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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577 프로젝트. 오디션보다 효과적인 신인배우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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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은 농담반 진담반이었다. 2011 백상예술대상에 전년도 수상자로서 시상을 하기 위해 무대 위에 나선 배우 하정우는 얼떨결에 2연속 영화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면 국토대장정을 한다고 공약한다. 그런데 바로 봉투를 여는 순간. 아차차 하정우 이름이 적혀있었다.

 

2연속 수상의 기쁨을 맛보기 이전에 남아일언중천금이라고 대국민 공약으로 선언한 국토대장정을 실현으로 옮겨야하는 하정우. 하지만 뼛속부터 영화인이었던 그는 이왕 하는 김에 판을 더 크게 벌이자고 욕심을 낸다.




 

함께 영화 <러브픽션>을 촬영한 인연이 있는 공블리 공효진을 대장정 멤버로 끌어들이는데 성공을 거둠은 물론, 그의 친동생, 함께 영화에 출연한 후배 등을 총동원하여 하정우와 함께 생고생할 멤버 16명을 엄선하여 선발한다.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 배우 하정우와 공효진의 국토 대장정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577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들 중 하정우와 공효진은 두말 나위 없는 톱스타다. 자기가 먼저 국토대장정을 가겠다고 온 국민 앞에 약속한 하정우는 그렇다 치고, 공효진은 굳이 사서 하는 고생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배우였다.

 

 

이번 <577 프로젝트>를 통해 패셔니스타 여배우가 아닌 진솔한 공효진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라고 치자. 허나 다른 여배우들에 비해서 수많은 드라마, 영화를 통해서 충분히 망가져왔다고 하나 아예 쌩얼로 카메라에 모습을 비추고 매일 같이 20~30km를 걸어야하는 강행군을 펼쳐야하는 험난한 일정은 톱여배우 로서는 부담 백배다. 이미지가 생명인 톱여배우 임에도 불구. 기꺼이 이 고생길이 훤한 프로젝트를 완수한 공효진이 다시보이기까지 한다.

 

 

리얼리티 장르 특성상 출연진 하나하나의 지독하게 솔직한 맨얼굴을 보여줘서 보는 이로서는 부담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는 게 급선무인 신인 배우에게 그나마 자신의 본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577 프로젝트>는 배우 인생에 있어서 최대의 기회다.

 

 

그 중에는 <범죄와의 전쟁>으로 단박에 스타덤에 오른 김성균도 있었지만, <577프로젝트> 참여 당시에는 갓 영화계에 데뷔한 중고 신인배우였다. 그나마 얼굴이 알려진 인물은 하정우의 대학(중앙대 연극학과) 후배로서 아침드라마 장동건으로 불린 이지훈이 유일했다. 대다수는 꾸준히 드라마, 영화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총알같이 지나가는 단역에 불과했고, 그나마 불러주는 일자리도 없어서 매일같이 pc방을 기웃거리며 자신을 무직이라고 소개하는 한상천 같은 배우 지망생도 있었다.

 

 

과연 계속 연기를 해야 하는가 회의감에 빠져있었던 배우들을 구제한 것은 선배 하정우였다. 영화 개런티로 고작 ‘20만원을 받았던 이름 없는 신인 배우에게 하정우가 마련해준 <577 프로젝트>는 그들의 이름 석 자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하정우와 함께 떠나는 <577 프로젝트>는 쉬운 여행길이 아니다. 낙오를 각오할 정도의 아찔한 순간도 있었고, 사소한 장난이 큰 사고로 번질 우려도 있었다. 그럼에도 <577프로젝트> 배우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577 프로젝트>는 인생을 더 잘살기 위한 각오를 다지기 위한 도전이 아니라 이것마저 포기하면 영영 낙오될 것 같은 절박함이 묻어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577 프로젝트>에 임한 배우들이지만, 힘들게 찍은 <577 프로젝트>가 성공할 지도 미지수고, 이 영화 출연을 계기로 남들보다 돋보여 스타덤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럼에도 무릎이 아프고, 발에 통증이 와도 저 멀리 보이는 해남 땅끝 마을을 향해 묵묵히 걷는 그들에게서 기약 없는 좋은 일자리를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88만원 세대의 비애가 느껴지기 까지 한다.

 

 

다행히 <577 프로젝트>의 미덕은 가뜩이나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는 배우들을 더욱 불쌍하게만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16명의 배우들은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 어디서든지 가지고 있던 기량을 마음껏 뽐낼 재목임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힘든 여정 속에서 진행된 리얼 다큐임에도 불구 웃음과 눈물이 함께 어울려진 비교적 잘 짜인 이야기는 청춘 배우들 특유의 발랄한 재치까지 묻어나와 유쾌한 감동을 선사하기까지 한다.




 

 

단순히 하정우와 공효진의 좌충우돌 국토 대장정 탐험기 인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렇게 기특하고 영리한 흙 속의 진주알리기 프로젝트가 또 어디 있을까. 여럿이 함께해 더욱 의미 있었던 하정우의 멋진 발상이 돋보이던 <577 프로젝트>. 이 영화가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어 또 다른 <577 프로젝트>가 봇물을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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