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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앤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 켄 로치 만의 유쾌한 갱생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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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자 친구 레오니가 임신하기 전까지, 로비(폴 브래니건 분)은 사고만 치고 다니는 구제불능 양아치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에 갓 태어난 아들을 품에 안은 그 순간부터 로비는 가족을 위해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폭행 전과자에, 얼굴에 깊게 배인 흉터, 설상가상으로 아버지의 대를 이은 원한관계까지 품은 로비가 그동안의 어두웠던 삶을 청산하고 남들과 같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그리 녹록치 않다. 





2012년 칸 영화제에서 그 어느 때보다 쟁쟁한 경쟁작을 제치고, 심사위원상을 거머쥔 켄 로치 감독 영화 <앤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는 그간 켄 로치 필름의 단골 주인공이었던 사회적 약자들이 사회적 편견과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이다. 


여자 친구를 제외하고, 모두가 로비의 새 출발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가운데, 유일하게 로비를 믿어주는 이는 사회봉사센터 책임자 해리(존 헨쇼 분)이다. 폭행, 절도, 마약에만 익숙한 로비에게 위스키라는 새로운 세계를 제시해준 해리는 아버지이자, 때로는 친구 같은 든든한 ‘멘토’다. 


해리의 도움으로 위스키 감별에 선천적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된 로비는 사회봉사를 함께 하는 친구들과 함께 자신의 특기를 이용해 수십억을 호가하는 ‘몰트 밀’ 위스키를 ‘약간’ 훔치기로 결심한다. 만약 위스키를 훔치다가 잡힐 경우, 로비는 평생 아내와 아들을 보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직업도, 꿈도, 미래도 없던 로비와 친구들에게 ‘몰트 밀’ 위스키는 그들의 희망 없는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만약 로비와 친구들이 해리와 위스키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여전히 위스키 오크통 밑바닥에 가라앉은 찌꺼기처럼 사회의 밑바닥을 전전하는 골칫덩어리로 살았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밑바닥에 가라앉은 찌꺼기가 아닌, 기회만 있으면 얼마든지 질 좋은 위스키로 숙성될 수 있는 효소로 로비와 친구들을 따스하게 감싸준 해리가 있었기에, 로비와 친구들은 수십억 원의 위스키보다 값어치 있는 존재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레이닝 스톤>(1993), <빵과 장미>(2000),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 등 매 작품마다 인간과 사회적 약자를 향한 따스한 시선을 드러내며, 전 세계 영화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거장 켄 로치는 이번 <엔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에서도 그만의 따뜻하면서도 유쾌한 통찰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번 <앤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에서 주목할 점이 있다면,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로비와 마찬가지로 불우한 삶을 살아왔지만 아버지가 된 이후 사회봉사 일환으로 축구클럽 코치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던 폴 브래니건은 우연히 켄 로치 감독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이후, 신인임에도 불구 유수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함은 물론, 배우로서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살아가고 있다. 그 외 미워할 수 없는 백치남 알버트 역을 맡은 게리 메이틀랜드, 존 헨쇼 등 독특한 과거가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생활 연기는, 켄 로치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 중의 하나다. 


<엔젤스 셰어> 로비에게 ‘해리’가 있었다면, 폴 브래니건, 그리고 불투명한 미래를 어떻게든 잘 헤쳐 나가야하는 우리들에겐 켄 로치가 있다. 해리를 만나기 전까지 희망 없이 어두운 길거리를 전전하던 4명의 청년들의 어두운 날카로움마저 유쾌한 따뜻한 포옹으로 감싸 안는 거장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한 줄 평: 사회적 약자마저 따뜻하고 유쾌하게 안아주는 이 시대 진정한 거장 켄 로치 ★★★★☆


*오마이스타에 게재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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