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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아이언스카이 SF로 포장한 정치블랙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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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SF <디스트릭트9>, <스카이라인>을 뒤엎을 SF 블록버스터. "

"SF의 새로운 영상 혁명."


영화 <아이언스카이> 안내 팻말 홍보 문구 속 하나다. 그런데 홍보 문구만 믿고 심각한 우주 전쟁을 생각하고 <아이언 스카이> 상영관을 찾았다면 큰 오산이다. <아이언 스카이>는 SF 장르 설정으로 표면을 감쌌지만, SF 블록버스터라기보단 미국과 세계 정치를 제대로 정조준한 B급 블랙 코미디다. 


2018년. 재선에 목숨 건 미국의 최초 여자 대통령(스테파니 폴 분)은 당선에 도움 되는 획기적인 이벤트를 위해 흑인 모델 제임스 워싱턴(크리스토퍼 커비 분)을 태운 탐사선을 달에 착륙시킨다. 미국이 인간을 달에 착륙시킨 것은 1969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 홍보단 측이 1969년 이후 흐지부지 되었던 달착률을 강행한 것은 순전히 '선거 승리'를 위함이다. 물론 달에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 자원 '헬륨3' 미국만의 단독 확보가 가장 절실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토끼가 방아 찧고 평화롭게 살 줄 알았던 달나라에는 이미 1945년 제2차 세계 대전 패배 이후 지구를 떠나 달에 정착. 호시탐탐 재기를 노리던 나치 세력에 의해 장악된 지 오래다. 


히틀러를 숭배하고 아리아인이 최고인 줄 알았던 나치 인들은 흑인인 제임스가 미국에서 보낸 첩자인 줄 알고 경악한다. 그래서 그는 제임스를 자신과 똑같은 백인으로 만들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기술은 정확히 1945년. 그들이 지구를 떠나던 그 시점에 딱 멈춰있다. 달 나라 나치는 제임스가 가진 휴대전화 하나가 자신들이 가진 모든 기술을 압도한다는 사실에 심각한 문화적 충격을 느낀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에게 넘사벽인 지구 정복을 단념하지 않는다. 그 전화기가 미완성에 그치던 전함을 움직여 지구를 정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야심 많은 클라우스 아들러(고츠 오토 분)은 포로인 제임스를 앞세워 휴대전화를 많이 가지고 오겠다는 명분 하에 지구로 향한다. 


여타 SF 영화들과는 달리, 지구를 침공하러 오는 이들을 외계인이 아닌 인간으로 설정해놓은 <아이언 스카이>는 흡사, 제2차 세계 대전의 재림을 연상시킨다. 나치와 연합군의 대결. 1940년대 그 때처럼 나치의 침공으로 위기에 처한 지구를 지키기 위해 미국을 포함 여러 나라가 뭉치지만,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미국은 세계 평화 유지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거기에다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려고 하는 세계 정치는 지구의 우울한 앞날을 더욱 점입가경으로 몰아간다. 





1945년 기술력으로 다시 세계 재패를 노리는 나치의 무력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하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엄청난 신무기를 개발해낸 미국 군사력에 비하면 나치가 가지고 있는 무기는 아이들 장난감 수준에 가깝다. 


다소 평화로워 보였던 지구를 맨 처음 혼란에 빠트린 것은 우주 나치의 공격이다. 하지만 우주인으로 위장한 나치의 침입보다 지구의 위기를 초래하는 것은 미국의 패권주의고 오직 자국의 자원 확보와 경제적 이익에만 관심 있는 지구인들 스스로의 욕망이다. 


SF 장르라고 생각하고 극장을 찾았다면,  매 장면 내내 비속어가 오가는 <아이언 스카이>는 보는 이들에게 모호함과 괴리감까지 느끼게 한다. 애초 <아이언 스카이>는 겉표면만 SF로 포장했을 뿐, 실상은 미국의 패권주의와 현실 정치에 대한 패러디와 풍자로 가득 차 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전쟁까지 불사하지 않겠다는 미국 대통령의 의지는 미국 정치에만 국한하지 않고 승리를 위한 이벤트에만 관심 있는 동 시대의 정치인들을 여과 없이 조롱한다. 


특히나 철저히 나치즘에 입각하여 훈련받은 레나타(줄리아 디에체 분)의 아이디어로 미 여성 대통령 선거 홍보에 탄력이 붙어 가는 아이러니한 장면은 나치를 증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히틀러의 대중 선동 이론이 21세기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사회에서도 통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비꼰다. 





완성도를 생각하면 그리 잘 만든 영화라곤 볼 수 없다. 그러나 영화 속 풍자와 패러디 코드를 대략 이해한다면, 이만큼 기가막히게 웃기는 영화도 없다.  대선을 얼마 앞둔 시기 어디까지나 상상 속의 이야기이지만, 현대 정치를 재치있게 뒤틀어놓으면서 제대로 씁쓸한 웃음을 투척하는 B급 블랙 코미디를 즐기고 싶다면 한 번 쯤 볼 만한 영화다. 


한줄 평: SF 영화가 아니라 블랙코미디로 홍보했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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