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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지붕뚫고 하이킥이 소울메이트 못따라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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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고 하이킥을 보기 이전 필자에게 있어서 가장 최고의 시트콤은 '소울메이트'였다. 다른 건 몰라도 사랑에 있어서는 운명을 강하게 믿는 필자인터라 그런지 몰라도, 아무튼 소울메이트는 최고의 여운을 남겨준 연애 시트콤이였다.

하지만 지붕뚫고 하이킥을 보고 난 후 필자는 가장 최고의 시트콤으로 '지붕뚫고 하이킥'을 꼽았다. 심지어 이전 김병욱표 시트콤을 사랑했던 사람들도 지붕킥 중반까지는 그랬다. 허나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서서히 지붕킥에 등을 돌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시트콤 역사 사상 최악의 평까지 듣는 결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그게 최악의 엔딩이였니, 최고의 반전이였니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만.



지붕뚫고 하이킥 김병욱 피디는 이와 같은 충격적인 결말에 대해서 '뒤늦은 자각'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결국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그렇게 목도리를 운운하고 우연적인 만남을 남발한것도, 심지어 마지막 휴양지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든지, 대학로 다방, 욕쟁이 할머니 국밥집 모두 다 그렇게 김병욱이 말하고 싶었던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친절한 복선일 뿐이였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서로 누구 커플 지지자니, 모모 커플이 되어야한다니에만 관심을 집중할 뿐, 이와같은 복선도 본인들 맘대로 해석하거나, 애써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지금 김병욱이 물어준 떡밥 커플이 최고라고 믿고 있었다. 이 커플 구도가 흔들리면 게시판이 위험할 지경이였다. 결국 '뒤늦은 자각'을 이 시트콤의 주된 테마로 만들고 싶었던 김병욱 PD는 급기야 죽도록 고생만 하다가, 결국 사고로 비명횡사하게된 세경이를 지훈이까지 잡아먹은 귀신으로 만들어놨다. 참으로 대단한 운명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뒤늦은 자각, 소울메이트 운운하지 않고, 그냥 지훈과 세경의 신분격차로 인한 불가능한 사랑을 통해, 학력, 스펙, 집안으로 결혼상대자를 구하는 이 빵꾸똥꾸같은 현실에 직격탄을 날렸더라면 차라리 지금같이 세경이가 남자 잡아 먹는 여자라는 누명은 안 받았을 것이다. 결국 세경이는 이와같은 끔찍한 결말을 통해 끝내 시청자들에게 동정을 받지 못한 캐릭터가 되었다. 그리고 진짜 김피디가 말하고 싶었던 실제 세경이들의 자아찾기와 현실의 벽에 부딪쳐 끝내 상처만 받은 그들의 모습은 완전히 안드로메다 행성으로 날려버렸다. 결국 일부 러브라인 지지자들의 전폭적인 성원을 받은 88만원 세대 황정음의 자아찾기만 연신 이어질뿐이었다.

역시 '소울메이트'에서도 동욱과 수경은 현실적으로는 이루어지기 힘든 현실이었다. 부유한 집안에서 풍족하게 자란 동욱은 이미 상류층 자제인 유진과 정혼한 사이였고, 수경은 그저 그런 평범이하 집안의 교열기자일뿐이었다. 물론 세경보다는 그래도 번듯한 전문직을 가진 수경이 훨 낫다만, 수경의 소울메이트라는 동욱은 이미 옆에 수경의 직장동료인 유진이있었다. 이건 이미 지훈이는 세경이 아닌 정음을 택한 상황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록 유진이 불쌍하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수경이가 나쁜 여자라고 말하는 시청자들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시청자들은 늘 언제나 운명처럼 마주치는 동욱과 수경을 보고 마치 본인들이 진짜 운명과 마주치게 된 건처럼 흐뭇해하였고, 심지어 외국에서도 만나게될 동욱과 수경의 열린 결말을 보고, 환호를 하였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소울메이트 2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자칭 운명적인 교감을 나눈다는 지훈과 세경은 그저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그닥 애절한 인연도 아닌 것 같고, 그저 세경이는 준혁이가 그녀만 바라보고 있는데, 애써 그 마음을 무시하고, 임자있는 지훈이를 잊지도 못하는 답답한 캐릭터일뿐이다. 하긴 대한민국은 대체적으로 남자가 좋다고하면 따라가는게 일반화되어있고, 열번찍어 안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속담까지 나올정도니, 지나치게 지밖에 모르는 세경이가 짜증나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람 마음 정리하는게 그리 쉽더나. 세경이는 애써 지훈이를 가질려고 하지도 않았고, 스스로 그녀의 마음을 정리하였으며, 서서히 준혁을 받아들이는 듯 했다. 단지 세경이는 떠나기 전 자신이 후회하지 않도록 솔직한 고백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어요가 진짜 우연치않게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게 된 것밖에 없는 기구한 팔자를 가지고 있는 것 밖에는.



아무튼 지붕뚫고 하이킥은 기획의도였던 세경의 자아찾기도, 실제 세경이들을 돌아보게하는 것도, 심지어 김피디가 그렇게 좋아하던 뒤늦은 자각이니 운명론적 사랑의 아름다움이라는 것도 모두 다 실패하였다. 지붕뚫고 하이킥 제작진에게 마지막 엔딩은 그저 소울메이트였던 지훈과 세경이 영원히 같이 있게되는 걸 그릴려고했는지 모르나, 다수의 시청자들은 평생 남의 집 살이만 하다 억울하게 죽은 처녀귀신의 한풀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결국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가장 연민의 대상이자, 누구보다도 시청자들의 응원을 가장 많이 받았던 세경은 끝내, 그녀가 행복해지길 바랐던 많은 시청자들을 배반한 희대의 악녀 캐릭터로 전락하고 만 셈이다.

물론 시청률로서는 단연 지붕뚫고 하이킥이 소울메이트보다 몇 배 더 높은 성과를 나타내었다. 하지만 소울메이트는 몇 년이 지나도, 2탄을 바라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상당히 깊은 여운을 남긴 수작이였다. 허나, 처음에는 높은 시청률과 함께 요즘 보기 드문 웰메이드 작품이라는 찬사까지 받았던 지붕뚫고 하이킥은 용두사미의 극단적인 예를 보여준 망작이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그렇게 운명적이고 신분을 초월한 애뜻한 사랑을 그리고 싶다면,  처음부터 세경이와 지훈이를 엮어주고, 차라리 둘이 로미오와 줄리엣같이 나란히 죽는 드라마 가을동화식 사랑이야기가 훨 낫겠다는 생각도 들더라. 그렇게 되면 세경이도 이렇게 다른 여자에게 향해서 떠나는 멋진 남자 잡아먹는 귀신이라는 소리도 안듣고, 지훈이도 자기감정 하나 제대로 모르는 어장관리남 소리는 안들으면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름다운 커플이 되었을건데 말이다. 아무튼 필자는 그저 필자를 울리고 웃기면서도 또 가장 많은 공감을 했던 역대 최고의 시트콤 소울메이트 2만 나오기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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