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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힐링캠프 최민식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아저씨의 구수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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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그런 목적은 아니라하나, 때가 때인지라 곧 있으면 개봉한다는 <범죄와의 전쟁> 홍보용 출연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지요. 동국대 연극영화과 3년 선배라는 이경규의 부단한 설득에 의해 억지로 나온 것처럼도 보여질 수도 있는 다소 불편한 자리. 그래도 이번 <힐링캠프>가 유독 강한 기대감을 부추긴 것은 실로 오랜만에 tv 토크쇼에 등장한 자타공인 충무로 명품 배우 최민식이라는 이름 덕분이죠. 

<힐링캠프> 기자간담회 때 이경규는 <힐링캠프>에 초대하고 싶은 지인으로 두말없이 후배 최민식을 꼽았습니다. 그야말로 힐링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했지요. 그리고 놀랍게도 얼마전 열린 <범죄와의 전쟁> 시사회에서 이례적으로 이경규가 사회를 보기까지 했구요. 자기가 제작하는 영화에 최민식을 주연으로 포섭하기 위한 작전(?)이라고 하나, 유독 훈훈한 자리가 연출되었던 것도, 남들은 모르는 사이에 30년 동안 끈끈히 이어져온 삼수갑산의 애증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겠죠.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라, 동국대 연영과 한 시절을 풍미했던 선후배가 오랜만에 학교 앞에서 회포를 풀면서 그 때 그 시절을 회고하는 자리같았던 <힐링캠프>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연기 잘하는 서민풍이 물씬 느껴지는 자신만의 짙은 색깔있는 배우로만 대중들에 각인되었던 최민식이라는 사람의 깊이있는 매력을 더 여실히 탐구할 수 있었기도 하구요.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경규 못지 않게 연신 입을 나불거릴 정도로 기대 이상으로 달변가였던 최민식입니다. 거기에다가 오랜 선배인 이경규와 함께 나온 자리라 그런지, 방송 수위를 오가는 아슬아슬한 대화를 거침없이 내뿜기까지 합니다. 자칫 학교 망신으로 비춰질 수 있는 동국대 연영과가 숨기고픈 부끄러운 비밀과 담배와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과연 방송에서도 해도 좋을까 싶을 정도로, 듣는 이의 가슴을 철렁이게 하였죠. 

나름 자체 검열을 했다고하나, 민망하기만 하고 논란을 부추길 수 있는 불편하면서도 질펀하기 짝이 없는 대화들이 편안하게 들릴 수 있었던 것은, 그게 딱 우리가 생각하는 영화배우 최민식의 이미지였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양주보다는 소주, 막걸리를 즐겨찾고 정장보다는 트레이닝복, 닭살돋는 달콤한 멜로가 아닌 질펀하고도 끈적한 치정극, 칸영화제 수상작이라는 화려한 명성보다 관객과의 진실한 소통, 시간이 날 때마다 어린 시절 폐결핵으로 죽기 직전 그를 간신히 살려낸 삼각산에 가서 심신의 피로를 푼다는 그의 일상생활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비교적 일치하는 소탈한 삶이었습니다. 그의 외면을 빌린 스크린 속 캐릭터들이 현실 속으로 뛰쳐나온 듯한 생동감.  

 


하지만 계속 대화를 하다보니, 그 자체가 애초부터 알 수 없는 무언가로 홀릭하게 하는 비범한 존재였습니다. 등장부터가 배우 포스를 물씬 풍기며, 예능 세트장을 영화 촬영장으로 만드는 것은 기본, 13번 버스, 나탈리 우드, 10살에 겪었던 각혈의 아픔, 꿈 속에 나타난 오싹한 귀신  등 단순히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내가 직접 본 영화 속 장면처럼 머릿 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생생한 화법.  듣는 사람 조마조마할 정도로 솔직하고 자유분방하고 지나치게 감정적이면서 섬세하기까지한. 그는 정말 천상 배우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였습니다. 

누구보다도 최민식을 잘 아는 이경규가 곁에 있었기에, 오랜 지인과의 만남의 착석하여 화장실도 못가게하는 재미있는 그들 간의 대화에 고개만 끄덕이며 가만히 들어주는  분위기였기도 했지만, 단연 그 날의 대화를 주도한 사람은 게스트인 최민식이었어요. 이제는 선배 이경규를 한참 넘어버린 엄청난 포스를 자랑함과 동시에 때로는 이경규를 둘러싼 과거 폭로로 선배를 곤욕스럽게 하면서도, 후배로서 깎듯한 예의를 표하는 최민식.  어느 방송에서 인생 자체가 한편의 질펀한 영화 속 인상깊은 캐릭터를 연상케하면서도 지극히 인간적이고 구수한 그의 매력을 쏙쏙들이 캐치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구요. 

 


하필 타이밍도 절묘하다 싶을 정도로, 본의아니게 영화 홍보용 얼굴 비추기로 오해받을 소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30일 방영분도 그렇고, 개봉날 이틀 전에 방영하는 다음 주 편도 그렇고, 새 영화를 연상시키는 구색맞추기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최민식이 그간 살아온 심상치 않은 과정, 그의 독특한 연기 철학만 들어도 두 편을 나누어 방송할 정도로 할 말 많고, 또 그의 말에 계속 귀기울여 들어주고 싶을 정도로 다음 만남이 기다려지는 사람은 실로 오랜만에 만난 것 같습니다. 허름한 동네 선술집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면서 껄렁껄렁하고도 뺀질한 행동을 일삼아도 어딘가 모르게 미워할 수 없게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아저씨. 이제라도 그 아저씨의 구수한 진가를 발견하게 되어서 반가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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