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공주님이 무려 2명이나 있다.
첫째 공주 엘사는 그녀의 손만 대면 얼음으로 변하는 마법 때문에 오랜 세월 부모에 의해 성 안에 갇혀있어야했다. 바다에서 거센 풍량에 휩쓸려 세상을 떠난 부모님의 뒤를 이어 아렌델 왕국의 여왕으로 등극한 엘사는 행여나 사람들이 자신의 비밀을 눈치챌까봐 두려움에 휩싸이며 즉위식에 오른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이 익숙지 않았던 엘사는 결국 대형사고를 치게되고, 자신에게 내재된 마법을 감당할 수 없었던 엘사는 북쪽 산으로 도망쳐 다시금 은둔 생활을 시작한다.
언니 엘사 때문에 영문도 모른 채 덩달아 오랜 세월 성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야했던 둘째 안나는 세상 물정 모르고 자라난 천방지축 공주다. 친구도 없이, 엘사하고도 일찌감치 떨어져 자랐던 안나는 사람과의 교류가 간절히 고픈 외톨이다. 그래서 성 문이 오랜만에 개방되었던 엘사의 여왕 즉위식 날, 처음 만난 한스 왕자에게 단박에 사랑에 빠질 정도로 순진무구하다.
엘사가 가진 선천적인 장애 혹은 비범한 능력 때문에 엘사는 물론 안나까지 부모에 의해 타인과 단절되는 삶을 살아야했다. 엘사와 안나를 보호하기 위해 외부와의 교류 차단은 물론, 자매들과의 사이도 격리시킨 부모는 엘사에게 항상 그녀의 감정을 철저히 숨기고 통제할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엘사가 얼음같이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기 이전 부모는 엘사와 안나의 곁을 떠난다. 부모의 과잉 보호 하에 의해 성 안에만 살았던 엘사는 자기 스스로의 의지로 세상 밖으로 나가기 주저하고, 그래서 더욱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고자 하는 은둔형 외톨이로 전락하게 된다.
자신이 가진 남다른 능력을 두려워한 나머지, 타인과 거대한 장벽을 치고자했던 엘사가 다시금 세상 밖에 나올 수 있게 먼저 손을 내민 이는 다름아닌 동생 안나였다. 엘사와 마찬가지로 철저히 세상과 격리된 채 외롭게 자란 안나는 그럼에도 불구 사람 간의 선의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남들은 괴물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언니 엘사가 그녀의 능력으로 스스로의 저주를 풀고 모든 걸 정상으로 돌릴 수 있다고 굳게 믿었던 안나는 거친 눈보라를 뚫고 엘사를 찾으러 기꺼이 먼길을 떠난다.
성 안에 갇혀있던 아리따운 공주가 성 밖으로 탈출하여 자신에게 걸려있는 저주를 푼다는 <겨울 왕국>의 기본 스토리는 디즈니 전작 <라푼젤>과 비슷하다. 하지만 오롯이 본인의 남다른 도전 정신으로 불가능한 한계에 도전했던 라푼젤 공주와 달리, 저주에 낙담하여 주저 앉은 공주 엘사를 다시 일으켜 세운 이는 또 다른 공주이자 그녀의 가족인 안나다.
<라푼젤>에 이어 <겨울왕국>에서도 달콤한 키스로서 공주의 마법을 깨워주는 왕자님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엘사의 긍정적인 변화를 믿고 언니를 찾아 떠나는 위험한 여정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안나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엘사는 쉽게 그녀의 저주를 풀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공주님들은 답답한 성 안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운명과 사랑을 개척하는 것은 물론이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현실로 이루고자 하는 희생을 통해 절망 속에 빠져있던 타인의 삶까지 구원하기에 이른다.
한 때 혼자였지만 거친 세상과 부딪쳐가며 용감한 공주로 성장한 안나는 세상과 철저히 단절되었던 외톨이 엘사가 사람들과 어울리고 살게끔 용기와 비전을 끊임없이 북돋는다. 그리고 안나의 노력은 결국 엘사 스스로가 저주를 풀게 하는 동시에 엘사, 안나 모두가 진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게 되는 자양분으로 작용한다.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에서 벗어나, 더 큰 범위의 사랑과 희생을 보여줌으로서 스스로의 저주에서 풀려난다는 한층 더 진취적인 여성상을 보여줌은 물론 담대하고 진보한 인류애까지 내포하고 있는 <겨울왕국>. 영상, OST 음악, 스토리까지 3박자가 완벽한 이 애니메이션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기록을 경신하며, 디즈니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 작품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1월 16일 개봉.
한 줄 평: 얼어붙은 심장까지 녹이는 따뜻한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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