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전망대

넝쿨째 굴러온 당신. 유준상 같은 남편 어디 없나요?

반응형





KBS 주말 연속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날이 갈 수록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제 아무리 인기 드라마라고해도 10%대를 넘기 힘든 현실에서, 어떤 드라마를 갖다놔도 20%대는 찍는다는 황금알을 낳는 시간대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인기는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아요. 주말 8시에 7번에서 하는 드라마라서 습관적으로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 자체가 재미있고 공감이 가니까 평소 KBS표 주말극에 관심이 없던 분들도 <넝쿨째...>에는 많은 관심을 가지시는 것 같아요. 


사실 <넝쿨째..>의 주요 소재인 고부 간의 갈등, 그리고 며느리들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 그렇게 새롭거나 낯선 소재는 아닙니다. 아니 이건 결혼한 여성이나 남자라면 한번 쯤은 겪는 다는 현실 그 자체이지요. 거기에다가 시누이들까지 셋. 거기에다가 철딱서니없고 된장끼까지 골고루 갖춘 막내 시누이라는 존재는 드라마를 넘어 꿈에서도 보기 싫은 악몽으로 다가옵니다. 


이 세상 대한민국 며느리들이 가장 몸서리치는 시댁의 적잖은 횡포(?)를 깨알같이 담은 장면 또한 <넝쿨째..>의 인기비결이긴 하지요. 그러나 <넝쿨째...>가 며느리들에게 더욱 특별한 드라마로 남은 것은, 단순 시댁 횡포 고발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죠. 조금 참는 척 하다가, 적절한 기회에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수준으로 '시월드'를 향해 통쾌한 일침을 안겨주면서, 동시에 올바른 고부 관계에 대해서도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보게하는 점이 수많은 이들이 <넝쿨째...>를 애청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시댁이 싫어, 겨우겨우 능력있는 고아를 만나 다리 쭉 벗고 잔다고 좋아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정말 한 순간에 시어머니는 물론, 시할머니, 시누이 등등이 포진된 엄청난 '시월드'와 맞닥뜨리게된 차윤희(김남주 분). 네 평소 윤희의 시크한 스타일을 못마땅하게 여긴 시어머니 청애님(윤여정 분)께서 손수 꽃무니가 주렁주렁 박힌 월남식 원피스를 반강제적으로 입게하시고, 집안 살림에 서툴기만 한 윤희를 옆에 붙잡고 나근나근한 목소리로 이것저것 가르쳐주시는 것 까지는 심호흡 한번 쭉 하고 참을 수 있어요. 하지만 윤희의 남다른 재치로 잘 넘어가긴 했지만, 집 대문 비밀번호 요구와, 지난 22일 방영분에 돈 문제 가지고 윤희만 몰아친 것은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수많은 며느리들의 분통을 터트리기 충분했어요. 


물론 알뜰살뜰하게 살림을 꾸려나가며, 대가족을 부양한 청애님 입장에서는 아들 내미의 경제적 상황이 걱정된 나머지 아들 부부가  잘 살았으면 하는 소박하고도 거룩한 뜻에서 비롯된 것이죠. 게다가 평소 며느리의 씀씀이가 못마땅하던 찰나에 의사 아들이 뼈빠지게 수술해서 힘겹게 벌어온 그 돈이 며느리 친정 오빠 사업자금으로 날렸다는 소식에 대한민국 어떤 시어머니가 펄쩍펄쩍 뛰지 않겠어요. 


하지만 곰곰히 따져보면 청애님 아드님 방귀남(유준상 분)만 뼈빠지게 돈 벌어오는 것은 아니잖아요. 윤희도 직장에 나가고 있고, 어느 정도 짭짤한 수입을 벌어오고 있구요. 거기에다가 다 아들 내외가 서로 상의해서 지출한 돈인데, 왜 아들에게는 말 한마디 없이, 이 때다 싶어서 며느리만 열심히 잡으려고 하는 시어머님들이 참 서운할 때가 많아요. 


그러나 어떻게든 윤희의 헤픈 버릇(?)을 고쳐보려고 하려는 청애님의 계획은 물거품으로 변하고 말았어요. 윤희와 이 세상 며느리들에게는 벤츠 탄 테리우스보다 훨 낫다는 방귀남이 앞으로 이런 이야기 할 때는 부부가 함께 있을 때 이야기해주십사하고 정중히 부탁을 드렸거든요. 


당연히 청애님 입장에서는 백번 만번 서운하실 만도 하시죠. 비록 30년 만에 되찾은 옥동자이긴 하지만 다 아들, 며느리 걱정되어서 힘들게 말 꺼냈는데 아들이라는 놈은 거룩한 어머니의 뜻을 이해하긴 커녕, 대놓고 자기 마누라 편만 들으니까요. 


허나 이러한 아들 모습에 충격받아 눈물을 흘려서 안타까움을 자극하는 윤여정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네티즌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귀남의 청애님을 향한 일침에 속 후련하다는 입장입니다. 드라마 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결혼한 사람들이라면 대체적으로 한번쯤은 겪어봤을 듯한 내 일 같기에, 씁쓸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내 남편이 귀남이 같았으면 하는 바람이 마구마구 드는 것 같아요. 


사실 시월드에서 고통받고 살고 있는 윤희를 위한 사도 귀남의 맹활약은 어제 방영분에서만 그치지 않았어요. 21일 방영분에서도 시시건건 윤희를 못잡아 안달난 여동생들을 불러모아 따끔하게 혼내고 서로 화해하는데 큰 일조를 했으니까요. 만약 귀남이 다른 가족들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마냥 아내 편만 든다면, 오히려 윤희와 시월드 간의 갈등을 더더욱 부추기겠죠. 그러나 귀남이 자신의 어머니에게 "우리가 돈 쓰는데 뭐라고 하지 마세요."라고 야박하게 내몰아친 것은 아니잖아요. 물론 대한민국 대다수 며느리들의 바람은 아예 시어머니께서 우리들끼리 알아서 살게 간섭 좀 안하셨으면하는 것이겠지만 여전히 애지중지 키운 아들을 향한 소유욕을 쉽게 놓지 못하는 어머님들에게는 다소 무리한 부탁일 수도 있겠죠. 


근데 극중 청애님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귀한 아들을 잃어버려 30년만에 힘들게 되찾았다고하나, 낳은 정만 있지 키운 정은 없기에 보통 며느리들 입장에서는 윤희에게 시어머니 노릇을 톡톡히 하려는 청애님이 도통 이해가 안될 때가 종종 있긴 해요. 특히나 귀남이 청애님의 아드님으로 확인받기 전에 빌려준 돈가지고, 윤희에게만 뭐라고 하는 것도 합리적인 아메리칸 사고방식에 길들여진 귀남에게는 도통 이해가 안되는 시츄에이션이기도 하구요. 


아마 시어머님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서운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며느리들 입장에서는 속시원한 귀남의 행동. 기혼 여성들의 판타지를 대변한 캐릭터이긴 하지만, 귀남처럼 아내가 시월드에서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현명하게 중심잡아주면서 힘이 되어주는 남편. 이 세상 모든 며느리들의 로망이 아닐까 싶네요.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하시면 손가락을 꾸욱 눌러주세요^^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드시면 구독+을 눌러주세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