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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지슬, 비념. 제주의 슬픔을 달래기 위한 노래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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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은 제주 4.3사건이 발발한지 65주년 되는 해다. 60년이 훌쩍 넘는 긴 시간이 지났지만, 4.3 사건으로 인한 제주의 아픔은 지금도 섬 곳곳에 이어지고 있다. 


제주 4.3 사건 65주년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 추운 봄날, 1948년 제주 섬의 아픔을 다룬 영화가 연이어 개봉하여 눈길을 끌고 있다. 





앞서 3월 21일 전국 개봉한 영화 <지슬: 끝나지 않는 세월2>(이하 <지슬>)은 올해 열린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는 등, 평단 및 대중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그 뒤를 이어 4월 3일 개봉 예정인 <비념> 또한 2012년 전주국제영화제, D M Z 다큐멘터리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수작이다. 


독립 영화임에도 불구, 입소문에 힘입어 개봉 9일 만에 5만 관객 돌파에 성공한 <지슬>이 65년 전 시간으로 되돌려 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들을 위로하는 극영화라면, 다큐멘터리인 <비념>은 1948년 4.3 사건에서부터 2013년 강정에도 진행 중인 제주 섬의 아픔을 덤덤하게 카메라에 담아낸다. 


제주도 여행 중, 우연히 <비념> 김민경 프로듀서 외할머니이자, 4.3 당시 남편을 잃은 강상희 할머니를 만난 임흥순 감독은 4.3 사건 및 제주섬을 다룬 작품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2년 4개월 가까이 제주도 곳곳과 일본 오사카를 오가며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묻힌 슬픈 역사의 기억들을 담은 임 감독은 비교적 객관적으로 제주를 보여주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강상희 할머니가 딸, 외손녀(김민경 프로듀서)가 함께 10년 만에 남편의 산소를 찾는 가장 극적인 장면마저, 뚝뚝 끊어지는 화면으로 감정을 최소화한 편집 기법은 제주도민과 달리 4.3의 아픔을 온 몸으로 체감하지 못하는 외지인의 시각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영문도 모른 채 좌우 이념에 몰려 가족을 잃은 아픔이 있지 않는 이상, 그 이후에 태어난 육지인들이 65년 전 제주에서 일어난 비극, 그리고 오늘날 강정의 현실을 온 몸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슬>과 <비념>은 지극히 평범하고 순박했던 사람들에게 닥친 슬픈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여전히 4.3으로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짊어지고 사는 제주 사람들을 따스하게 위로하고자 한다. 





이분법적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다소 민감하게 다가올 수 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긴 하다. 하지만 <지슬>과 <비념>은 4.3 사건과 강정의 현실을 통해 관객을 선동하고자하는 영화가 아닌 제주의 눈물을 조금이나마 닦아주고자 하는 치유 영화다. 


작품성은 물론 제주도를 위로하는 진정성까지 갖춘 <지슬>과 <비념>의 연이은 등장. 지금도 쉽게 아물지 않는 제주의 슬픈 기억과 원혼을 달래기 위한 아름다운 노래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오마이스타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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