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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승승장구 임재범 가족에게 받은 상처 극복하고 세상으로 다시 나올 수 있었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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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다시피 로커 임재범의 아버지는 60년대 명 아나운서로 이름을 떨친 임택근입니다. 90년대 최고 청춘스타에서 최근 성공적인 사업가로 변신한 탤런트 손지창이 그의 이복동생이구요. 듣기만 해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가족사입니다. 그리고 임재범 본인에게는 큰 상처이지만, 그는 어릴 때 고아원에 맡겨져 할머니 손에 자라야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아버지 말씀 잘 듣는 모범생이었습니다. 잠깐 화제가 되기도 하였지만 중학교 때는 말끔한 외모에 전교부회장까지 지냈었기도 하지요. 그러나 집안 사람들은 애써 쉬쉬하지만 한창 감수성이 민감하고 예민할 사춘기 때 접했던 또다른 동생의 존재. 결국 그 상처들이 쌓이고 쌓여, 오늘날 보통 사람들은 쉽게 이해해버릴 수 없는 헐크 임재범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아픈 나날들. 그래서 임재범은 늘 불안하고 괴팍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점잖고 조용하다가도 조금만 자기 신경을 거스르거나, 화가 나면 바로 야수처럼 돌변해버려서 자기뿐만 아니라 다른 이에게 큰 상처를 안겨버리는. 그래서 사람들은 더더욱 임재범이라는 인물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매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히스테리적 성향을 보이는 임재범을 아예 피해버리거나, 손가락질 하는 것 그게 다 였습니다. 한번이라도 그의 관점에서 그를 이해해보려고 하기보다,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기준에서 임재범을 평가했던 것 같습니다.

 


아픈 아내 때문에 <나는가수다>에 출연하여 인기를 얻고, 이제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바람에 실려> 촬영 도중에서 무려 세번의 돌출 잠적을 하는 철부지 임재범이 다시 한번 부각된 시기. 역시 임재범은 안되는 가 하는 회의론이 고개를 올리려고 하는 위기상황에서 임재범의 살아왔던 아픈 기억들을 짚어보며, 그의 관점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승승장구>는 임재범을 이해하고 다시 대중들이 임재범을 사람들이 사는 세상으로 따뜻하게 끌어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임재범 생애 최고 토크쇼라는 거창한 타이틀 이전에, 무엇보다도 평소 방송출연을 꺼리는 임재범 스스로가 <승승장구> 출연을 요청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만큼 임재범은 그동안 자기 스스로 자신을 가두어왔던 어두운 틀에서 벗어나 밝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열망이 컸습니다. 

 




과거 아픔들을 뒤로하고 이제 제대로 살아보겠다는 임재범입니다. 예전같이 기인으로 살기에는, 극도의 우울증과 조울증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만 되풀이하는 것도 사치가 되어버린 가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달게되었습니다. 거기에다가 아내는 암 학회에서도 처음으로 발견되는 4개의 암이 동시에 전이되면서도 생활고에 시달리는 남편을 생각해서 아프다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형편입니다. 

 



결국 그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오랜 우울증을 벗어버리고 다시 세상의 밖에 나왔습니다. 그래서 가수들끼리의 극도의 경쟁욕구를 부추기는 <나는가수다>에 자진출연 요청을 하였고, 그도 상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이제는 어딜 가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져 예전처럼 자기 마음대로 마음껏 거리를 활보하는 것도 어렵게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기보다, 사람들을 기피하기보다, 남들처럼 하기 싫은 것도 하고, 힘든 일도 하면서 살고 싶어합니다. 결코 가족들 때문에 변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것은 아닙니다. 자신 때문입니다. 자신이 변해야 가족들도, 다른 이들도 평온하고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한 고비 넘으면 더 높은 산이 기다리고 있는 험준한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그동안 오래 간직해왔던 자신을 깎고, 자신을 사랑하는 연습을 반복하면서 부단한 노력을 행하고 있는 동안 이제는 쉽게 아물 수 없었던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증오도 내려놓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성적으로는 늘 임재범과 손지창에 대한 아버지의 아픔과 미안함을 이해할 수 있었으나, 정작 마음은 쉽게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던 기나긴 시간들이었습니다. 이제는 아버지와의 쌓였던 오랜 벽을 허물고, 아버지의 남은 여생동안 행복하게 지내는 가정을 꿈꾸는 조심스러운 소망도 내비치게 될 정도입니다. 


