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디다큐페스티발 상영작 중에 <통금>(김소람, 2018)이란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부모님의 엄격한 통금 시간이 불만인 감독은 부모로부터 독립을 꿈꿨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독립에 성공한다. 그러나 부모 곁만 떠나면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할 줄 알았던 감독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또다른 통금에 갇히게 된다. 혼자 사는 여성은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었고, 집으로 가는 밤거리는 더욱 무섭게 느껴진다. 한국은 여성이 마음 놓고 밤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 




지난 28일 방영한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에서 딸에게 엄격한 통금과 통제를 강요하는 어머니를 보고, 지난해 영화제에서 관람한 <통금>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필자 또한 부모로부터 일정 시간 내 집으로 들어와야한다는 통금 시간을 규제 당했고, 마음껏 돌아다닐 자유를 통제하는 부모가 늘 불만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딱히 통금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아도 밤늦게 집으로 귀가를 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고, 인적 없는 밤거리를 걷는 것이 무서워 나도 모르게 귀가를 서두르곤 한다. 아마 이것은 대다수 대한민국 여성들이 겪는 현실일 것이다. 얼마 전에는 홍대 인근에서 술에 취해 택시를 탄 여성이 택시 기사에게 납치당할 뻔 하다가, 기지를 발휘해 겨우 탈출했다는 아찔한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밤이 아닌 낮이라고 안심하고 다닐 수 있을까. 딸이 걱정되는 엄마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28일 <안녕하세요>에 등장한 어머니는 그 정도가 상당히 지나치신 것 같다. 딸과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통제하려고 드는 반면, 정작 자신은 새벽 2~3시까지 지인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하는 심각한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딸은 아직 어려서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행동을 절대 용납할 수는 없지만, 자신은 나이가 많아서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것이 괜찮단다. 자신에게는 매우 관대하고 가족에게는 매우 엄격한 어머니. 그녀가 가지고 있는 심각한 이중적인 면모에 MC들과 게스트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물론, 이 날 <안녕하세요>에 등장한 어머니가 딸을 과잉 보호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젊은 시절 어머니는 납치, 성범죄 등을 당할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들이 몇 번 있었으며 그 트라우마 때문에 딸을 엄격하게 훈육 하려는 성향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트라우마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 어머니에게는 자식을 자기의 소유물로 여기는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딸은 영상학과 진학을 희망했지만, 어머니는 아무리 농담이라도 자신의 간병인을 하라고 딸이 원하지도 않는 간호학과 진학을 강권했다고 한다. 그리고 본인은 지인들과 모임을 매우 즐기면서 정작 딸이 딸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혀 주변을 아연실색 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젊은 시절 성범죄 표적이 될 뻔한 아찔한 기억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어머니가 보여준 이기적인 면모는 딸을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자신은 밤늦게까지 지인들과의 모임을 즐기면서 정작 딸에게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친구들과의 만남을 방해하는 어머니의 이중적인 태도는 분명 잘못되었고,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 어머니가 보여준 태도가 좀 과하긴 했지만, 이 어머니만 잘못 되었다고 질책할 수도 없는 것이 만약 딸이 아니라 아들, 남자아이 어도 엄격한 통금과 생활방식 통제를 규정 했을까 하는 의문이다. 여성이 남자보다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는 이유로 여성의 자유로운 행동을 통제하는 방식이 은연 중에 당연시 여겨지는 대한민국에서 딸을 심하게 과잉 보호하는 어머니 개인의 문제를 지적한다고 여성 혼자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이 위험한 현실이 달라질 수 있을까. 




딸을 과잉보호하는 어머니에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데이트 폭력 문제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딸의 이성교제를 막는다는 어머니의 항변도 어느 정도 일리있게 들려지기는 하다. 다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할 뿐이다. 그리고 여성(딸)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그녀들의 생활을 통제하는 방식으로는 여성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 수 없다. 여성도 안전하게 밤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만이 대한민국의 딸들을 위한 유일한 최선이 아닐까. 여성들의 자유와 행동을 통제하는 것만으로는 여성을 안전하게 할 수 없음을 새삼 깨닫게 하는 에피소드다. 

Posted by 너돌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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