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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클라우드 아틀라스. 미국 흥행 실패도 가릴 수 없는 의미있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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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워쇼스키 남매와 <향수> 톰 티크베어 감독이 의기투합하였다는 소식만으로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클라우드 아트라스>. 하지만 워쇼스키 남매 타이틀과 초호화 배우 등장에도 불구, 한국보다 몇 달 앞서 개봉한 미국에서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제대로 실패한 영화다. 단순 흥행실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2012년 최악의 영화”(타임) 등 이 영화를 둘러싼 여러 미국 비평가들의 뼈아픈 비평은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향한 기대치를 팍팍 떨어트린다.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미국 개봉 당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없었던 이유는 영화 특유의 복잡 난해함이 꼽힌다. 데이빗 미첼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윤회사상’을 토대로 1849년부터 2346년까지 500년의 시대를 관통하는 여섯 개의 에피소드를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등장하는 여섯 개의 중주에서 주인공들은 보이지 않는 끈인 ‘운명’으로 연결되어 있는 특별한 관계를 맺고, 전생과 현재, 미래에도 이어지는 인연의 도움 혹은 방해를 받으며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의미 있는 일을 수행하게 된다. 


‘윤회 사상’을 기본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핵심 키워드는 시공을 초월하는 사랑과 신의, 운명이다. 1849년을 거슬러 올라가 시작된 한 남녀의 사랑과 같은 인간으로서의 평등의식에서 시작된 구원의 손길은 500년의 시간을 반복하여 하나의 인연으로 결집시킨다. 







1849년, 1936년, 1973년, 2012년, 2144년, 2346년이 뒤죽박죽 얽히고설키며 시대를 반복하며 이어나가는 주인공들의 인연을 강조한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쉽게 풀리지 않는 퍼즐처럼 복잡한 결정체를 이룬다.


환생을 거듭하는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여섯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보여주고 싶은 바는 명확하다. 하지만 여러 시대 동안 다양한 분장과 캐릭터로 등장하는 배우들의 등장과 여섯 중주가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각 문단에서 마무리 짓는 구조는 시공을 초월하는 운명의 위대함을 모호하게 한다. 


특히나 1849년 애덤 어윙(짐 스터게스 분)의 재산을 노리는 의사에서 1936년 여관 주인 등 매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톰 행크스의 존재는 ‘윤회’ 관념이 익숙지 않은 관객들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꼴이다. 오히려 매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을 위협하고 방해하는 인물로 등장하는 휴고 위빙의 한결같은 낯익은 존재가 이 복잡하고 어리둥절한 환생의 중심을 잡아줄 정도다.







하지만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왜 굳이 원작과 달리 왜 굳이 여섯 개의 테마를 퍼즐처럼 배열하고자한 감독의 의도를 파악한다면, 그 어떤 블록버스터보다 흥미진진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대중성보다 실험정신으로 중무장한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독특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은 배우 기용이다. 톰 행크스, 할 베리, 짐 스터게스, 휴고 위빙, 벤 위쇼, 휴 그랜트 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면서도 톰 행크스, 휴 그랜트의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는 분장으로 연기를 시키는 워쇼스키 감독의 패기는 최고조에 달한다. (엔딩 크레딧 후 배우들의 분장쇼가 없다면, 휴 그랜트가 무슨 역에 나왔는지도 모를 정도....) 





이 사람 누구인지 알아보시겠습니까????? 분장쇼 보니까 이제 알아보겠더군요;;;


그리고 기대했던 것보다 배두나의 비중이 상당한 것도, 한국 관객으로서는 반갑기 그지없는 소식이다. 1849년 애덤 어윙(짐 스터게스 분)의 아내로 완벽 백인 분장에 이어 1973년 멕시코 여자, 2144년 클론 손미로 3단 변신에 성공한 배두나의 인상적인 존재감은 영화 흥행과는 별개로 한국 영화계의 크나큰 수확이다. 







상업 블록버스터임에도 불구, ‘윤회사상’을 통해 여섯 개의 이야기를 대중적인 하나의 담론으로 형성하고자하는 미션에 실패한 것은 두고두고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각각의 시대를 사는 인물들이 뫼비우스 띠처럼 연결된 인연과 운명을 통해 강자의 탐욕을 위해 생성된 ‘질서’와 ‘억압’에 맞서 싸우는 용기는, 냉소와 절망의 시대에도 불구 그럼에도 살아야하는 우리에게 뜻하지 않은 울림을 선사한다. 


워쇼스키 남매와 톰 티크베어는 ‘윤회’와 ‘운명’이라는 이 난해하고도 장황한 이야기를 스크린에서 구현하고자 하였다. 비록 ‘흥행 실패’로 끝났다 하더라도, 그 도전정신만큼은 높이 살만하다. 미래의 누군가가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계기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영화 장르를 구축한다면 이보다 역사에 길이 남을 뜻 깊은 시도가 또 어디 있을까. 다만 시대를 앞서가도 너무 앞서갔을 뿐...





뻘소리1) 지난 주 MBC <무릎팍도사>에서 분단국가 한국의 미래까지 걱정한 워쇼스키 남매 한국사랑은 애틋하다만, 어찌 2144년 네오서울은 아무리 나라의 경계가 무너지고 언어와 문화가 뒤섞였다 하더라도 왜색이 심하다;;;


삘소리2) <업사이드 다운>에 이어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통해 판타지 왕자(?)로 등극한 짐 스터게스, <원데이>에서는 좀 느끼하던데 보면 볼수록 매력있다. 


뻘소리 3) 영화 흥행은 실패했지만 배두나는 이병헌에 이어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봤음 하는 바람...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도 이번 영화를 통해 마음껏 보여주었다. 



한 줄 평: 시대를 훨씬 앞서간 복잡한 운명의 대서사시. 그럼에도 의미 있는 도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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