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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한국문학과 애니메이션의 마술적인 조우 '무녀도' 11월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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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계의 칸영화제'라 불리는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콩트르샹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는 뮤지컬 애니메이션 <무녀도>(각본 / 감독 안재훈, 제작 연필로 명상하기)가 11월 개봉을 앞둔 가운데, 종이와 연필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오고 있는 연필로 명상하기 스튜디오와 원작의 새로운 해석과 몽환적인 영상으로 정평이 나 있는 안재훈 감독의 필모그래피가 주목받고 있다.

 

안재훈 감독과 연필로 명상하기 스튜디오가 연출 제작한 <무녀도>

 

올해 데뷔 29주년을 맞은 안재훈 감독은 시대 3부작 중 과거에 해당하는 첫 장편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을 시작으로, 한국 단편문학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의 비어 있는 역사를 메우며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 보기 드문 행보의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특히 2011년 <소중한 날의 꿈>이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 초청된 이래, 개봉을 앞둔 신작 <무녀도> 역시 지난해 열린 제44회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의 쾌거를 이루는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의 주목과 함께 애니메이션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1998년 단편영화 <히치콕의 어떤 하루>로 데뷔한 안재훈 감독은 당시의 집단창작 형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애니메이터들과 함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기틀을 굳히며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연필로 명상하기 스튜디오는 ‘치유의 힘이 있는 그림, 감동이 있는 빛깔’ 이라는 가치 아래 전통 셀 방식으로 만든 <히치콕의 어떤 하루>와 <순수한 기쁨>, 2D 디지털 기법을 적용한 <소중한 날의 꿈><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소나기>, 그리고 2D 디지털과 디지털 작화를 동시에 시도한 <무녀도>에 이르렀다. 특히 무녀도는 종이와 연필을 직접 활용하여 만든 마지막 작품이다.

 

안재훈 감독의 대표작이자 첫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2011)은 스스로의 존재 가치에 눈 뜨기 시작한 18세 소녀 이랑이 여러 사건을 거치며 느낀 특별한 감정들을 소중하게 포착한 영화다. 그동안 흑백으로만 보아온 1970년대를 칼라로 그려내어 시대는 물론 우리 땅의 풍경과 삶의 속살을 담아내고자 한 시대 프로젝트의 첫 시작이다. 안재훈 감독은 ‘필름에 쓰인 10만장 뿐 아니라 한 장을 그리기 위해 수정하고 버린 수많은 종이에 본인의 지문이 다 묻어 있을 것이다’라며, 프로젝트 완성에 대한 소회를 전한 바 있다. 또한 첫 장편인 <소중한 날의 꿈>에 시대의 아픔까지 오롯이 담지 못한 것이 아쉬워 이후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한국 단편문학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왼쪽부터 안재훈 감독과 연필로 명상하기가 연출 제작한 <소중한 날의 꿈>,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소나기>, <무녀도>

 

이후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2014)과 <소나기>(2017)를 통해 한국 단편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겨온 안재훈 감독은 원작 속 강원도 평창군의 들판을 아름답게 표현한 [메밀꽃 필 무렵]과 경성의 거리를 재현한 [운수 좋은 날], 그리고 판소리를 접목하여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고조시킨 [봄봄] 등 한국 문학사의 대표적인 소설을 한 데 모아 안재훈 감독만의 빛깔이 돋보이는 그림으로 표현했다. 황순원 작가의 대표작으로 한 시골 소년과 도시 소녀의 아름답고 순수한 교감을 담은 <소나기>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영상미를 영화속에 온전히 담아낸 작품이다. 찬란한 어느 여름날을 따뜻한 손그림으로 표현해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자그레브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벨기에의 아니마(ANIMA)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페막작으로 상영되어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한편 안재훈 감독의 4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무녀도>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소멸해가는 '무녀'와 신구세대의 운명적 갈등을 담은 애니메이션으로, 김동리의 단편소설 [무녀도](1936)가 원작이다. 2018년 첫선 이래, 3년간의 작업을 거쳐 2021년에 이르러 선보이게 된 안재훈 감독의 한국 단편문학 마지막 프로젝트다. 스튜디오 고유의 질감과 개성을 살리면서도 색다른 미술과 캐릭터를 기획한 작품으로, 철저히 고증된 굿 장면 등을 통해 마술적인 작화와 섬세한 연출력을 자랑한다.

 

 

특히 실력파 뮤지컬 배우인 소냐와 김다현 배우가 목소리 연기는 물론, 사운드트랙에도 참여해 영화에 풍성함을 더한다. 안재훈 감독의 <무녀도>는 신과 자식을 위해 마지막 굿판을 벌이는 무녀 ‘모화’의 이야기를 몽환적인 영상미와 음악으로 담아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안재훈 감독과 연필로 명상하기는 현재 5번째 장편 <살아오름: 천년의 동행> 의 완성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구병모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아가미> 제작에 착수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고유의 빛깔을 잃지 않고, 꾸준한 장편 애니메이션을 연출하고 있는 안재훈 감독과 스튜디오 고유의 애니메이션 제작시스템의 완성을 이룬 연필로 명상하기 스튜디오의 신작 <무녀도>는 오는 11월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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