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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안녕하세요 학교 폭력에 말문 닫은 아들 스튜디오 눈물바다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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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를 좋아하진 않습니다. 연예인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 봄직한 평범한(?) 사람들의 말못할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것은 좋은 취지인 것 같은데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너그럽게 이해하려고해도, 눈살을 찌푸리게하는 독특한 사람들, 그리고 예전에 물의를 빚었던 쇼핑몰 홍보 출연 등이 이 프로그램이 과연 진정성있게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인가 싶은 물음이 들더군요. 


하지만 얼마 전 뉴스 기사를 통해 이번주 <안녕하세요>에서 방영될 내용을 접하고 이번 방송만은 꼭 봐야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 모자 사연만 나오길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어떤 내용이 나올건지 이미 기사를 통해 뻔히 알고 있었지만 2년동안 말 안하고 산 모자가 어떻게 극적인 화해를 하는 과정. 그리고 그 부모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아들의 말못할 고통의 체감이 어느 정도였을까 참 궁금했거든요. 


어렵게 <안녕하세요> 문을 두드린 어머니는 아들 종구가 다른 식구와는 말을 주고 받는데 자신하고만 말을 섞지 않는 아들이 고민스러웠습니다. 예전에는 같이 등산도 다니던 친구같은 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들이 고3이 되어 수능을 본 이후, 갑작스레 어머니하고 대화가 단절되었다는 것입니다. 어머니가 해준 밥도 안먹고 어머니가 옆에 있어도 누나들하고만 대화를 나누는 아들. 심지어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얼마 전 신검을 받고 곧 군대에 간다는 중요한 일까지 딸을 통해 보고받아야하는 상황. 아들이 자신을 피하는 이유를 모르는 어머니는 나날이 속이 타들어갑니다. 





아들이 자신이 엄마 앞에서 입을 굳게 다문 이유를 누나들에게조차 말하지 않으니, 엄마와 두 누나는 나름 머리를 맞대고 그 이유를 곰곰이 따져봤지만, 그들이 아는 선에서는 아들이 엄마에게 말 안할 사유가 딱히 없어 보였습니다. 어머니가 직장에 나가서 아들이 고3인데도 소홀히하고 아이들에게 다정다감하게 대하는 살뜰한 성격은 아니지만, 두 딸보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더 좋아했다고 자평하는 어머니입니다. 


그렇게 남몰래 아들때문에 애가 타는 시간이 이어지는 동안, 어머니는 우연히 <안녕하세요>를 보다가 아들과 비슷하게 말을 안하는 아들 또래의 사연을 알게되었고, 혹시나 우리 아들도 <안녕하세요>를 통해서 마음을 털어놓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바람을 안고 아들의 사연을 신청합니다. 


예전에 가족은 물론 친구들에게조차 말을 잘 하지 않는다는 의뢰인의 친구가 갑자기 말문을 닫은 것은 어릴 때 집안이 크게 사기를 당한 상처 때문이었습니다. 그 친구도 그렇고 어제 사연을 신청한 어머니의 아들도 마음에 말못할 아픔이 있었기에 그걸 털어놓기 보다 아예 말문 자체를 굳게 닫은게 아닐까 싶기도 하였습니다.  옆에 있던 이영자, 신동엽도 정찬우도 과거 부모님에게 쌓였던 남모를 설움들을 열거하면서 아들이 유독 엄마에게 말문을 닫아버린 이유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아들이 먼저 입을 열기 전에는 쉽게 아들의 내면에 숨겨진 엄청난 아픔을 발견할 순 없었습니다.


어렵사리 누나들과 진행자들의 도움으로 마이크를 들게된 아들. 그러나 아들이 제 입으로 밝힌 이유는 단순히 자신을 잘 챙겨주지 못한 엄마에 대한 야속함이 아니었습니다. 그간 아들이 남몰래 끙끙 앓고 있었던 상처는 너무나도 깊이 패어있었습니다. 아들이 고1때 한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은 엄마도, 누나들도 미처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요. 





