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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마이 리틀 히어로> 감동 강박증 날려버리는 어린 백조들의 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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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만 가득 찬 삼류 뮤지컬 음악감독과 다문화 가정 아이의 만남.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는 ‘다문화’ 혹은 자기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과 교류하는 소재를 다룬 영화가 그랬듯이 예상 가능한 익숙한 구도로 흘려간다. 




우연치 않게 학력을 속이고 뮤지컬계에 입문한 유일한(김래원 분)은 무턱대고 대형 뮤지컬을 제작했다가 망신만 당한 아픔이 있다. 곁다리 격이긴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절호의 기회로 한국을 대표하는 아역 배우와 뮤지컬 음악 감독을 공개적으로 선발하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일한. 하지만 자신과 마찬가지로 곁다리로 오디션에 출연한 다문화 가정 소년 김영광(지대한 분)과 팀을 이루고 깊은 절망에 빠진다. 


유학파가 즐비한 뮤지컬 음악감독 세계에서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학교를 제대로 나오지 못한 유일한은 ‘성공’을 향한 강한 콤플렉스에 쌓여있다. 자신의 약점을 감추려다보니, 자연스레 늘어나는 것은 허풍과 빚뿐이다. 


그러던 찰나, 유일한은 자기와 피부색만 다를 뿐, 그 어떤 보석보다 반짝반짝 빛나는 원석 영광을 만난다. 타고난 재능만으로 어릴 때부터 뮤지컬 배우 전문 트레이닝 받아온 아이들을 압도하는 영광. 하지만 조선의 왕 정조를 뽑는 뮤지컬에서 남다른 피부색을 가진 영광은 조선의 왕이 될 수도, 백조가 될 수 없는 미운 오리새끼에 불과하다. 





다문화 가정 소년의 성공 신화를 메인으로 내세운 영화 <미운 오리 새끼>가 이야기하고 싶은 범주는 여전히 다문화 가정에 곱지 않는 현실 지적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 다문화를 장려하면서도 정작 결정적인 순간 순혈을 앞세워, 다문화 가정 출신을 이용만 하고 차별하는 지배층에 대한 은유적인 비판도 내포되어 있다. 


순혈이 아닌 필리핀계이기 때문에 조선이 왕이 될 수 없었던 영광과 다니지도 않는 맨하튼 뮤지컬 스쿨 출신이라 속이고 뮤지컬 음악 감독으로 입문한 일한은 내실보다 겉모습으로 판단하기 좋아하는 한국 사회 속물근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관객들의 감정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곁다리’ 설정일 뿐, 영화가 집중하고자하는 바는 다문화라는 편견을 깨고 세상에 우뚝 선 소년이 안겨주는 기적의 파급효과다. 





허나 ‘다문화 가정 성공 스토리’에서 짜낼 수 있는 감동에만 주력하다보니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가능한 억지 영웅 만들기 설정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결말을 피하기 위한 이런저런 시도는 좋았지만, 결국은 다수의 오리들이 이룰 수 없는 욕망을 대리만족 시키는 ‘감동 판타지’에 충실할 뿐이다. 


‘아득한 희망’을 앞세운 밋밋한 감동으로 끝날 법한 <마이 리틀 히어로>가 그나마 빛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배우들의 역량 덕분이다.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하는 허세덩어리임에도 불구, 미워할 수 없는 유일한에 완벽 빙의된 김래원을 필두로, 상대역까지 돋보이게 하는 역량까지 갖춘 이성민의 존재감과 이광수의 깨알 같은 매력은 과잉되지 않은 감초 연기의 정석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눈부신 존재는 단연 리틀 히어로 지대한. 6개월 집중 트레이닝 만에 수준급으로 올라선 춤과 노래는 기본, 영화 속 친구로 등장한 황용연과 함께 첫 연기 도전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꾸밈없이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선보인 지대한은 극중 영광 못지않게 슈퍼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2013년이 발굴한 최고의 원석이 있다면 지대한 군의 몫일 터. 배우가 꿈이라는 지대한 군의 미래에 기대를 품어도 좋을 듯하다. 





한 줄 평: 익숙한 감동 빛나게 하는 배우들의 열연. 2013년 최고의 원석 지대한, 황용연 발굴이 영화의 최대 수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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