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신. MBC 예능은 무한도전으로 시작해서 무한도전으로 끝난다?

리얼버라이어티 역사에서 MBC <무한도전>을 빼놓고 언급한다는 것은 에디슨 없는 전화를 논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벨이 전화의 원리를 발명했다면, 에디슨은 전화기를 상용화시킨 최초의 인물이니까요. <무한도전> 이전에도 리얼 버라이어티와 비슷한 색채를 띄는 예능은 꽤 있었으나, <무한도전> 등장 이후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리얼 버라이어티 붐이 일어났고 방송계의 주류가 되었으니까요. 

에디슨이 상용화시킨 전화가 200년 가량의 시대 동안 여러가지 모습으로 변화를 거듭한 것처럼, 리얼 버라이어티 역시 끊임없는 변화를 이루어냈습니다. 개중에는 시청률적으로 리얼 버라이어티 원조 격인 <무한도전>을 뛰어넘은 프로그램도 있었고, 아예 자기들만의 영역을 구축한 예능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한도전>을 단순히 리얼 예능 창시자로만 단정짓기 어려운 것은, <무한도전> 또한 리얼 예능 창시자의 왕자에만 안주하기보다 내부 안팎으로 쇄신을 해왔고, 그 결과물로 매번 바뀌는 새로운 트렌드를 앞장서서 제시해왔다는 것이죠. 

<무한도전>이 올해 장기 파업에 들어가기 전에 새롭게 내놓은 비전은 연예인들 간의 승부 대결입니다. 가족오락관, 청백전 등 과거에서부터 연예인팀별로 이뤄졌던 스타 대격돌은 딱히 새로운 장면이 아닙니다. 그런데 <무한도전>은 여기에 한술 더떠 방청객을 각 라운드별로 팀을 나뉘게 한 뒤, 이긴 팀은 다음 라운드 경기 결과를 맞출 수 있는 또다른 기회를 부여하고, 반면 진 팀은 탈락시키는 룰을 추가합니다. 그리고 최종 우승자를 맞춘 방청객에는 푸짐한 상품을 안겨주고요. 

당시 대결 결과에 따라 방청객에게 경품을 수여하는 이벤트 때문에 <무한도전> 시청자는 물론, 방송 녹화 진행 과정에서도 꽤 말이 많았던 <무한도전-하하VS홍철> 편이였습니다. 그럼에도 MBC 고위 관계자 측에서는 이 '하하VS 홍철' 편의 아이템이 꽤 마음에 들었나봅니다. 그래서 파업이 끝나면, <무한도전-하하VS홍철>과 비슷한 컨셉의 프로그램이 나올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고 결국 19일 MBC는 <일밤>을 통해 '승부의 신'이라는 프로그램을 전격 방영하기에 이릅니다. 

도대체 MBC 고위 관계자들은 '하하VS홍철'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서 굳이 <일밤> 한 코너 정규 코너 편성까지 강행했는지 의문입니다. 물론 '하하VS홍철'은 예측할 수 없는 승부에 대한 박진감과 긴장감이 마치 올림픽 경기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합니다. 하지만 '하하VS홍철' .그리고 <일밤-승부의 신>이 썩 반갑지 않은 것은 연예인들이 자존심을 걸고 대결에 임하는 과정에 집중하기보다 최종 경품인 자동차에 자연스레 눈이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마치 제사에는 관심없고 제삿밥만 쳐다보는 꼴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이는 메인인 게임만 재미있다면 그리 문제가 될 구조가 아닙니다. 만약 본 게임 과정이 재미있다면 방청객, 시청자들은 쉽게 내 품안으로 들어오기 힘든 자동차가 없더라도 게임 그 자체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자신이 마음에 드는 팀을 열심히 응원할 것입니다. 전세계에 현존하는 모든 스포츠 경기가 다 경품, 부상 때문에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니잖아요. 

허나 불행히도 <무한도전-하하VS홍철>에서 파생된 <일밤-승부의 신>은 프로그램의 재미와 퀄리티를 논하기 이전에 정규 방송으로 편성된 코너임에도 불구, <무한도전>내에서는 불과 일회용 아이템 중 하나였을 뿐인 '연예인 간의 대결구도와 그에 따른 경품 수여'를 넘지 못했습니다.  

<무한도전> 스핀오프 프로그램이면서 <무한도전>을 적극 활용했다는 홍보에도 불구, 여전히 3%를 넘지 못하는 시청률은 과거와는 다르게 도저히 참신함을 찾아볼 수 없는 MBC 예능의 현 주소를 무참히 일깨워 줍니다. 파업 전까지 김태호PD와 함께 <무한도전>을 연출했던 김민종PD가 <승부의 신>을 연출했다고 하나, 엄연한 새 프로그램임에도 <무한도전-하하VS홍철>과 큰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했던 첫 회. 불과 <무한도전>에서는 단발성 이벤트성 기획으로 끝났을 뿐인데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탄생될 수 있다는 놀라움. 역시 MBC 예능은 <무한도전>으로 시작해서 <무한도전>으로 끝나는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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