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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런닝맨’, ‘7번방의 선물’ 남자 액션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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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사랑받은 지 오래인 동명 예능프로그램의 이름을 그대로 따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화제를 모을 법 하다. 거기에다가 미국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메인 투자를 맡은 최초의 한국 영화라는 타이틀까지. 


지난 3일 개봉한 <런닝맨>은 이십세기 폭스가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 영화인만큼, 영화 곳곳에 할리우드 특유의 하이콘셉트(흥행을 목적으로 경제적 요소와 제도적 요소가 어우러져 만들어진 상업 영화 제작 스타일을 말함) 기획 냄새가 물씬 풍긴다. 





18살 어린 나이에 ‘사고’로 아들 기혁(이민호 분)을 얻은 차종우(신하균 분)은 생계 차원에서 콜 전문 운전기사로 일하는 도중 우연히 차에 태운 손님이 그의 차 안에서 죽은 채 발견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정황으로 보나, CCTV에 찍힌 것으로 보나, 영락없이 용의자로 낙인찍힌 종우는 도심 곳곳을 누비며 줄행랑을 치기 시작한다. 


물론 종우는 평범한 도망자는 아니다. 18살 때 기혁을 얻은 이후, 아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그야말로 안 해 본 일 없는 종우는 도망을 밥 먹듯이 기가 막히게 잘하는 전과4범이다. 여기에 불우한 환경 탓으로 잠시 삐뚤어지긴 했으나, 비상한 두뇌를 가진 기혁이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사건에 직접 뛰어들면서 도주극은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거기에다가 단순 살인을 넘어, 국가 기밀을 둘러싼 얽히고설킨 추격전은 질주의 스케일과 쾌감을 극대화시킨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자식이 아버지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애틋한 부성애를 강조한 점을 봤을 때, 영화 <런닝맨>은 올 겨울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한 <7번방의 선물>의 테마를 연상시킨다. 





<7번방의 선물>에서 한시도 용구(류승룡 분)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빠바보 예승이(갈소원 분)와 반대로 <런닝맨>의 기혁은 아빠에게 그리 살갑지 않는 반항기 어린 사춘기 소년이다. 


그러나 억울하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아빠를 구하기에 턱없이 어렸던 예승이와 달리, 아빠의 누명을 벗겨줄 수 있는 능력자 기혁은 종우의 사랑스러운 아들임인 동시에 든든한 조력자이다. 또 영문도 모른 채 봉변을 당하는 와중에도 자식 걱정에 앞서는 <런닝맨>의 종우와 <7번방의 선물> 용구는 전혀 다르면서도 닮았다. 


억울하게 용의자로 몰린 남자,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어린 자식들. 그들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모순을 배경으로 내세운 <런닝맨>은 전형적인 기획 영화의 액션을 취한다. <7번방의 선물>이 그랬던 것처럼, 평범한 남자의 도심 도주극은 부조리한 법질서 체계 속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약자의 비애와 연관 지으며, 애끓는 부성애로 승화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웃음과 감동이 최우선인 휴먼 드라마임에도 불구 비교적 날카롭게 강자에 의한 권력 오남용의 폐해를 지적한 <7번방의 선물>과 달리, <런닝맨> 속의 무능한 경찰과 부패한 정보요원은 풍자적 요소가 아닌 주인공을 극한으로 몰고 가는 극적 장치에 불과할 뿐이다. 


그 시대 사람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요소와 인기 있는 주제를 그럴싸하게 버물려 대중들의 욕구와 불만을 대리 만족시켜줄 수 있는 상업 영화를 만드는 전략은 더 이상 할리우드에서만 유효한 전략은 아니다. 


대한민국 최대 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가 진두지휘한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흥행을 필두로 NEW의 <7번방의 선물>이 기록한 괄목한 성과는 한국식 ‘하이 콘셉트’가 적절하게 차용된 기획 영화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이제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계에서도 시장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획 영화가 영화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영화 <런닝맨>이 이미 동명의 예능 프로그램이 매주 일요일 SBS에서 절찬리에 상영 중임에도 불구, 굳이 <런닝맨>의 이름을 고집한 것은 마케팅의 일환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이 같은 경우 예능 <런닝맨>의 위상에 묻혀 정작 영화가 묻힐 수도 있지만, SBS <런닝맨>과의 공생을 택한 영화 <런닝맨>의 홍보 전략은 일단 시선 끌기에는 성공한듯하다. 


거기에다가 드라마 <브레인>을 통해 믿고 보는 배우로 입지를 굳힌 신하균과 <해를 품은 달>, <옥탑방 왕세자>를 통해 안정된 연기력을 선사한 아역배우 출신 이민호의 조합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하이 콘셉트 영화를 더욱 빛나게 한다. 


과연 한국식으로 변용된 할리우드 판 기획 영화 <런닝맨>이 한국 시장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 줄 평: 한국식으로 변용된 할리우드 기획영화의 모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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