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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수상한 그녀. 평범한 코미디에 생기를 불어넣은 심은경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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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수상한 그녀> 주인공 오말순(나문희 분)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할머니 중 하나다. 스무살 어린 나이에 과부가 된 이후 억척스럽게 아들 반현철(성동일 분)을 국립대 교수로 키워낸 말순은 말끝마다 아들 자랑, 손주 걱정이다. 하지만 며느리에게만 유독 엄격했던 말순. 결국 말순의 혹독한 시집살이에 지친 며느리 애자(황정민 분)이 병으로 쓰러지게 되고, 아들과 손주들이 자신을 요양원에 보내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말순은 속상한 마음에 영정 사진을 찍을 겸 한 사진관을 찾아가게 되고 그 이후 너무나도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에 경악을 하게 된다. 





70세 할머니가 우연한 계기로 20대 꽃처녀로 살게된다는 이야기. 아주 참신한 설정은 아니지만, 꽤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소재다. 젊은 시절 세계적인 여배우 오드리 햅번을 동경했던 오말순은 스무살 처녀로 돌아간 자신의 이름을 오드리 햅번을 빗대어 오두리(심은경 분)로 정하고, 오드리 햅번의 대표작 <로마의 휴일>처럼 일상에서 벗어난 즐거울 일탈을 즐기고 멋진 남자 승우(이진욱 분)을 만나 달콤한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젊은 시절 이루지 못했던 가수의 꿈도 이룬다. 





<수상한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은 나문희, 심은경으로 압축되는 두 여주인공의 호연이다. 초반 30분 가량, 오말순으로 분한 나문희가 관록의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잘 잡아주었다면 그 뒤의 바톤을 이어 영화 전면에 등장한 심은경은 통통튀는 풋풋한 매력을 십분 발휘해 관객들의 시선을 압도시킨다. 스무살의 몸으로 돌아간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하기 위해서 영화 초반 뽀글머리 가발을 쓰고 몸빼바지를 입는 등 망가짐을 주저하지 않은 심은경의 오두리는 그야말로 요즘 여자들과 완전 다른 치명적 매력의 소유자이다. 뿐만 아니라 가수로서도 큰 성공을 거두는 두리 캐릭터를 위해 갈고 닦은 노래실력까지 두각을 드러내는 심은경의 다재다능한 재능과 연기에 대한 열정은 이제 갓 아역배우 딱지를 뗀 그녀의 향후 필모그래피를 더욱 궁금하게 한다. 


하지만 <수상한 그녀>에는 심은경의 열연으로 감출 수 없었던 아쉬운 점들이 군데군데 존재한다. 일단 하고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 고령화 시대 더 이상 부모를 부양할 수 없는 자식들에 의해 거리에 내몰린 노인의 안타까운 사연은 어느덧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일약 스타가 된 신데렐라 스토리로 흘려간다. 





그런데 그 속에서 너무 많은 사연과 인물을 다루려고 하다보니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야기 전개 이음새가 매끄럽지 않고 억지스럽기까지 하다. 판타지라는 설정을 감안하더라도 적지 않은 시간동안 벌려놓은 간단치 않은 이야기를 한 방에 봉합시키려고 하는 어설픈 움직임은 심은경 및 배우들이 애써 쌓아올린 극의 재미마저 반감시킨다. 


한마디로 말해서 <수상한 그녀>는 고령화 사회, 심각한 취업난, 오디션 열풍 등 현 2013-2014년 대한민국 사회의 보다 많은 이면을 보여주기 위한 흔적은 있었지만, 그것을 바라보고 다루는 모양새가 한없이 가볍고 깊이가 없다. 





그러나 웃음이 최우선인 한국 코미디 영화에서 인생에 대한 깊이있는 철학과 시선을 바라는 것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건지도 모른다. <수상한 그녀>는 설날 연휴 온 연령대가 극장에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고, 보기만 해도 야무지고 사랑스러운 심은경만 봐도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영화 엔딩에 등장하는 초특급 카메오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배우가 영화를 완벽히 살린 좋은 예다. 1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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