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평화와 번영을 누리던 일본에서 등장한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 세계 최초로 스크린에 담은 세계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 보다 쉽고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는 관람포인트가 공개되어 영화를 관람할 관객들에게 귀중한 길잡이가 되어줄 전망이다.
#1 ‘가해자성’을 통해 ‘반일’을 바라보다! 새로운 시각과 쟁점
1974년부터 1975년까지 1년간 이어진 일제 전범기업 연속폭파사건을 다룬 영화로, 누구의 죄도 책임도 없이 시작된 전후 일본 사회의 진정한 반성을 촉구하며,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멈추고 동아시아 연대로 나아가기 위해 행동하는 인물들을 기록한 작품인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첫 번째 관람 포인트는 기존의 반일 다큐멘터리들과 결을 달리하는, ‘가해자성’을 통해 ‘반일’을 조명하는 새로운 시각과 쟁점이다. 가해사실에 대해 함구하는 국가와 달리, 직접적인 가해가 없음에도 일본에 의해 착취당하고 죽임을 당한 동아시아 사람들의 원한과 슬픔을 마음에 담고 자신의 연루를 인정하는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선구적인 면모와 그 과정에서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가해의 기억과 성찰의 시간 속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현재를 밀도 있게 담았다.
영화는 한국과 일본,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이분법적인 역사적 위치로 인한 경험에서 쌓인 딜레마, 역사의 늪에 빠져 있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행동 근거는 피해자라고 생각했던 조국 일본이 사실은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것의 확인이었다. 이들이 선사하는 가해자로서의 반성과 책임은 ‘반일’이 내재한 단선적인 주장을 넘어 폭력의 근원에 대한 탐구와 국제 평화의 연대로 확장되어 나간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식민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을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이분법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 국제평화를 향한 관계와 가치를 정립할 필요성 앞에 우리를 서게 하며, 세대와 국가의 벽을 넘어 독보적인 성찰과 반성을 안겨줄 작품으로 기대를 높인다.
#2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과 함께한 여성들의 이야기
“자신의 가해자성을 묻지 않고서는 세계인과 손을 맞잡을 수 없다”(아라이 마리코, ‘늑대’ 부대 지원자), “우리의 불충분함과 오류 속에서 알게 된 책임과 교훈이 새로운 힘이다”(에키타 유키코, ‘대지의 엄니’ 부대원)는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여성 출연진들이 관객을 향해 보내온 메시지다. 영화는 자신의 자리에서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과 함께 해온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큰 줄기를 따라 ‘가해자성’과 ‘반일’을 조명한다. 일본의 가마가사키 지역을 거쳐 ‘늑대’ 부대를 지원했던 노년의 여성 아라이 마리코의 인터뷰로 영화의 문을 열고, ‘늑대’ 부대원이었던 다이도지 마사시를 지원하기 위해 그의 법적 여동생이 된 다이도지 지하루 그리고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지원련 뉴스를 발간해온 히라노 료코가 등장한다.
영화가 끝을 향해갈 무렵에는 ‘대지의 엄니’ 부대원으로서 활동했던 에키타 유키코의 출소 과정을 담는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당사자이거나 지원자로서 ‘가해자성’과 거대한 성찰의 시간을 마주하고, 세상 밖으로 목소리를 낸 여성들의 이야기는 현대 사회에 다양한 시사점을 건넨다. 특히 출연진 다이도지 지하루의 경우, 페미니즘 운동인 우먼리브(women’s liberation movement)의 시각으로 우러러보지 않는, 대등한 관계로서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지원 활동을 이어나간다. 사회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대부분이 남성 서사에 치중된 사례가 많은 만큼,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만이 가진 귀중한 지점이기도 하다.
#3 한 편의 수묵화 같은 영상미 & 독특한 리듬의 음악
한 편의 수묵화 같은 영상미는 몽환적인 듯 슬픔을 품고 있는 음악과 함께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에 참여했던 이들의 내면을 아우르는 정서를 관객들과 공유하며 거센 파동을 일으킨다. 강렬한 사건을 다룬 소재와 대비되는 주요 인물들의 회한의 감정, 내면의 성찰을 주목한 촬영은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온 박홍열 촬영감독이 구현해냈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서툴지만 단호했던 20대 청년들의 기개와 맞닿아 있는 것 같은 음악은 20대 젊은 뮤지션이자 신인 음악감독 박현유의 손끝에서 나왔다. 극영화 위주 촬영감독의 노련미와 20대 젊은 음악감독의 패기가 다큐멘터리 장르에서 조우해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탄생시켰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강렬한 소재를 다루지만 피해자나 참혹한 현장의 이미지와 음악을 이용해 선전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다. ‘늑대’ 부대와 일본 국가의 전투라는 힘의 비대칭적인 구조를 다루면서도 화면과 음악은 역으로 자연 풍광에 힘을 보탠다. 자신들의 가해자성을 마주해야 했던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회한에 찬, 건조한, 고통스러운 감정들이 오롯이 담아내 따뜻한 시선으로 변화와 성찰의 가능성을 포착하고 독려한다.
‘가해자성’을 통해 ‘반일’과 '국제 평화'를 조명하는 새로운 시각과 쟁점을 선사하는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현재 극장가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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