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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본 레거시. 제레미 레너만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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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구 소련이 세계 패권을 놓고 힘겨루기가 이뤄지던 첩보 영화에선, 미국 혹은 영국 쪽 정보 요원으로 설정된 주인공이 상대해야하는 악역을 설정하기가 쉬었다. 세계 평화를 위해 이바지하는 서방의 걸림돌 소련을 내세우면 되었으니까. 


하지만 냉전 시대가 끝나고, 경제 규모로 패권이 좌지우지 되는 세상이 열리면서 각 국의 정보국도 그에 발맞춰 변화를 시도한다. 따라서 첩보 영화도 내용이나, 인물 구도에 있어서 이전 첩보 영화들과는 다른 설정으로 변모한다. 과거 007시리즈 같은 첩보물에서 주인공은 국가의 지원을 등에 엎고 소련 측 정보요원들과 통쾌하게 싸우면 그만이었는데, 요즘 정보 요원들은 자신들을 위기에 몰아넣은 조직과 힘겨운 싸움을 벌어야한다. 


2002년 세상에 태어난 맷 데이먼 주연의 <본 아이덴티티>는 21c 달라진 첩보 영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그런 영화였다. 극중 전직 CIA 소속 특수 요원 제이슨 본(맷 데이먼)은 기억상실증에 걸리는데 수상한 군인, 요원들이 연달아 그의 목숨을 노린다. 그 후 <본 슈프리머시>, <본 얼리메이텀>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깨달은 제이슨 본은 자신을 버린 상부조직을 세상에 낱낱이 밝혀버리는데 성공을 거둔다. 


그 뒤 2012년 개봉한 <본 레거시>는 제이슨 본에 의해 CIA의 트레드스톤의 정체가 공개될 위기 이후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런데 <본 레거시>는 본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영웅 '맷 데이먼'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제 맷 데이먼의 바톤을 이어 새로운 본 시리즈를 이끌어나가야하는 이는 애론 크로스(제레미 레너)다. 


그런데 '본' 하면 여전히 맷 데이먼, 제이슨 본을 떠올리는 영화팬들이 많기에, <본 레거시>는 이전 본시리즈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전개하기보다, 계속 전작의 이야기와 제이슨 본을 끌어 들인다.





CIA 소속의 트렌드스톤은 이미 제이슨본에 의해 곤욕을 치루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미 국방부에도 트레드스톤과 비슷한 인간 병기 육성 프로그램 아웃컴이 있었다. 이 아웃컴조차 세상에 드러날 것을 우려한 바우어(에드워드 노튼)은 프로그램과 관련된 요원들을 모조리 제거하기로 결정한다. 


그럼에도 알래스카 특수공작단 훈련소에서 훈련 중인 특수 요원 애론 크로스(제레미 레너)는 그 무시무시한 숙청에서 용케 살아남는다. 하지만 그의 두뇌와 인지능력을 지탱해줄 파란 약이 필요했던 애론은 프로그램 연구에 참여했던 과학자 마르타 셰어링(레이첼 와이즈)의 집을 찾아가게 되고, 아웃컴 관계자들에게 살해 위기에 놓인 그녀를 구출한다. 그리고 애론과 마르타는 자신들을 위협하는 이들에 맞서기 위해 함께 손을 잡는다. 


맷 데이먼 없는 본 시리즈의 성공을 위해서 지난 시리즈 각본을 맡았던 토니 길로이를 감독으로 승격시키고, 이전의 본시리즈와 비슷한 내용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자 한다.  새로운 본 시리즈라기보다 스핀 오프, 외전이라는 단어가 가깝다. 뿐만 아니라 영화 오프닝에서는 아예 본의 마지막 시리즈인 <본 얼리메이텀>의 마지막 씬을 오마주 시키며 제이슨 본에 이을 새 영웅 애론 크로스를 소개한다. 


그러나 워낙 맷 데이먼의 잔재가 컸던 영화였던지라, 아직까지 새로운 '본' 애론 크로스를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보다. <미션 임파셔블:고스트 프로토콜>, <어벤져스>를 통해 불혹의 나이에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차세대 액션스타로 입지를 굳힌 제레미 레너는 맷 데이먼 못지 않게 분위기 있는 비밀 요원의 매력을 뽐낸다. 하지만 애론 크로스의 차별화된 매력을 보여주기보다 '제이슨 본' 따라하기 급급해 보이는 '애론 크로스'는 이제는 본 시리즈에 정면으로 나서지 않을 제이슨 본만 그립게 할 뿐이다. 


아직 애론 크로스의 새로운 본 시리즈의 시작만 알렸기 때문에, 향후 본 시리즈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본 레거시>처럼 계속 제이슨 본을 들먹거릴 수도 있고, 애론 크로스가 어떤 인물인지 소개했으니, 아예 새로운 이야기로 새로운 '본'의 신화를 수립할 수도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제작진의 역량에 따라 달린 일이다. 


예상대로 제이슨 본 없는 <본 레거시>는 전작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마니아층으로부터 완성도나 액션 연출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고 호된 비판을 받고 출발하였다. 그러나 맷 데이먼의 부재로 관심끌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요즘 뜨는 제레미 레너 후광 덕분인지 간만에 한국 영화들을 물리치고 일일 관객동원수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한다. 그리고 막상 뚜겅을 열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단 나쁘지 않았던 <본 레거시>는 앞으로 새로운 '본'의 행보를 궁금케 한다. 전작을 떠올리면서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보면 나름 만족하면서 볼 액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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