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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재일 조선인 76년 역사 다룬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12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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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차별하고 한국은 외면했지만, 단 한 번도 조국을 버리지 않은 재일 조선인의 76년의 역사를 집대성한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조선사람입니다>가 12월 9일 극장 개봉한다.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는 <불안한 외출>(2015)을 연출한 김철민 감독의 3번째 장편 다큐멘터리로, 18년간의 취재와 성찰로 담은 재일조선인 역사의 사려 깊은 집대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김철민 감독은 통일운동, 국가폭력, 양민학살 등 한국사회 내재된 역사 이슈와 시대의 속살을 현실감각으로 끊임없이 살펴온 다큐멘터리스트다.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라고 밝히는 것에는, 단순한 소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이고 어디에 맞선다’는 의미가 들어있다”는 감독의 전언처럼,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는 조선학교 학부모와 학생들, 통일운동가들, 간첩조작사건 피해자들을 통해 분노하되 증오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지켜온 재일조선인들의 숭고한 기록을 오롯이 만날 수 있으며,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자이니치, 조센징, 김치놈, 꼬끼부리(바퀴벌레)가 아니라 ‘나는 조선사람’이라는 이들의 선언은 재일조선인 이슈에서 더 나아가 차별과 혐오에 맞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가고 있는 우리 시대의 모든 소수자들에게 깊은 연대와 뜨거운 응원을 전한다. 이러한 영화적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열린 제1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부문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12월 9일 개봉 확정과 공개된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메인 예고편은 추적 다큐멘터리를 연상케 하는 긴박한 음악과 편집 속에 재일조선인 전 세대의 모습을 보여주며 단번에 이목을 집중시킨다. 초반부, 일본에 왜 재일조선인이 존재하게 되었는지 설명되는 대목에서는 식민 지배의 아픔이 남긴 상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재일조선인들이 우리의 말과 역사를 교육하기 위해 자립적으로 세운 조선학교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수업을 듣는 모습은 1세대의 노력과 헌신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내 재일조선인을 외면한 한국의 아픈 역사가 자료화면으로 등장하며 긴장감을 높인다. 간첩이라는 키워드에서 알 수 있듯이 반공이라는 미명 하에 국민들을 억압했던 국가폭력의 그림자가 재일조선인에게도 드리웠음을 짐작케 하며 그들의 사연을 궁금하게 한다. 이러한 아픔에도 불구하고 다 함께 한반도기를 힘차게 흔드는 재일조선인들의 모습과 ‘단 한 번도 조국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의 카피라인은 영화가 담아낸 이들의 숭고한 삶의 기록에 기대감을 높인다.

 

 

메인 예고편과 함께 공개된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보도스틸 또한 모진 차별과 혐오 속에서 아픔도 많지만 자신의 정체성으로 오롯이 오늘을 살아가는 재일조선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스틸 속 헤이트 스피치 시위의 모습은 일본 사회 내에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수용되지 못하고 배척되는 재일조선인들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일본의 극우시위에 항의하는 재일조선인들의 모습에서 70년 넘게 쌓인 울분이 느껴진다. 곧이어 식민 지배의 역사를 겪은 재일조선인 1세의 모습이 담기며 역사의 산증인이 된 그들이 전해줄 이야기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리고 70년대 반공이라는 미명 하에 국민들의 이념과 사상을 재단하고 국가 폭력을 행사했던 당시의 중앙정보부 모습이 등장한다. 간첩조작사건으로 인해 당시 조국으로부터 부당하게 고초를 겪었지만 분노하되 증오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사는 재일조선인 2세의 미소는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이어 조선제3초급학교 아이들과 선생님의 과거 모습이 담긴 스틸은 일본정부의 고교무상화제도 차별에 반대하는 시위 모습과 이어진다. 우리말과 우리의 역사를 배우고 가르치던 터전인 조선학교를 스스로 지키려는 재일조선인 4세들의 주체적인 노력에 응원과 지지를 보내게 한다. 조선학교의 운동회 모습을 담은 스틸은 전 세대의 재일조선인들이 손에 손 잡고 희망으로 나아가는 듯해 과거가 아닌 미래로 나아가는 영화의 방향성 역시 드러난다. 

 

 

 

또한 지난 2016~2017년에 열린 촛불 시위에 참여한 모습에서 알 수 있듯 한국 사회에도 꾸준한 관심과 참여를 이어감은 물론 서로 반갑게 악수를 주고 받는 모습에서는 여전히 친밀한 교류를 이어가는 재일조선인의 커뮤니티의 현황을 엿보게 한다. 여전히 일본 사회에서는 차별의 공기가 재일조선인들을 괴롭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또렷한 목소리로 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고, 전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행복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76년에 걸친 억압과 핍박 속에서도 '재일조선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지키는 재일조선인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확인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는 12월 9일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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