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전망대

넝쿨째 굴러온 당신 천재용과 방이숙의 안타까운 이별 밀당

반응형




이제 종영을 1주일 남겨 놓은 인기 주말 드라마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쿨당>)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커플은 단연 천재용(이희준)-방이숙(조윤희)이다. 


일단 천재용과 방이숙 커플은 대한민국 여성들의 로망이자, 여성 대상 드라마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소재 '신데렐라 판타지'의 전형적인 패턴을 취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여러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부잣집에서 누나 세 명의 보호 하에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란 천재용과 달리 방이숙은 외면을 중시하는 대한민국에서는 그저 평범한 여성일 뿐이다. 


게다가 방이숙은 버섯돌이형 짧은 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의 굉장히 털털한 스타일을 구사한다. 그나마 방이숙을 연기하는 배우 조윤희가 전형적인 청순가련미를 가진 여성이기에 그마저도 예뻐 보이는거지, 극 중 방이숙은 여성적인 매력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선머슴 중의 선머슴이다. 





게다가 성격이라도 붙임성있고 쾌활하면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방이숙의 성격은 지극히 내성적이고 무뚝뚝하기 까지하다. 심지어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을 하긴 커녕, 오히려 차갑게 대한다. 


알고 보면 방이숙은 들여다 보면 볼 수록 진국인 사람이다. 하지만 여자의 외모와 첫 만남 당시 인상을 굉장히 중시하는 이 나라 남자들에게 방이숙같은 스타일은  가까이 하기 힘든 존재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숙 못지않게 무뚝뚝하고 연애에 관한 젬병에 가까운 천재용은 이런 방이숙에게 엄청 끌린 상태다. 현재 그는 방이숙과 결혼하고 싶어 안달복달이 난 상태다. 예전의 이숙 동생 방말숙과 같은 유형의 여자들은 천재용같은 능력남을 만날려고 거액의 돈까지 투자 하는 판국에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천재용같은 재벌 후계자가 좋다고 돌진하는 이숙은 그야말로 복이 넝쿨째 들어온 격이다. 


하지만 이숙은 오히려 천재용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녀도 천재용을 무지무지 좋아한다. 그러나 그녀는 천재용을 둘러싼 화려한 배경이 부담스럽다. 천재용이 단지 자신이 일하는 레스토랑 점장으로만 알고 있었을 때 그가 더 편하게 다가왔던 이숙이다. 이숙 못지 않게 사랑에 서툴기 짝이 없었던 재용이 굉장한 집안의 아들임을 알게된 순간 이숙은 재용을 향한 마음의 문을 스스로 닫아 버린다. 


재용같은 능력남을 발견하면 눈에 쌍라이트 끼고 돌진하는 여자들과 달리 이숙은 자신의 분수를 너무 알아도 심하게 아는 유형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재벌2세가 제발로 좋다고 뛰어드는게 그마저도 냉정하게 거절하는 이숙이 한없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그런데 이숙의 살아온 과정을 조금이라도 들추어 보면, 그녀가 왜 재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온 가족들의 축하를 받아야하는 탄생의 순간마저, 이숙은 당일 실종된 오빠 때문에 찬밥 신세가 되어버리고 만다. 귀남을 잃어버린게 이숙과 엄마 엄청애(윤여정) 잘못이 결코 아니건만, 평생을 오빠 잃어버리게한 죄인인양 가족들의 눈칫밥을 먹고 살아야했던 이숙이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출생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았던 이숙은 자신의 아픔을 겉으로 표출하기 보다 속으로 삭혀왔다. 그래서 자라면서 크게 사고친 적 없이 평탄하게 지내온 듯 하나, 가족들에게조차 살갑지 못하고 사람을 대할 때 먼저 다가가기보다, 지레 겁먹고 중단에 포기하는 그녀의 성향은 그녀가 자라면서 얼마나 심적 고통을 겪었는지 짐작케 한다. 





짝사랑에 실패하고 변변한 연애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이숙에게 저돌적으로 다가오는 재용은 약간 부담스럽긴 하지만, 한번도 따스한 눈길 받아보지 못하고 자란 이숙에게는 나도 누군가에게 사랑받으며 살 수 있다는 소중한 진리를 일깨워준 고마운 은인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준 적은 있어도, 정작 그 마음을 받아본 경우는 드문 이숙은 자신에게 다가온 그 소소한 행복이 언제 깨질지 몰라 두렵기만 하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자신의 집안과 거리가 먼 쟁쟁한 집안의 자제다. 의외로 재용의 아버지는 기 센 누나들과는 달리 아이를 많이 낳고 싶어하는 이숙의 계획를 흡족하게 여긴 나머지 흔쾌히 아들의 결혼을 허락했다 하더라도 보통 이런 집안에서 이숙같은 여자를 며느리로 받아들이는 것을 받아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 어디까지나 드라마 속에 가능한 판타지일뿐이다. 


지난 2일 방영분에서 천재용은 이숙이 자신의 프러포즈를 거절하자, 레스토랑 직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공개 구혼을 강행한다. 직원들은 재용의 용기에 열띤 환호를 보내고 재용-이숙 커플의 앞날의 축복을 빌었지만 정작 프러포즈 당사자 이숙은 당황한 나머지 곧바로 레스토랑 밖을 나가버린다. 





이숙이 왜 자신을 거부하는지 이유를 알고 있는 재용은 내가 어떻게든 가족들을 설득할테니 나만 믿고 결혼해 달라고 애원했지만 방이숙은 자신의 결혼 때문에 엄청난 부잣집과 결혼한다는 그것만으로도 혼수 등 여러 스트레스를 받게될 가족들의 상처를 거론하며 그의 청혼을 끝내 거절하고 만다. 그리고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입으로 "열등감 많은 사람"이라고 고백하고 레스토랑까지 그만둬 버린다. 


물론 <넝쿨당> 같은 가족 드라마 특성상 우여곡절 끝에 재용과 이숙은 결혼에 골인할 것이고, 만인의 축복을 받으면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도 재용을 좋아하고, 재용이 자신을 얼마만큼 아끼고 사랑하는지 알면서도 자신을 주눅들게 하는 컴플렉스 때문에 그의 구애를 흔쾌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숙의 이별 선언은 그 상처가 얼마나 큰 줄 알기에 안타까움만 남길 뿐이다. 


태어나자마자 잃어버린 오빠의 존재 때문에 눈칫밥 제대로 먹고 자란터라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사람인줄 모르고 자신에게 뒤늦게 찾아온 행복마저 두려워하고 밀어내기 바쁜 이숙. 신데렐라 판타지를 떠나, 자존감없이 자란 이숙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던 이는 재용이뿐이기에 진심으로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게 된다. 예정된 결말이지만, 하루빨리 재용, 이숙의 밀당이 끝나고 서로 마음을 재확인하여 결혼에 골인하는 장면이 방영되길 바랄 뿐이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하시면 손가락을 꾸욱 눌러주세요^^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드시면 구독+을 눌러주세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