훌륭한 아버지를 두었다고 하나,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한 온전치 못한 가정과, 배다른 동생의 존재. 그리고 그토록 하고 싶어했던 록을 버렸다는 죄책감 이 모든 슬픔과 분노가 결합되어 오늘날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야수 임재범을 만들어버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이전에 그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따스한 보호자같은 존재가 그의 눈높이에서 임재범의 여리고도 깊은 마음을 보듬아주었다면, 임재범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세상 속에 뛰어들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 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나는가수다> 무대 못지 않게 삭막하고 치열한 세상에서 매일매일 결전을 치루는 사람들인터라 오히려 그걸 하지 못하는 임재범이 안타깝기보다, 그저 이해불가능, 손가락질 대상으로 취급하면서 더욱더 임재범의 세상과 자신에 대한 분노만 더 키웠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임재범은 가족에게 받았던 아픔과 상처를, 자기 스스로가 일구어냈던 또다른 소중한 존재 가족에 의해서 스스로 훌훌 털어낼 수 있었습니다. 한단계 더 나아가 이제는 자기 최고의 아킬레스건인 가족과 히스테리적인 괴팍한 성격까지 고스란히 고백하면서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것이 아닌, 먼저 세상 사람들에 맞춰 자신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동안 연이은 잠적과 오랜 방송활동 중단으로 온갖 루머에 시달려온 '신비주의'로 알려진 임재범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 와중에도 <나는가수다> '여러분'처럼 어느 무대에서나 혼신의 힘을 다한 열창을 보여주었고, 늘 자기 하고 싶은대로 꺼리낌없이 살아왔을 뿐입니다. 지나치게 자신의 감정에 너무나도 솔직하게 살아온 임재범이터라, 더 큰 오해를 불러온 것뿐이죠. 그래도 솔직하고 진솔하기에 자신이 그동안 벌이면서 본의아니게 타인에게 상처주었던 모든 과오를 고백하고,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오랜 임재범의 팬으로서, 나름 임재범을 이해하고자 했다고하나, 이번 <승승장구>의 출연을 통해서 저나 다른 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임재범의 또다른 모습과 심각한 아픔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승승장구> 출연을 통해서 수십년동안 살아온 임재범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입니다. 여전히 임재범의 또다른 야수적인 기질에 상처받은 이들은 그를 이해하고, 모든 것을 용서하기는 어려울 것이구요. 하지만 먼저 <승승장구> 출연을 요청하여 예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진지하고도 온화한 눈빛과 덤덤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면서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그동안 자기 혼자만의 꿈으로 간직했던 '그래미상'을 노리는 야심만만한 승부사 기질도 드러낸 솔직한 임재범은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변화된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승승장구>에서 자신의 아픈 과거를 통해 그동안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면죄부만 받고자하고,  잘못한거 사과한다. 달라지겠다, 새로운 모습을 보이겠다는 말로만 끝내면, 곤란하겠죠. 그 이후에도 계속 달라지겠다는 변화의 다짐을 산산히 부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면, 지금까지도 그를 응원하던 팬들도 힘겹게 돌아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픈 아내와 딸을 위해 힘겹게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고 치유하면서 이제 겨우 조금씩 한발자국씩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시베리안 호랑이입니다. 비록 그 태동의 과정에서 실수도 있고, 오랫동안 사람들과 격리된 굴 안에서만 산터라 대중들의 뜻과 어긋나서 더 큰 오해로 번지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겠죠.

허나 지금은 잘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따끔하게 지적할 것은 하면서도,  웬만하면 그의 관점에서 그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서, 따스하게 다독거리면서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는 가수 임재범이 되도록 큰 박수를 보내야하는 시점인 듯 합니다. 부디 그가 조심스럽게 내비추던 소망대로, 험준한 세상에 잘 적응하여 몇 년 뒤에는 그래미상도 타고, 가족들과도 행복하게 지내면서 평생 진실된 목소리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소리꾼 임재범으로 영원히 우리 곁에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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