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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금기를 깬 여성, 사건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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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중세적 종교 규범과 가부장적 가족 문화가 강하게 뿌리 박혀있는 마케도니아의 작은 시골 마을. 그 곳에서 각종 성차별과 성희롱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페트루냐는 우연히 강가에 던져진 십자가를 주웠다는 이유로 엄청난 시련과 모욕을 당한다.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God Exists, Her Name Is Petrunya, 감독 테오나 스트루가르 미테브스카)의 배경인 마케도니아는 전체 인구 중 3분의 2가 동방정교회를 믿는 독실한 기독교 국가다. 동방정교회는 매년 1월 9일 구세주 공현 축일 행사를 진행하는데, 성직자가 강에 십자가를 던지고 그 십자가를 잡은 자에게는 한 해 동안의 행운과 번영이 약속된다. 그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남성뿐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여성인 페트루냐는 남성만이 잡을 수 있다는 십자가를 거머쥐었고 이 사건은 지역 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다. 오직 남자만 잡을 수 있는 십자가를 잡은 페트루냐는 금기를 깨버린 여성이 됐고, 그로인해 견디기 힘든 고초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페트루냐는 당장 십자가를 내놓으라는 남성들의 욕설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그녀의 십자가를 지켜 냈다. 

 

 

페트루냐는 그저 십자가를 잡고 싶었고, 그것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여성이 무언가를 욕망한다는 것은 때로 죄악이 되기도 한다. 과거보다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고 여성 인권 또한 많이 상승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은 보이지 않는 편견과 성차별적인 분위기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실이다. 

 

 

여자는 잡아서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십자가를 그저 욕망했다는 이유로 온갖 모욕을 다 참아야 했던 페트루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들과 정정당당하게 경쟁하여 쟁취한 십자가를 지키고자 한다. 그리고 '여성은 십자가를 잡으면 안 된다'는 명제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남성중심적인 부조리한 악습과 기득권 문화에 맞어 우아한 승리를 거둔 여성의 강인한 면모가 돋보이는 올해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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