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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유희열의 스케치북. 영원한 청춘 고 유재하를 진심으로 추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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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1월 1일. 한 청년이 불연듯이 우리 곁을 떠났다. 그가 세상에 내놓은 유일한 1집은 정확히 그가 이 세상을 살아간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러 사람들에게 불려지는 명곡이 되었고, 못다한 청년의 꿈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가요제는 조규찬, 유희열, 김연우, 루시드폴, 스윗소로우,김거지 등 수많은 실력파 뮤지션들을 배출하였다. 


11월 3일을 갓 넘긴 새벽. 고 유재하의 기일보다 이틀 늦게 방영한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공중파 사상 처음으로 한 가수의 전곡을 부르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름하여 Thanks to 유재하. 







 

1집만 발표한 가수였기 때문에, 유재하가 세상에 내놓은 노래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유재하 1집에 수록된 곡은 한 곡도 빠짐없이 큰 사랑을 받았으며, 특히 그의 타이틀곡이기도한, '사랑하기 때문에'는 한 번이라도 그 노래를 들어보지 않은 이가 드물 정도로 수많은 이들의 애창송이기도 하다. 



<유희열 스케치북>의 진행자 유희열 또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4회에서 대상을 받고 가요계에 데뷔했기 때문에, 유재하와 인연이 남다르다. 실제로 유재하를 만나본 적이 없고, 유재하가 세상을 뜬 뒤에야 그의 노래를 접한 이들이 대다수였지만 유재하가 남긴 음악들은 그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고, 유재하의 뒤를 이은 훌륭한 뮤지션이 되겠다는 꿈을 키워주었다. 





유희열과 마찬가지로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입상한 스윗소로우와 김거지에서부터 1997년 유재하 추모 음반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에 참여한 적이 있는 이적. 유재하가 죽기 얼마 전까지 함께 있었다는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그리고 1993년에 태어났다는 정은지까지. 각양각색의 뮤지션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한 공통 분모는 '유재하'. 1987년에 발표된 '사랑하기 때문에'는 이제 갓 스물 살을 넘긴 소녀에게도 첫 사랑의 아련한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사연있는 노래였다. 





이적에 의해 재해석된 '그대 내 품에'를 필두로, 정엽, 버벌진트, 유희열과 정은지 듀엣, 스윗소로우, 조규찬과 김거지의 듀엣 공연, 김건모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으로 정점을 향해가던 공연은 출연진 중 유일하게 유재하와 인연이 있는 봄여름가을겨울이 꾸민 '가리워진 길'로 클라이맥스를 찍는다. 

 

 


 

과거 고 김현식, 고 유재하, 장기호 서울예대 교수와 함께 봄여름가을겨울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 김종진과 전태관. 그리고 그들이 오래 전 하늘나라로 떠나간 옛 친구를 위해 부른 '가리워진 길'은 김현식이 부르기도 한 그 노래이다. 


봄여름가을겨울로 활동할 당시, 자신이 김현식을 위해 지어준 10곡을 김현식이 모두 불러주지 않자, 속상한 마음에 팀을 탈퇴한 유재하는 그동안 작곡했던 노래를 모아 자신의 목소리로 앨범을 낸다. 그 뒤 유재하가 창창한 나이에 유명을 달리하고, 정확히 3년 뒤 유재하가 떠난 그 날 홀연이 사라진 김현식의 운명은 얄궃기까지 하다. 그래서 11월 1일은 김현식과 유재하의 노래를 추억하는 이들에게 잔인하고도 슬픈 날이다. 

 


오랜 친구를 위한 공연에, 26년 전 유재하와 함께 공연했던 기타를 들고 나온 김종진의 눈가는 '가리워진 길' 오프닝에서부터 촉촉이 젖혀있었다. 지금도 컴퓨터를 켜면, 페이스북에서 유재하의 이름을 검색한다는 김종진에게 방금 전 까지 함께 있던 친구의 사고 소식은 여전히 잊혀지지 않은 아픔이다. 





유재하는 생전에는 대중들에게 그리 큰 사랑을 받지 못했다. 대학시절부터 조용필의 '위대한 탄생'에서 키보드 및 작곡을 맡으며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잔잔한 그의 창법은 당시 PD들로부터 '가창력 불안'이라는 지적을 들어야했다. 첫 앨범이 나오고, 당시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KBS <젊은의 행진>에서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을 라이브로 부른 장면이, 지금까지 유일하게 남아있는 유재하 TV 출연 화면이다. 


때문에 유재하가 살아있을 당시, 그가 얼마나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했는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전태관은 그가 죽은 이후 그제서야 유재하가 노래가 사랑받는 것을 보고 가슴아파한다. 유재하가 수많은 이들이 자신이 노래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좋을까. 비단, 유재하와 인연을 맺었던 이뿐만 아니라, 지금도 유재하를 잊지 못하는 모든 이들의 공통된 바람이다. 


마지막, 유희열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봄여름가을겨울을 비롯, 전 출연진들이 모두 모여 유재하의 노래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곡 '사랑하기 때문에'를 부르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글썽인다. 





비록 유재하는 갔지만, 그가 남긴 명곡들은 이 세상에 남아 메마른 건조한 감성에 진실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우리들의 빈곤한 마음에 순수한 감성을 일깨워주었다. 정통 클래식을 공부한 음악학도답게, 세련된 선율에 서정적인 가사가 어울려진 유재하의 음악들은 한 편의 명시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아직도 많은 이들은 유재하와 그가 남긴 노래들을 기억하고 있고, 앞으로도 유재하의 노래는 여러 후손들에게 불리워지며 오래오래 사랑받을 것이다. 





이적과 정엽에게 있어서 유재하는 설렘과 신선함이고, 김건모에게 있어서 유재하는 스타일리스트다. 25년 동안 계속 반복해서 들어도 지겹기는 커녕, 들으면 들을 수록 새로운 감성을 일깨워주는 그 이름. 25년이 지나도 여전히 소년같은 순수함을 잃지 않았던 유재하는 영원히 우리 곁에 살아있는 젊음이자,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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