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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1박2일 이승기 생일 수난기에 눈물, 그래도 스태프 챙기는 든든한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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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고생을 자초했던 리얼 버라이어티 <1박2일>다운 5대 어선 특집입니다. 지난 주 한 편의 맛 기행 다큐를 보는 듯한 편안함은 어디에 가고, 거센 파도가 안겨주는 회몰이 속에 빨려 들어가 고통스러워하는 조그만한 인간만 남았습니다.  
 



처음에 엄태웅이 나영석PD와 함께 12시간 오징어 잡이 배에 낙찰될 때는 엄태웅만 고생하고 끝나는가 싶었습니다. 그러기엔 지난 주 나간 예고편이 심상치 않긴 하였습니다. 분명히 예고편에서는 한눈에 봐도 요동치는 배와 함께 흔들리는 영상에서 고통스러워하는 김종민과 이승기의 심상치 않은 표정이 읽혀졌거든요. 하지만 나홀로 배타러 간 엄태웅을 뒤로 한채, 따뜻한 실내에 앉아 그들이 전국 각지에서 가져온 진귀한 특산물들을 먹는 장면을 보고, 지난 주 제가 잘못봤나 싶을 정도로 그 때 그들은 진정으로 행복해보였습니다. 


그러나 역시 이 남자들을 맛있는 음식만 편히 먹게 하면서 가만히 놀게 놔둘 나PD가 아니죠.  이윽고 복불복으로 결정된 어선을 각자 타고 직접 해산물로 잡으러 간 4명의 남자들, 하지만 한 겨울의 겨울 바다는 초보 어부들에게 결코 녹록치 않은 상대였습니다. 특히 김종민과 이승기가 탄 어선은 스태프들조차도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거센 풍랑과 사투를 벌이고 돌아와야했으니까요. 

 



초반 바다에 있는 복어를 다 잡아올 기세로 덤벼든 의기양양한 패기는 어디가고, 약 4시간의 조업 끝에 10년은 팍 늙어버린 김종민입니다. 거기에다가 하필이면 촬영 당일 생일이라는 이승기는 더욱 착잡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20대의 절반을 버라이어티 <1박2일>과 함께 보낸 것에 모자라, 이제는 26번째 생일마저도 버라이어티한 흔치않은 추억을 갖게 되었으니까요. 

 


그야말로 2012년 1월 13일은 이승기에게는 참으로 잊지못할 버라이어티한 생일이네요. 촬영 때문에 새벽 일찍 나오긴 했지만 그동안 함께 동거동락한 형들과 제작진들에게 따스한 축하를 받으면서, 코다리강정과 황태정식이라는 거한 생일상을 받고 또 저녁도 오랜만에 푸짐하게 먹으면서 <1박2일> 촬영상 가장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가 싶더니, 결국은 요동치는 파도 위에서 먹었던 모든 것을 토하고 발에 쥐가 나는 것으로 마무리 짓게 되었으니까요. 

애써 태연한 척 하였지만, 그 때 이승기의 표정은 한 마디로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였습니다. 정상적인 조업 활동은 커녕 크게 요동치는 파도에 몸 하나 중심잡기도 어려워 보였으니까요. 결국 이승기는 구토 이후, 너무나도 쓰린 마음에 눈물까지 흘리게 됩니다. 낚시배 자체도 타기 어려운데 하다못해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으니 참으로 하늘이 야속하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의 현 상황을 묵묵히 받아들이더군요. 거기에다가 자기 몸도 성치 않은데, 오히려 스태프들을 걱정하고 먼저 챙기기까지 합니다.  

 


그동안 엄동설한에 입수를 하고, 그 외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우여곡절이 참 많았던 <1박2일>이지만, 29일 방송분만큼 처절하다 싶을 정도로 멤버들과 제작진을 가장 극한 상황으로 내몬 것은 흔치 않았죠. 구토는 기본이요, 심지어 이수근과 함께 대게잡이에 나선 한 여성PD는 촬영 내내 몸저 눕기까지 했으니까요. 오죽하면 가장 먼저 복불복으로 오징어 잡으로 떠난 엄태웅과 나영석PD가 가장 편했다(???????)는 멤버들간의 불만이 쇄도할 정도로 최악의 하루를 경험했다고 과언이 아니죠.

하필이면 요 근래 <1박2일> 중 가장 빡센 하루를 그것도 일년에 단 하루 생일에 보내게 되었으니, 이승기의 마음이 오죽 착잡하겠습니까. 거기에다가 배멀미에 발에 쥐까지 나니 정신까지 혼미한 상태입니다. 그래도 이승기는 꾹 참았습니다. 자신은 단순 어부 생활 체험자이기 전에 수많은 시청자들이 지켜보고있는 <1박2일>을 책임지는 방송인이기때문이죠. 그래도 본인은 생일이라고 챙겨주는 살뜰한 팬들도 있고, 단 몇 시간 뿐이지만 생일 챙겨먹는 것은 고사하고 매일같이 그런 험한 일로 생계를 꾸려가는 분들이 너무나도 많으니까요. 아무리 그렇다해도 인간은 원래 자기 힘든 것만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 와중에도 책임감을 가지고 남을 배려하는 이승기가 참으로 기특해보이더군요. 

 


궃은 날씨에 혼비백산하는 <1박2일> 사람들을 보면서, 자연의 위대함과 어부님들의 고충과 애환이 뭉클하게 다가온 5대 어선 특집입니다. 매일같이 거친 바다 위에서 사투를 벌이는 어부님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집에서 편안하게 맛있는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것이지요. 

이번 5대 어선 특집처럼 <1박2일>은 예능으로서 재미뿐만 아니라, 우리가 잘 모르고, 잊고 지내던 소중한 곳곳의 모습을 통해 다시끔 동시간대 현실을 돌아보게 합니다. 나도 힘들지만, 나보다 더 어렵고 매일같이 험한 삶을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 막연히 현장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직접 경험하고 웃고 울으면서 느꼈던 뭉클한 감동이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느끼게 하지요. 

 


이렇게 주말 변함없이 우리 시청자들 곁에서 대한민국의 숨겨진 아름다움과 인간의 희노애락을 모두 담던 나영석의 <1박2일>이 어느덧 막바지에 다다르네요. 그나마 이수근, 엄태웅, 김종민은 다음 시즌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묵묵히 궃은 일을 도맡아 가면서도, 자기 몸보다 주위 사람 챙기기 바빴던 막내 이승기의 빈자리가 벌써부터 허전하게 느껴지네요. 배멀미에 눈물까지 흘리면서도 스태프의 안위를 걱정했던 이승기 특유의 배려와 마음 씀씀이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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