쉿소리가 날정도로 멋진 선수 소개를 해주었던 쩌리짱, 평소처럼 조리있는 언변으로 두선수의 복싱 해설을 맡은 유재석. 그리고 최현미, 쓰바사 두 선수를 오가면서 그녀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어느 누구보다 안타까워하고, 진심으로 슬퍼했고 끝내 눈물을 흘리던 정형돈. 그리고 진심으로 최현미 선수의 훈련을 보조하면서. 두 선수의 경기 흥행을 위해서 직접 길거리 홍보까지 나서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한 멤버들. 왜 김태호와 무한도전 제작진들. 그리고 무한도전 출연진들이 리얼리티 예능 리젠드일 수 밖에 없는지 절로 머리가 끄덕여지는 한 회였다.




억지로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보다도, 한 선수의 돌아가신 아버지의 영정만봐도. 자신들의 목표를 위해서 피터지게 주먹을 날리는 그녀들의 담담하면서도 승부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 눈빛을 보면서 왜 보는 사람이 안타깝고, 손에 땀을 쥐고, 왜 알 수없는 따뜻한 눈물이 주르룩 흘려내리는지는. 비록 무한도전은 자신들이 이번 복싱편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자하는지는 직접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도를 본 많은 시청자들은 덕분에 복싱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거고, 복싱이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스포츠인지도 알게 되었으며,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며, 그동안 땀을 흘려 연습한 선수들은 승패를 떠나서 진정한 승리자이며, 앞으로도 비인기 종목이라는 이유로 많은 스포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하는 많은 재능있는 선수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굳이 시청자들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걸 꼬집지 않아도 시청자들을 진심으로 울리게 하고 큰 반항을 일으키게 하는 오락프로그램. 이게 바로 이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공익예능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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