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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아빠 어디가. 성준의 변화 통한 자상한 삼촌 송종국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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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의 출연을 통해 가장 극적인 성장을 이룬 아이는 단연 성동일 아들 성준이 아닐까. 첫 회까지만 해도, 낯을 많이 가리며 여느 아이들과 달리 아빠 성동일과 상당히 거리를 두고 걸었던 수줍음 많은 아이 준이는 어느새, 서먹서먹하던 아빠에게 먼저 다가가 살포시 안길 줄 아는 붙임성 있는 아이로 거듭났다. 주기적으로, 드넓은 자연을 벗삼아, 또래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린 지난 10개월이 이룬 기적인셈이다. 





김성주 아들 민국이도 독서를 참 좋아하지만, 하루에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는(?) 전설을 몸소 행하고 있는 준이의 책사랑은 어른들의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아빠 어디가> 다섯 아이들 모두 사랑스럽고, 대견하지만 부모가 시키지 않아도, 책 읽기를 생활화하고 남다른 집중력과 끈기로 자신이 목표한 바는 꼭 이루고 마는 준이는 대다수 대한민국 부모들의 로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소 책보다도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방학이나 명절같은 특별한 날에만 쉴 수 있다는 준이의 폭탄 고백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지난 3일 방송에서, "놀고 싶은데, 공부하느라 놀 수 밖에 없다."는 8살 준이의 하소연은 비단, 준이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8살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한창 뛰어놀을 나이이건만, 불행히도 대한민국 다수의 8살 어린이들은 마음껏 놀 수 없다. 워낙 아동 대상 흉악한 범죄가 늘어나서 예전과 달리 부모의 보호 없이는 마음놓고 밖에서 놀 수 없는 현실때문만은 아니다. 거리에서보다 학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마냥 놀기대신 학업에 도움이 되는 체험을 강요당하는 아이들. 





하지만 그렇다고 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학원 혹은 체험 학습을 빙자한 또다른 교육 현장에 보내는 부모들의 여유 부족을 마냥 탓할 수는 없다. 명문대 입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않지만, 그래도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록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는 확률이 높고, 겉으로는 차별이 없다고 하나, 여전히 학벌 네임벨류로 직업 선택 문턱이 암암리에 좌지우지되는 불안정한 사회에서는 더더욱 명문대 입학에 집착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도 수많은 준이 또래들은 너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 하에 마음껏 뛰어노는 대신,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해야하며, 수많은 학원을 전전하고 있다. 분명 그 아이들의 부모도 그 나이 때 공부보다 놀기가 더 좋았을 텐데 말이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 되었을까하면서 초등학생에게 놀기보다 공부를 강요하는(?) 부모들의 남다른 교육열을 탓하기 전에, 공부보다 놀고 싶어하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단 하루만이라도 아이가 원하는 놀이를 마음껏 즐기게 해준 송종국의 교육법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준이에게) 책을 읽히고, 구연동화를 해달라는 성동일의 부탁을 깔끔하게 뒤로하고(?) 준이가 원하는 대로 하루종일 체육활동만 하게 한 송종국의 자유방임(?) 교육법은 자기 자식이 아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송종국이 현재 유소년 축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왕년 유명 축구스타라고 하더라도 딸 지아도 아니고 남의 집 아들과 하루종일 뛰어다니는 것은 육체적으로 큰 부담이다. 어쩌면 성동일이 주문한대로 책을 읽어주는 것이 더 편하게 성준을 돌볼 수 있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뛰어 놀고 싶었던 성준의 속마음을 간파한 송종국은 준이의 희망사항대로 아이와 함께 축구도 하고 줄넘기도 하는 시간을 보냈다. 평소 마음껏 놀고 싶어했던 준이가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워한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매일 책을 손에서 떼어놓지 않는 성선비이기 이전에 성준은 탁월한 운동 신경과 고도의 집중력을 가진 아이다. 게다가 성인 어른도 힘든 줄넘기 1000회도 기어코 해내는 대단한 집념의 사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견함과 의젓함을 넘어 너무 일찍 철이 든 나머지 부모의 마음에 들기 위해 매사 완벽을 기하고자하는 일종의 강박관념과 아빠를 향한 속깊은 배려는 때로는 기특함보다 안쓰러움을 자아내기도 하다. 


때로는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아무런 근심걱정없이 그 순간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 송종국 삼촌과 함께 지냈던 짧은 하루 동안 준이는 모처럼 책, 공부 대신 축구공을 실컷 찼고, 줄넘기를 했다. 그리고 준이의 표정에는 지난 10개월동안에서도 쉽게 볼 수 없었던, 생기가 가득 돌았다. 





8살 답지 않게 어른스러울 것이라는 준이도 동갑내기인 후처럼 장난도 잘치고 흥얼흥얼 말도 잘하는 어린 아이였다는 것을 알게된 소중한 하루. 그 뭉클하고도 극적인 재발견 뒤에는 준이의 눈높이게 맞게 신나고 재미있게 놀아줄 수 있는 자상한 삼촌 송종국이 있었다. 우주최강 딸바보에서 준이의 말못할 고민을 들어주고, 어루어만져주는 따뜻한 손길. 우리는 그 날 그동안 몰랐던 송종국의 다른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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