가족들에겐 학교 잘 다니는 성실한 아들이었지만 고1때 겪은 아들의 학교 폭력의 아픔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2년이 지난 뒤 다소 억압적인 말투를 가진 엄마에게서 고1때 자신을 괴롭힌 친구의 얼굴이 보였다는 아들이었으니까요. 비록 아들은 자신이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한 것을 고백을 하면 보복이 두려워 애써 꿋꿋이 학교를 다니는 척 했지만, 한편으로는 가족들이 먼저 자신의 힘든 상황을 알아주고 알아서 자신을 감싸주길 간절히 원했던 것 같아요. 이제야 드러낸 아픔을 토로하는 종구의 사연을 듣고, 조심스럽게 과거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힘들었던 학창시절을 털어놓은 김경호를 지켜준 형처럼 말이죠. 





하지만 불행히도 가족들은 이 끔찍한 아들의 고통에 먼저 손을 잡아주지 못했고, 아들은 오랜 기간 아들 혼자 끙끙 앓고 있다가, 끝내 엄마와 아무 말도 나누고 싶지 않은 상황까지 도달한 것 이구요. 


하지만 어린 시절 괴롭힘으로 수년간 마음의 상처를 앓고 있는 아들의 사연은 비단 어제 방송에 출연한 아들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 학교 폭력은 더 이상 학교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 문제입니다. 더 이상 학교 폭력을 아이들 간의 문제로 치부하는 단계를 넘어 강력한 제재 방안이 시급히 도입되어야합니다.


그러나 주눅들어있는 피해자와 오히려 당당한 가해 학생이 뒤바뀌는 현실, 학교에서도 학교 폭력에 대처하기보다 쉬쉬하기만 하는 상황,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 보복이 두려워 부모에게 조차 자신들의 고통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그 아픔을 곧이 받아들이다가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연만 늘어날 뿐입니다. 





그래서 수년 전의 괴롭힘으로 지금까지 혼자 아파하고 그 상처로 엄마하고조차 대화가 단절한 아들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눈물을 뚝뚝 흘려야했습니다. 이건 종구와 엄마 개인만의 고민이 아니니까요.  다행히 어제 방송에 출연한 엄마는 자기도 몰랐던 아들의 지난 아픔을 알아채리지 못했던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군입대를 앞둔 아들과 극적인 화해를 하였지만 또다른 어디에선가 어릴 적 입은 피해로 지금까지도 웅크리고 살 여린 친구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지더군요. 





자식을 향한 부모의 따뜻한 관심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학교 폭력이 아닙니다. 어느 쪽에서는 가정의 붕괴가 학교 폭력의 주된 요인이라고 가정 탓이라고 돌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건 성적 지상주의, 억압적 교육체제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문제를 치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차적으로 부모가 자식에 대해서 잘 알고, 자식도 부모에게 자신이 겪고 있는 아픔을 속 시원히 털어놓고, 부모가 바로 현명하게 대처했다면 군 입대를 앞둔 지금까지 부모와 대화가 단절되어 영문을 모르는 엄마는 엄마대로 아들은 아들 혼자서 괴로워하는 안타까운 일은 조금 줄어들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그러나 한 학생이 학교 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하였음에도 불구, 되레 가해 학생이 병원에 입원하여 황당한 동정론을 불러일으키려고하고,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던 학생이 이혼한 부모님이 자기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는 사이 학교 가기 싫다고 교실에 불을 지르는 안타까운 현실이 지속되는 지금. 이제라도 어제 방송에 출연한 종구 학생처럼 피해를 입은 후에도 마음의 문까지 닫는 아픔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말로만 임시방편으로 그칠게 아니라 학교 폭력의 심각성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듯 합니다. 무엇보다도 학교 폭력을 해결할 가장 강력한 한방은 우리 어른들이 어디에선가 남몰래 아파하고 있을 아이들을 향한 따뜻하고 지속적인 관심이 아닐까 싶어요. 더 이상 학교 폭력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상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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